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6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37화
107. 마지막의 마지막(3)
아직도 최전방에서 적을 베어 넘기는 조선의 총지휘관.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애애애애애한! 민! 국!”
한국 관중들의 함성 소리는 끝도 모르고 커져만 갔다.
어느 순간부터 로마의 응원가는 들리지 않았다.
“로마 입장에선 어이가 없을 겁니다아!”
그들은 지금 응원을 이어갈 정신이 아니었다.
이번 판을 지면 그대로 시리즈가 끝난다.
국가대항전이 막을 내린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런 상황에서도 최고다이순신과 그녀의 군대는 적을 베어 넘기고 있다.
로마군은 이제 어딜 막아야 할지, 정말 총지휘관을 노려야 할지 혼란스럽다.
명령 체계도 완전히 뒤틀렸다.
안토조차 판단에서 오류가 나는 것이다.
옳은 판단은 지금 최고다이순신을 향해 올인하는 것이지만.
계속 막히고 있었다.
“명령을 따로 받고 있지 않은 조선이 오히려 더 군대처럼 움직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지휘되는 조선의 군대가 훨씬 더 군대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시빌엠은 유닛 하나하나가 다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가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게 시빌 엠파이어에요!”
“근데 이건 도가 지나치게 말이 안 되긴 합니다!”
* * *
“말도 안 돼…….”
한국 팀의 관중석.
응원의 파도 한가운데에서 한 남자가 멍하니 중얼거린다.
“전자파.”
그는 과거 최사랑과 같은 팀이었던 원딜러, 코스믹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과거 닉네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난 3년간 보지 못했던…… 입에 담지도 못했던 그 이름이다.
그녀는 불명예스럽게 사라졌다.
코스믹은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전자파가 돌아왔어.’
그런데 지금 그녀는 결국 돌아왔다.
이름은 사라졌어도, 명예롭게 다시 섰다.
모든 적들이 노리는 자신의 목을 자신 있게 내놓으면서, 모두의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다.
자신이 전쟁 그 자체였다.
아직까지 조선이 한참 불리한 흐름이다.
이성적으로는 분명 그랬다.
그런데 코스믹은 확신했다.
이건 로마가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조선 본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그저 큰 전투지만, 조선에게는 전쟁이다.
이걸 전쟁이게끔 하는 존재가 가장 앞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는 게 곧 모든 패배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지금 지면 끝나는 건 로마인데도.
시각적으로, 현상적으로, 동물적 감각으로 조선군은 자신들이 그 상황에 처했다고 믿고 있게 됐다.
전쟁의 심장이 자신들의 앞에 섰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역으로 뚫려 나간다.
로마의 방패가 무너져간다.
로마는 지원군이 계속 공급되는데도, 조선은 이미 생산 시설은 놓은 지 오래인데도.
상관이 없었다.
관중들조차 그런 걸 누구 하나 지적하지 못했다.
광란이다.
모두가 미쳐 있다.
한 사람이 만들어낸 어떤 흐름 때문이다.
‘더 강해져서…… 돌아왔어.’
비록 다른 게임이라 그 능력이 한참 떨어진다 할지라도, 코스믹은 알 수 있었다.
전자파는 이전보다 더 강해져서 왔다.
코스믹의 눈이 흔들렸다.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한순간도 부활을 꿈꾸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것을.
그렇지않고서야 어떻게 전혀 다른 게임에서 이 정도로 활약할 수 있단 말인가?
AOS 장르와 RTS 장르는 탁구와 야구만큼 다른데.
어떻게 이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
그야, 멈춘 적이 없어서다.
그녀는 한 번도 프로게이머가 아닌 적이 없었다. 늘 돌아오려 했었다.
그러니까 전자파는 팀을 버린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버린 거였어.”
팀이 해체된 것뿐이다.
모두가 서 있던 와중 한 사람만이 자리에 다시 주저앉는다.
모두가 경기장을 향해 고개를 길게 빼고 있는 와중 그만이 머리를 밑으로 파묻었다.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며 그는 한참을 일어서지 못했다.
“내가 버린 거였어.”
* * *
“지금 본진이 치열하게 싸우는 중에!!”
중계 화면이 반으로 갈라졌다.
너무 중요한 사항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
“아, 아니, 아몬드!! 롸떼! 어떻게 저기 가 있어요!?”
아몬드와 롸떼가 어느새 로마의 멀티 본관을 향해 뛰고 있다.
그들을 방해하는 병력이 거의 사라졌다.
“뒤, 뒤에 저 시체가 다 죽인 겁니까!?”
화면에 아몬드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리플레이가 재생된다.
앞으로 무작정 달려가면서 적을 쓸어버리는 아몬드.
“이…… 이게 지금 무장병사와 궁수의 대결이라고! 누가 생각하겠어요!!”
-ㄷㄷㄷ
-미쳤네;
-헐ㅋㅋㅋ
-진짜 이거 이긴다고?
