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6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39화
109. 진짜 승리
피에르와 대치 중이던 때.
중계진에겐 이미 보였다.
“아, 안토가!? 여기서 한 번 더 꼬았어요!?”
“이걸 미리 나가나요!?”
안토가 나가고 있다.
이 급박한 와중에 안토는 또 한 번 강수를 둔 것이다.
지휘관 모드를 포기하고 미리 도망치는 것.
“이거 선수들이 아나요!?”
선수들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야말로 조선에 절망을 안겨줄 한 수였다.
“지휘관 모드를 해제하는 순간! 회관에 표시되는 총지휘관 위치가 안 보이긴 할 건데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알아야 하지만 지금은 대혼란.
피에르와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아몬드가 그걸 봤을까?
솔직히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 이러면 가도 또 놓치는 수가 있는데에!!”
해설진이 절규한다.
조선 본진이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경기의 마지막 희망은 아몬드가 안토를 더 먼저 잡아내는 것뿐이었다.
지더라도 한 경기가 더 있지만, 이 정도로 상대를 몰아붙이다가 잡아내지 못하면 다음 경기 컨디션은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 트로피가! 눈앞에 있습니다아아! 조선!!!”
조선 역사상 첫 번째 국가 대항전 트로피를 얻기 직전.
그 한 치 앞에서 놓친다고 생각해 보라.
다음 경기에 제대로 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들이 사실 프로가 아님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그렇다.
지금까지는 초월적인 인내로 버텨왔으나, 여기서 잡지 못하면 그간 쌓였던 것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잡아야 했다.
조선에게는 이게 마지막 경기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기회.
“어어어!?”
“아몬드! 방패에!? 밀렸어요! 아아아악!”
──쿵!
그 기회가 피에르의 방패술에 날아갈 뻔했다.
그것을 롸떼가 다시 살려냈다.
“롸떼에에에에!!”
중계진은 아까부터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로 애타고 있다.
“달려요! 달립니다! 피에르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
그리고, 아몬드가 곧장 안토를 향해 뛰어가는 그때.
“아몬드 알고 있어요!!”
아몬드가 알고 있다.
그걸 모두가 안 순간, 장내에 함성이 가득 차올랐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모든 관중이 일어선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아몬드! 아몬드가 알고 있습니다아아아!!!”
-ㄷㄷ
-뇌지컬몬드 ㄷㄷ
-헐
-와 제발 ㅠㅠ
-이거 알았어???
-진짜 눈치 챈거?
아몬드는 이 회관에 들어서는 순간 총지휘관의 위치 표시를 확인했다. 그때만 해도 분명 표시가 되고 있었는데 피에르와 싸우던 중 그 표식이 사라졌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뜁니다아아아아!”
안토가 도망쳤다는 거.
“이, 이거! 안토! 잡아야 돼요! 잡아야 돼요!”
그르륵.
아몬드가 시위를 당기며 자세를 잡는다.
그런데─
“어어 다, 다른 화면!”
“최, 최고다이순신!! 지금!?”
푸욱!
조선 총지휘관의 몸에 창이 박혔다.
-???
-!
-헐
-아……
-어??
-그러나, 가짜 국대 11화가 업로드되는 일은 없었다……
* * *
함성과 비명, 고함으로 가득 찼던 전장.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전장엔 적막이 흐른다.
“!”
로마군 하나가 내던진 창이 조선 총지휘관의 상반신을 뚫어버렸기 때문이다.
비단옷 안쪽으로 파고든 창은 확실하게 그녀의 뒤를 관통했다.
붉은 피가 창대를 타고 떨어진다.
“……미 ……미친.”
식빵이 눈을 부라리며 당장 말을 돌린다.
“제발. 제발.”
다그닥! 다그닥!
그러나, 달려드는 건 그녀뿐이 아니다.
근처에 있던 모든 로마군이 마지막 힘을 내며 돌파해 온다.
“마무리해!!”
총지휘관의 이동 속도는 이미 한참 느려졌다.
치명상 때문이다.
“지켜! 몸으로! 몸으로 막─”
후우웅!
이미 그전에 로마군 하나가 내달리며 온몸으로 창을 내지른다.
“──아!”
순간 모든 게 멈춘 것만 같았다.
‘저거 못 피하는데?’
아무리 최순신의 반사신경이 뛰어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각이다.
물리적 한계라는 게 있다.
그녀는 이미 속력이 한참 저하된 상태다.
