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6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33화
106. 불(4)
“기, 기마대가!?”
조선의 기마대 기습이 실패한 후, 완전한 전면전 구도가 펼쳐졌다.
전면전의 로마.
조선은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던 구도였다.
왜 결국 또 이 구도로 오게 됐는지, 이걸 어떻게 해야 피할 수 있었는지.
별생각이 다 드는 병사들이다.
로마의 이 조직력, 육중한 철의 방패가 태산처럼 밀고 오는 기세.
결과적으로 피부로 느껴지는 이 실력 차에 다들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물러서지 마아아아!”
마라탕이 월도를 빼 들며 앞으로 내달렸다.
콰아앙!
그는 방패를 후려치더니, 잠시 방패가 흔들린 틈으로 도를 욱여넣었다.
푸욱!
“억!”
거대한 방패벽, 그 수많은 방패 중 하나가 뒤로 넘어간다.
마치 이빨이 빠진 듯 비어버리는 진형.
“언제까지 전면전 피할 거야! 그냥…….”
그가 월도를 휙 돌리며 옆으로 그었다.
촤아아아악!
“……뚫어!”
옆에 있던 로마 병사도 주춤거린다.
그에 맞춰 공격 명령이 떨어진다.
[공격]병사들이 일제히 내달려온다.
“쑤셔넣어어!”
“드가자아아아!”
“와아아아아아!”
그때였다.
로마 쪽에도 명령이 떨어진다.
[창]스릉!
방패 틈으로 기다란 창이 튀어나온다.
“!”
푸욱!
가장 선두로 달려가던 검수가 찔렸다. 마라탕도 옆구리에 찔려 넘어졌다.
퍼버벅!
그 이후 달려오는 병사들도 마찬가지.
처참한 전면전 구도였다.
‘어떻게 된 거야.’
멀리서 지켜보던 보조지휘관 커피.
그는 의아했다.
‘여기가 제일 중요한 전투가 아니었나?’
적의 본대가 본진 코앞까지 밀고들어왔다.
‘왜 명령이 없지.’
그런데, 명령의 빈도가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
최고다이순신의 스타일상 명령의 빈도가 떨어지면 병사들의 조직력도 함께 와해된다.
‘어디를 보고 있는거야?’
확실했다.
그녀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 * *
티잉!
[이동]다섯명의 궁수들이 일제히 로마의 본진으로 달려간다.
로마의 병력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로마의 본진 건물인 ‘회관’은 자체적인 방어능력이 존재했다.
일꾼만 집어넣어도 수많은 화살을 쏴댈 수 있다.
화살의 대미지는 크게 높지 않아도, 개수가 상당한 편이다.
“이, 이거를 그냥 들어가는데요!?”
중계진은 그래서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본진 건물로 그냥 돌진하는 다섯 명의 궁수들. 이들의 상태가 ‘민병대’ 상태이기 때문이다.
“로마 회관 화살이 대미지는 낮은데! 개수가 엄청나게 날아오거든요!? 근데 문제는!”
“민병대라서 다 죽잖아요!!”
스치기만 해도 죽는 자들에겐 대미지고 뭐고 개수가 많이 날아오는 게 최악이었다.
이들 입장에선 로마 회관으로 파고드는 게 수많은 대포를 장착한 함선과 싸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사거리 안으로 들어갑니다!”
“일단 산개!?!”
[이동] [이동] [이동].
.
.
각자에게 이동 명령이 떨어지며 궁수들이 산개한다.
그리고─
“롸떼가 선두!”
“어어!?”
──타다다다닥!
롸떼가 가장 앞으로 튀어나간다.
적의 화살은 ai다.
안토가 직접 여기를 컨트롤하기 전까지는 그렇다.
“그렇죠! 일단 한 명을 미끼로 내주면서!”
파아아아아앙!
수많은 화살이 쏘아지기 시작한다.
넓은 범위로 흩뿌려지는 화살.
이 탄막 바깥으로 나가서 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 안에서 피해야 했다.
롸떼는 이를 악물며, 날아오는 화살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기괴한 포즈로 뛰어오른다.
“으, 으으읏차!”
후두두둑……!
화살들이 죄다 바닥에 내리꽂힌다.
-ㅁㅊㅋㅋㅋㅋㅋ
-아니 서커스냐고 ㅅㅂㅋㅋ
-엌ㅋㅋㅋ
-ㅁㅊ이게 된다고?