-뭐야 저게
-견윅ㄷㄷ
“이, 이런 게 가능한 거였어요!?”
아몬드의 플레이를 보면 누구나 할법한 소리가 나왔다.
이런 게 가능했다니.
그랬다면 왜 조선이 밀리고 있었는가?
첫째 이유는 아몬드만 가능하니까.
둘째로는 아몬드조차 특정 조건에서만 가능하니까.
‘아.’
킹귤은 이제야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왜 최순신은 공격에 있어선 늘 소규모 교전을 유도하는 건지.
그저 생산 병력이 적어서?
아니었다.
생산 병력은 로마보다 많았다.
밀고 들어오는 로마 병력을 제대로 막지 못해서 크게 줄어들어 버린 것뿐이다.
바꿔 말하면 그 정도 병력 차이를 내야만 로마를 막는 게 가능하다는 거다.
1선은 몰라도 2선 3선에서 엄청난 실력 차가 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격은 1선이 나선다.
그리고 1선 궁수들이 가장 자신 있는 전투는 뭘까?
“대규모 전투에서는 아몬드 같은 플레이어가 활약하기 힘들지만! 이런 소규모 전투는 얘기가 다르거든요!?”
소규모 교전.
이게 아몬드가 가장 활약할 수 있는 무대였다.
“최고다이순신은! 애초에 그가 제일 잘 싸울 수 있는 무대를 계속 준 거였습니다아!”
-헉
-ㄴㅇㄱ
-그런거구나;
-그래서 계속 이런게 나오는거야??
-진짜 제대로 믿나보네 ㄹㅇ
안토가 매 날리기에서부터 이 상황을 설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최고다이순신이 굳이 매 날리기를 그때 활용해 버린 건.
그녀가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 게 안토와는 완전히 달랐다는 방증이다.
애초에 대규모 전투로 이길 생각이 없었다.
안토가 본진에 오더라도 규모로 막아내면서 소규모 편대가 공격을 들어가는 그림.
그게 조선의 승리 방식이었다.
물론 막는 과정에서 로마의 전투력이 생각보다 괴물이었던 게 계산 미스지만.
큰 그림은 어떻게든 들어맞고 있었다.
“지금 양쪽 다! 서로가 그린 그림대로 됐다고! 그렇게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현재 이 양상은 양측 모두가 원하던 그림이다.
“그렇다면 누구 하나는 틀린 그림이겠습니다아!”
지금 아몬드와 피에르가 만났다.
여기서 아마 판가름난다.
누가 맞는 그림인지.
“피에르를 여기에 빼뒀네요!?”
“예! 그만큼 의식하고 있죠!”
조선 본대를 쳐들어가는 공격전이 아니라 수비 임무에 배치된 에이스.
이것만으로도 안토가 아몬드의 소규모 교전 능력에 대해 꽤 의식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어어?!”
그래서일까?
“뒤로 간다고요!? 와……!”
안토는 남은 병력을 뒤로 물린다.
이 와중에도 유리한 곳에서 싸우려는 것.
“지독한데요! 안토!? 이걸 본관에 넣으려는 거죠!? 본관 안에서 싸우게 하려고!”
“아……! 근데 이러면 그냥 화살 쏘면 되지 않나요!? 알아서 거리 벌려주는데!”
근접 병사가 궁수 상대로 뒤로 물러나고 있는 기이한 광경.
그러나 킹귤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한 발 나가면 회관에서 날아오는 화살들이랑 같이 싸워야 하거든요! 여기서 쏴야 돼요! 그럼 편전 쏴야 하는데…….”
편전은 커브가 잘 먹지 않는다.
즉, 저들의 방패를 피해갈 수가 없다.
“방패가 문제입니다! 이대로 그냥 셋 다 회관 안으로 들어가서 소위 캠핑(*Camping, 주요 위치에서 기다리기만 하는 플레이) 해버리면! 솔직히 궁수 둘로는 무리일 거예요!”
회관 안쪽은 매우 좁다.
그런 곳에서 방패로 틀어막고 있다면, 활로 뚫는 건 무리였다.
“그전에 어떻게든 잡아야 됩니다!”
“근데 그게 되냐는 거죠!”
-헐 이러면 그냥 칼 집어야하나?
-노답이누
-ㅠㅠ
-야비한 놈들
* * *
본관 쪽으로 물러나는 상대.
아몬드는 더 이상 쫓지 않았다.
대신 아몬드의 활시위에 어느새 통아가 걸려 있다.
그르르르륵.
시위가 당겨진다.
‘후.’
그가 호흡을 내뱉은 후.
오른손의 미세한 떨림마저 잦아든다.
우우웅……!
하얀빛이 모여든다.
‘3명.’
상대는 셋이다.
모두 방패를 앞으로 세우고 뒷걸음질 치며 이동 중이다.
저들이 본관에 다 들어가면, 사실상 총지휘관을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옆의 롸떼를 바라본다.
