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9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4부 22화(893/9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22화
8. 도깨비(1)
지박령의 이마에 붙은 부적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엥? 죽었어?’
풍선껌은 어이가 없어 입을 떡 벌렸다.
‘뭐야. 여기서 한 3시간은 헤맸는데.’
원래라면 여기서 정문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길을 찾아 헤매야 한다.
역장이든 뭐든 활용해서 창문으로 들어가는 게 정석이다.
‘그때 3층 정도로 들어갔었지.’
그렇게해서 들어간다고 끝도 아니다.
지박령은 자기 공간에 대한 엄청난 장악력을 갖고 있다.
결국 이 학교 건물 안에서 지박령과 싸워야하는데.
그게 되게 피곤한 일이었다.
타코가 말하길 이건 설계 의도 자체가 고난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거란다.
「무조건 난관에 부딪혀서 몇 번을 죽게 해놨네. 여기서 게임 이해도 시키고 못 하겠는 애들은 다른 건물부터 들어가고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판단을 고민하게 끔…….」
지박령이 이 게임에서 맡은 임무는 이 게임의 색을 보여주고, 플레이어 스스로 근처 지형을 탐사하게 만드는 것.
혹은 못하는 플레이어들은 다른 건물부터 공략하게 우회시키는 것 등.
맡은 바 책임이 막중한 캐릭터였다.
‘……근데 그냥 아무것도 못 하고 죽었네?’
문제는 아몬도령이 강림한 이 평행세계에선 그런 역할 따위 아무도 모르게 됐다는 것.
“어…….”
풍선껌이 고민하다 입을 연다.
원래라면 그냥 갈 텐데, 광고니까.
“이래도 되나? 얘, 얘도 나름 공략하는 재미가 있는데.”
“그래요? 근데 죽었는데.”
아몬드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아마 그의 눈엔 그냥 조금 센 잡몹이 지나가다 죽은 걸로 보일 것이다.
정말 그렇게 죽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죽은 몹은 공략이 없다 by 아몬도령
-엌ㅋㅋㅋㅋ
-공략하는 재미가 ‘있던 것’
“아니. 하…… 이거 비중이 있는 건데.”
“형 이거 깨는 데 오래 걸렸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정곡 ㅋㅋㅋ
-그랬나봄ㅋㅋㅋ
-앗ㅋㅋㅋ
-헉
“아, 아니, 내가 그래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라니까!?”
“일단 들어가죠.”
아몬드는 풍선껌이 장난치는 줄 알고 피식 웃으며 앞장선다.
‘아닌데!’
이걸 그냥 넘어가도 되나?
풍선껌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야 광고 방송이 이렇게 되는 경우를 처음 겪어봤으니까.
그는 광고를 하게 되면 개발자가 설계한 모든 함정에 다 당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는 스트리머다.
물론…… 도리라고 생각해서 당해주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몸이 그렇게 움직인다.
* * *
이 상황에 당황스러운 건 풍선껌만이 아니었다.
‘아…… 조졌다.’
김 대리.
그는 지금 김 과장 쪽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걸 저렇게 그냥 들어간다고?’
뉴비절단기.
난이도 안내자.
수문장.
그 수많은 이명이 무색하게 죽어버렸다.
‘이건 버그 수준인데.’
사실상 버그처럼 죽었다.
그야 뭐 하나 보여주지도 못하고, 문틈으로 날아간 부적에 맞아 죽었으니 말이다.
이런 플레이는 소위 ‘글리치(glitch)’에 가까웠다.
글리치란, 스피드런을 주로하는 게이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게임의 오류를 이용해서 게임 시간을 크게 단축해 버리는 건데.
단순한 플레이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편법이다.
예를 들어 1 스테이지의 어떤 벽을 통과해서 3 스테이지로 바로 넘어간다거나.
스테이지 보스가 생성되지도 못하게 막아버린다거나.
말도 안 되는 플레이들이 나온다.
글리치에 대해서 스피드런 게이머들 사이에선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최근엔 거의 대부분 인정해 준다.
게임 자체 설계로 인한 버그 또한 게임의 일부라는 의견인 것이다.
즉, 이건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는 거지만, 사실 없는 것이다.
“야. 이거 글리치 아니지? 어? 지박령 저거 중요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감이 좋은 김 과장이 날카롭게 묻는다.
“글리치라뇨. 하하. 그냥 부적을 맞고 죽은 건데요?”
김 대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친다.
“아니. 근데 너…… 아까 그러지 않았냐? 귀신은 사념체랑 뭐가 달라도 다르다면서!?”
“아…….”
달라도 다른 놈들은 맞는데.
본질적으로는 같은 계열이다.
“아, 아뇨~! 사실 계열이 비슷해서…… 제, 제가 그렇게 말했어요?”
다행인 거라면 김 과장은 게임 내용을 자세히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술이 약한 편이라는 것.
“아니…… 네가 분명…….”
역시.
김 과장은 김 대리가 했던 말을 제대로 기억해 내지 못했다.
