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8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12화
4. 후일담(3)
처음 병을 알게 된 건 3년 전쯤이다.
“췌장암 초기입니다. 진행이 조금 되긴 했지만…… 일찍 발견하기 어려운 암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검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췌장암?’
처음에 그런 게 뭔지 몰랐다.
여태 별 증상도 없었고, 그저 갑상선 암처럼 제거 수술만 하면 빠르게 낫는 그런 암인 줄로 알았다.
“어떻게 수술을 하면 되는 겁니까? 중요한 시합이 있는─”
희철은 급하게 의사에게 물었으나 다음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만다.
“……췌장암의 생존율은 10% 미만입니다.”
“예?”
“일단 고지 의무가 있어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말을 안 하면 환자분들이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어하셔서요.”
의사는 덧붙여 희망적인 이야기도 함께 전달했으나, 희철에겐 생존율 10%라는 말 그 자체로 이미 사형 선고였다.
“하지만 요즘은 생존율이 상당히 오르고 있습니다.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췌장암을 일찍 발견하기도 했고…….”
그다음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다시 가고, 결국 연인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서 함께 가서 듣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다.
세 번째 방문 때에서야 희철이 입을 열었다.
“제 귀에는 이렇게 들립니다. 항암 치료는 그러니까…… 다른 방식으로 죽어가는 수순이라고요.”
“그…… 그건…….”
의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희철의 표현이 틀린 게 아니었으니.
무조건적으로 치료를 추천할 수도 없었다.
항암 치료는 큰 싸움이다.
암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이 두 가지 결론만 남는 전쟁.
이 결론이 나기 전까지, 환자는 병상에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
모든 삶을 걸어야 한다.
너무나도 희박한 생존이라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
희철은 이때 결정을 내린다.
“안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삶을 걸고 싶은 곳은 따로 있어서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살기로.
* * *
희철의 이야기는 커뮤니티에서도 수도 없이 거론됐다.
가짜 국대 마지막 화의 시청자 수가 굉장히 많았으니까.
[가짜 국대 마지막화 뭐냐 ㄷㄷ] [쿠키 진짜 목숨 걸고 게임 한 거네] [처음 등장부터 천재였던 쿠키. jpg] [작년부터 빌드 깎아서 완전 새로운 조선으로 만든 거 진짜 미쳤다] [쿠키가 남긴 위대한 유산 ㅠㅠ]어떤 이들은 그의 과거 영상까지 파냈다.
그의 선배가 쿠키를 언급한 영상인데, 이 게시물은 커뮤니가든 화제글 1위에 등극했다.
1위) 과거 최초 본선 진출했던 지휘관 왈 “쿠키가 이 게임을 살릴 것” 언급ㄷㄷㄷ
-ㄷㄷ
-성지네 ㄹㅇ
-캬……
-처음 등장했을 때 다들 엄청 기대했다고 하긴함
└지금으로 따지면 “김치워리어가 조선을 살릴 것” 이네 ㅋㅋ
└ㅋㅋㅋㅋㅋ어감이 좀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이디를 잘지어야함
-저때 ㄹㅇ 보조 지휘관으로 나와서 날아다녔음
그 외에도 쿠키와 가짜 국대에 대한 언급은 끊이질 않았으며, 9시 뉴스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요즘 한창 이슈였습니다. e스포츠 국가 대항전. 시빌 엠파이어라는 게임에서 기적적인 성과를 거뒀던 팀의 리더. ‘쿠키’ 국희철 선수의 사연이 공개되었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사람들은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쿠키님 회복 가능성은 아예 없는건가요?] [가망이 없다는 듯 말하는데…… 그래도 초기 발견이었다면 어떻게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ㅠㅠㅠ] [쿠키가 어느 정도 상태인지를 모르니까 원]심지어 어린이 팬들이 포털 사이트 질문 채널 ‘지식맨’에 이런 글을 올리기도 했다.
[도와줘요 지식맨! 제가 좋아하는 프로게이머 아저씨가 체장암에 걸렸는데. 이거 나을 수가 없나요?] [국가대항전 쿠키님이 걸리신 병이 뭔가요? 나을 수 없는걸까요?] [도와주세요 지식맨님들! 줸장암?은 불치병인가요? 내공 100걸어요]대체로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이 답변을 달았는데.
그들의 답은 이러했다.
==== ====
안녕하세요. 지식맨 ‘신’ 등급.