롸떼와 눈이 잠시 마주친다.
“왼쪽부터. 같이.”
지휘관의 오더가 없으니, 아몬드가 대신한다.
롸떼가 끄덕인다.
“롸져.”
“지금.”
스륵.
아몬드가 시위를 놓는다.
하얀빛을 발광하며 화살이 쏘아진다.
쉬이이익──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기의 애깃살.
어지간해서는 방패로 막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만, 로마의 1선들이라면 다르다.
──터엉!
타깃이 됐던 왼쪽 병사가 방패 위치를 조정하며 막아낸다.
그런데─
“!?”
──퍼엉!
화살이 꽂힌다.
피유우웅!
뒤따라오는 파공음과 함께, 머리에서 하얀빛이 발광한다.
쿵.
병사는 단박에 쓰러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터진다.
그가 막은 건 롸떼가 쏜 화살이었다.
동시에 비슷한 경로로 쏘아졌던 아몬드의 화살이 미약하게 꺾여지면서 관자놀이를 맞힌 것이다.
동시에 완전 다른 부위를 타격하면 방패로 다 막을 수가 없는 것을 이용한 팀플레이였다.
“오른쪽.”
“옙!”
아몬드와 롸떼가 다시 동시에 시위를 당긴다.
이번 타깃은 오른쪽.
커브를 넣기에 용이한 양쪽 병사들부터 제거하는 것이다.
오른쪽 병사는 자신이 타깃이 된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벌써부터 방패를 수정한다.
‘머리만 막겠다?’
방패를 상향해 머리만 막아내면서, 뒤로 물러나는 속도는 굉장히 빨라졌다.
한 방에 끝나는 거만 막으면서 본관으로 최대한 빨리 가겠다는 심산이다.
본관 안에 성직자들이 들어오면 다시 치료할 수 있을 테니까.
키이이잉!
집중 3초가 다 모아졌을 때 아몬드가 오더한다.
“다리.”
“다, 다리! 옙!”
퍼벙!
아주 정직하게 양다리로 쏘아진 두 개의 편전.
“!”
쿵.
오른쪽 병사의 무릎은 순식간에 땅에 처박힌다.
다리가 날아갔으니,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고.
머리가 아닐지라도 편전 집중 3초 대미지를 두 대나 맞았으니 체력은 바닥.
거기에 중심을 잃고 절하듯 쓰러져, 이미 정수리가 훤히 노출되었다.
“가운데 쏘고 있어.”
“옙!”
아몬드는 집중을 다 모으지 않은 채, 곧바로 화살을 날려 쓰러졌던 오른쪽 병사를 처치한다.
퍼어엉!
남은 건 피에르.
터엉!
그는 롸떼가 쏜 화살을 막아내고는 전속력으로 회관으로 뛰기 시작한다.
[이동속도 증가]본관 바로 앞에 성직자가 도착해서 이속 버프까지 넣어준다.
이 순간부터 피에르는 뒤돌아 뛰어버린다.
그럼에도 방패를 뒤로 매서 상반신과 머리를 완벽히 보호 중이다.
‘으으…….’
어떻게 맞혀보려 각을 재보지만, 점점 멀어지는 탓에 힘들다.
‘시간이 없네. 이거라도.’
아몬드는 거의 화풀이하듯 한 발 쏴두고는 일어나 뛰었다.
“우리도 뛰자!”
“옙!”
퍼엉!
피에르의 발목에 아몬드의 화살이 적중했다.
피에르가 순간 느려졌다만.
[힐]성직자의 힐이 들어가면서 다시 재속도로 뛴다.
“성직자 쏴!”
“피, 피하는 게 먼저 같은데요!?”
피유우우웅!
아차, 회관의 방어 시스템 사거리 안이었다.
“!”
후두두둑……!
롸떼와 아몬드는 동시에 흩어지며 화살을 흘려냈다.
“후, 후아아아! 후아!”
롸떼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다시 앞으로 뛴다.
그러나 이미 아몬드와 거리가 조금 벌어졌다.
너무 격한 움직임으로 피한 것이다.
“뭐야, 왜 그렇게 못 피해!”
자신이 너무 앞서가게 된 걸 본 아몬드가 어이없어 묻는다.
“제, 제가 형님 같은 줄 알아요!?”
“아깐 잘 피했잖아!”
“그땐 최순신 누님이 일일이 찍어줬던 거예요!”
“뭐야…….”
그런 거였어?
“아, 아니, 그런 눈빛 하지 마시죠!”
“온다.”
“으, 으아아아!”
후두둑.
롸떼는 어찌 됐든 다시 피해내긴 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아몬드와 거리 격차가 더 벌어졌다.
“머, 먼저 가요! 제가 어떻게든…… 이미 갔네.”
아몬드는 이미 저 멀리 가고 있었다.
그리고, 피에르도 회관으로 들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