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9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4부 27화(898/9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27화
9. 처음 받는 미션(3)
켠왕.
‘켠 김에 왕까지’의 줄임말이다.
과거 게임 채널에서 진행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인데.
게임을 한 번 켠 상태로 끝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잠도 서로 번갈아 자면서 계속 게임을 해서 결국 끝까지 깬다.
이 프로그램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를 얻었다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켠왕’이라는 컨텐츠가 성행하는데.
기본적인 룰은 게임을 끝낼 때까지 방송을 끄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식사는 하지만 잠은 잘 수 없다.
상당히 하드코어한 미션이니 금액도 상당하다.
[고스투 버스터즈 켠왕] [200만 원]무려 200만 원이라는 미션금이 걸려 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이 글자 앞에서 아몬드는 고민 중이다.
‘켠왕은 처음인데.’
아몬드는 그간 팔의 컨디션상 켠왕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괜찮을 것 같기도.’
미션을 거절할까도 고민해 봤지만 200만 원이라는 금액도 그렇고.
-와
-개같이 기대된당ㅋㅋㅋㅋ
-아몬드 켠왕이라니 ㄷㄷ
-근데 아몬드 괜찮나? ㅠㅠ 보고싶긴한데ㅠ
-켠왕 와 ㅋㅋㅋ 대박
-가즈아~
시청자들도 상당히 기대 중이다.
이대로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쉽게 얘기 꺼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몬드의 켠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언급되곤 했었다. 게임 스트리머인데 켠왕 한 번 못 보는 게 아쉽다는 식의 글들.
무엇보다 그는 방송 시간이 타 스트리머에 비해 짧지 않았던가.
‘도전…… 이구나.’
이건 새로운 도전이다.
도전은 늘 아몬드에겐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는 그 제안을 거의 피한 적이 없다. 난트전과 국가대항전이 그랬다.
켠왕은 그에 비하면 작은 도전이지만, 그의 게임 시간을 늘리는 데 있어선 큰 도전이다.
물론 도전에는 늘 위험이 따른다.
앞선 도전들이 그랬듯, 팔의 상태가 이번에도 그 위험이다.
글자가 아른거린다.
[도전하시겠습니까?]이런 글자로 뒤바뀌어 보인다.
* * *
전날 아몬드의 빠른 방송 종료로 상쾌한 기분으로 퇴근해서 오늘 출근한 김김 듀오.
“과장님. 오늘도…… 보십니까?”
“오. 좋지. 한 잔?”
“좋죠.”
이 광고는 둘의 희망이자 기대였다. 어차피 집에 가서도 마음 졸이면서 이것만 보고 있을 터. 그럴 바엔 그냥 회사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맥주나 한잔하면서 같이 보는 게 더 좋았다.
“그럼 그때 보겠습니다?”
“오케이.”
퇴근 후, 아몬드의 방송이 시작됐고. 둘은 어제처럼 자리를 깔아두고 맥주를 가져왔다.
“오늘 부장님 반응 보셨습니까? 판매량이 꽤 늘었다고 좋아하시던데.”
“그럼. 이 광고가 일주일만 가더라도 대박 날 것 같다고. 그렇게 극찬했잖아. 난 부장님 그러는 거 처음 본다.”
이 둘이 오늘도 술을 기울이는 이유가 있었다.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오늘 회사에서 아몬드와 풍선껌 첫 광고에 대해 엄청 반응이 좋았다.
판매량이 늘어난 건 물론이고 커뮤니티의 언급량도 대폭 늘어났다.
처음 2주로 잡았던 플랜도 이 기세라면 일주일이면 족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오늘도 한 서너 시간 하고 끄려나?”
“그쵸. 아몬드 방송 오래 못한대요. 제가 나무위키 봤거든요.”
이렇게나 방심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빠밤!
켠왕 미션이 등록될 때, 두 사람이 고성을 내지른 건.
“뭐…… 뭐야?!!”
과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아니! 무슨 이런 걸!?”
“하…… 구, 굳이? 이거 경쟁사 아니에요? 미친!?”
대리도 열불이 뻗쳤다.
켠왕이라니.
오늘 다 깨라고?
우리는 최소 1주는 생각했는데?
오늘 다 깬다고?
“서, 설마 이거 수락 안 하겠죠? 어제 처음 한 게임을 켠왕이라니…….”
“아몬드 켠왕 한 적 있어? 보통 깨냐?”
“자, 잠시만요.”
대리는 나무위키와 여러 사이트를 다 뒤져본다.
아몬드와 켠왕을 아무리 검색해도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
“아뇨. 없거든요? 지금까지 고민하는 거 보니까 안 할 거 같아요.”
“그치? 얘 뭐 팔도 좀…… 안 좋다며? 이거 어떻게 한다는 거야.”
“그쵸. 그래서 켠왕 미션이 걸린 것도 처음이에요. 진짜 어이없네. 누구지?”
그냥 이 게임을 빨리 끝내고 다른 게임이 보고 싶었던 평범하고 돈 많은 시청자다.
[ak47: 킹덤좀 해줘~]채팅 목록을 보니 킹덤을 보고 싶은 것 같았다.
