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7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09화
3. 마지막 화(3)
희철의 병명이 공개되고, 주혁은 깜짝 놀랐다.
‘이걸…… 허락했구나?’
희철이 이런 결심을 했을 줄은 몰랐다.
대체 왜일까.
그의 성격상 절대 공개하지 않아야 할 사생활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한부를 알게 된다는 건 별로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런 결단을 내린 거다.
더 이상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가득한 사람이 왜?
처음 그의 사연이 나오기 시작할 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년에 조선이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과정을 살아주세요.]이 말이 나오고서야 주혁은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런 큰 관심을 통해 남기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이다.
선수들에게 남긴다는 말은, 단순히 여태 함께했던 선수들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랬다면 영상이 아니라, 직접 만나서 전했을 것이다.
그는 ‘미래의 선수들’에게도 이 말을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다.
조선은 앞으로 우승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해 국가 대항전에 나갈 것이다.
그때마다 항상 선수들이 같을 리는 없었다.
계속 바뀔 것이다.
전혀 시빌엠과 상관없는 삶이지만, 이번 국가 대항전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도 언젠가 국가 대항전에 나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희철의 말을 기억할 것이다.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대항전에 나가는 모두가 그의 말을 머리에 새길 것이다.
이게 희철이 남긴 유산이다.
[무지개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닙니다.]이를 끝으로 가짜 국대가 마무리됐다.
화면이 암전했다.
검은 화면에 비친 주혁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이거…….’
딸깍.
그는 곧장 커뮤니티를 켜면서 반응을 확인한다.
‘되겠다.’
드르륵.
스크롤을 내리자 쫘악 올라오는 게시글들.
[속보) 쿠키 사실 죽을병 걸린 채로 게임함…….] [쿠키 뭐야 이런 일이 있었어?] [와 쿠키 진짜 징하다……] [국가대항전은 전설이었다;] [죽을 수도 있어서 다음을 준비한거였음 ㅠㅠㅠ]어느 커뮤니티건 가릴 게 없었다.
선수들이야 쿠키에 대한 일은 이미 대체로 알고 있었지만.
그 외 사람들은 처음 접하는 소식이다.
아무 생각 없이 봐왔을 쿠키의 모든 플레이들이 이제 이들에게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엥.”
그때였다.
갑자기 상현의 머리가 주혁과 모니터 사이로 끼어들었다.
“우냐?”
잠시 맥주를 가지러 갔다 온 상현은 주혁의 눈가가 촉촉해진 것을 본 것이다.
“에, 에이 깜짝이야!”
갑자기 끼어든 머리통에 주혁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난다.
“울긴 누가 울어!?”
주혁이 발끈하지만, 상현은 그냥 맥주캔만 흔든다.
“먹어라.”
“……씨.”
주혁은 뭔가 당한 기분이 들면서도 일단 그가 가져온 맥주를 받아 든다.
“그러는 지도 울까 봐 갑자기 맥주 가지러 갔으면서.”
“크흠. 따기나 해.”
타악─
뚜껑을 따자, 미약한 거품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자.”
둘의 맥주캔이 부딪친다.
통.
“수고 많았다.”
“그래…… 너가 많았지 뭐. 난 선수도 아닌데.”
“그건 그래.”
“……하.”
벌컥벌컥.
둘은 동시에 맥주를 들이켜고는 약속한 듯 ‘캬~’ 감탄사를 날렸다.
“근데…… 쿠키 님은 어떻게 되시는 거야?”
주혁이 넌지시 묻는다.
“글쎄…… 한국 와서 검진 추가로 받는다고 하셨는데. 결과가 어떤지는 몰라.”
“아…….”
가짜 국대의 마지막 제목이 기적이길래, 뭔가 더 바라봤던 주혁이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지.’
나온 시점을 봤을 때 희철에게 필요한 기적이 나올 만한 시간은 없었다.
아마 여기서 말하는 기적이란 조선 팀의 우승이거나…… 미래에 대한 기원이다.
“아. 근데 역시 맥주는 여기서 마셔야 돼.”
상현이 새삼스레 천장을 쳐다본다.
그가 말한 ‘여기’란 이 집을 말한다.
“그치.”
달동네에 박힌 초라해 보이는 집이지만, 들어오면 아늑한 공기가 느껴지는 따스한 공간.
이곳은 일평생 상현에게 집이었고, 주혁에게도 두 번째 집이 되었다.
“여기가 제맛이긴 하지. 이사 가면 섭섭해서 어떡하냐.”
아마 상현이 대뜸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사 때문이다.
“이사할 때 또 울면 되지.”
“……안 울어! 인마! 사실 내 집도 아닌데! 울겠냐!?”
주혁이 벌컥벌컥 더 맥주를 마시며 오징어를 뜯는다.
자신의 남성성을 표출하듯 거칠게 뜯어버린다.
이에 상현이 킥킥대며 웃는다.
