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89화
31. 연습한 아몬드(3)
보물 창고에서 전설 등급 무기를 획득한 플레이어.
그의 이름은 ‘로대’다.
전설 무기를 들고 죽기는 싫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총을 난사했다.
투두두두두두!
‘절~~~대 못 죽지!’
그는 다이아몬드 4티어다.
그 화려한 랭크에 걸맞게 에임도 상당히 좋았다.
적들이 우후죽순 쓰러진다.
훌륭한 에임에 훌륭한 무기를 갖춘 탓이다.
몸통만 대충 두 발 이상을 맞히면 전부 죽는 수준이니.
“컥!”
“윽!”
순식간에 2명이 아웃 됐다.
로대는 계속해서 적들을 유린했다.
투두두둥!
개머리판에서 어깨로 밀려오는 진동에 쾌감이 느껴졌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짜릿하다.
이게 전설 무기라는 것인가?!
“으흐흐…….”
다이아라고 해도 전설 무기를 얻는 판은 매우 드물다. 30판에 1판 나오면 많이 먹는 수준이다.
그러니 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이대로라면 보물 창고를 정리하고 아이템을 독차지한다면 1등 각이 보인다.
‘내가 1등이다아아!’
그때였다.
쉬이이이익──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푹!
‘어?’
이마에 뭔가 뜨겁고 불쾌한 게 끈적하게 흐른다.
피다.
검붉은 피가 시야를 천천히 물들이더니.
[아쉽네요!] [79등]처참한 결과가 텍스트로 표시됐다.
전설 무기를 먹고 79등?
말도 안 된다.
“뭐, 뭐야!? 전혀 각이 없었는데!”
로대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억울했다.
분명 다 확인했는데.
전면과 좌측 말고는 공격이 올 틈이 없었는데.
그는 킬 캠을 돌려봤다.
“……이게 뭐야?”
화살 하나가 기둥을 돌아서 날아오는 게 아닌가?
마치 화살이 의지를 가진 것처럼.
“버그 아냐?”
단순히 화풀이가 아니라 로대는 이게 진지하게 버그라고 생각했다.
그냥 머리가 똑바로 박혀 있다면 말이 안 된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지 않나?
현실 고증을 기반으로 한 생존 게임에서 휘어져 날아오는 화살 따위가 존재하다니.
파워 슈트가 아니라, 파워 보우라도 있다는 거냐?
평소 SNS나 올튜브에는 관심이 없던 로대는 이게 아몬드의 화살이란 걸 알 리가 없었다.
‘이 새끼 뒤졌다.’
그는 자신을 죽인 아몬드의 화면으로 전환해서 관전을 시작했다.
한 번만 더 걸리면 신고를 때릴 생각이다. 처음은 실수로 버그가 터진 걸 수도 있으니까.
“또 하네. 또!”
파앙!
실수는커녕, 아몬드가 기둥을 사이에 끼고 화살을 난사 중이다.
쏘아진 4개 화살 모두 전부 휘어 들어간다.
“아니, 무슨?!”
화살들은 기둥을 돌아서, 그 뒤에 있는 적들의 머리로 향했다.
퍽! 퍼버버벅!
정확도는 100%였다.
단 한 발도 빗나가질 않았다.
[아몬드 → 노미노미] [처치하였습니다!] [77/100] [아몬드 → 아부라98] [처치하였습니다!] [76/100].
.
.
주르륵 이어지는 킬 로그.
‘…….’
로대는 할 말을 잃었다.
이 무슨 적나라한 버그 사용자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분노는 생기지 않았다.
깨달았기 때문이다.
‘버, 버그가 아니잖아?’
어떤 버그 현상도 아니었다는 걸.
로대 역시 다이아 랭크의 실력자다.
버그와 버그가 아닌 것 정도는 실제로 보면 구분이 되었다.
버그가 일어날 땐 보통 프레임 드랍이라든가, 노이즈 등이 동시에 발생한다.
