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6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38화
108. 가짜 활
“롸떼!! 아몬드!!!”
중계진이 흥분하여 침을 튄다.
예상치 못한 둘의 팀플레이로 셋 중 둘이나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걸! 이걸 잡아내는데요!?”
“이렇게 합이 잘 맞았나요!”
“근데 피에르는! 피에르는 못 잡습니다! 성직자들이 합류하고!”
“아아아!”
“이 한 명은 회관을 틀어막을 거 같아요!”
“이, 이러면 우리 시간은 얼마나 있나요!?”
-우리 ㅋㅋㅋ
-ㅠㅠ
-대놓고 편파 onㅋㅋㅋ
-아
-이걸 놓쳤네 ㅠ
-우리…… 라고 하셨다.
조선의 본진으로 카메라가 전환된다.
“아, 아직까지! 아직까지 살아 있어요! 최고다이순신!”
최순신을 필두로 한 기마대가 아직 살아 있다.
그들은 아직도 맹렬히 칼을 휘두르고 있다.
“이 정도면 불멸의이순신으로 바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왜 살아 있는 겁니까!? 이 게임 왜 안 끝나나요!”
“모, 모르겠습니다! 골키퍼가 필드에서 뛰는데! 골이 안 먹혀요!!”
-ㄷㄷ 이제 들어가면 안되나 ㅠ
-아니 골키퍼 김병지냐고 ㅠㅠㅋㅋㅋㅋㅋ
-이대로 그냥 쭉 싸우는거???
-불안해죽겠다
-제발 이겨라 ㅠㅠ
“하여간 조선에겐 시간이 좀 더 있어 보입니다!”
조선의 최후 항전이 생각보다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아몬드! 회관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제 건물 내부.
중계 카메라가 아몬드의 시점으로 바뀐다.
“여기서는 너무 좁아서! 화살이 어떻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나요!?”
좁은 복도 수많은 방.
그 자리를 막고 있는 것은 피에르 한 명.
그러나 그 한 명이 채우고 있는 존재감은 엄청나다.
그 뒤에 포진한 성직자들 때문이다.
“어어!?”
그때, 중계 화면이 반으로 나뉜다.
“!”
“이, 이게 무슨!”
쿵.
최순신이 낙마했다.
-헐
-ㄴㅇㄱ
-아
-ㅠㅠㅠ
-아 제발
-헉
-ㅁㅊ
그 순간, 마치 소용돌이처럼 모든 병사들이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계속! 더! 더 들어가아!”
후웅!
맹렬히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던 중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베어 나갔다.
여기서 완전한 승리까지…… 갈 수 있다.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어?’
후웅…….
순간 그녀는 자신의 칼이 느릿하게 움직인다 느꼈다.
그야, 그 칼이 움직인 만큼 자신의 몸도 뒤로 기울었기 때문일 것이다.
“!”
이 순간 모든 게 다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뭐야. 이건.’
모든 게 멈춰 버린 와중, 그녀의 눈만이 힘겹게 아래로 이동해 상황을 살핀다.
‘저건 대체.’
그녀의 말에 창이 박혀 있다.
누군가 바닥에서부터 기어 와서 창을 박아넣은 것이다.
어쩌면 말에 맞은 게 다행이었다.
‘전혀 몰랐어.’
시체인 척하다가 기어 와서 창을 꽂아버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역시 시빌 엠파이어는 기상천외하달까.
릴처럼 짜여진 틀이 있는 게임과는 결이 달랐다.
결국 이런 차이점에서 그녀는 빈틈을 보이고 만 것이다.
이히이잉……!
말이 고통스레 울부짖는다.
여기서 낙마하면 높은 확률로 끝난다.
“……! ……!”
식빵이 부리나케 말을 달리며 달려온다.
무어라 죽어라 외치고 있는데. 안 들린다.
그녀만 오는 게 아니다.
쿠구구궁……!
대지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모든 로마군이 달려온다.
그리고, 모든 로마군의 화살과 창이 날아든다.
‘안 끝났어.’
콰득.
그녀는 입술을 짓씹는다.
