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8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11화
4. 후일담(2)
아지트의 문을 여는 상현.
‘오랜만이네.’
와아아아아아.
입장 축하의 환호성 같은 게 으레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엥.’
의외로 아지트 안은 조용했다.
하다못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아니었다.
“……뭐지.”
상현은 괜히 뻘쭘해져서 혼자 중얼거리며 신발을 벗고 들어선다.
“내가 제일 먼저 왔네?”
놓여진 신발 개수를 보고서야 알게 된다.
여기 제일 먼저 도착한 게 자신이었던 것!
‘이럴 수가 있나.’
그야 상현도 꽤 늦게 도착한 편이기 때문에 황당하기 그지없었는데.
일단 소파에 앉아 잠시 쉬고 있으니 금세 사람들이 들어왔다.
띠리리릭.
비밀번호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팡어가 도착한다.
“어휴. 늦었지? 아니, 하도 사진들을 찍어달라 해서 이게…… 어?”
팡어는 오자마자 마구 변명을 늘어놨는데.
상현 말고는 아무도 없는 걸 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야. 없잖아?”
그 이후에도 바름과 두준 등이 입장했고. 상황은 마치 복사해놓은 듯 같았다.
“사진을 하도…….”
“아니, 이 새끼랑 꼭 같이 찍으라는 거예요…… 어?”
다들 사진을 찍어주느라 늦었다.
푸핫.
팡어와 상현은 이 상황이 웃겨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아주 셀럽들이야? 어?”
팡어는 마치 12시 정각부터 와있었던 척을 하며 군기를 잡았다.
“너네 둘이 사이 안 좋은 척하면서 사진도 같이 찍어주고 무슨 위장 연애 그런 거…….”
“아, 아씨! 무, 무슨 소리야! 이 아저씨가!”
바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2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야. 어디가?”
“오늘 바베큐 파티 준비한다면서!”
“아. 옥상 가는 거야?”
“그래. 지금 안 오는 애들 다 장 봐서 오는 거야. 준비해 놔야 돼.”
시켜 먹는 게 아니었어?
상현은 금시초문이었다.
‘……아니. 말했었구나.’
단톡방 메시지를 올려보니 바베큐 파티를 한다는 말이 써 있었다.
심지어 한우 파티다.
‘허.’
이럴 거면 주혁이한테 메뉴를 제대로 말해줄 걸 그랬네.
아쉬웠다.
주혁의 호들갑을 듣고 음식을 먹으면 좀 더 맛있어지는데.
‘지금이라도 톡으로 보낼까.’
이상한 고민을 하던 찰나.
띠리리링.
거의 동시에 모든 인원들이 도착했다.
“와아아아아!”
“내가 왔다아아!”
마라탕과 목이, 희철, 롸떼, 스팸, 등등.
상당히 많은 인원이다.
“아. 좀 멀고 차 없는 애들 데리러 갔다 오면서 장 봤는데 글쎄…….”
희철은 장바구니를 들고 집 안쪽에 쿵 내려놓으며 말한다.
왠지 상현도 팡어도 다음에 나올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하도 사진들을 찍어 달라 해서 장을 너무 느리게 봤지 뭐냐?”
푸하핫.
사람들이 다 웃자 희철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더니.
“아니, 진짜라니까?”
그 말에 다시 사람들이 웃었다.
“참내. 이걸 안 믿네. 얘들아. 설명 좀 해줘.”
“진짜예요!”
“진짜임돠! 아몬드 햄! 우리도 인기 있었다 아닙니까?”
“아이고~ 믿습니다. 믿어.”
팡어는 손사래를 치며 얼른 장 본 거나 정리하라 일렀고.
“그거 정리나 하고. 몇은 위에 가서 바름이나 돕죠.”
“제가 갈게요.”
아몬드는 옥상으로 가서 바베큐 준비를 도왔다.
“아니…… 진짠데.”
희철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건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식자재를 냉장고에 넣었다.
그러던 중, 마지막 인원이 도착하는데.
치승과 물만두, 곱스피어 싱크 탱크 3인방이었다.