외과의사 척추형입니다.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에 임한다면 완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암 중에 가장 생존율이 낮은 암이며, 환자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암이기도 합니다.
항암 치료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이는 어떤 시련보다도 고통스러울 겁니다.
또한 췌장암은 평소 활동에선 큰 지장이 없는 기간이 길어서 대체로 여생을 즐겁게 보내는 선택을 하곤합니다만.
안타까운 건 현대의학으로 인해 생존율이 올라간 것을 모르고 선택하시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의사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항암 치료의 고통과 천천히 죽음만을 기다리게 될 것이라는 공포에 의사 말을 믿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의사들도 단호하게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그야 그들이 완치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 * *
“……기적이 필요할 겁니다.”
희철이 상현의 질문에 대답했다.
“의사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 이제 와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 확률이 5% 미만이라고.”
밤이 내려앉은 옥상 위 적막이 가라앉았다.
벌레 소리와 모닥불이 타들어 가는 소리만이 간간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자, 잠깐.”
치승이 끼어들었다.
“치료? 형 치료하기로 하신 거예요?”
희철이 웃으며 끄덕인다.
“그래.”
“!”
모든 멤버들이 놀란 표정이었다.
“또 긴 싸움이 될 거다.”
그 말에 바름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울음을 터뜨린다.
“5%라니…… 너, 너무해…….”
희철이 잠시 그녀의 어깨를 두들겨주고는 말을 이었다.
“바름아. 우리가 올해 우승할 확률이 몇이었는 줄 아니? 전문가들이랑 ai 계산으로.”
조선이 이번 국가 대항전에서 우승할 확률.
예선이 시작되기 전에 이걸 점쳤다면, 어느 정도였을까.
바름은 고개를 저었다.
“0.2%다.”
그랬다.
조선은 본선을 가는 것도 역대급 업적이 되는 팀이었다.
그런 팀이 이 큰 대회 끝까지 올라가 우승을 이뤄냈다.
“그러니까 5%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더라고.”
“과정을…… 사신다면서요.”
상현이 반문했다.
항암 치료를 한다는 게 어떤 결정인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생존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과정이다.
“괜찮겠어요?”
“괜찮아.”
이미 결심했기 때문일까?
희철은 쉽게 대답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그래도 국희철이라는 사람이 남은 사람들과 더 함께하고 싶어서 이런 혈투를 벌이고 있다…… 라는 과정도 난 좋은 거 같더라.”
그 말에 물만두는 아예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분위기.”
희철이 모닥불에 장작을 하나 더 던져넣으며 웃는다.
“어차피 너네랑 방송 스케줄 잡힌 거 다 하기 전에는 치료 안 들어가니까. 걱정들 말고. 오늘 맛있게 먹어.”
“그래! 이 씨…….”
팡어는 괜히 더 성질을 부리며 고기를 집어 들었다.
“먹자! 먹고…… 살자!”
원래 먹고 죽자였던 것 같지만.
살자로 바꿨다.
우걱우걱.
그는 고기를 씹어먹고는 웃어 보였다.
“와. 맛있네. 어? 역시 한우가 다르긴 해. 저번에 내가 호주산 소인가? 잘못 샀다가 갈비찜 다 버렸지 뭐냐.”
“외국 소로는 찜 요리 같은 건 피하는 게 좋지.”
요식업 하는 이안용이 그의 말을 받으며 화제가 넘어가고.
다른 선수들도 다시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상현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이상한 게 아니었다.
‘원래…… 이렇지.’
죽음이란 건 원래 항상 곁에 있다.
그래서 인간이란 누군가의 죽음 혹은 자신의 죽음마저도 어느샌가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그래야 되는데.’
뭐, 누군가는 그러지 못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 * *
한 서너 시간을 내리 먹으니, 그 많던 진수성찬도 전부 사라졌다.
뼈만 남은 고기들이 장작 위에서 위태롭게 타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상현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의자로 기대어 쉬었다.
“후아.”
취기가 한참 올라서인지, 아니면 아직도 새벽엔 겨울의 한기가 남아 있어서인지, 상현의 얼굴에 홍조가 적나라하다.
밝은 달빛은 여기 좀 보라는 듯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상현은 멍하니 별을 세어보다가 아차 싶어 시간을 본다.
‘시간이…….’
이런, 어느새 막차가 끊기기 직전이다.
상현은 슬슬 일어나서 정리를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일어나 치운다.