“거기 가서도 가끔 이렇게 먹자. 재밌네.”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아서 소소한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는 것.
상현과 주혁이 초기에 이 모든 일을 시작했을 때.
둘은 거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이렇게 저녁에 맥주를 마셨다.
앞으로 방송은 어떻게 흘러갈 것이고, 어디까지 시청자가 늘어나면, 난 회사를 차리네 마네 어쩌구저쩌구…….
온갖 망상 같은 희망을 늘어놓던 시간이었다.
이들의 망상에 개연성 따위는 알콜처럼 날아간 채였지만.
놀랍게도 그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떠들던 이야기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게 이 둘이 오늘 조촐한 축하 파티를 기획한 이유였다.
국가대항전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것을 축하하는 파티이기도 하지만, 간만에 이들이 목표를 떠들던 그 시절 초심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지아는?”
“아. 지아는 오늘 당연히 장 피디네랑 회식이지. 거기는 이제야 끝난 거잖아.”
“그렇구나.”
상현은 아쉽다는 듯 끄덕이더니, 모니터를 쳐다본다.
“끝났구나. 다.”
시커면 화면엔 이런 문구만이 쓰여있다.
[지금까지 가짜 국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상현의 시선이 한참 동안 그 문구에 머물렀다.
어렸을 때 재밌게 보던 만화의 마지막 화에 늘 써 있던 문구였다.
“그래. 하지만 이제 시작이야.”
주혁도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거 봐.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그가 가리킨 건 영상 조회수다.
최초 공개가 끝나고, 이제는 조회수로 집계되기 시작하는데.
그 숫자가 엄청났다.
댓글도 미친 듯이 달리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쿠키님 어떻게 되신거에요? 왜 기적인데요?? 예???
└그건 아마 우승 말하는거인듯 ㅠ
-쿠키님 병 제발 낫기를 바랍니다
-병을 견디고 여기까지 이끈 쿠키님 진짜 너무 대단하고, 모든 억까를 견디고 결국 우승시킨 최고다이순신님도 대단하다.
-팀의 저력이 바뀐 이유가 비단 아몬드 때문만은 아니었구나……
└한 명으로 어떻게 되는 게임이 아님ㅋㅋ
└작년부터 슬슬 스타일 바꾸는 걸 연습하심
└조선이 원래 로마 같은 묵직한 스타일이었음. 이렇게 날랜 건 작년부터……
-목숨을 걸고 했구나. 정말로.
그 덕일까?
#실시간 화제 영상 7위
올라간 지 몇 분 만에 실시간 화제 영상 차트에서 벌써부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최초 공개에서 이미 70만을 찍어버렸으니, 한 시간도 안 돼서 100만 조회수를 넘을 것이다.
가짜 국대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야. 우리 구독자도 벌써 120만이다.”
“……와.”
상현이 가까이 와서 확인하더니 눈이 동그래진다.
“100만 뚫었던 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사실 아몬드의 올튜브 채널 구독자는 국가대항전 중에서야 100만을 뚫어냈다.
조회수에 비해 구독자가 높은 채널이 아니었다.
“어. 우리가 해낸 거지. 한잔해.”
둘은 축배를 들듯 맥주를 벌컥 들이켠다.
“크~”
“좋다!”
슬슬 취기가 오르는지 주혁의 목소리가 커졌다.
“야. 국가 대항전이 대단하긴 한 게. 아니, 갑자기 아버지가 오셔서 깜짝 놀랐다니까?”
“아, 아버지가!?”
상현은 술이 들어가면 말이 없어지는 성격인 데 반해, 주혁은 말이 많아진다.
전혀 반대지만, 사실 그래서 둘이 술자리 죽이 잘 맞는 것이다.
“어. 아버지가 갑자기 뚜벅뚜벅 걸어오셔서 제일 잘 팔리는 거 달라는 거야. 그게 뭔지 아냐?”
“???”
“엄나커아 슈트!”
푸하하하.
둘은 자지러지게 웃었다.
올해 환갑을 넘기는 아버지가 커서 아몬드가 되겠다는 슈트를 입는다니.
주혁은 얼굴이 벌게지기 시작했다.
술에 취하면 패턴이 생긴다.
상현이 주혁에 비해선 잘 취하지 않는 편이라 그의 패턴을 알고 있다.
일명 김주혁의 취권 3단계.
1단계: 아버지와 안 맞는다며 어쩌구저쩌구 썰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저번에 아버지가 찾아오신 게 컸는지 오늘은 조금 패턴이 달랐다.
사실 주혁에겐 아버지가 누구보다 큰 존재다.
욕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거대한 존재인 것.
그걸 알기에 상현은 이번에 주혁이 아버지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지 않은 게 마냥 신기하진 않았다.
언젠간 이럴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단계가 없다는 건 신기했다.