아몬드의 화살은 깔끔했다. 어떤 이상 현상도 없었고, 오히려 직선으로 쏘는 경우가 훨씬 빠르고 정확도도 높다.
즉, 실력이다.
‘진짜 실력이야……?’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지만 저건 실력이다.
분노는 사라지고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포식자를 앞에 둔 초식 동물이 느낄 법한, 그런 소름 끼치는 두려움.
‘아몬드…… 다음에 만나면……’
로대는 아몬드라는 이름을 기억해 뒀다.
‘전력으로 도망가겠다!’
* * *
커브샷.
아몬드의 훈련 결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이었다.
이 커브샷의 속도와 정확도가 2-3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적들은 엄폐물 뒤에서 유도처럼 날아오는 화살에 대처하지 못했다.
-와우…….
-보물 창고가 아니라 무덤이네 ㅋㅋㅋㅋ
-이게 파라오의 무덤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ㅋㅋㅋㅋㅋ
-ㄹㅇ 보물 찾으러 왔다가 다 뒤지누.
-커브샷 ㄹㅇ 잘 쏜다 이제 ㄷㄷ
-빗나가는 법이 없누…….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꺾여 날아오는 화살을 상대하는 방법 따위, 배틀 라지의 플레이어들이 알 리가 없었다.
릴(LIL)이라면 모를까 배틀 라지에서 누가 이런 기술을 고려할까?
아마 잔기술에 통달했던 풍스나 조차 이 커브샷을 보면 기함을 토할 것이다.
팡!
마지막 화살이 최후의 생존자의 머리에 박힌 후.
이제 창고는 텅 비어버렸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정리됐다.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연습했다는 게 이거군요!]“후원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네, 커브샷도 연습했고, 그 외에도 활 폼을 바꿔보기도 했어요.”
이제 이 무기고 전체에는 아몬드 하나뿐이니, 여유롭게 채팅에도 대답해 주었다.
-와, 어쩐지 폼이 바뀌었더라.
-지린다. 하루 만에 바꾸고 이 정도 실력이라고?
-이게 천재지 ㄹㅇ
“연습을 좀 많이 했어요.”
능수능란한 커브샷 덕에 후원도 더 쏟아졌다.
[이순신 님이 ‘2만 원’ 후원했습니다!] [당신이 임진왜란에 있었다면…… 쿨럭!] [양궁 협회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 [금메달을 그냥 드리겠습니다!]“이순신 님, 양궁 협회…… 진짜는 아니죠? 무려 5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아몬드는 후원 리액션을 하면서, 보물 창고에서 건질 건 없나 더 살펴봤다.
‘폭탄류…….’
조명탄과 수류탄 그리고 연막탄.
이렇게 3종류의 폭탄을 주웠고, 조금 특별한 것도 발견했다.
“어?”
[화살 – 희귀]화살도 등급이 있다니.
금시초문이었다.
“화살도 희귀가 있는데요?”
-몰랐음?
-ㄷㄷ 이걸 모르다니 ㅋㅋ
-ㅁㅊ ㅋㅋㅋㅋㅋ
-ㄹㅇ 뉴비는 뉴비다~~
-하긴 활을 쓰는 스트리머가 있어야 알지…….
-ㅋㅋㅋㅋㅋ
뭐야. 나만 모르는 거였나.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기능이 더 있길래 희귀일까?
화살을 주워봤다.
[화살 – 희귀] [일반 화살보다 조금 더 가늘고 튼튼하여, 빠르고 멀리 날아간다.]특별한 기능이 있다기보단 그냥 좀 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화살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에 충실한 셈이다. 아몬드는 그 담백함이 마음에 들었다.
“좋군요.”
[30초 후 블루존이 축소됩니다!]이제 두 번째 축소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무기고가 살아남는군요. 하지만 불태우고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다음 블루존에서도 무기고 지역은 안전했다. 그러나 여기에 계속 있을 생각은 없었다.
