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8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16화
6. Ace in the Hole(1)
사람이 여유가 없으면 인심도 박해진다 했던가?
이 말은 지금 고스투 버스터즈 개발사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그야 새롭게 맺은 이 광고 계약은 일방적이었다.
압도적으로 개발진에게 유리했다.
이 계약을 진행한 김 대리와 김 과장. 이 김김 듀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거 양심에 좀 찔릴 정도인데요.”
“됐어. 그 사람도 다 동의하고 사인한 건데.”
“그쵸…….”
아몬드와 풍선껌.
이들이 막상 이 계약을 이행해 보면 그때서야 깨달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 곧 시작합니다. 얼마 동안이나 하려나요.”
“글쎄다? 그래도 최소 2주는 하지 않을까? 엔딩까지 보는 게 조건이니까.”
계약상 게임 엔딩까지 봐야만 광고가 끝난다.
이런 경우 게임이 어렵다면 광고 기간이 무한대로 길어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풍선껌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적은 돈으로 광고를 오래 하기 위해서다.
“저 사람들 그거 알고 사인한 거죠?”
김 대리는 조금 걱정되는 듯 과장에게 묻는다.
“얌마. 몇 번 말하냐? 설사 모른다고 해도 인마. 일단 사인했으니까. 안다고 생각되는 거지. 심지어 풍선껌 님은 테스트도 해보셨을걸?”
“아…… 신기하네요. 그래도 이걸 해준다는 게.”
“돈이 꽤 컸잖아? 우리도 몰빵이니까.”
길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은 있지만 그만큼 상당한 액수가 제안되었다.
“근데 그것도 러닝 개런티식으로 바뀌었다면서요?”
“어. 막판에 갑자기 바뀌었어. 우리 입장에선 당장 나가는 돈도 줄었고…… 위에서 좋아하더라.”
회사 입장에서는 총 액수보다 당장 크게 나가는 돈이 부담된다.
캐시 플로우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몬드와 합방을 한다고 말이 나오더니 매니저가 와서 이런저런 조건을 만지더니 판매량에 비례한 지급 방식으로 바뀌었다.
“손익분기점이 그럼 어느 정도입니까?”
“이전 계약이랑 비교했을 때? 음…… 2분기까지 책정이니까. 한…… 20만 장?”
“예에!?”
이런 게임이 6개월 안에 20만 장이 팔린다?
애초에 그건 대박이다.
대박이 나는 걸 전제로 그전에 지급하려던 마케팅 비용만 나간다니.
“20만 장이요? 미쳤네. 조건 완전 좋게 거셨는데요!? 지금 종겜 거물 두 명이서 광고 2주 하고, 손해도 안 보면 저희 완전 대승진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럴 확률이 높지.”
턱.
김 과장은 김 대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콧대를 높인다.
“마. 형이 계약한 거다. 어? 허투루 했겠냐?”
“크~ 형님!”
일이 잘 풀리니 상사 부하 관계가 참 좋아 보인다.
“이야. 한국에서만 20만 장이면 진짜…… 와…….”
김 대리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린다.
“대박인데.”
“어?”
그때 김 과장의 얼굴이 잠시 사색이 된다.
“왜 그러세요?”
김 과장은 급히 계약서 파일을 열어보더니 중얼거린다.
“한국에서만 20만 장은 아니었네…… 그냥 20만 장이야.”
“네?”
게임 유통사 플랫폼에 올리면 당연히 전 세계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한국 토종 게임이지만, 영어로도 이미 다 만들어져 있고 사실 타겟팅도 영어권이다.
그걸 고려하면 20만 장은 아까 생각했던 것만큼 대박 판매 수는 아니다.
“그, 그럼…… 막 막 엄청 대박까진 아니네요. 하하…….”
김대리는 그래도 웃는다.
“그래도 대박은 대박입니다. 과장님.”
전 세계 판매량 20만 장도 이 회사 입장에선 개발비 손익분기점은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그치? 맞아. 맞아. 대박이야.”
김과장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뭔가 쎄한데.’
처음 체결하는 방식이었기에, 뭔가 놓친 부분이 또 있을 것만 같아서다.
스윽. 스윽.
