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7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03화
1. 기억할게(3)
조선 팀의 우승 직후.
아몬드 팬들의 커뮤니티에선 이런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와 결국 국가대항전 우승했네 근데 방송은?] [아몬드는 프로 안하냐?] [아몬드 그럼 이제 스트리머 안함??]아몬드의 개인 팬들에게 있어서 그의 우승은 100%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었다.
이전에 난트전을 우승했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이벤트 대회였으므로 참가자 대부분이 이미 전성기가 지난 전 프로이거나 스트리머였다.
그러나 국가대항전은 달랐다.
적어도 시빌엠 안에서는 공신력이 있는 프로급 대회를 우승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그는 지금 독보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FINAL MVP] [AAlmond]최종 MVP에 뽑혀 버린 것이다.
[헉 ㅋㅋㅋㅋ 파엠] [아아가 그만 잘해;] [와 파엠 ㅋㅋㅋ 미쳤네] [걍 이 대회에서 제일 잘했다는거임?]거기에 더해 이런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한 지도 좀 됐다.
[이거 끝나고 한국에 시빌엠 리그 제대로 생긴다던데. 이미 스폰 다 구했대]한일전 승리 이후.
한국 내에서 시빌엠 붐이 일기 시작했고, 프로씬에 대한 이야기도 빠르게 오갔다.
이미 국가대항전 팀을 스폰해 주고 있던 기업들에 더해 몇몇 기업이 더 참여해서 프로 리그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안 그래도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이니, 일은 일사천리로 흘러갈 것이고.
[아몬드 가냐 ㅠㅠ] [프로 아몬드ㄷㄷ] [영입 0순위일 듯 아몬드정도면]아몬드 팬들은 그가 프로의 길을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대체로 프로를 하기 전에 스트리머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직업 전환은 흔한 편이었다.
단…… 아몬드는 조금 경우가 달랐다.
[종합게임 스트리머가 프로로 넘어가는 건 ㄹㅇ 처음 아니냐?]한 게임만 파는 게 아닌 종합 게임 스트리머였던 아몬드.
시빌엠을 처음 시작했을 땐 심지어 완전한 초짜였다.
그런 그가 시빌엠 프로 선수로 갑자기 전환한다?
이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물론, 그런 사람이 국가 대항전 파엠을 받게 된 것도 전례가 없던 일이다.
모두가 겪어본 적 없는 일.
[일단 아몬드 말하는거 들어] [아아가 마이크 잡았다 ㅋㅋㅋ] [여기서 뭐라도 말하나?]아무래도 그가 이번에 진행하는 인터뷰에 어떤 힌트가 있을지도 몰랐다.
리포터가 향후 행방에 대해서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으니까.
* * *
파이널 엠비피 트로피를 받은 후.
상현의 앞으로 마이크가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아몬드 님!”
리포터는 여느 때처럼 밝은 목소리였는데,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아, 제가 아까 약간 좀 펑펑 울어 가지고…… 눈이 좀 빨갛습니다.”
상현의 시선을 눈치챈 건지 그녀가 해명한다.
-울었구나 ㅠㅠ
-리포터좌 ㅠㅠ 진심이었어
-그게 아니라 아몬드가 파엠된 거 보고 운 듯 ㅋㅋㅋ
-울음 나오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놈인데 ㅋㅋㅋㅋ
-인터뷰의 악마 발악 패턴에 눈물 주루룩
“우선 오늘 우승과! 파이널 엠비피까지 받게 된 거 너무너무나 축하드립니다!”
“예. 감사합니─.”
상현이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하자, 관중석에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 입장에서는 오늘 처음 듣게 되는 상현의 음성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엄마아아아아아! 아몬드 사줘!”
-인기 ㄷㄷ
-와
-미쳤다
-아직 사람 꽉 찬 거 보소 ㅋㅋㅋ
“와. 정말 엄청난 반응인데요? 아몬드 님 그럼 파엠 선정된 소감. 엄청난 우승을 만들어낸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상현은 사실 파이널 엠피비라는 게 있다는 것조차 몰랐고, 우승 소감 같은 것도 딱히 준비해 오지 못했다.