무기고를 불태워서 나머지 무기들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몬드에겐 훨씬 더 유리했다.
화르륵!
지하 창고는 수많은 화약과 함께 활활 타들어갔다. 수많은 보물을 끌어안고.
* * *
무기고 뒤엔 우거진 숲이 하나 있었다. 정글 맵에만 있는 장소다.
늪지대 숲이라고 불린다.
[늪지대 숲]철퍽.
끈적한 느낌의 바닥에 발을 들이자 이런 텍스트가 지나간다.
“여기가 왠지 느낌이 좋은데, 숨어서 간 좀 볼게요.”
아몬드는 적당히 우거진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며 말했다.
당분간 파밍은 포기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의료품이 부족하지만, 딱히 파밍할 필요를 느끼진 않았다. 블루존의 위치가 너무 좋으니까.
그렇다. 웬일로 블루존이 아몬드를 도와주고 있었다. 늘 구린 운빨과 싸워야 했던 아몬드가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다만 몇몇 시청자들은 불만이 있었다.
-아! 이게 뭐야!
-판타지아 일 안 함?!
-아몬드! 당장 나가 싸워! 아몬드! 당장 나가 싸워! 아몬드! 당장 나가 싸워! 아몬드! 당장 나가 싸워!
-ㄴㄴ 제발 여기 있으셈
-ㄹㅇ 이거 다 따놓은 게임인데 여기서 나가면 개트롤 ㅋㅋㅋ
-누가 킬당 미션 좀 걸어라!
-니들 같으면 나가겠냐? 다이아가 코앞인데 ㅋㅋㅋㅋ
물론 아몬드는 나갈 생각이 없었다.
막상 나가서 죽으면 그게 욕을 가장 많이 먹을 터다.
[수줍은 여포 님이 미션을 등록합니다.] [킬당 천 원!]풉.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아. 죄송합니다. 미션 감사합니다.”
-야! 너 지금 가격 보고 비웃었냐!?
-엌ㅋㅋㅋㅋ 푸훕 ㅋㅋㅋㅋ
-ㄹㅇ 웃음이 나오긴 하네 ㅋㅋㅋㅋ
-이걸 어케 참음
-초심 어디 갔어!!!!
-진짜 수줍은 여포네 ㅅㅂ ㅋㅋㅋㅋ
-킬당 천 원ㅋㅋㅋㅋㅋ ㅇㅈㄹ 누가 함?
-당장 오늘 다이아 가는 미션이 무려 50만 원임!
[수줍은 여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킬당 만 원하면 ㄹㅇ 다 털려요. 지금 남은 애들이 60명인데…….]그건 그랬다.
일전에도 수줍은 여포는 킬당 1만 원 미션을 걸었다가 100만 원까지 털린 경험이 있었다.
-저분 네임드잖어 나름 ㅋㅋㅋ
-킹덤 ‘그 사건’ ㅋㅋㅋ
-아. 예전에 돈 털린 그놈이네 ㅋㅋㅋ
-ㄹㅇㅋㅋ
-헐ㅋㅋㅋㅋ 수줍은 여포 커여워 ㅠ
“미션 거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다이아 미션으로 충분해요.”
아몬드는 다이아를 오늘 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돈을 따져도 그게 이득이었다.
[미션 : 오늘 안에 다이아 달성] [53만 원]본래 10만 원으로 시작한 미션 성공 보수가 모이고 모여서 이제 53만 원이나 됐다.
-하긴 저 돈만 타가도 개꿀이지…….
-ㄹㅇ 근데 킬당 천 원은 너무했네 ㅋㅋㅋㅋ
-오늘 다이아 가면 ㄹㅇ루 전 세계가 K아몬드에 놀랄 텐데. 지금 킬당 5만 원 걸어도 안 움직이지 ㅅㅂ ㅋㅋㅋ
그러는 사이, 60명의 생존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55명, 그다음은 50명…….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다음 블루존 이동이 시작됐다.
