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36화
107. 마지막의 마지막(2)
킹귤이 거의 솟구치듯 벌떡 일어선다.
“아니!? 지금!! 총지휘관이!!!”
설마설마했는데.
총지휘관이 직접 나와서 기마대 앞에 섰다.
이전에도 총지휘관의 전투 장면이 나온 적이 있지만, 그때하고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적이 다 비집고 들어와서 도망치기 위해 싸웠을 때하고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 이게 뭡니까!? 이거 설마……!?”
총지휘관이 먼저 나서서 불나방처럼 달려들고있다.
이런 경우는 킹귤로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 게 당연했다.
‘이건 미친 짓이잖아!?’
이런 건 미친 사람이다.
-이게뭐임?
-헐
-ㄷㄷㄷ
-이거 괜찮은거야?
-ㅁㅊ 저거 총지휘관임?
-낭만 뒤지네
-와 ㅋㅋㅋ
대체로 이런 미친 사람은 결승은커녕 예선도 올라설 수 없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경우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 선수였던 킹귤은 알고 있었다.
이 미친 사람들은 대체로 대회에도 못 나오지만, 미친 짓을 하는 자가 결국 트로피를 가져간다는 거.
선수들 입장에선 정말 미칠 노릇인 이 희한한 매커니즘.
그것을 과거 선수였던 킹귤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보였다.
‘틈이 생기고 있어.’
이 미친 짓이 만들어내는 빈틈.
원래는 절대로 존재하지 말아야 할 그 틈이.
로마에게서 점점 나타나고 있었다.
콰아앙!
기마대가 로마군의 측면으로 부딪치며,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는데.
캐스터도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다.
“뚜, 뚫리는데요!? 역으로 로마가 뚫려요!”
놀랍게도 그간 전혀 흔들림이 없었던 로마 군대가 휘청인다.
“아니! 최순신!! 이건 의도된 건가요!?”
킹귤은 이 미친 짓이 어떻게 적들의 틈을 만들어내는지, 알아냈다.
“왜요!? 뭐가 있나요!?”
“총지휘관이 등장하니까! 그렇게 조직력이 좋던 로마가! 지금 방패 방향이 다 저쪽으로 쏠린 거예요!”
일확천금을 꿈꾸지 마라.
쉽게 부를 이루려 하지 마라.
쉽게 잃을 것이니.
흔한 자기계발서나 투자 지침에서 늘 보던 말들.
말로 들을 땐 이걸 왜 못 지키나 싶지만.
막상 자기 얘기가 된다면 어떨까?
“아무리 로마라도! 이걸 어떻게 참냐구요!”
아무리 훈련된 자일지라도 못 참을 정도의 유혹이란 게 있다.
누가 봐도 너무나 완벽한 리턴, 그리고 상대적으로 터무니 없이 적은 리스크.
“그렇죠! 저 사람만 죽이면! 게임 끝나거든요?!”
지금 달려들어 총지휘관을 죽이면 모든 게 끝난다.
모든 걸 내던지고 달려들어도 총지휘관을 죽일 수 있다면 상관없다.
아니, 애초에 이 모든 게 총지휘관을 죽이기 위해 존재한다.
이 게임은 그런 게임인 것이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고도로 훈련된 최상위권 로마 선수들일지라도, 모든 걸 내던지고 달려들려 한다.
아니, 오히려 그런 그들이기에 이런 판단을 내린다.
그들은 이 게임의 본질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명령 체계가 무의미해지고, 진형도 무너진다. 병과도 잊혀진다.
그 모든 것도 결국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로마군은 단 한 점을 향해 달려든다.
“로마의 방패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킹귤이 성토한다.
지금 벌어지는 이 기적을 단 한마디일지라도 어떻게든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들의 정신을! 군의 개념을 박살 내버렸습니다아아아아아!”
군대가 군대일 수 있는 이유.
흔히들 같은 목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반만 정답이다.
그들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여러 방책을 짜고 그 방책에 맞는 톱니들이 각자의 일을 하며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들이 모두 같은 목적을 향해 달린다고 해서,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경영에 뛰어든다고 해서 회사가 성공할 수 없다.
모든 축구 선수가 골을 넣기 위해 상대 골대로 돌진하지 않는다.
그랬다간 오히려 무너져 내릴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로마군이 오로지 총지휘관만을 노리는 것처럼, 무너져 내린다.
쿠구구구궁……!
“바, 방패벽이!”
“방패벽이 지금 와해됐어요! 완전히! 그럼 원래 있던 조선 보병들도 할 만하죠!?”
전방에서 밀리기만 하던 조선의 검수부대.
그들 중 선두에 있던 목이가 앞으로 튀어나온다.
“들어가아아아아아!!”