“이, 이게!? 이게 되네요!?”
“그사이에 다른 궁수들이 뜁니다! 그냥 거의 일직선!!”
화살은 계속 롸떼를 노려댔고, 나머지 넷은 회관 사거리 안에 있음에도 일직선으로 주파하기 시작했다.
민병대 속도 덕에 어지간히 발이 빠른 경보병들의 속도였다.
“지금 속도가 일본 특수병과인 닌자랑 거의 동급이거든요!?”
“조선 닌자들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 미션도 거의 비슷해요!”
“이거 성공하면! 조선이 그냥 이기는 거라고 봐야 되는─”
그때였다.
“!”
──피유우웅!
갑자기 바뀐 타겟팅.
화살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롸떼가 있는 방향뿐 아니라, 나머지 넷을 향해서도.
“어어어?!”
퍼어억!
“앗……!”
스팸이 죽었다.
그뿐이 아니다.
피유우웅!
화살은 수도 없이 더 빨리, 더 많이 쏘아지기 시작했고.
“안토가 지금 다시 컨트롤 하는 거 같죠!?”
퍼억!
퍼벅!
-ㄷㄷ
-아악
-헐
-ㅠㅠ
-ㅁㅊ
-파리 목숨;
스팸에 이어서 팡어, 당근도 죽었다.
정말이지 허무하리만치 쉽게 죽었다.
중계에서 뭐라 더 언급할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아…….”
본진까지의 거리는 아직 더 남았다.
“이, 이러면 화살 집중도가 더 높아지면서! 피하기가 더 힘들 텐데요!”
“아몬드! 롸떼! 이 둘이 지금 다 피하면서! 갈 수 있습니까!?”
거리는 약 100미터.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쏘아지는 탄막을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피하면 닿을 수 있었다.
* * *
파아아앙!
회관에서 이제 그 둘만을 노리고 화살이 쏘아진다.
[위협] [위협].
.
.
화살에 위협 핑이 찍히기 시작한다.
이제 ai가 쏘는 게 아니기에, 최고다이순신이 따로 관여하는 것이다.
안토가 쏘는 거라면 어떤 속임수가 있을 수 있다.
일부러 어떤 방향으로 유도해서 그곳에 화살을 미리 뿌려둔다든가.
‘피한다…… 피한다. 피한다. 피한다!’
롸떼의 눈이 번뜩이며 또 기괴한 포즈로 뛰어오른다.
“흐압!”
후두두둑!
롸떼의 팔과 다리 사이로 화살이 흘러 들어간다.
마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그는 다시 한번 빠져나간다.
‘아몬드 형님은!?’
롸떼는 아몬드를 찾는다.
그때─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아몬드도 탄막을 빠져나온다.
“!”
둘의 눈이 마주친다.
살아남은 게 서로뿐이라는 걸 눈치챈다.
“들어가!”
“예, 예!”
롸떼가 먼저 회관 계단을 뛰어오른다.
‘내가 먼저 가야 돼.’
타다다다다닥.
이때 회관의 화살들이 거의 발악하듯 그를 향해 죄다 쏘아졌다.
거리도 가깝고, 개수도 집중됐으나, 롸떼는 순식간에 모든 걸 걸고 몸을 던졌다.
직감적인 플레이였다.
여기선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한다. 피할 수 없다.
‘어차피 아몬드만 넣으면!’
그리고 혹여 내가 맞더라도, 어그로가 풀리면서 한 명은 들어간다.
“흐아아아!”
콰앙!
문이 열리면서 롸떼가 거의 굴러떨어지는 듯한 자세로 복도에 드러눕는다.
“허억…… 헉…….”
그는 정신을 차리며 벌떡 일어난다.
“와. 살았다.”
살아 있었다.
매번 첫 킬을 장식하던 그가,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런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분이 안 간다.
여기서 죽으면 이제 진짜 대역죄인이다.
콰앙.
뒤쪽에 아몬드가 굴러떨어지며 등장한다.
“오! 형님!”
“후아…….”
롸떼는 저도 모르게 아몬드의 오른팔로 시선이 갔다.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여러모로.’
롸떼는 굳이 언급하지 않고, 뒤로 돌아 선봉을 섰다.
“안토 씨. 얼굴 좀 봅시다!”
롸떼는 떠벌떠벌 외치는 것에 비해서는 느릿하게 천천히 접근했다. 여기 어디에 또 누가 숨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화살을 꺼내 든 채 조심스레 한 발씩 접근했다.
