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88화
31. 연습한 아몬드(2)
플래티넘 1티어 55포인트.
이게 현재 아몬드의 랭크다.
55포인트에서 100포인트가 되면 다음 승급전을 치를 수 있다.
단, 플래티넘에서 다이아몬드로 넘어가는 건 승급전이 아니라 승격전이다.
세 판이 아니라, 총 다섯 판을 치러야 하며, 1등을 해도 한 판 더 순위 방어를 치러야 한다. 꽤나 험난한 여정이다.
그러나 그 여정에 함께 탑승한 9천의 시청자들은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해 보인다.
-아몬드 진짜 오늘 안에 다이아 가능하냐?
-쌉가능.
-이건 진짜 대기록이다. 전부 활만 잡고, 1주일 만에 다이아 ㅋㅋㅋㅋㅋ
-ㄹㅇ이네. 킹덤에서도 활 챌린지 하더니…… ㄷㄷ
-아몬드 가즈아아아아아!
-졸잼이겠다.
-오늘 다이아 켠왕 하는 거냐?!
* * *
두두두두두두두……!
‘꼭 심장 소리 같네.’
아몬드는 수송 헬기 프로펠러의 요란한 소음을 들으며 생각했다.
‘저긴가.’
그는 익숙한 자세로 아래를 내려보며 떨어질 위치를 가늠했다.
타악. 타악.
와중에 아몬드는 헬기 안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몸을 푸는 중이다.
“자! 내려간다아!!!”
“뛰어어!!!”
“X발 새끼야! 뭉그적거리지 말고 뛰어어어!!”
NPC 군인들의 엄청난 호통이 시작됐다.
예전 같으면 놀라서, 소리에 밀려나듯이 뛰어내려 버렸을 테지만.
지금의 아몬드는 굉장히 여유롭다.
그는 손가락 하나까지 전부 상태를 체크하려는 듯, 거친 욕설을 배경 음악 삼아 준비 운동도 했다.
‘오늘 컨디션 최상이군.’
재차 확인해도 최상이다.
뇌파를 직접 사용하는 게임이다 보니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몬드의 경기력은 아몬드 스스로도 기대가 될 정도다.
‘정글이네.’
밑을 슬쩍 보니, 평소에 자주 나오던 사막 맵은 아니다.
이곳은 아마존 느낌의 정글이다.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구조는 같다.
‘무기고다.’
여기에도 무기고가 있다. 아몬드는 정글 맵이라고 전략을 바꾼 적은 없다.
늘 무기고부터 노리는 플레이를 해왔다.
척.
낙하 준비를 마쳤다.
“내려어! 내려, 이 새끼야!!!”
뒤에서 어김없이 호통이 터져 나왔다.
아몬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날듯이 몸을 던졌다.
휘이이이이잉──
매서운 바람이 귓가를 거세게 때렸다.
와중에 아몬드는 양옆을 살폈다.
‘……역시.’
한두 명이 아니다.
당장 아몬드와 동시에 뛰어내린 사람들의 숫자가.
“여어!”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오오오오오멘!”
아마도 저격러들이다.
9천의 시청자를 이끄는 아몬드도 이젠 이런 저격에 익숙해져야 할 터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익숙했다.
‘그래. 죽어보자.’
아몬드는 공중에서 무게 중심을 우로 기울였다. 그러자, 아몬드의 몸이 우측으로 날아간다.
아까 인사한 저격러가 있는 쪽이다.
“어…… 어?! 혀, 형! 왜 이래!”
“형은 무슨.”
막상 견제를 시작하자 저격러는 당황한다.
“그러게 누가 저격인 거 티 내래?”
아몬드는 웃으며 한마디 뱉어준 후, 더 격하게 오른쪽으로 달라붙었다.
그리고, 놈의 낙하산 가방끈을 붙잡아버렸다.
아몬드는 유연하게 몸을 꺾으며, 상대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퍼억!
“으, 으억! 형! 왜 이래!?”
찌그러진 얼굴에서 비명이 터진다.
-헉ㅋㅋㅋㅋㅋ
-와 ㅋㅋ 뭔 묘기냐 이건?
-미친ㅋㅋㅋㅋ
-저격러 쉑 개꼴좋누 ㅋㅋㅋㅋ
퍽! 퍽!
연달아 이어지는 발차기.
결국 저격러의 낙하산 가방이 벗겨졌다.
파앗.
그러는 사이 아몬드와 다른 플레이어들의 낙하산은 저절로 펴졌고.
“으, 으아아아아!? 형, 나 죽어어어어어──”
놈은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 케첩이 되어버렸다.
-형, 나 죽어 씹ㅋㅋㅋㅋ 끝까지 유지하는 저격러의 품격…….
-캬! 다음!
-와우 맨ㅋㅋㅋㅋ
-오우 예! 케첩 엔딩!
-ㅋㅋㅋㅋㅋㅋㅋ
[하인즈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오뚜기 나와!!! 이게 진짜 케첩이다!]말 그대로 저격러의 최후였다.
‘와, 씨……. 빡세네.’
‘바, 방금 뭐냐?’
‘……닥쳐야지.’