“아…… 씨. 기억이 안 나.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풍선껌이 하는 말은 뭐야? 원래는 중요한 거처럼 말하잖아?”
방금 풍선껌이 한 말은 그래도 기억하는 김 과장.
그러나 김 대리는 웃는다.
피식.
“아니…… 그건 풍선껌 기준이고. 다른 사람들은 금세 금세 넘어가는 그런 겁니다.”
“그래?”
“예. 그럼요.”
김 과장은 미심쩍은 듯 갸웃거리며 투덜댄다.
“아니, 근데 뭔 귀신이 부적 하나에 죽어? 에라이.”
이 말에 김 대리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망할 개발자 놈들.’
그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개발자란 놈들은 이상한 병이 있어서, 꼭 하나의 방식이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클리어될 여지를 남겨둔다.
그냥 체력을 뻥튀기시켜 놨으면 이럴 일이 없겠지만.
이 게임에서 귀신들은 부적을 올바른 곳에 붙이기만 하면 사라진다.
그게 보스몹도 예외는 아니다. 단지 그 과정을 훨씬 어렵게 해놨을 뿐이다.
‘아무리 그랬다 해도 이게 이렇게 될 건 아닌데.’
부적을 아무 데나 붙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부적에 총처럼 조준경이 달려서 제대로 조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게임 보정으로 착 달라붙는 오토 에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 정확한 기회가 와야만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움직이는 대상에 날려 정확히 급소에 붙인다?
그것도 문이 닫히기 직전 그 찰나에 딱 붙인다니.
원래라면 안 되는 일이다.
‘사실상 저놈이 귀신 아냐?’
김 대리 눈엔 아몬도령이 귀신으로 보일 수준이다.
‘이렇게까지 하면 죽어야지. 어떡해?’
이 아몬도령을 막으려면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 게임엔 몬스터는 여러 종류가 있다.
마침 곧 조우하게 된다.
“지박령은 그냥 문지기 잡몹일 뿐이고. 진짜는 다음이에요. 요괴들도 등장하거든요. 걔네는 진짜예요.”
바로 요괴다.
“요괴는…… 진짜?”
“예, 진짜.”
사념체나 인간의 악한 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잡귀이며, 귀신은 과거에 인간이었던 원혼이다.
그러나 요괴는 달랐다. 날 때부터 영물로 태어나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지혜와 힘을 쌓아온 진짜 순종 괴물.
“얘넨 절대 협업 없이는 안 돼요. 특히…… 요괴는 불교 계열 무기로 잡아야 되거든요.”
“!”
김 과장의 눈이 번뜩인다.
“오호……? 그랬지!”
이 게임엔 몹들의 속성이 크게 세 분류로 나누어져 있다.
귀신, 사념체는 무당.
요괴, 도깨비는 불교.
악마, 악령은 기독교.
각각 퇴치할 수 있는 종교도 달랐다.
지금까지는 무당이 퇴치할 수 있는 종류만 나왔다.
그러나 요괴는 아니다.
스님이 어쨌거나 퇴치를 마무리하고, 무당은 보조를 해야 했다.
“요괴는 믿어볼 만합니다.”
술기운이 오른 과장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믿는다!? 요괴!”
“예!”
대리도 장단을 맞춰준다.
“요괴!”
“크아아아아?”
“그래. 인마.”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
기원을 담은 기합을 내지른 후, 대리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되……겠지?’
건배주를 마시는 그의 얼굴이 불안하다.
* * *
신학대 건물 1층.
김 대리만큼이나 불안한 얼굴을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풍선껌이다.
‘1층부터 오는 건 또 처음이네.’
타코야끼와 수많은 트라이를 했지만, 1층으로 진입한 건 처음이었다.
‘이제 나도 모른다.’
여기서부터 게임이 어떻게 꼬여 버렸을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풍선껌도 게임 꼬아서 이상하게 하는 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긴 한데.
이런 식으로 어이없는 스킵은 -실력 문제로 인해- 경험이 없다.
“근데 여기 왜 뭐가 잘 안 보이냐.”
지박령이 사라졌음에도, 버그인지 뭔지 여전히 1층은 어두운 안개가 쫙 깔려 있었다. 한 10미터 정도 넘어가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시야에 보이는 바닥은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고, 사람들이 급하게 움직인 흔적이 역력했다.
그들은 침묵 속에 일단 복도를 따라 걸었는데.
“근데 아무것도 없는데요?”
아몬드가 희한하다는 듯 말한다.
-그러게?
-귀신이라 안보이나?
-으. 학교 괴담 분위기.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듯
귀신이라 안 보인다거나 곧 튀어나온다거나. 그럴 수 있긴 하다.
그런데 아몬드가 의아해하는 건 그런 걸 몰라서가 아니다.
“못 나오고 갇혀 있다길래 엄청 귀신이 많은 줄 알았더니.”
이 안에 신학대생들이 갇혀있다고 하길래 사실상 좀비 스쿨 때처럼 복도에 적이 가득할 줄 알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 안에 갇혀 있느니 빨리 나오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수연아. 애들 갇힌 지는 얼마나 됐어?”