스크롤을 넘겨보는데.
처음 안 보였던 부분이 지금 보일 리는 없었다.
여전히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다.
과장은 마음을 놓는다.
“좋아. 좋다. 자 시작한다. 구경이나 하자. 어? 맥주 가져와 봐라.”
“예이~”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김주혁, 그가 아성의 계약 담당자이던 시절.
그와 계약한 이들은 하나같이 시원한 맥주가 아닌, 포장마차의 설움 섞인 소주로 축배를 들어야만 했다는 것을.
* * *
게임이 시작됐다.
[고스투 버스터즈]슈웅.
세상이 밝게 타오르며 사방에 지형이 생겨났다.
멀리에 산이 보이고, 강이 흐른다.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꽉꽉 들어 차 있다.
그리고─
덜컹. 덜컹.
익숙한 소음과 진동이 귀를 자극한다.
고개를 돌려 앞을 보니 온통 무신경히 서 있는 하반신들뿐이다.
덜컹. 덜컹.
그들은 진동이 만들어내는 리듬에 맞춰 좌우로 무력하게 흔들리면서도, 기어이 휴대폰에 코를 박고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다음 역은 영등포, 영등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그렇다.
이곳은 대한민국,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1호선 열차였다.
“아, 여기 1호선이네요?”
-오우 이런겜이었어?
-우리나라 겜이구나??ㄷㄷ
-구현 잘했누 ㅋㅋㅋ
-윽 여기서도 난 출퇴근을!?
-전설의 1호선ㅋㅋㅋㅋ
이후 아몬드는 자신의 차림새를 확인한다. 이런 류 게임에선 자기 신분이 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할 때도 있었다.
‘넥타이…… 셔츠…….’
하얀 셔츠에 넥타이.
각 잡힌 바지 위엔 검은 나일론의 서류 가방이 올려져 있다.
아성 다닐 때가 생각나는 보수적인 샐러리맨의 복장 그 자체였다.
“와 진짜 똑같─”
상현이 풍경에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때애애애액!”
어디선가 희한한 고함이 들려온다.
-뭐야
-ㅅㅂ 설마 ㅋㅋㅋ
-앗 ㅋㅋ
-엥?
-1호선 빌런이냐?
릴의 화신들이 하나씩 저마다의 전설을 갖고 있듯.
한국의 지하철도 전설이 하나씩 있다.
1호선은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전설을 보유하고 있을 터다.
아무래도 게임에서도 구현된 것 같다.
“아니! 귀신 들린 놈이! 여기 왜 있는 거야!”
확신에 가득 찬 우렁찬 목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흘끔거린다.
-ㅅㅂㅋㅋㅋㅋ진짜 빌런이네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소 살인마 등장 ㄷㄷ
아몬드도 몸을 일으켜서 그쪽을 살핀다.
‘저기서 뭔가 있나? 그나저나 풍선껌 형은 어딨지?’
원래 아성 시절이라면 그냥 개무시하고 지나갔겠지만.
게임이니까 아무래도 뭔가 이벤트가 벌어질 것이라 여긴 거다.
“누가 귀신이 들렸다는 것이여!? 이 돌팔이 사주팔이 놈아.”
언쟁이 오가고 있다.
아몬드는 더 다가간다.
“응? 스님이네요?”
-헉ㅋㅋㅋㅋ
-ㄹㅇ이네?
-스님이 싸우고 있음? 레전듴ㅋㅋ
싸우고 있는 사람 중 하나는 스님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딸랑!
방울로 스님의 민머리를 치고 있다.
차림새가 무당이다.
-전설의 개량한복 ㄷㄷ
-무당이야?ㅋㅋㅋㅋㅋ
-뭐야 이겤ㅋㅋㅋㅋ
-1호선 클라스 ㄷㄷ
띠링.
[빌잘알 님이 1만원 후원했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대머리와 개량 한복은 조심하라고……]할아버지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후원.
-참된 아버지ㄷㄷ
-쿠버지급 아버지네
-ㄹㅇㅋㅋ
“아. 그렇군요…….”
아몬드는 후원에 제대로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당신 옆에! 이 여자 안 보여!? 지금 이 어마어마한 음기가 아주 지긋이 누르고 있잖어!”