다리에 힘을 가하며 몸을 내던진다.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현장에서 먼 곳에 떨어져야 했다.
사랑의 몸이 날아간다.
‘멀리.’
그녀가 갈 수 있는 한 최대한 멀리.
잠시의 비행 후 바닥에 닿는다.
쿠웅!
“허억……!”
바닥을 구르며 시야가 뒤엉키고, 그제야 시간이 제대로 가는 듯했다.
그제야 소리들이 제대로 들렸다.
“지켜어어어어!!”
식빵의 외침.
“밀어라아아!”
“총지휘관이 낙마했다아!”
로마군의 고함.
모든 군이 일제히 모여든다.
퍼버버벅……!
조선군 대다수의 몸에 투창과 화살이 수도 없이 박힌다.
당장 쓰러지진 않더라도, 툭 건드리면 죽는 수준.
로마군이 부딪혀온다.
바다처럼 밀고 온다.
쿠우웅──
* * *
그르륵……!
아몬드는 회관에 들어서자마자 활시위를 당긴다.
‘역시. 막고 있어.’
피에르가 방패 뒤로 몸을 완전히 숨긴 채로 복도를 틀어막고 있었다.
화살이 날아갔으나, 방패에 튕겨 나간다.
──터엉!
“넌 이대로 못 지나간다. 게임은 끝났어.”
피에르가 방패 뒤에서 외친다.
방패는 거대하다.
확실히 저걸 지나쳐서 총지휘관을 찾으러 간다는 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면 좋지.’
아몬드는 다시 화살을 쏜다.
이번엔 무려 한 번에 세 발이다.
터더덩!
방패에 불꽃이 튀어 오르며 화살들이 떨어져 내린다.
방패는 여전히 굳건하다.
약간의 스크래치만 남았을 뿐이다.
그르르륵.
아몬드는 다시 활시위를 당긴다.
“무…… 무슨.”
피에르의 표정이 굳는다.
터더더덩!
또 세 발의 화살이 방패에 꽂힌다.
지금 아몬드에게 있어 이건 방패가 아니었다.
그냥 큰 과녁에 불과했다.
피에르의 눈이 떨린다.
‘내구도를 노리나.’
[방패 71%]여지껏 조금씩 달아온 내구도로 인해 현재 방패 내구도는 71%다.
화살로 방패 내구도를 전부 깎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근데 71%까지 깎였잖아.’
그러나 거의 불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건 천지 차이다.
0과 1의 차이.
그것만으로 인간은 컴퓨터를 만들었고, 지금 이런 가상현실 게임까지 구동되고 있다.
터어엉!
터덩!
계속해서 화살은 쏘아진다.
[방패 68%]활 중 최강 대미지라는 조선의 각궁.
거기에 마구잡이로 3발씩 쏴대고 있다. 생각보다 내구도가 빠르게 깎인다.
터더덩!
[방패 63%]‘이거…….’
피에르의 눈빛이 가라앉는다.
초조하다.
아몬드도 그렇지만, 그 역시 조선 본대 쪽 상황을 모른다.
터더덩!
[방패 59%]‘성직자들 바보 됐잖아.’
이 뒤에 포진된 성직자들이 아무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야 성직자들은 피에르를 치료해 줄 수는 있을지언정, 방패 내구도를 치료해 줄 수는 없었다.
‘그럼…….’
터더덩!
[방패 53%]방패 내구도가 확연히 절반 근처로 깎인다.
내구도는 낮을수록 더 가파르게 깎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피에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사실 한 가지였다.
턱.
그의 발이 앞으로 내디뎌진다.
‘내가 대신 맞아야 되는 건가.’
방패를 아끼고 자신이 대신 맞는다.
어차피 상대는 급소를 노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나간다. 체력은 다시 회복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
피에르는 소름이 끼쳤다.
아몬드의 표정을 읽은 것이다.
‘방금…… 눈이 미묘하게 따라왔다.’
슥.
그는 다시 얼른 발을 집어넣는다.
‘이걸 노린 거구나.’
피에르가 대신 맞으러 나가는 순간, 아몬드는 곧장 급소를 쏴 죽였을 것이다.