그는 시상식에 참가한 게 아니라, 대회를 나온 것이었으니까.
로마라는 상대와 결승에서 만나는데 그런 걸 생각할 만큼 한가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일단 있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최대한 말해본다.
“아…… 일단 저는 처음부터 조선이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구요.”
그 말에 또다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ㅋㅋㅋㅋㄹㅇ
-맞긴하지ㅋㅋ
-팩트) 저놈은 그냥 다 우승할거라고 생각한다
-겜알못이라 ㅋㅋㅋㅋㅋ
“근데 막상 쉽지 않았네요.”
“어떤 경기가 가장 쉽지 않았나요?”
“어…… 앞의 경기들은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늘 마지막 경기만 생각해 봐도, 지휘관이 시간을 끌어주지 않았다면 이길 수 없었구요. 제가 파엠을 받은 건 팀원들의 도움이…….”
그가 말을 하는 동안, 스크린에 다양한 사람들이 비췄다.
아몬드와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주혁이가 나와서 손을 흔들기도 했고, 벌룬스타즈 멤버들도 보였다.
루비소드라든가 가지볶음도 보였다.
‘왔었구나.’
상현은 그때서야 시청자들 중에 자신을 응원하러 여기 일본까지 와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는 얼굴을 직접 보니 놀라웠다.
“아, 팀원들! 선수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씀해 주시네요. 팀원들 말고도 오늘 또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우선…….”
이런 큰 승리를 하고 난 후.
늘 상현에게 떠오르는 사람은 사실 정해져 있었다.
「오~ 유상현. 축하해.」
어디 작은 대회라도 나가서 성적을 내고 돌아오면 늘 가장 먼저 반겨주던 목소리.
「너 완전 천재 같은 거 아냐?」
헤에.
양궁을 하던 그녀는 상현이 경쟁자로 보일 법도 한데도, 진심으로 기뻐해 줬다.
그가 천재라는 말을 들으면, 본인이 더 자랑스러워했다.
우리 양궁부에 천재가 있다면서.
「너 나중에 올림픽 금메달 따면 꼭 우리 언급해라? 알았지?」
그녀가 늘 기뻐해 줬던 만큼, 상현은 자신의 승리를 그녀에게 가장 먼저 바치고 싶었다.
난트전을 우승했을 때도 그랬지만, 결국 그녀만은 언급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야.’
지금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시상식에서 고인이 된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감사를 전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볼 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어떤 고통을 초월해서,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인지.
막상 이 자리에 서기 전에는 몰랐다.
「고인이 된 한소연 양에게 제 승리를 바칩니다.」
이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한소연 앞에 ‘고인’을 붙이는 게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버리는지.
완전하게 떠나보내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내면과 외면에서.
그녀는 죽는 것이다.
“……아몬드 님?”
잠시 대답을 망설이자, 리포터가 다시 묻는다.
상현은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마이크를 든다.
그는 다시 스크린을 쳐다본다.
루비소드, 가지볶음, 주혁이가 보인다.
벌룬스타즈의 멤버들도 보인다.
“처음 제 방송에 시청자가 우연찮게 네 명이 들어왔었습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상현에겐 다른 사람들도 생겼다.
“누구죠?”
“닉언하면 밴이니까. 굳이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
-본인도 함구냐고 ㅋㅋ
-이야
-참된 스트리머 ㅋㅋㅋ
“배, 밴인가요?”
“조심해야 됩니다.”
“넵.”
리포터가 끄덕인다.
뭔지는 알고 끄덕이는 건지 모르겠다만.
-ㅋㅋㅋㅋ리포터 ㅋㅋㅋ
-그냥 지나가나했다
-ㅋㅋㅋㅋㅋㅋ
-리포터님 ㅠㅠ ㅋㅋㅋ
-밴 안당한다구요 현실에선ㅋㅋ
“제 시작을, 아몬드의 시작을 함께해 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몬드의 시작은 어느 한 고등학교 양궁부가 아니었다.