[30초 후 블루존이 축소됩니다.]아몬드는 맵을 확인했다.
‘오.’
이번에도 그는 블루존의 선택을 받았다.
오늘은 정말 되는 날인 모양이다.
심지어 이 숲은 사람들 기억에 잊혀진 건지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생존자는 점점 더 줄어갔고 킬 로그는 늘어났다.
[월화수목금퉬 → wooni12] [49/100] [yong 93 → 텔포좀들어] [48/100] [신속정확대리버거 → yong 93] [47/100].
.
.
[신속정확대리버거 → wnsvyrnt] [30/100]30명의 생존자가 남았다.
아몬드는 그 자리 그대로였다.
-너무한 거 아니냐 아몬드!
-날 속였어! 이건 아몬드가 아니잖아!? 간디잖아!
-움직여 이 견과류 쉑!
-ㅋㅋㅋㅋ 아따 이런 판도 있어야제!
-판타지아 개놈들…….
멈춰 버린 화면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계속 불만을 토로했다.
[수줍은 여포 님이 미션을 등록합니다.] [킬당 만 원!]수줍은 여포가 다시 용기를 내본다.
-오……!
-드디어 움직이냐!?
-수포좌 ㅋㅋㅋ
-수포좤ㅋㅋㅋㅋㅋㅋㅋ
-수포좌 어감 지리누
-가즈아아아아!
-응 꺼져~ 지금부터 다 죽여도 30만 원이야~~
30명 정도가 남은 시점에 들어온 킬당 미션.
“미션 감사합니다. 그럼 아까 거까지 합쳐서 킬당 만천 원인가요?”
아몬드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만천 원 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 쉑 움직일 기색이 없네 ㅋㅋㅋㅋ
-으아 뭐야! 여포질 안 해!?
-날 속였어! 이건 간디잖아! 날 속였어! 이건 간디잖아! 날 속였어! 이건 간디잖아! 날 속였어! 이건 간디잖아!
-간몬드 무자식…….
-ㅋㅋㅋㅋㅋㅋㅋㅋ트수쉑들 미쳤네 ㅋㅋㅋ
-아 판타지아가 간만에 선택해 줬는데 좀 냅둬라 ㅋㅋㅋㅋ
어쨌든 승리하는 게 중요했다.
규칙만 지킨다면 승리가 최우선이다.
그게 스포츠다.
‘참자, 참아. 이게 운영이야, 운영.’
물론 아몬드도 화끈한 게임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모든 판을 다 화끈하게 쳐부수면서 이길 수 없다.
판타지아의 선택을 받았다면, 그것을 활용하는 것 또한 운영 능력, 즉 ‘실력’인 것이다.
그런데, 판타지아는 역시 아몬드를 버린 게 맞았던 것 같았다.
휘이이이잉──
하늘에서 희한한 소리가 울렸다.
‘어?’
올려다보는 아몬드의 얼굴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에어 드롭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 상자 같은 것이다.
이 안에는 각종 영웅 등급 이상의 아이템이 들어 있다.
‘망했다.’
이건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아몬드에겐 별로 의미 없는 템일 확률이 높다.
더군다나…….
퍼어엉! 펑!
피유우우웅!
이 에어드롭 상자라는 게, 온갖 요란한 폭죽, 신호탄이 터뜨린다.
에어드롭이 있는 위치를 전 맵에서 모든 유저들이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부우우우우웅──
저 멀리서 벌써 차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철퍽! 철퍽!
발자국 소리 역시 수없이 울려 퍼졌다.
꿀꺽.
아몬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킬당 미션 더 거실 분?”
-씹ㅋㅋㅋㅋㅋㅋㅋ
-개꿀!!!!
-여윽시 판타지아!
-이거지!
-ㅋㅋㅋㅋㅋㅋ 킬당 미션 절대 주지마아아!
-이제 그들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