“그, 근데 이거 수락 안 하지 않을까요?”
“그치. 안 하겠지.”
“어? 고민 중이네요. 안 한다. 안 한다아!”
김 대리와 김 과장의 눈이 마주치며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이걸 거절한다는 건 오늘도 짧게 방송할 거라는 뜻이고.
광고 노출 기간은 계속 길어질 거라는 뜻이고.
그렇게 되면 승진이 코 앞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내려오며 길이 되었다.
승진으로 향하는 빛의 길.
빛길!
[수락하겠습니다~]두둥.
아몬드는 수락을 눌러 버린다.
그는 듣지 못했다.
이 순간 서울의 어느 사무실에서 울려 퍼진 비명 소리를.
그런데, 죽으라는 법은 없다 했던가?
[아. 근데 잠깐만요? 풍선껌 형이 수락해야 되는데?]생각해 보니 풍선껌도 수락해야만 진행이 가능했다.
김김 듀오에게 다시 한번 한 줄기 빛이 떨어진다.
“그, 그렇지 혼자 못 하잖아!!”
“오. 신이시여. 제발. 귀신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마음 같아선 귀신이 저놈 잡아가라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대리는 말을 아꼈다. 부정 탈까 봐.
* * *`
디스월드에 접속한 풍선껌.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켠왕?”
“네. 형. 켠왕 미션 받았어요. 같이하시는 거 괜찮아요?”
저 해맑은 놈이 뭐라는 거야.
“……아니. 잠깐. 너…… 이미 수락했다고 뜨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선조치 후보고
-헉 켠왕ㅋㅋㅋ 대박
-왘ㅋㅋㅋ
“아…… 이건 신경 쓰지 마세요. 하실 거예요?”
아니 어떻게 신경을 안 써? 200만 원을 그냥 받아둔 건데!
“잠깐 몬드야. 일단 이거 어제 처음 한 게임이잖아.”
“그쵸.”
“아니…… 이거 되겠어?”
“처음 한 화신 대회에서도 썼는데…….”
“…….”
할 말이 없다.
-ㅋㅋㅋㅋㅋㅋ
-태생이 다른 새끼……
-ㅋㅋㅋㅋㄹㅇ이네
-켠왕도 상점픽이누
-알파의 삶
‘하 씨. 이거 안 되는데.’
풍선껌의 켠왕 경력은 화려하다.
그만큼 벌칙 경력도 화려하다.
그러니까 켠왕에 대한 공포가 더하면 더했지 절대 못하다 할 수 없었다.
그는 켠왕을 절대 아무 때나 하지 않았다. 소위 ‘켠왕각’이 나올 때나 시도했다. 심지어는 고액의 미션을 줘도 안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뒤에 올 후폭풍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장시간 방송으로 인한 체력 저하로 휴방, 거기에 해괴망측한 벌칙들.
여러모로 쉽게 결정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놈은 그냥 통보해 버렸다.
어디 소풍이라도 놀러 가는 듯한 말투로. 켠왕 소식을 전했다.
‘아니. 이 녀석이 아무리 실력자라도…… 이게 가능한 거야?’
-풍선껌 동공지진ㅋㅋㅋㅋ
-켠왕? ㅋㅋㅋㅋㅋ 와ㅋㅋㅋ
-드디어 하는구나 그렇게 해달래도 안해주더니!
-자 일단 벌칙부터 정하죠?ㅋㅋㅋ
풍선껌이 당황한 것과 반대로 시청자들은 죽어라 좋아했다.
띠링.
[길막기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켠왕을 하신다니! 제 전 재산을 드릴게요 ㅠㅠ 감동이에요 ㅠㅠ 참고로 전 12살입니다. 동전 하나 하나 모은 돼지 저금통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
-ㄹㅇ 비겁하다 ㅅㅂㅋㅋㅋ
-전재산 ㅠㅠㅠ 너무 감동이다 ㅠㅠ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설마 이거 받고 켠왕 안한다하겠나? 그럼 ㄹㅇ 악마지~
풍선껌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이놈들 시작됐다. 이렇게 켠왕으로 몰아간 다음, 벌칙 투표를 시작할 것이고 거기엔 상상도 하지 못한 곤란하고 민망한 벌칙들이 쓰여 있을 것이다.
“이…… 이 패턴 너무 익숙한데. 아…….”
풍선껌은 곤란한 듯 아몬드에게 어필해 봤다. 일단 그가 거절해야 풍선껌도 거절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가관이었다.
“예? 형 패턴 잘 못 외우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시밬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그거 말고 ㅋ
-그저 게임밖에 모르는 새끼……
-ㅈㄴ 웃기넼ㅋㅋ
하?
풍선껌은 영혼 빠진 웃음을 짓는다.
“그, 그래. 그렇긴 하지.”
“오늘 한번 다 깨봐요.”
풍선껌이 형님다운 인내심으로 살살 달래듯이 묻는다.
“저…… 몬드야 근데 이거 이론상 플레이 타임이 몇인지는 알고 수락한 거야? 200만 원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발 빼기 준비중ㅋㅋㅋ
-누가 도네 좀 더 쏴 발 못 빼게!