치승이 들어오자마자 호들갑을 떤다.
“우와아아아. 아니, 사람들이 다 알아보던데!? 이게 뭐예요 대체!? 사람들이 저한테 고백 공격해 달라고 막…….”
* * *
옥상에 도착하니 탁 트인 하늘이 반긴다.
봄 날씨라 그런지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은 온도였다.
“도와주려고?”
바름이 흘끔거리며 묻는다.
그녀는 숯을 나르고 있었다.
“아, 응.”
“여기 이거 불붙이면 돼.”
와르르.
숯이 바베큐 기계 위로 쏟아진다.
바름이 대충 불붙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말을 건다.
“넌 되게 피곤했겠더라.”
화르르르륵!
토치가 불을 뿜어대자 장작과 함께 넣어놓은 착화탄이 시뻘게진다.
“응? 뭐가?”
“너 원래 유명하잖아. 사람들이 다 알아봤을 거잖아.”
“아, 그거 음…….”
상현은 머리를 긁적인다.
“그런지 좀 돼서 익숙해졌어.”
“하긴.”
바름은 상현에게 토치를 넘기면서 중얼거린다.
“그렇게 생겼으면 뭐…… 항상 그랬겠네.”
“……?”
그런 말이 아니라 스트리머로 유명해진 지 좀 된 건데.
“아마 좀 더 오래갈 거야.”
상현은 어쨌든 선배로서 조언을 해준다.
“당황스러운 일도 좀 생기고.”
국가 대항전 우승을 향해 달려가던 시절 함께 따라온 시청자보다, 우승 후 이슈가 커지면서 정주행한 시청자가 더 많았다.
심지어 어제 올라간 가짜 국대 마지막 화도 제대로 이슈화가 되었으니.
알아보는 사람이 수십 배는 늘어났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 막 채널 게스트로도 많이 스케줄 잡혀 있잖아.”
거기에 방송 활동은 이제부터 본격 가동이다.
이러면 시빌엠은 몰라도, 이들을 아는 사람들이 생겨 버린다.
“아…… 그…… 그렇지.”
바름은 방송에 나갈 걸 생각하면 눈앞이 까마득한지 하늘을 쳐다본다.
“나 그런 거 잘 못 하는데.”
딱 봐도 그래 보이긴 한다.
상현이 바름을 봤을 때 떠올린 이미지는 게임 속 대장간에서 일하는 사람 느낌이었다.
“어이. 시 씨. 거 분수에 안 맞게 잘생긴 애한테 계속 말 붙이려 하지 말고 여기 와서 의자나 날라!”
옥상 뒤편에서 두준이 외친다.
그는 방수포를 걷어내고 안에 있던 접이식 의자들을 펼치고 있었다.
“……에라이. 씨.”
바름은 험한 말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으며 손을 털고 일어선다.
“불 계속 들고 있어.”
“아, 응.”
상현은 그녀의 말에 괜히 자세를 고쳐잡으면서 불을 들이댔다.
자세를 바로 한다고 불이 더 세게 나가는 것도 아닌데.
화르르르르륵!
‘생각보다 잘 안 붙네.’
이마에 삐질거리며 땀이 맺힌다.
* * *
약 10분 뒤.
“오!”
불이 붙었다.
숯이 시뻘게지면서 하얗게 타오른다.
상현은 급하게 부채 같은 것을 들고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그사이 바름과 두준이 테이블과 의자를 전부 세팅했고.
마침 옥상으로 사람들이 음식을 들고 올라온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으니 점차 왁자지껄해진다.
마지막으로 팡어가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두 개나 들고 왔는데.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갖고 올라왔어?”
다들 그게 술인 줄로 알았으나.
팡어가 씩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술은 이거 한 통.”
“……?”
그럼 나머지는?
타악.
팡어가 자랑스레 뚜껑을 열어 들어 올린다.
“월척이다아아아!”
커다란 생선이었다.
상현은 생선을 구분할 줄 몰라서 저게 뭔지 몰랐는데.
자랑스레 이래저래 떠드는 거 보니 좋은 것인 모양이다.