콰과광!
로마군 서넛이 연달아 무너져 내린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지금 너 나 할 것 없이 죄다! 죄다 총지휘관! 최고다이순신을 노리는데! 안 죽습니다! 안 죽어요!”
“기염을 토할 전투력입니다아! 일본전 때도 나왔지만! 미친 사람이에요! 이 사람!”
한 사람만 죽으면 이 모든 것이 의미를 달성한다.
총지휘관이다.
그런데 그 총지휘관이 안 죽고 있다.
여전히 최전방에서 칼을 휘두르며 맹렬하게 앞으로 더 나아가고 있다.
“여, 여기서 더!? 더 나가나요!?”
“이제 뒤로 빼도 되는 거 아닙니까!?”
한 번 불이 붙은 기세는 좀처럼 꺼뜨릴 수 없다.
아니, 그래선 안 된다.
멀쩡하던 로마군이 크게 흔들린 것처럼, 지금 이 기세도 순식간에 찬물로 가라앉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멈추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런 건 선택지에 없었다.
이 전장에 나선 순간, 뒤는 없었다.
‘끝까지……!’
그녀는 끝까지 갈 생각이다.
‘신호가…… 올 때까지!’
그 신호가 올 때까지.
* * *
“허억…… 헉…….”
아몬드와 롸떼는 뛰고 있다.
“왜, 왜 아무 명령이 없지?”
롸떼는 불안했다.
아까부터 명령이 오지 않고 있다.
“지금 여기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닙니까!?”
비록 단둘이어도, 이 전장만큼 중요한게 없을 텐데.
명령이 안 온다.
최고다이순신이 이런 실수를 할 리가 없다.
그러니 금세 뭔지 알 수 있었다.
“이거…… 더 서둘러야 될 수 있겠습니다.”
엘리전 양상.
그 와중에 지휘관에게 문제가 생긴 거다.
물론 스스로 사지로 뛰쳐나간 것이지만, 롸떼의 머릿속에선 지금 지휘관은 적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더 빨리 가야 했다.
그들은 전속력으로 멀티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던 중 아몬드가 읊조린다.
“온다.”
적들이 그들을 발견했다.
로마군이 뛰쳐나오기 시작한다.
최대한 본관에서 멀리서 싸우고 싶을 것이다.
반면 롸떼와 아몬드는 아니다.
궁수지만 최대한 본관에서 가까운 곳에서 싸우고 싶다.
“뛰어!”
“예!”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들은 내달린다.
그르륵.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으로 달리며 시위를 당긴다.
아몬드의 눈이 빠르게 전황을 훑는다.
‘8명…… 정도 되나.’
타깃은 많고 활잡이는 둘뿐이다.
파아앙!
그래도 화살은 날아간다.
로마군이 방패를 들어 올린다.
터엉!!
롸떼의 화살이 막힌다.
그 틈에 아몬드의 화살이 옆으로 꺾여 들어간다.
퍼어엉!
목 틈새에 꽂힌 화살에서 하얀빛이 비산한다.
‘하나.’
일곱 남았다.
적들은 계속 앞으로 달려온다.
아몬드와 롸떼도 달려갔다.
아몬드가 시위를 당긴다.
화살이 연이어 다시 쏘아진다.
퍼벙!
무장 병사 하나의 머리로 화살이 꽂혔다.
그러나, 그는 잠시 휘청이다가 다시 일어서 달린다.
‘집중 모을 시간이 없어.’
무장병사는 머리를 제대로 쏴도 한 대로는 쉽게 안 죽는다. 집중 팩션의 힘까지 곁들여야 한다.
이런 급박한 순간에 집중까지 모을 여력은 없다.
‘어쩌지.’
지금 조선 본진 상황을 모른다.
얼마나 밀리고 있을지.
이미 지휘관 명령이 안 내려온다는 건 거의 최악의 상황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붙는다.’
점점 적들의 거대한 메이스가 가까워지고 있다.
아몬드는 차라리 붙기로 한다.
일단 앞으로 가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대로 물러나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러나 그들의 장애물은 무장병사만이 아니었다.
“롸떼! 위!”
──척!
방어탑 위 석궁병이 쪽을 노린다.
이제 방어탑 사거리 안인 것이다.
롸떼는 몸을 날리며 볼트를 피하려 했으나.
“?”
퍼엉!
그전에 석궁병의 머리에 하얀빛이 비산한다.
아몬드의 화살이다.
“와, 와아아!”
감탄하는 롸떼.
그러나 이제 무장병사들의 메이스가 코앞이다.
덜그럭.
철갑의 서슬 퍼런 소리가 울려 퍼진다.
“혀, 형님 어쩔까요!? 무장병사는 진짜 무린데……! 다른 데로 돌아갈까요!?”