-저 사람 잡아!
“어…… 아뇨? 몇이지?”
“…….”
그것도 모르면서 수락하다니!
풍선껌은 할 말을 잃었다.
-아아가는 몰라. 걍 몰라.
-미친 모르는거였어?ㅋㅋㅋ
-그냥 물리적으로 오늘 못 깰 수도 있는딩
“아니. 만약에 게임 볼륨이 크면…… 아니다. 잠시만.”
풍선껌은 말로 설명이 안 되겠다 싶어서 본인이 계산해 본다.
“여러분. 이거 순수 이론상 플레이타임 24시간 넘어가면 솔직히 그냥 물려주세요. 몬드 무리하면 안 되는데 이건 아니잖아 솔직히. 사기지 완전.”
-ㄷㄷ
-박력
-이게 형님?!
-크
-ㅔ
-ㅇㅈ
-불가능한건 좀 그렇지
-20시간만 돼도 개오바야 ㅋㅋㅋ 잠도 안자고 20시간 게임하면 ㅋㅋㅋ
이는 풍선껌이 아몬드를 불가능한 켠왕에서 구출해 주기 위해서 꺼낸 말이었지만.
“우와아아아아아!”
“풍선껌! 풍선껌! 풍선껌!”
누구보다 환호한 이들은 김김 듀오였다.
그러나 잠시 후, 이들은 풍선껌과 함께 절망한다.
“저 찾았거든요? 근데, 그…… 하.”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내쉰다.
-ㅋㅋㅋㅋㅋㅋ
-한숨 쉬는거 보니까 24시간 안인가봐 ㅋㅋㅋ
-애매한가보넼ㅋㅋ
“지금 이거 순수 플레이 타임 딱 23시간 30분 나오거든요? 아니, 미친. 이거 귀신 같네?”
-진짜 귀신 잡는 게임이었누
-ㄹㅇ 귀신 맞음 ㅋ
-ㅋㅋㅋㅋㅋㅋㅋ귀신겜 클라쓰
순수 플레이 타임.
한 번도 안 죽고 원코인으로 깼을 때 나오는 플레이 타임이다.
기준이 정확한 건 없지만 이론상 모든 난관을 스무스하게 지나칠 때 나오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좋다.
즉, 사실상 게임을 처음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23시간 30분이라는 숫자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저건 이 게임에 통달한 AI가 해야만 나오는 숫자라고 봐야 했다.
그러나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시청자들이 후원을 마구 쏴댔다.
빠바밤!
[땡중 님이 무려 2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켠왕! 저희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전부 지금 착석해서 기다리고 있어요!]빠밤!
[사연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이제 늙어서 위독한 저희 강아지 소원이 켠왕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강아지는 원래 짓지도 못하는데 형 방송을 볼 때마다 켠왕해 달라고 ‘왕! 왕!’ 하고 울곤 합니다. 그러나 형은 끝내 수락하지 않았고 결국…….]“…….”
풍선껌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왕왕 ㅇㅈㄹㅋㅋㅋ
-강아지가 말을하누 ㄷㄷ
-ㅁㅊㅋㅋㅋ
-별의 별게 다나오네 ㅋㅋㅋㅋ
-앜ㅋㅋㅋ
하아.
풍선껌은 한숨을 내쉰다.
‘별수 없군.’
이미 분위기는 켠왕하는 방이 되어버렸다.
“여러분. 솔직히 24시간도 에반데. 지박령 그냥 스킵된 것도 있고 하니까…… 후…… 하겠습니다. 가자.”
두둥!
풍선껌은 웅장한 BGM을 틀며 팔을 들어 올렸다.
“켠와아아아아아앙!”
-와
-와아아아
-가즈아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ㄱㄱㄱㄱ
.
.
.
피융.
아몬도령과 풍선껌이 다시 악에 물든 대학 건물에 등장했다.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자, 준비.”
아몬드는 계주 선수처럼 자세를 굽히더니.
“타앙!”
신호와 함께 마구 뛰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닥!
-?
-뭐임?ㅋㅋㅋ
-ㅁㅊ ㅋㅋㅋㅋ
-타앙! ㅋㅋㅋㅋㅋ
풍선껌이 허겁지겁 따라가며 묻는다.
“뭐야, 왜 뛰어!?”
어디서 위험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런 게임에서 갑자기 이렇게 뛰어간다니.
풍선껌 입장에선 지뢰 깔린 지역을 냅다 뛰어서 돌파하는 것 같았다.
무슨 전략이 있는 건가?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켠왕이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켠왕이 뭔지 모르는 거 아니야?
-그것이…… 켠왕이니까.
-스피드런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
-아닠ㅋㅋㅋ 켠왕이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ㅋㅋㅋ
-진짜 지독하다! 견과류!
‘23시간을 할 수는 없어.’
아몬드는 1분 1초도 아끼려는 생각이었던 것뿐이었다.
‘시간을 알았으면 수락 안 했을 텐데.’
이렇게 아몬드의 첫 번째 켠왕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