“금태야. 금태.”
마라탕과 쿠키 등 아재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라 하지만.
“금태양?”
치승이라든가 어린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생선 세계도 치열하네. 금태양이라니.”
“얌마! 금태! 금태구이 모르냐? 이거 무지 비싼 거야.”
치이이익.
그런 말과 함께 팡어가 생선을 바베큐 그릴 위에 올리는데.
확실히 냄새가 미친 듯이 고소하긴 했다.
“오오오.”
“와아.”
껍질 위로 간단하게 세 줄 칼집이 난 생선이 서서히 익어가는 모습에, 다들 모여서 찰칵 사진을 찍어댄다.
상현은 휴대폰 사진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다가 주혁이한테 보낸다.
[상현: (사진)] [상현: 시켜먹는 줄 알았더니 바베큐 파티임]답장은 바로 왔다.
[주혁: 미친] [주혁: 와 저거 뭐냐? 생선을 굽는다고?] [주혁: 설마 금태야?]이 자식 어떻게 알았지.
[상현: ㅇㅇ 금태래 팡어형이 ㅋㅋ] [주혁: 미쳤다;] [주혁: 생선 구이 중에 고트인데. 진짜 저걸 저렇게 먹을 수 있다고? 통으로? 낚시꾼 클라스…….]그 이후에도 주혁은 고소한 껍질의 풍미가 어쩌구저쩌구 맛에 대해서 떠들어댔다.
“다들 일단 밥 한 공기씩 하시죠.”
물만두가 쟁반 위로 작은 밥공기들을 들고 와서 나눠준다.
“오. 좋다. 좋다. 생선이랑 밥. 먹고 소고기 올려서 먹고.”
“크. 완전 먹잘알.”
팡어는 금태구이를 조각조각 잘라서 먹기 편하게 만들어놨다.
‘와…….’
주혁의 말대로 껍질에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게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밑에 약간의 탄 듯한 거뭇한 자국조차 숯 향을 연상시키며 침이 꼴깍 넘어가게 만든다.
“자……! 우리 파이널 엠비피부터!”
팡어가 잘린 조각 중 가장 큰 것을 상현의 밥 위에 올려준다.
숯이 내는 고급스러운 불 향이 코로 치고든다.
상현은 고맙다 꾸벅 인사 후에 곧장 쌀밥과 함께 한 점을 먹어본다.
“!”
바삭.
일단 씹히는 건 금태 껍데기.
간이 잘 밴 껍데기가 약간 짠듯하게 밀고 들어오며 감칠맛 폭탄의 기름으로 입안을 휘저어놓는다.
‘우오…….’
이윽고 하얗고 고슬한 쌀이 자아내는 은은한 단맛이 짭짤함과 폭력적인 감칠맛을 슬쩍 덮어둔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다음 타자가 있다.
촉촉하게 익은 생선 살이다.
약간의 탄력과 함께 한 움큼 씹혀 들어오는 하얀 속살.
이 녀석들이 다시 한번 입안을 난장판으로 휘저으며 고소한 펀치를 추가로 날려댄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상현의 혀는 이렇게 외칠 뿐.
“이, 이어…… 대아악!”
(이거 대박!)
하얀 김을 뿜으며 외치는 감탄사.
‘그, 그 정도야?’
‘와씨…….’
모든 사람들이 허겁지겁 자신의 금태와 쌀을 먹는다.
“으오아!”
“진짜 미쳤다.”
“후아…… 생선 금태양이라고 할 만하네! 이거 다 넘어가겠어요!”
그런 외마디 감상평 이후.
사람들은 술조차 찾지 않고 그냥 쌀과 생선을 집어넣었다.
금태는 금세 뼈만 남은 고기가 되어갔으나.
걱정이 없었다.
“자. 이제 고기도 올린다.”
마라탕이 커다란 뼈에 붙은 고기를 가져와 바베큐 그릴에 올려둔다.
“이건 오래 걸리니까. 옆에 얘네들도…….”
깍둑썰기로 큼지막하게 썰린 갈빗살들이 그릴 위로 추가 투하.