더군다나 찔러오는 놈은 노련한 각을 구사했다.
어디로 피해도 어떻게든 맞거나, 혹여 기적적으로 피해도 다음 타격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일개 병사가 이 정도의 전투 센스를 갖춘 게 로마였다.
‘망했다.’
찰나 같은 이 순간에 불안, 분노, 고뇌, 좌절감…… 모든 부정적 감정이 몰려왔다.
이건 끝이다.
이건 미래를 보는 눈을 갖고 미리 피해야만 살 수 있는 각이다.
아니, 그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
이거야말로 체크메이트.
적의 왕을 완전히 끝내는 한 수.
저 창병은 이 게임의 롱기누스가 될 것이었다.
어쩌면 이제 그녀를 구할 건 기도뿐이다.
유일한 희망은 저 창이 찌르기 전, 그 찰나의 순간에 아몬드가 게임을 끝내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런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콰득.
식빵이 입술을 짓씹으며 말을 더 거세게 달린다.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더 준다면!
‘3초.’
치이이이익……!
아몬드는 무릎을 땅으로 끌며 자세를 잡는다.
그의 화살에 하얀빛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집중]오른손은 미약하게 떨리고, 그의 등 뒤엔 적이 창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후.
심호흡하며 곧게 시위를 당긴 그의 모습에서, 어떤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2초.’
창이 날아든다.
이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창끝이다.
──쿵!
그것이 땅을 찍었다.
“!?”
창병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피했─”
최순신이 피한 것이다.
파앗!
말 그대로 찰나에 흩어진 최순신의 신형.
창에 찔린 후에 나올 수 없는 속도.
버그에 가까운 움직임.
이해할 수 없었다.
──촤아아악!
감히 신성에 도전했던 이들의 마지막이 그렇듯, 창병의 목이 무참히 날아간다.
그 뒤에 총지휘관이 서 있었다.
그녀의 복부를 찔렀던 창도 없어졌다.
그야말로 완벽한 부활.
[민병대]모든 무장을 터뜨리면서 속력을 올릴 수 있는 능력.
민병대다.
이제 왕은 민병이 되었다.
그 단 한 번의 기회를 여기서 사용한 것이다.
이제 다음은 없다.
‘1초.’
키이이이잉!
상현의 화살이 완연한 하얀빛으로 타오른다.
이 하얀빛이 모든 걸 끝내리라.
하얀빛이 상현의 부릅떠진 동공을 집어삼킨다.
‘지금.’
* * *
같은 양궁부 후배였던 현주가 어느날 이런 걸 물어봤다.
“근데. 거기서 하는 게 진짜 활이랑 똑같아?”
게임에서 당기는 활이 진짜 활이랑 같냐고.
“아니.”
상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좀 많이 달라.”
“그래?”
“결국에는 가짜니까.”
그립감, 무게감, 장력, 화살이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느낌…….
사실 무엇 하나 똑같은 걸 찾는 게 어려운 수준이었다.
활쏘기에 어려운 것들은 다 걷어낸 채, 편리한 재미만을 담아둔 어린이용 활을 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걸로 괜찮아? 가짜로?”
“으음. 뭐, 당연히 진짜를 당긴다면 더 좋겠지.”
상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인정해 버리자, 현주가 크게 웃는다.
푸하핫.
“왜?”
“난 오빠가 그래도 ‘나한텐 이게 진짜야.’ 하면서 좀 감동적으로 말할 줄.”
“엥?”
“그야 엄청 열심히 쏘던데, 게임에서. 솔직히 우리 연습할 때만큼 열심히 아냐? 완전 막 심취해서 쏘던데.”
파바바밧!
현주가 입으로 소리를 내며 아몬드의 연사를 흉내낸다.
상현이 고개를 슥 돌려 버린다.
“그래도…… 가짜는 가짜야.”
* * *
가끔씩 잊어버린다.
지금 당기고 있는 이 활시위는 0과 1로 만들어진 가짜라는 거 말이다.
여기에서의 죽음도, 군의 함성도, 지형도, 나무도 전부 가짜였다.
그런데 우습게도 가끔 헷갈린다.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명백하게 가짜인데도 헷갈린다.
당연했다.
어떻게 헷갈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간, 압박, 긴장, 승부.
관중들의 함성, 희철의 꿈, 아지트에서 동고동락한 모두의 시간, 200명의 열망.
사랑의 희망.
이 모든 건 손으로 만져질 만큼 진짜인데.