그런데─
“어, 어어 형님!? 형님이 먼저 죽으면 다 끝이에요!”
터벅, 터벅.
아몬드는 그냥 냅다 걸어 들어갔다.
“아, 아니, 뭐야.”
희한하게 아무 저항도 없었다.
이게 난놈의 DNA인가?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걸어갈 수가 있단 말인가?
나오면 그때 죽이지 그렇게 기어가서 언제 잡냐라는 듯.
아몬드는 그냥 총지휘관 방으로 직행해 버렸다.
드르르륵.
그리고 그냥 문을 열어버렸다.
“!”
* * *
“조선!! 롸떼! 아몬드! 들어갔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관중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게임이 끝난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거 지금 축구로 따지면 페널티 박스 넘어서! 골키퍼까지 제낀 거죠!?”
-ㄹㅇ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뻥축구라면?
-캬
-헐 진짜 이기냐? 우승하냐????
-ㅁㅊ 이걸 들어갔어
“아니!! 조선!!!”
킹귤이 극도로 흥분했다.
그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럴 만도 했다.
“이거…… 이거 이기면 우승입니다! 조선!!”
골키퍼까지 제친 지금.
이 골이 골든골이다.
우승을 확정 짓는 골.
“자, 지금 조선 본대 상황도 같이 나오는데!”
화면이 반으로 갈렸다.
아몬드와 롸떼가 들어가는 장면, 조선 본대가 로마군을 막아내는 장면.
“본대는 지금 굉장히 밀립니다!?”
분명 조선이 막기에 더 유리했을 텐데.
여기는 의외로 로마한테 밀리고 있었다.
그냥 밀리는 게 아니다.
“아니, 로마 병력이 거의 안 줄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처음 출발한 로마의 병력 중 손실된 자들이 거의 없고, 오히려 중간에 지어놓은 병영과 대장간에서 병력들이 더 쏟아지고 있다.
“성직자에! 방패에! 조직력! 조합이 갖춰진 로마는 거의! 프로토스입니다! 외계인들이에요!”
-헐
-외계문명ㄷㄷ
-이번 판 되겠냐?
-조선도 그냥 엘리전 했어야했다;
“본진 일꾼이 다 멸종됐는데! 멀티가 워낙 전부터 열심히 잘 돌아가고 있어서!! 이게……!?”
“조선은 반면에 멀티를 이제 막 지은 참이었거든요! 이게 지금 타이밍이 예술이었습니다!”
로마군도 조선의 궁궐 바로 앞마당까지 치고 들어왔다.
조선은 궁궐, 그리고 급하게 지은 여러 방어탑 위 궁수들을 배치하며 항전 중이었다.
그나마 편전으로 전선을 조금 뒤로 물리는 데 성공했으나.
편전으로도 무장 병사를 단 한 방에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성직자가 뒤에 포진해 힐을 넣기 시작하면 전선은 금세 다시 복구됐다.
조선의 다른 승부수였던 민병대는 방어전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편전도! 민병대도! 지금 이 전투에서는 별 의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예. 궁수들이 민병대를 써서 뒤로 돌면서 쏘려고 하는데……! 아아아!”
후두둑.
민병대를 썼던 궁수들이 투창 몇 번에 순식간에 쓰러진다.
“이것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니거든요!”
“원래 이런 팩션입니다! 이거 방어전에서는 너무 위험해요!”
애초에 이 두 팩션 모두, 방어전에 쓸 만한 게 못 됐다.
“아……! 이 경기! 병력의 구성! 타이밍! 자원 극복 전략! 안토의 무서움이 제대로 나오는 경기입니다! 원래라면 안토가 이 경기 가져가는 게 사실 맞습니다! 만약에 시빌 엠파이어에 신이 있다면! 안토가 이기는게 맞는! 그런 운영 능력입니다만!!!”
시빌 엠파이어의 신은 공평하지 않았다.
현실의 신이 그렇듯이.
“최고다이순신이 말하죠! 나도 신이야! 이순─ 신!!!”
왼쪽 화면에서 아몬드가 순식간에 걸어가 마지막 관문을 열고 있다.
“이 게임은 총지휘관 죽이는 게임이야아아아아아아아!”
드르르륵──!
“!”
그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
어느 진영의 관중들이든 모두 표정이 같았다.
실컷 얼굴이 빨개진 채 고래고래 소리치던 킹귤이 순간 침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