롸떼가 뛰면서 묻는다.
“그냥 통과해!”
“예!?”
“그냥 통과하라고!”
“어, 어떻게요!!”
“민병대잖아!”
“예에에?!”
롸떼의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아몬드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죽어어!”
후우웅!
거칠게 공기를 찢으며 휘둘러지는 메이스가 눈앞이었기 때문이다.
‘이걸 피하면…….’
슥.
아몬드는 화살을 뽑더니, 림보하듯 허리를 뒤로 젖히며 다리를 접는다.
──치이이익!
그의 무릎이 흙바닥을 긁으며 그대로 무장 병사의 팔 아래를 스쳐 간다.
메이스 역시 허공을 갈랐을 뿐이다.
‘기회가 온다.’
대신 아몬드는 위로 활시위를 당긴다.
그르륵……!
거의 드러누운 채로 조준되는 화살.
심지어 시위 하나에 2개의 화살이다.
“이런─”
무장병사는 아래를 내려보며 탄식하지만, 이미 늦었다.
──퍼엉!
무장병사의 의식이 날아가 휘청인다.
턱에 꽂히는 2개의 화살.
무장병사는 몰랐다.
근거리로 붙으면 다수의 화살을 너무 쉽게 맞는다는 치명적 단점이 생긴다는 걸.
쿵……!
아몬드의 뒤로 무장병사가 쓰러진다.
‘됐다.’
다시 얼른 일어난 아몬드.
그는 뭔가 깨달은 듯한 눈이다.
이번엔 우측을 향해 돈다.
그곳에도 그를 향해 메이스를 휘두르는 병사가 있다. 아몬드는 오히려 더 가까이 간다.
‘약점이 있었어.’
그 메이스가 아몬드에게 닿기 직전.
퍼벙!
복부에 무려 3발의 화살이 동시에 꽂힌다.
“!”
쿵……!
그 역시 쓰러지고, 아몬드는 그 시체를 넘어 다시 뒤를 돈다.
아몬드의 뒤를 노리고 오던 병사가 있었다.
그 역시 메이스를 크게 휘두르는데.
아몬드 머리가 있던 자리를 휘저을 뿐.
심장에 세 발의 화살이 연달아 박히면서 병사는 단박에 쓰러진다.
쿵!
순식간에 무장병사 셋이 쓰러진 것이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남은 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이다.
원거리에게는 거의 무적이나 다름 없다 평가받는 무장병사다.
그런 이들이 궁수에게 근접 구도에서 순식간에 셋이나 쓰러지다니.
‘공격할 때가 약점이다.’
무장병사들은 동작이 크다.
그들이 약점을 드러내는 순간은 공격을 시도할 때였다.
공격할 때는 방패가 메이스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몸의 중심부가 드러난다.
메이스는 민병대의 속도에 비하면 느려서 아무리 가까워도 집중하면 100%로 피할 만했다.
결국 가까이 가서 공격을 흘리면서 이쪽 화살을 쑤셔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로마군은 쓰러졌다.
남은 건 딱 셋이었다.
반면 조선은?
‘둘인가?’
아몬드는 옆을 돌아본다.
옆에서 괴성이 터져 나온다.
“으어으아!”
롸떼다.
그는 우당탕탕 구르면서 등장한다.
통과한 것이다.
그 뒤에는 쓰러진 무장병사 하나가 보인다.
‘둘이네.’
이제 2 대 3이다.
수적 열세에서 순식간에 거의 동률.
그러나 남은 로마군은 이제 달려들지 않는다.
그들은 뒤로 오히려 더 물러난다.
“달려들지 마라. 우리는 뒤에서 지킨다.”
가장 앞에 있는 기다란 창을 지닌 자가 그렇게 명령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피에르]역시나 마지막 수문장은 피에르였다.
그는 처음부터 여기 멀티를 지키는게 목적이었던 거다.
그는 애초에 회관 안으로 들어가서 지킬 셈이다.
그 안은 너무 좁아 활을 자유자재로 쏘기 어렵고, 방패가 모든 공간을 틀어막을 수 있어 유리하다.
저들이 회관에 들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형님. 여기서 한 발 앞으로 가면 이제 회관 사거리입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따라 들어갈 수도 없었다.
회관이 쏘는 화살을 피하면서, 저들이 회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민병대를 켜놓은 입장에서는 최악의 구도였다.
“오케이.”
그런데 아몬드의 입꼬리는 오히려 올라간다.
그의 손이 허리춤에 달린 통아(*편전을 넣고 쏘는 대나무통)를 향했다.
‘깡통 놈들이…… 궁수 상대로 뒤로 물러나?’
상대가 뭘 망각한 건지 알려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