사람이 많으니 치우는 건 순식간이다.
모든 게 정리된 후 상현은 이만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다.
“그러고 보니 이거. 아까 전해드리려다가 못 드렸어.”
턱.
그는 배웅하러 따라나온 치승에게 지아가 준 롤링 페이퍼를 건넨다.
“쿠키 형 거야. 장 프로덕션 팀원들이 만들었대.”
“어…… 전해드릴게요. 근데 형 진짜 가게요?”
“어.”
“잘못해서 택시 타야 되면 어떡해요? 아지트에서 자고 가요. 형.”
“택시? 괜찮아. 타고 다닌 지 좀 됐어.”
“아…… 그래도 자고 가지. 마지막인데.”
마지막.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택시를 웬만해서는 타기 싫기도 하지만, 마지막이란 말이 가시처럼 따끔히 박혀왔다.
“……자리 있나?”
“그럼요! 얘들아 아몬드 형 자고 간대!!”
치승은 더 이상 물릴 수 없게 모두에게 외친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그럼 더 달려!”
“여자애들 집 아무도 안 가겠네!”
“아니거든!”
꺄하하하하.
왁자지껄한 소리가 옥상에서 울려 퍼진다.
“근데 난 잠깐 술 깰 겸 한 바퀴 걷고 갈게.”
“아…… 옙.”
상현은 잠시 거리를 거닐었다.
‘마지막.’
그래, 이렇게 막차 시간 맞춰 집에 가기엔 그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그냥 그렇게 끝내기엔, 너무 많은 걸 함께 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상현: 야 나 오늘 집에 안 간다 여기서 자고 감] [주혁: 캬 신났네? ㅇㅋ 분위기 제대로인가 봐?] [상현: ㅇㅇ 다들 좋아해]대화가 끝난 뒤.
괜히 서로 민망한 상황은 피하기로 한 뒤.
상현은 괜히 폰을 더 만지작거린다.
‘음. 마지막이라…….’
마지막이라고 하니 메시지를 더 보내야 할 곳이 있는데.
쉽사리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말 저 말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조금 어려운 사람이다.
그러다가 결국 쓰게 된 말.
[오늘 왜 안 왔어요?]슝.
짤막한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가 보내졌다.
상현은 차마 쳐다보기도 힘든 듯 휴대폰을 주머니로 휙 치워 버렸다.
옥상 위쪽 동료들이 그를 향해 외친다.
“와아아! 상현이 형! 마라탕 형이 중국 술 가져왔어! 이거 비싼 거래!”
“나라 팔아서 샀대!”
상현을 반기는 사람들의 말에 그도 감탄사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우와아아!”
* * *
햇살이 눈을 찌른다.
‘음? 아침…….’
잠에서 깬 사랑은 부스스한 머리로 몸을 일으킨다.
“흐아아아암.”
크게 기지개를 켜는 그녀.
“일어나셨어요?”
일하는 아주머니가 기척을 느꼈는지, 휠체어를 끌고 들어온다.
사랑은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찾는다.
“지금 아침 8시예요, 아가씨.”
아주머니가 충전기에서 휴대폰을 빼 건네준다.
그녀가 시간을 확인하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아, 으으…… 네.”
사랑은 졸린 눈을 껌벅이며 휴대폰을 살핀다.
“오늘 외출이시죠?”
“아, 음…….”
희한하게 대답을 못하는 사랑.
항상 똑부러지게 말하는 편이라 아주머니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녀의 시선은 휴대폰에 고정되어있었다.
그녀는 한참 그걸 만지작거리더니, 투덜거린다.
“새벽에 뭐 어떻게 대답하란 거야.”
“네?”
“아, 네. 맞아요. 오늘 외출 있어요.”
“아, 네. 아가씨. 타세요. 머리 감겨드릴게요.”
그녀는 느릿하게 휠체어로 몸을 옮긴다.
아주머니가 욕실로 끌고 가는 사이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송하나: 오늘 정말 미리 해볼 거예요?] [송하나: 아직 베타 테스트라 잘 모르는데.]타다다닥.
[최사랑: 잘 몰라도 해야죠.] [최사랑: 혹시 모른다는 말이라도 나온 게 처음인데.] [송하나: 알았어요. 시간 맞춰 준비해놓을게요.]오늘 그녀는 아직 클로즈 베타 중인 릴 RPG ‘레전드 테일’ 테스트에 도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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