어떻게 헷갈리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 모든 걸 그저 ‘가짜’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지금.’
이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이 순간.
스륵.
상현이 활시위를 놓아준다.
‘이 순간은 진짜니까.’
파아아앙!
통아를 타고, 작디작은 애깃살이 가속을 받으며 쏘아진다.
바람을 찢어내며, 스스로의 길을 만들면서 적을 향해 날아간다.
화살은 그 모든 순간들의 끝을 향해 나아간다.
슈우우우우우우우!
하얀빛이 혜성의 꼬리처럼 늘어진다.
수많은 이들의 기원을 담고, 그것은 맞닿는다.
“!”
가장 처음.
가장 올곧은 자세로 쐈던 그 화살이 과녁의 적중했던 것처럼.
화살은 안토의 머리에 닿는다.
──퍼어엉!!
안토가 휘청거린다.
휘청거리면서도 앞으로 몇 발 내디딘다.
이 짧은 순간 동안 모두가 숨 죽였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라도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토의 몸이 이내 축 처지며 쓰러진다.
쿵……!
동시에, 상현의 뒤쪽에서부터 피에르의 창이 뚫고 들어온다.
그러나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이 창은 가짜다.
이것이 진짜일 수 있었던 순간은 지나갔다.
이에 상현이 나지막이 승리를 선언한다.
“치키챠.”
그리고 이 세계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두 글자로.
[승리]국가 대항전의 진짜 승리자는 가짜 국대, 조선으로 선정됐다.
이 순간 온 세상이 하얗게 타올랐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떠내려갈 것만 같은 함성이 귓가를 때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상현은 곧장 캡슐 밖으로 튀어나갔다.
밖은 어느새 어두워진 밤.
짙은 곤색의 하늘, 그 위로 오색 빛깔의 폭죽이 터져 나온다.
퍼버벙!
오색 빛으로 번쩍이는 잔디밭 위, 상현은 내달렸다.
“조선이!!!”
중계진이 오열했다.
“조선이……!”
캐스터는 말을 잇지 못했다.
킹귤이 대신 고래고래 외쳤다.
“조선이 이번 대회의 최강이라 평가받던 로마를 제치고! 국가 대항전을 우승했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믿기지 않는 말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완전한 승리 선언 후.
스크린에 선수들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치지지직.
가짜 국대 1화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하얀 배경, 의자에 앉은 상현이 말한다.
「목표는…….」
카메라를 향해 말하는 그의 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우승이요.」
캐스터가 감정을 추스르고 일어나 외친다.
“조선이! 그 모든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국가 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쥡니다아아아아!!”
모든 관중들이 일어섰다.
모든 선수들이 캡슐 밖으로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누구 하나 약속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한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지휘관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뛸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상현이다.
“허억…… 헉…….”
치이이이익.
그녀의 캡슐이 열렸다.
그녀가 떨리는 고개를 돌린다.
눈이 마주친다.
호수에 물이 가득 차올라, 범람하고 있었다.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상현은 확신했다.
왜 자신에게 이렇게 긴 시간이 주어졌었는지. 그녀의 눈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상현은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손을 맞잡고, 균형을 잡으며 몸을 일으킨다.
떨리는 다리로 일어선다.
함성으로 그들의 이름이 연호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최순신! 최순신!”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이때 모든 선수들이 도착했다.
싱크 탱크 팀도 전부 오고 있다.
희철도 마치 계주 선수처럼 뛰어오고 있었다.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무언가를 뒤로 흩뿌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선수들이 맞닥뜨렸고.
“올려! 올려어!”
그들은 순식간에 사랑을 위로 들어 올렸다.
“어…… 어!?”
사랑은 당황하여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거기에 희철도 같이 들어 올려졌다.
“뭐, 뭐야?”
희철도 예상치 못했는지 거의 뒤로 누워서 끌려갔다.
그렇게 모두가 같이 관중들을 향해 뛰어갔다.
쿠구구구구……!
아침마다 강제로 뛰었던 걸 자랑이라도 하듯, 모두가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관중들의 함성이 점점 더 거세진다.
그때 밑에서 치승이 둘에게 외친다.
“구호 말할게요! 구호!”
“치키챠?”
사랑이 잘못 짚자 손사래 치는 치승.
“아니! 다 같이 하는 거!”
“……?”
아.
기억났다.
그녀는 희철과 눈을 마주쳤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위로 뻗으며 외쳤다.
“괴수!”
그러자 달려나가는 선수들 모두가 팔을 벌리며 고함을 내지른다.