2단계: 아성 사람들 욕하기
이 단계에 오르면 주혁의 얼굴이 점점 벌게지기 시작하고, 목소리도 정점으로 커지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이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타악─
새롭게 뜯기는 맥주캔, 그 옆으로 빈 맥주캔은 점점 늘어나는데.
아성 이야기는 없다.
“……니까 사실 국가대항전 상품으로만 기획된 것들이거든? 근데 아몬드 모자는 아예 쭉 만들어도 팔리겠더라. 잘만 하면 패션 브랜드도 되겠어.”
그는 바로 3단계 전조 현상으로 넘어갔다.
3단계: 그러므로 내가 잘났다.
자신이 잘났기 때문에로 모든 결과가 도출되는 단계.
이때는 현재 아몬드 관련된 사업 이야기에 대한 망상이 가장 많이 나올 때다.
“엥? 뭔 패션 브랜드? 나 옷도 잘 못 입는데 무슨.”
상현이 손사래를 친다.
그러자 주혁이 휴대폰을 내민다.
“야, 야. 이거 봐라. 이메일에 패션 브랜드 협업 제안이 몇 개인 줄 아냐? 네가 옷걸이가 된다는 거잖아.”
“아니, 그러니까…… 모델 하는 거랑 패션 브랜드 하는 거랑…….”
“어차피 옷이라는 게 브랜딩 싸움이야. 우리는 이미 절반은 되어 있잖아? 옷 잘 만들어주는 사람 찾으면 돼. 그러려는 사람 줄 설걸?”
“흠…… 그정둔가.”
“어. 그정두라니까…….”
이상하다.
나중에라도 아성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국가대항전에서 제일 잘 팔린 게 사실 아몬드 모자가 아니라 아몬드 볼캡…….”
아성 사람들 얘기는 꼭 한 번이라도 얘기하던 게 김주혁이었는데.
그만큼 그곳에 미련도 원한도 많던 게 김주혁이었는데.
‘굿즈 이야기만 하네.’
상현은 그가 이젠 굿즈 관련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무심코 휴대폰을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반년.’
오늘로서 그들이 회사를 박차고 나온 지 반년이 흘렀다.
이 시간 동안 주혁은 더 이상 아성맨 출신 엘리트 김주혁이 아닌, 믹스넛츠의 대표 김주혁이 되어버렸다.
“아, 그러고 보니 플랫폼 있잖아. 파프리카에선 내일이라도 당장 만나자는데 어때?”
“아, 어. 근데…… 나 내일 그거야.”
“……그거?”
“팡어 형이랑 애들 만나.”
“아…….”
주혁이 끄덕이더니 뭔가 생각난 듯 묻는다.
“근데 생각해보니 국가 대항전 팀 회식도 제대로 못 했잖아.”
“그…… 렇지? 200명이나 되니까.”
“만약 다 모이면 어떠냐?”
“……?”
처음엔 이 자식이 술기운에 하는 소리인 줄로 알았다.
“그게 되나?”
그러나 아몬드가 한 달간 게임을 못 하게 된 이후.
“이것도 컨텐츠로 만들면 가능하지.”
주혁은 컨텐츠를 사냥하는 헌터가 되어 있었다.
“가능하지. 쌉 가느으흐아아암.”
다만 주혁은 슬슬 주량이 다 찼다.
* * *
벌떡!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난 주혁.
“어……?”
그는 벽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아씨.”
10시다.
출근을 안 한다는 걸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주혁은 옷도 제대로 안 입고 허겁지겁 휴대폰을 들어본다.
[부재중 전화 13건] [안 읽은 메시지 153건]남들이 보면 소름 끼칠 정도의 연락 숫자.
주르륵 스크롤을 한번 내려보고는 그는 화면을 넘어가 버린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 대항전 이후, 연락이야 미친 듯이 오는 게 일상이다.
주혁이 허겁지겁 일어난 이유는 이게 아니었다.
‘뉴스가 7시에 업데이트인데.’
각종 회사에서 오는 저런 연락?
광고 제의?
플랫폼 영업?
어차피 본질은 아몬드라는 스트리머의 유명세다.
그런데 어제 가짜 국대가 업로드됐다. 국가 대항전에 관한 관심이 슬슬 식어갈 즈음에.
‘이게 터지면 연락이야 계속 오는 거지.’
그는 바지춤을 끌어 올리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각종 인기 포털의 뉴스를 전부 동시에 오픈해 버렸다.
“!”
잠시 놀란 듯 마우스가 멈추더니.
씨익.
주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시각 인기 뉴스]1위) “과정을 살아주세요” 불치병을 이겨내고 조선을 우승시키다.
2위) 국가대항전 다큐멘터리 방영 후 다시 쏟아진 수많은 관심.
3위) 유명 배우 A 씨 “이거 보약이에요.” 마약 유통책이었다?
4위) 통신 3사 “망사용료 안 내면 도둑기업” 발언.
5위) 국가대항전 우승 뒷사연 공개에 수백만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