“아이고 이 부처님도 포기할 놈아! 멀쩡한 아줌마한테 뭔 귀신이여!”
“하! 답답…….”
무당과 스님은 어떤 아줌마 위에 귀신이 있네 마네로 싸우고 있었는데.
“아줌마는 왜 별 반응이 없네요.”
막상 당사자인 아줌마는 그냥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다.
-ㄹㅇ
-쎄한데?
-ㅋㅋㅋ멘탈 나갔나
-헉 진짜네
-그것이 1호선이니까.
“삼겹살 파티 땡중 놈이 귀신을 본 적이나 있어? 뭘 안다고! 어!?”
“뭐? 나도 요마 퇴치도 하는 법사여! 너야말루다가 그냥 입만 터는 사주팔이 아녀!”
-삼겹살 파티 땡중 ㅅㅂ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
-k 심리상담 개웃겨 ㅋㅋ
-뭐냐 이게 ㅋㅋㅋㅋ
둘의 인신공격이 극단으로 치달을 그때였다.
치이이익.
다른 칸 열차 문이 열리며 진짜가 나타났다.
“믿어야 합니다! 언젠가 그분이 돌아오십니다!”
커다란 빨간 상자를 입고, 거대한 십자가 지팡이를 든 채 요란하게 외친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피하는거 봐 ㅋㅋㅋㅋ
-진짜 등장ㅋㅋㅋㅋ
-유일신 등장 ㄷㄷ
-엌ㅋㅋㅋ
“……”
“끄응.”
무당과 스님은 순간 뒤로 물러나고, 다른 모든 승객들도 갑자기 양쪽으로 갈라섰다.
띠링.
-ㅋㅋㅋㅋㅋㅋㄹㅇ
-본인도 놀란 모세의 기적
-ㄹㅇ이넼ㅋㅋㅋ
-팩트) 다.
-ㅅㅂㅋㅋㅋㅋㅋ
“이 게임 뭔지 잘 모르겠네요? 협동 게임이라고만 들었는데.”
아몬드도 일단 옆으로 비켜서면서 눈으로는 풍선껌을 찾았다.
“일단 풍선껌 님 어딨는지 좀 찾아 볼게요.”
“모, 몬드야!”
그때,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손이 쑥 올라온다.
“너 거기냐?”
“어, 형?”
키가 작아서 안 보였던 것이다.
“나, 나 으으…….”
사람들 사이에서 눌린 찹쌀떡처럼 찌부러졌다가 튀어나오는 풍선껌.
“와. 드디어 찾았네. 갑자기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려서. 찌부러지는 줄.”
-풍선껌도 회사원이네 ㅋㅋ
-왤케 작냐고 ㅋㅋㅋㅋ
-무슨 사람이 정사각형 비율이누
그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공포 영화에서나 들릴법한 비명이 울려 퍼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한번 뒤로 쭉 물러났다.
“미, 미친!”
“뭐야!?”
콰광!
울려 퍼지는 굉음.
바닥으로 깔리는 짙고 검은 연기.
‘뭐야?’
[승객 여러분, 객실 내에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잠시 후 열차가 급정거합니다.]상황에 안 맞게 침착한 기계음으로 흘러나오는 방송.
모든 상황이 갑자기 급박하게 흘러가고.
끼이이이이이이익!
열차가 급정거했다.
철과 철이 갈리며 튀는 불꽃이 창문에 보일 정도였다.
저 아래엔 한강, 너머엔 산이다.
열차는 일반 도로보다 한참 높은 다리 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기울어진다.
설마 떨어지나?
“자, 잡아!”
풍선껌이 아몬드에게 손을 뻗었다.
“으아아아아악!”
수많은 사람들이 엎질러진 물처럼 쓰러져대기 시작했다.
아몬드는 봉을 잡고, 풍선껌은 아몬드의 손을 잡았다.
‘응?’
아몬드는 느꼈다.
이건 자신의 의지로 잡은 게 아니었다.
‘컷신이구나.’
자동으로 이렇게 되게끔 구현된 것.
끼이이이이이……!
열차가 45도로 기울어진다.