가장 선두의 상현도 어느 때보다도 입을 크게 벌리며 외쳤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젠 다시는 다 같이 외치지 못할 구호를.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완결-
겨울과 함께 시작됐던 국가 대항전.
우리 모두는 겨울 안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 여겼으나.
봄이 완연한 시기까지 우리는 일본에 머물렀다.
여름도 아닌 주제에, 일본의 늦봄은 상당히 더웠다.
어느 날 소연이가 운동장에 마련된 정자에 드러누우며 말한 적이 있다.
“아, 여름이었다.”
지금은 여름 같은 봄이지만, 그때는 정말 한여름이었다.
쨍한 초록 잎사귀들 사이로 햇살이 화살처럼 내리꽂히는 그런 뜨거운 여름 한복판이었다.
그런 만큼 양궁부는 더욱 바빠졌다.
쉽게 몸이 풀리고, 시위도 느슨해지는 여름이 양궁의 계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양궁부의 선수들이라도 여름은 여름이다.
무지 덥다.
난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입에 집어넣으며 중얼거린다.
“여름이었다가 아니라. 한창인데?”
“이거 뭔지 몰라?”
“……?”
“만화에 자주 나오는데.”
“만화에서도 한참 여름에 나와?”
“응. 대신 뭔가 거대한 일이 끝나고 나서? 뭔가 한여름 밤의 나른한 꿈이 다 지나갔다는 걸 알고 나서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우린 이제 시작인데.”
실제로 이 말이 맞았다.
양궁 대회는 아직 나가지도 않았다. 여름도 아직 한창이고.
그녀는 햇볕을 너무 받았는지 열이 가득한 얼굴로 일어나 화제를 바꾸었다.
“일본에선 여름 축제에 불꽃놀이를 한대. 알아?”
고개를 끄덕인다.
양궁 말고는 문외한인데도 일본 여름의 불꽃 축제 정도는 알았다.
워낙에 여러 곳에 등장하니까.
“나 일본 가 본 적이 없어. 실제로 보면 어떨까?”
바로 옆 나라인데도, 가 본 적 없는 건 마찬가지다.
여름밤 하늘에 수놓이는 불꽃은 어떤 느낌일까?
“그걸 보고 나서야 ‘여름이었다~’ 하더라고.”
그제야 깨달았다.
불꽃놀이를 말하기 위해서 꺼낸 말이었구나.
“나중에 보러 가자.”
“!?”
오늘따라 왜 이래.
소연이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휙 돌린다.
“누가 너랑 보러 간대?”
“어…… 그럼 누구랑?”
동공이 흔들리는 그를 보며 피식 웃는다.
“어디로 갈 건데.”
“일본이 유명하다며.”
“야. 우리가 일본을 어떻게 가!”
“왜 못 가? 바로 옆인데.”
“넌 무슨 나랑 그리스도 가고, 일본도 가?”
“그건 올림픽이고. 일본은 올림픽 하려면 멀었어.”
아이스크림을 마저 한 번에 집어삼킨 입술로 소연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그녀는 고개를 휙휙 젓더니, 대뜸 이렇게 소리 질렀다.
“못 가. 안 가!”
“……?”
벌떡 일어나서 도망가는 소연.
“어디 가!”
“교실! 너 안 뛰면 늦는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지?
정신이 번쩍 들어 뛰기 시작한다.
타다다다닥!
고교 내 작은 운동장의 한낮은 어느새 큰 경기장의 밤으로 바뀌어 있다.
어른이 된 상현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퍼버벙!
어두운 경기장의 하늘 위로 터져 나오는 불꽃.
그녀가 말했던 여름밤의 폭죽이다.
오색 빛깔로 빛나는 잔디들을 밟아가며 그는 계속 뛰어갔다.
“조선이……!”
중계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관중들의 함성이 온 동네가 떠나가라 터져 나왔다.
“조선이 이번 대회의 최강이라 평가받던 로마를 제치고! 국가대항전을 우승했습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현은 계속 뛰었다.
어느새 곁에 모여든 팀원들과 함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관중석을 향해 달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 화려한 불꽃.
퍼버벙!
퍼엉!
상현의 눈에 오색 빛 물감이 번져 나갔다.
눈이 부셔도 감지 않았다.
어느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영원히…….’
그는 알고 있었다.
인생의 어떤 장면들은 영원히 함께한다.
그리고, 이 순간도 그중 하나라는 걸.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