“헉.”
“……?”
“이름…… 불러주셨다.”
꺄앗!
수연이 좋아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
-퇴마해버리죠? 이거 귀신같은데요?
-ㅅㅂㅋㅋㅋ
-귀신들렸나 ㄹㅇ
-이게 버그가 아니면 뭐임!
“애들 갇힌 지 얼마나 됐어?”
아몬드는 질문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나 하여 한 번 더 묻는다.
-ㅋㅋㅋㅋㅁㅊ
-기계냐?ㅋㅋㅋ
-얘가 더 AI 같음 개추 ㅋㅋ
-끝까지 기계 취급 ㅋㅋㅋ
“흠. 흠. 얼마 안 됐어요. 반나절도 안 지났을 거예요.”
“애들 몇 층에 있어?”
“3층에 있어요! 그리고…… 지하 1층에도 조금 있을지도 몰라요. 무기를 가지러 갔다가…….”
“음. 이상하네.”
아몬드는 뭐가 미심쩍은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시청자 채널로 마이크를 돌리며 이렇게 말한다.
“역시 얘 수상한데요?”
-아몬도일 모드ㅋㅋ
-헉
-이거 살인 예고인가요?
-아몬도일 특) 뭐가 수상한지는 모름ㅋ 수상한다는 것만 암.
-관상 추리ㄷㄷ
시청자들이 놀리자 아몬드가 설명한다.
“아니, 여기에 귀신도 뭐도 없는데. 애들이 못 빠져나온다고 하고…… 사실 여기 애들 없는데 우리 유인한 거 아닐까요?”
-헉ㄷㄷ
-약간 유인형 요괴? 같은건가?
-ㄹㅇ
-섬뜩하긴하네요.
-그럼 고르죠. 4번.
나름 그럴듯한 추리였으나.
‘쟤 뭐래는 거야?’
그 꼴을 보며 풍선껌은 실소했다.
전제부터 잘못됐으니까.
‘아니, 애초에 네가 지박령을 이상하게 죽여서 이렇게 된 거잖아!’
사실 여기에 지박령이 부리는 하위 귀신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냥 사라진 것뿐이다.
본인이 시작도 전에 죽여서.
그런데 지금 엉뚱한 곳으로 화살이 가고 있었다.
‘이러다 수연이 죽이는 거 아냐?’
오수연.
이 캐릭터는 안 그래 보여도 상당한 비중이 있는 파트너다.
마침 딱 성경책을 들고 다니는 것만 봐도 게임력이 있는 게이머들은 금세 눈치챈다.
이 게임에 제공된 세 가지 속성.
불교, 기독교, 무당 중에 두 유저가 고르지 않은 속성을 오수연이 채워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동료는 필수다.
아몬드도 이걸 알지 않을까?
그러나 걱정을 거둘 수는 없다.
풍선껌도 ‘타앙’ 사태를 쇼츠로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서, 설마…….’
풍선껌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마침 아몬드 시청자들이 대신 물어봐 준다.
띠링.
[타앙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설마 수연이 죽이는 거 아니죠!?ㅎㅎ]-앗
-총이 없어서 안됨ㅋㅋ
-에이 ㅋㅋ
-죽는다니요? 거 기왕이면 ‘추리’라는 멋진 단어를 쓰십시오!
-설마 ㅋㅋㅋ
“일단은 지켜보겠습니다~”
다행히 아몬드는 추리는 뒤로 미루기로 한다.
‘휴.’
풍선껌은 안도했다.
‘그래도 어떻게 굴러는 가네.’
생각보다는 게임이 정상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아몬드의 다음 질문을 듣는 순간 풍선껌은 다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아, 근데 수연아. 애들 몇 층에 있어?”
아까 했던 말이잖아?
신학대 들어오기 전에 물어본 것까지 따지면 벌써 한 세 번째 묻는 것 같다.
-이 새끼 ㄹㅇ 기억못하네
-아니 3층에 있다고 ㅋㅋㅋ
-몇 번 물어보냐 ㅋㅋㅋ
-걍 검색하듯이 물어보는듯ㅋㅋㅋㅋㅋ
-뇌지컬 ㄷㄷ
-혹시 저놈이 요괴 아닐까요?
어쨌거나 수연이는 또 대답을 한다.
“아…… 3층에 있어요! 그리고…… 지하 1층에도 좀 있을 거예요. 무기를 가지러 창고로 가다가 갇혔을지도 몰라요.”
“오…… 똑같이 말하네.”
아몬드는 알고 물어본 척하며 뻔뻔하게 지하 계단으로 향했다.
“거짓말은 아닌 거 같으니까. 지하 1층에 무기 있다는 곳 한번 알아볼게요.”
-기억 안나서 물어본거잖아요 ㅋㅋㅋ
-풍선껌 표정ㅋㅋㅋㅋ
-기억력과 VNS 수치를 바꾼 남자
-호두 데려와!
그렇게 이들은 지하 1층을 첫 번째 행선지로 잡았다.
그곳에서 첫 번째 요괴와 마주하게 될 것도 모르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