그의 시작은 달동네 한 작은 집에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봐주시는 시청자분들. 저와 처음부터 함께했던 매니저, 아니, 이제 대표님인 주혁이 편집자 지아. 처음에 중고 캡슐 싸게 팔아주신 이강석 캡슐방 사장님. 그리고…….”
-아니 어디까지 가냐 ㅋㅋㅋ
-중고 캡슐 싸게 팔아준ㅋㅋㅋㅋㅋㅋ
-캬 ㅋㅋ
-ㅁㅊㅋㅋㅋ
놀랍게도 그 작디작은 시절부터 함께한 인연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여기까지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응원 와주신 벌룬스타즈 분들도 감사드립니다. 난트전이 아니었다면 팀 게임 대회를 해볼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스크린에 벌룬스타즈가 비춰진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들이 손을 흔들자 사람들이 환호해 준다.
-갓미호 ㄷㄷ
-크
-미호 왤케 우냐 ㅋㅋㅋ
-껌형 운다 ㅋㅋㅋ
-와 ㅋㅋㅋ
-다왔어??? ㄷㄷ
-의──리
그러고 보니 벌룬스타즈도 있다.
그러고 보니 벌룬스타즈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인 펑크 파트너십도 그리고……,
“처음 파트너 맺어주신 펑크의 오 실장님, 여러 도움 주신 한 이사님, 시빌엠 코리아의…….”
“……?”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감사 인사.
-아몬드 쉑 뇌지컬 뭐임ㅋㅋㅋ 기억력 무쳤네
-ㅁㅊㅋㅋㅋㅋ
-아성까지 안가서 다행
-엌ㅋㅋㅋ
-ㅁㅊ뇌절ㅋㅋㅋ
“아…… 음…….”
리포터는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몰라서 소심하게 그저 호응하는 말만 한다.
“그리고 우주 최고의 캡슐 다이버즈. 이번에 전용 캡슐 안 쓰니까 죽을 거 같더라구요. 또 빼먹을 수 없는 우승의 주역 ‘괴수’ 스포츠음료. 볼수록 눈이 편해지는 아성 디스플레이…….”
-이제 감사가 아닌데?
-아닠ㅋㅋㅋㅋ
-광고의 악마 개같이 부활
-그냥 감사가 아니라 회계 감사랍니다~
-인간 광고판 ㄷㄷ
-경기 다 끝나고 광고할 때 땀 흘리는 새끼…… 그저 자본주의에 충실한 새끼…… 절대 공산당은 못가는 새끼……
-???: 코노 방구미와 코란노 스폰서데……
-난트전 때의 데자뷰ㅋㅋ
그렇게 어쩌다 보니 상현은 원 없이 감사한 사람들을 읊어댔다.
얼마나 열심히 읊어댔는지 땀을 비 오듯 흘리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그는 소감을 그만두었다.
멘트를 마무리 짓는다.
“……이 모든 감사한 분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곳, 이 시간.”
모두가 그를 멍하니 바라본다.
상현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하나하나…… 이 모든 게 사라지더라도, 전부 영원히 기억할 것 같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캬
-마무리 좋네 ㅠ
-나도 ㅠㅠ
-평생 기억하지 ㄹㅇ
-크
그냥 광고 읊기로만 끝날 줄 알았던 말이 그래도 정상적인 소감으로 끝났다.
리포터는 한껏 안도하며 외친다.
“엄청난 감사 인사! 정말 잘 들었습니다! 저도 정말 감명이 깊었는데요. 그렇다면 아몬드 님?”
그녀는 준비했던 중요한 질문으로 넘어간다.
바로 앞으로 아몬드의 행보에 대한 것.
“지금 스트리머로 시작하셔서! 우승하고, 파엠까지 받게 되셨는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팬분들이 많습니다. 혹시 프로에 대한 생각이 있으신 건가요?”
그 말에 잠시 다른 데를 쳐다보고 있던 선수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향했다.
특히나 최사랑은 거의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가 침묵하는 잠깐의 정적.
그런데─
‘어.’
상현이 갑자기 휘청거더니.
──쿠웅.
무대 바닥으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