아몬드에게 자신이 저격러임을 알리면서 관심 좀 받아보려던 이들은 전부 입을 싹 닫았다.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시간이 한결 조용해졌다.
* * *
탁.
여느 때처럼 익숙한 동작으로 무기고에 착륙한 아몬드.
이제 그는 어디에 내려야 가장 단시간에 지하 창고를 틀어막을 수 있는지까지 알았고.
어디로 가야 활을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지도 알았다.
이게 바로 같은 전략만 반복해서 쓰는 것의 특장점이었다.
통달하게 된다.
“이번엔 어차피 사람이 많으니까. 활부터 잡고 갈게요.”
언제는 활을 먼저 잡는 게 좋고, 언제는 칼이라도 집고 지하 창고로 돌진하는 게 좋은지.
모든 상황에 최적의 판단을 단시간에 할 수 있다.
너무 많이 해봤으니까.
아몬드는 이번엔 곧장 무기고 2층으로 향했다.
1층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리커브 보우]2층에는 이렇게 활이 자주 보인다. 이번에도 아몬드는 리커브 보우를 집었다.
파워 슈트가 없으면 멀리 쏘기는 힘들지만.
‘연습한 게 있잖아.’
기껏 연마해 온 연사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좀 더 전통적인 활인 리커브 보우가 좋았다.
“오늘도 역시 지하 창고 입구는 붐비는군요.”
아몬드는 그렇게 말하고, 로프 하나를 잡아둔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저번에 보니까, 굳이 저 심연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좀 더 발전된 전략을 쓰려 한다.
일전에 머저리 5형제를 잡았을 때처럼 2층 난간에서 화살을 연사해 전부 죽이는 방식이다.
이 또한 무기고 러쉬를 반복하다 보니 체득한 노하우다.
시청자들은 이 전술을 언덕 탱크라고 불렀다.
-캬! 언덕 탱크 ㅋㅋㅋㅋ
-지하 창고 저글링들 PTSD 오죠? ㅋㅋㅋ
-씹덕 탱크 ㅋㅋㅋㅋㅋ엌ㅋㅋㅋ
-ㅁㅊ ㅋㅋㅋ 씹덕 탱크 뭔데 ㅋㅋㅋ
아몬드는 난간에 몸을 쓱 내밀었다. 시야는 많이 확보되었으나, 활을 쏘기엔 너무 아슬아슬한 자세였다.
원래 양궁 폼을 그대로 쓴다면 그랬다.
기리리릭.
그러나 오늘 아몬드는 새로운 자세로 쏜다.
조금 더 자유롭고, 빠르고, 피 튀기는 전쟁에 어울리는.
그런 궁술이다.
-오…… 오늘은 자세가 좀 다른데?
-뭔가 바뀐 건가?
-이 자세 아슬아슬한데
-이거 클립 따면 연쇄 덕통사고 가능!
새로운 자세로 잡은 시위가 파르르 떨리며, 활을 밀어냈다.
파앙!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 하나가 지하 창고로 들어가는 플레이어 하나의 머리를 꿰뚫었다.
“컥!”
[아몬드 → 달빛도끼] [처치하였습니다!] [99/100]첫 번째 킬이다.
“뭐야! 언덕에 궁수!”
“X발. 아몬드잖아!?”
모두가 지하 창고 잭팟만을 노리는 신성한 무기고에서 이런 짓거리를 하는 사람은 아몬드뿐이었다.
아몬드의 손가락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파앙! 파앙! 파앙!
순식간에 이뤄진 3연사.
3개의 화살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쭉 뻗어 나갔다.
[아몬드 → 스머프] [처치하였습니다!] [97/100] [아몬드 → 도토리버스] [처치하였습니다!] [96/100] [아몬드 → 레몬비] [처치하였습니다!] [95/100]아몬드의 이름으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킬 로그.
-와. 연사 더 빨라졌는데?
-파워 슈트도 없는데. 뭥미?
-지린다.
-각각 머리에 헤드샷……. 이젠 놀랍지도 않군요.
-왜 어제보다 더 잘함? ㄷㄷ
정말이지 귀신 같은 활 솜씨였다.
“……미친.”
“저, 저게 뭐냐. 활 맞음?”
“아! 그냥 딴 데로 가라! 게임 뭣같이 하네!”
-극찬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극찬 등장
-씹ㅋㅋㅋ 이미 게임 이겼다
[게임 용어 정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겜 뭣같이 하네 = 개고수이시군요. 한 번만 봐주세요.]아몬드도 그들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너희들이 딴 데로 가라.”
그리고 웃는 얼굴로 다시 당겨지는 활시위.
파아아앙!!
또 순식간에 4명이 죽어 나간다.
도끼를 던지거나, 칼을 던지며 반항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또한 화살로 전부 튕겨내는 기행을 보여줬다.
그 이후로는 아무도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았다.
‘이건 안 돼.’
‘괴물이네. 미친.’
‘그냥 창고로 뛰자.’
아몬드가 자기를 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목숨을 걸고 지하 창고로 돌파했다.
몇몇은 아예 무기고 밖으로 도망가 버렸다.
“너, 너 두고 보자!”