결국 피에르는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터더더덩!
방패가 다시 진동한다.
[방패 42%]아까보다 깎이는 폭이 커진다.
내구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그때부턴 가만히 있어도 내구도가 저하된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본대 상황을 추측컨대, 진작 끝났어야 한다.
근데 끝나지 않았다.
‘저 자식은…… 뭔가 알고 있는 건가?’
반면 아몬드는 여전히 태평하게 시위를 당긴다.
피에르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뭐지.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건가?
* * *
‘언제까지일까.’
아몬드도 시간을 모르는 건 매한가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을 뿐이다.
‘어차피…….’
어차피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였다.
그르륵─
시위를 당기고, 조준하고, 쏘는 것.
──터더어엉!
그가 선수가 됐던 이유도 이게 전부였다.
그냥 늘 쐈기 때문이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날이 춥든 덥든.
그는 활을 쐈다.
오른팔이 떨려 조준을 못할지라도, 그는 꿈속에서라도 활을 당겼다.
가짜 활이라도 당겼다.
그르르륵.
지금 그가 당기는 이 활시위도 그렇다.
이건 가짜다.
진짜 활시위와는 확연히 다른 질감, 장력, 떨림.
그러나 상관 없었다.
지금 그가 쏠 수 있는 게 가짜 활뿐이라면, 그는 쏘는 거다.
터더더덩!
가짜이기에 한 번에 이렇게 3발씩을 쏘는 기행도 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적의 방패도 점점 흠집이 난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피에르도 점차 흔들린다.
반면 상현은 흔들리지 않고 버텨 섰다.
늘 같은 자세 그대로.
그르르륵.
다시 시위를 당긴다.
비록 이게 가짜일지라도.
그냥 게임일지라도.
그는 태극마크가 없는 가짜 국대일지라도.
‘어쨌든…….’
콰득.
상현이 이를 꽉 문다.
쿵, 쿵, 쿵…….
심장이 점차 격하게 뛰기 시작한다.
오른팔이 조금씩 흔들린다.
‘쏘는 거야.’
터엉!
화살이 날아가 꽂힌다.
용접 같은 불꽃이 튀며 방패가 밀린다.
방패의 형상이 눈에 띄게 찌그러져 있다.
화살이 다시 쏘아진다.
터어엉!!!
불꽃이 더 크게 타오른다.
* * *
화르륵!
조선의 건물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로마군 일부는 조선 본진을 태우고 있었다.
돌아갈 곳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건물은 불타고, 총지휘관은 바닥에 쓰러졌다.
절망적인 상황.
그럼에도 사랑의 입가가 씰룩인다.
‘아저씨. 뭘 모르는구나.’
그녀는 활활 타오르는 전장을 보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뒤가 없으면─
‘그러면 앞으로 갈 수밖에 없잖아.’
──쿵.
그녀의 발이 앞으로 내디뎌지며, 상체를 일으킨다.
“뒤, 뒤로 가야 되는 거 아냐!?”
그녀를 앞에서 지키고 있던 식빵이 외친다.
그녀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총지휘관의 낙마가 다시 한번 그들의 이성을 깨운 것이다.
이대로 게임이 끝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일깨운 셈이다.
그러나 막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일어선다.
“뒤라니…….”
이 틈을 로마가 놓칠 리가 없었다.
후우욱!
그녀를 향해 무장병사들이 내달려든다.
쾅!
메이스가 찍힌 곳엔 사랑의 발자국뿐이었다.
“그런 거 없어진 지 오래야.”
촤아아악!
무장 병사의 목이 깔끔하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
이 순간 식빵, 커피 둘의 눈이 마주친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외쳤다.
“뒤, 뒤는 없다아아아아아아!”
“앞으로! 돌겨어어어어어억!!”
살길은 앞뿐이었다.
보병 기마병 할 것 없이 모두 달렸다.
사랑도 앞으로 내달렸다.
칼을 휘두르며, 두 발로 뛰었다.
모두가 앞만을 향해 달렸다.