-헐 떨어지냐?
-헉
-ㄷㄷㄷ
-ㅁㅊㅋㅋㅋ 개무섭네
열차칸이 다리 밑으로 반쯤 탈로한다.
창밖을 내다보면 아찔할 정도다.
무당이 열뻗쳐 고래고래 고함친다.
“젠장! 내가 뭐랬냐! 귀신 제대로 들렸다 했잖아!”
그의 말대로 정말 귀신이라 할법한 것이 있었다.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 뭔가가 형체를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아…… 아니! 난 요괴나 볼 줄 알지! 이런 건 몰러!”
스님이 시치미 떼면서 면피하려는 그때.
“이 사탄의 자식아아아아아아!”
빨간 박스를 입은 자가 괴력적인 힘으로 경사로를 뛰어 올라간다.
콰과과광!
그리고는 검은 구름에 다가가 자신의 십자가 스태프를 꽂아버린다.
“아, 안돼!”
무당이 비명을 지르지만, 늦었다.
십자가가 꽂힌 검은 구름이 성난 근육처럼 움찔대더니 폭발해 버린다.
콰아아아아앙!
“!”
아몬드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야. 죽었어?’
빨간 박스, 무당, 스님 세 사람의 형체가 그대로 사라졌다.
“크으으…….”
반면 괴물(?)은 완전히 형체를 찾았다.
꺽인 팔로 땅을 짚으며 검은 구름에서 기어 나왔다.
키만큼이나 기다란 팔을 가진 기괴한 형태의 인간이었다.
-1호선이 이렇게 무서운 곳입니다 여러분.
-ㄷㄷㄷ
-뭐야 ㅁㅊ ㅋㅋ 무당 돌팔이 아니었네 ㅋㅋㅋ
-1호선 빌런 수준이 언제 이렇게 올라갔누
-헉 ㅋㅋ
시청자들 말대로 단순한 1호선 빌런은 아니었다.
[1급 사념체]1급 사념체였다.
-1호선 사념체 ㄷㄷ
-뭐냐 이게
-워……
-이거 좀 무서운데
보아하니 이걸 퇴치하는 게 게임 목적인 모양이다.
‘어떻게?’
아몬드는 그냥 회사원이었다.
그나마 무기로 쓸법한 단단한 서류가방도 경사진 지하철 바닥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런데 밑으로 내려가는 게 있으면, 위에서 오는 것도 있는 법.
딸랑!
‘방울?’
터져서 사라져버린 무당의 방울.
그것이 아몬드 앞으로 굴러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스님의 염주, 광신도의 십자가 지팡이도 슬슬 미끄러져 온다.
띠링.
[무기를 고르시오]그렇다.
셋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1. 무당의 방울
2. 스님의 묵주
3. 성직자의 지팡이
-단소 ㅇㄷ?
-성직자의 지팡이 ㅇㅈㄹㅋㅋㅋㅋ
-고를만한게 없는데
“오. 고르는 거네요. 뭐 하지.”
띠링.
[아몬도일 님이 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4. 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십ㅋㅋㅋㅋㅋ
-그거지
-개발자 감 없네 ㄹㅇ
4번은 없으니 가장 먼저 있는 1번을 골랐다.
화악─
그러자 아몬드의 차림새가 무당의 한복으로 바뀐다.
무당들이 쓰는 갓까지 씨워졌다.
-아몬도령 ㄷㄷ
-캬
-뭐야 ㅋㅋㅋㅋ 옷도 바껴?
-마법소녀냐고 ㅋㅋㅋ
-이것이 k 마법소녀물ㅋㅋㅋ
“어? 모, 몬드가 1번했네?”
풍선껌은 잠시 망설이다가 2번을 고른다.
반짝!
그의 머리가 벗겨졌다.
-엌ㅋㅋㅋㅋㅋㅋㅋ
-아이언볼 그 자체가 되버리신;
-아닠ㅋㅋㅋㅋ
-광신도는 차마 못골랐낰ㅋㅋ
-왜 뜸들이나 했네 ㅋㅋㅋ
둘이 무기를 택하자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혼자서는 요괴를 물리칠 수 없습니다! 협동으로 물리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