여기서 죽느니 차라리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두고 보자 ㅋㅋㅋㅋㅋ
-두고 보자 등장ㅋㅋㅋㅋㅋ
-극찬의 연속!
-킹고 보자 ㅋㅋㅋ
그렇게 도망갈 놈은 가고, 들어갈 놈은 들어간 후.
지하 창고 입구가 비어버렸다.
-오! 지하 창고!
-지하 창고 먹은 거야 결국?
-얼른 내려가야 함!
-근데 이미 들어간 애들 좀 많던데.
아몬드는 여기서 로프를 난간에 묶었다.
로프를 잡고는 곧바로 1층으로 떨어졌다.
휘익!
크게 호를 그리며 아몬드는 1층에 안착한다.
아몬드가 계단을 돌아 내려오는 사이에 돌파하려던 몇몇은 여기서 얼굴을 구기며 그냥 도망갔다.
-이거까지 생각했구나.
-로프 활용 굳. 이제 진짜 고인물이네 ㅋㅋㅋㅋ
-시간차 어택으로 들어가려던 놈들 개망ㅋㅋㅋㅋ
-ㄷㄷ 개멋있다
아몬드의 눈에 들어온 시커먼 지하의 어둠.
항상 사람으로 붐비던 무기고 지하 창고의 입구가, 아몬드의 눈앞에 떡하니 열려 있었다.
‘들어갈까?’
여기에 들어갈지, 아니면 그냥 이전처럼 오토바이 같은 탈것을 가져와서 터뜨려 불을 지를지 고민이었다.
[30초 후 블루존이 축소됩니다!]이런.
시간이 많이 소비됐다.
이만 무기고를 떠나려 했던 아몬드는 맵에서 뭔가를 보고 흠칫한다.
“……이번엔 제가 있는 곳으로 축소되네요.”
-헉! 천지개벽!
-와! 이럴 수가!
-세상에!
-ㅋㅋㅋㅋㅋㅋ 다들 놀라는 거 개웃기네
-이게 보통입니다…….
-믿을 수 없다. 아몬드가 운이 좋다니! 이건 버그야!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몬드의 고개가 다시 어두컴컴한 지하 창고 입구로 향했다.
‘들어갈 시간이 있겠는데.’
* * *
지하 창고 안쪽.
계단으로 내려가는 중에 무수하게 쌓인 시체의 벽이 있었다.
초반에 죽는 10명 중 5명은 여기서 죽는 듯했다.
“……살벌하네요.”
지하 창고로 막상 들어오게 된 건 처음인 아몬드는 흠칫하여 중얼거렸다.
[궁금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근데 왜 이번엔 창고로 들어온 거임? 원래 불 지르고 튀잖아여.]-어, 그러네?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몰랐네 ㅋㅋㅋㅋ
-ㄹㅇ 왜 들어옴?
-맞네 ㅋㅋ 원래 밖에서 오토바이 같은 거 가져와서 무기고 그냥 불 지르잖어!
그렇다.
아몬드는 본래 무기고 안 ‘보물 창고’라고 불리는 지하 창고를 활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그 보물들을 못 가져가게 다 불을 질러버릴 뿐이다.
“아. 원래 그랬죠. 제가 쓸 만한 게 없는 줄 알고요. 근데 이 안에 무기 중에 괜찮은 게 있더라구요. 저도 쓸 수 있을 법한.”
-설마 파워 슈트?
-파워 슈트 맛 들였냐 ㅋㅋㅋㅋ
-그거 어쩌다 한 번 나오는 건데…….
투두두두두둥!
지하실 안쪽에서는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듯했다.
투두두두두!
총성이 연이어 들려온다.
“……파워 슈트는 없는 모양인데요.”
총성만이 들려올 뿐.
파워 슈트 특유의 그 묵직한 굉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당연하지…….
-그거 진짜 어쩌다가 나오는 거라구 ㅋㅋㅋ
-아몬드는 아가야…… 파워 슈트가 갖고 싶어……
어쩌다가 나오는 건 아몬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1등이 따 놓은 당상인데 시도해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럼 수류탄이나 조명탄 같은 무기나 가져가자.’
무기고에 총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류탄, 조명탄, 연막탄 등도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아몬드도 꽤나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들어가서 그런 것들 위주로만 주워도 후일에 꽤 큰 도움이 될 터다.
[허접한 놈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런데…… 저 안에 좀 살벌한데. 괜찮으실까요?]문제가 있긴 했다.
보물 창고 안쪽은 지금쯤 지옥일 거다. 영웅 등급 이상의 무기로 무장한 플레이어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을 테니까.
아무리 아몬드라도 고작 활이나 하나 들고 아몬드가 들어가서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괜찮을 거예요. 연습했거든요.”
-오……!
-연습?!
-뭐야 뭐야
-쒯. 연습? 이런 말은 처음 듣는데?! ㅋㅋㅋ
[협객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화살에 내공이라도 실어 보내실 건가요?]“그런 건 아니지만 열심히 연습했으니, 좀 더 나을 겁니다.”
아몬드가 연습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는, 들어가자마자 쏜 첫 번째 화살에서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