* * *
[방패 17%]피에르는 기회를 본다.
‘앞으로 가야 된다. 이대로는…….’
방패도 슬슬 한계다.
아직도 게임이 안 끝났다는 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여기서 해결해야 한다.
그르륵.
상현이 다시 시위를 당긴다.
‘오나?’
그는 눈치채고 있었다.
피에르가 뭔가 승부수를 띄울 것을.
스륵.
그가 시위를 놓는 그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타악─
그가 방패를 치우며 첫발을 내디딘다.
[이동 속도 증가]우우우웅!
성직자의 버프.
피에르의 속도가 순간적으로 증가한다.
아몬드가 시위를 놓았으나.
카가가강!
피에르의 창이 화살 세 발을 순식간에 쳐냈다.
상현은 뒤로 물러나면서 쏠까 생각했지만.
‘안 돼.’
여기서 더 뒤로 가면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뛰었다.
“!?”
피에르와 거리가 순간적으로 심각하게 좁혀진다.
민병대와 성직자의 이속 버프의 합작이었다.
‘이런.’
창을 미처 다 휘두르지도 못한 채로, 상현이 붙어버렸다.
창도 너무 가까우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상현은 냅다 몸을 굴린다.
이대로 피에르를 통과한다면!
‘지나갔…….’
‘어딜.’
치이이익……!
피에르는 급정거하며 역으로 방패를 휘두른다.
후우웅─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방패로 치는 건 대미지는 없지만, 적의 통행을 방해할 수는 있었다.
──쿠웅!
“!”
결과는 적중.
상현은 예상치 못한 방패 공격에 복도 옆으로 짓눌린다.
‘어……?’
방패에는 대미지가 없으니 민병대라도 죽진 않았으나.
“끝.”
끝났다.
누가 보기에도 이건 끝난 싸움이었다.
방패에 짓눌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현을 향해, 피에르가 능숙하게 창을 짧게 고쳐 잡는다.
휘릭.
창날이 상현의 정수리를 찍어내린다.
그런데─
“!?”
하얀빛이 번쩍이며 그의 창이 날아간다.
──카아앙!
‘……무슨.’
피에르는 저도 모르게 시선이 뒤로 향한다.
“허억…… 헉…… 형님!!”
롸떼의 화살이었다.
그가 지휘관의 지원 없이도 회관의 공격을 뚫고 여기까지 들어온 것이다.
“뛰, 뛰어요!!”
타아악─
상현은 미친 듯이 앞으로 내달렸다.
“?”
피에르는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저기로 뛰는 건지.
날 죽이려 해야 하는 타이밍 아닌가?
저 자식 나한테 원한 있잖아.
그런데, 상현이 자신의 허리춤에서 꺼내 드는 걸 보고 직감했다.
‘어?’
통아.
편전을 쏘게 해주는 보조 장비다.
저건 아주 멀리 쏠 때나 쓰는 장비다.
가까운 타깃은 오히려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대체 여기에 멀리 있는 타깃이 뭐가 있을까?
‘설마.’
피에르의 초점이 점차 먼 곳을 향해 간다.
‘미리 도망가고 있었어?’
저 멀리에 보였다.
이 게임의 끝이.
그걸 상현도 본 것이다.
한쪽 무릎을 꿇는다.
치이이익.
무릎이 바닥에 끌리며, 시위가 당겨진다.
집중이 모인다.
상현이 잠시 눈을 감는다.
후우.
한 호흡 내쉰다.
꽤 멀다.
편전을 쓰더라도, 최대 사거리다.
‘3초.’
3초의 집중이 필요하다.
단 한 번의 기회다.
“안 돼애애애!!”
피에르가 절규하며 다시 생겨난 창을 뒤로 젖힌다.
투창이다.
그는 조준이고 뭐고 곧바로 내던질 셈이다.
어차피 민병대면 스쳐도 죽는다.
쿵.
그의 앞발이 땅을 찍으며 어깨가 앞으로 전진한다.
후웅!
피에르의 창이 던져진다.
‘2초.’
상현이 다시 눈을 뜬다.
우우웅……!
집중의 빛이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