“이거 전부 한우다. 어?”
“이안용이 굽는 한우라니. 폭력적이네.”
희철이 한마디 던지자 모두 꺄르르 웃는다.
치이이이익……!
그러는 사이에 깍두기로 잘린 소갈비가 신나는 소리를 내며 익어갔고.
“맥주! 맥주!”
치승이 무슨 쫓기는 사람처럼 맥주를 찾아 사람들에게 돌렸다.
“자, 자!”
그는 일어서서 건배사를 준비한다.
“건배사 역시 그거죠?”
치승이 대충 확인한 후 외친다.
“괴수! 괴수!”
“크아아아아아아아!”
짠.
맥주캔들이 부딪치고 곳곳에서 꿀꺽꿀꺽 목 넘김 소리가 울려 퍼진다.
“크아~ 구호가 절로 나오네. 마지막으로 외치고 가서 다행이야.”
마라탕이 그리 말하며 고기 굽기에 다시 집중한다.
“마지막이요?”
상현이 물었다.
그러자 마라탕이 끄덕인다.
“어…… 뭐. 이제 프로 시장이 생기니까.”
“형 프로 안 해요?”
“난 마라탕집 계속해야지. 내 나이에 프로로 뛰어든다는 게…… 쉽지 않거든. 대신…….”
턱.
그가 옆에서 돕는 목이의 어깨를 툭 친다.
“목이는 프로로 간대.”
“저희도 다 가요.”
당근이 스팸과 롸떼를 가리키며 말한다.
“우리도~”
치승과 싱크 탱크들도 모두 끄덕인다.
“우리 아니지. 이제 우리 다 다른 팀 지휘관일 텐데.”
“아…….”
각 팀에 지휘관은 하나뿐이니 흩어지는 모양.
“이야. 박수!”
팡어가 괜히 더 목소리를 높이며 박수를 치며 호응을 유도했다.
짝짝짝!
상현은 박수를 치면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구나.’
프로 시장이 생긴다는 게 이런 의미인 거구나.
결국 다 흩어지는 거구나.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우린 물러날 때가 되어서 물러나는 거야.”
팡어가 상현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형도 안 해?”
“어. 내가 어떻게 하냐.”
“아니…… 형 무직이잖아? 프로 안 하면 뭐 하는데?”
푸하하하하.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웃는다.
“낚시 방송이 좀 잘되고 있기도 하고…… 어떻게든 되겠지.”
팡어 어머니의 곡소리가 환청으로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자, 자 나중 일은 나중! 어? 오늘은 고기나 먹어!”
마라탕이 사람들의 접시 위로 고기를 건네주기 시작했다.
겉은 노릇노릇, 안에서 핑크빛 육즙이 스멀스멀 배어 나오는 깍두기 모양의 갈빗살.
꿀꺽…….
상현은 순간 앞서 이야기는 다 잊어버렸다.
단지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상현: (사진)] [상현: ㅋㅋㅋ] [주혁: 와씨] [주혁: 뭔데 이거 ㅁㅊ 아니 뭐 배달 음식 먹는다더니 걍 진수성찬이네!] [주혁: ㅂㄷㅂㄷ]주혁이 덜덜 떨리는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을 보며 상현은 피식 웃고는 고기를 한입에 넣었다.
“!”
굉장했다.
역시 고기는 고기일까?
생선도 훌륭했으나 그 궤를 달리하는 파괴력.
이건 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황홀함이었다.
진하게 배어 나오는 육즙과 기름의 폭력적인 고소함.
“와……!”
“끄아아아아아아!”
“이야아아아!”
각자 감탄사를 내뱉으며 몸을 부르르 떠는 사람들.
그럴 만도 했다.
양궁으로 수련된 정신이 아니었다면, 상현도 무력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으리라.
“마, 맛있다. 근데…….”
상현은 얼른 한 점 더 집어오며 넌지시 물었다.
“희철이 형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검진…… 받았잖아요.”
사실 오늘 모두가 궁금했을 이야기를.
그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
희철은 머쓱하게 웃으며 입을 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