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화
4. 도토리묵이 누구야?(1)
[마적 토벌을 성공하셨습니다.]도망치는 모든 마적들을 처치하자, 잠시 컷 신이 진행됐다. 용병대에 의뢰했던 귀족이 아몬드를 극찬하며 이름을 기억해 두겠노라고 외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귀족의 마차 한 편에 타고 있던 금발의 영애가 아몬드의 눈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아마 이 작품의 히로인이 되는 듯한데, 상현은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도토리묵 님이 ‘10만 원’ 후원해 주셨습니다.] [올 퍼펙트샷……. 실화냐?]아까 들어왔던 후원 때문이다.
채팅창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원래 유명한 사람이 왔을 때 보통 보이는 반응이다.
‘도토리묵? 유명한 사람인가?’
상현은 슈팅을 마치고 가만히 후원 창을 바라봤다.
신인치고는 최고로 잘 치고 올라가는 중이라지만, 고작 해봐야 200명 정도 보는 방송에 유명인이 온다니.
게다가 액수도 거금이었다.
‘10만 원…….’
무려 10만 원의 후원금. 보통 천 원부터 시작하는 걸 고려한다면, 상당한 금액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쏘는 걸 보면 확실히 일반적인 시청자는 아닌 셈이다.
-님. 리액션 안 함?
-ㅋㅋㅋ갑자기 10만 원으로 치고 들어오면 얼빠지긴 하지.
-여캠도 아니고 뭔 리액션이여. 리액션으로 활이나 쏴.
-ㅋㅋㅋㅋㅋㅋ리액션이 활ㅋㅋㅋ
시청자들은 잠시 얼빠진 채로 가만히 있는 상현을 놀려댔다.
‘아…… 리액션.’
상현은 그제야 리액션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생각을 안 해봤는데.’
그는 사실 벌써부터 후원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도 안 했기에 당연히 리액션도 고려하지 않았다.
“음…… 리액션…….”
잠시 고민하던 상현은 자신이 선수 시절에 가끔 하던 놀이를 생각해 냈다.
‘그거 웃기고 좋지.’
웃기기도 하고 활 실력도 뽐낼 수 있는 묘기 같은 거다.
“리액션 하겠습니다. 신기한 거 보여드릴게요.”
그는 화살을 노킹한 후, 하늘 위를 조준했다.
그 후, 잠시 각도를 계산하더니 시위를 놔버렸다.
피웅!
화살은 하늘 높이 날아가 사라져 버렸다.
-아니, 뭐야 ㅋㅋㅋ 진짜 활 쏘는 게 리액션임?
-미치겠넼ㅋㅋㅋ
-이게 뭔데? 설명이라도 해주고 쏴요 ㅋㅋ
-이거 후원 리액션임?
상현은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짠. 화살이 사라지는 마…….”
푹!
말하던 도중, 상현의 정수리에 화살이 꽂혀 버린다.
[사망]아몬드 캐릭터가 사망하고, 갑자기 게임 화면이 새까매졌다.
채팅창은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아닠ㅋㅋㅋㅋ
-자살 쇼?
-미친ㅋㅋㅋㅋㅋㅋ
-10만 원에 죽어버리는 남자…….
-10만 원에 정수리 한 발 ㅋㅋㅋㅋ
-뭐한 거임 ㄹㅇ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응이 좋네.’
여기까지는 의도된 연출이다.
그런데…….
피잉…….
그때 갑자기 캡슐의 이상이 생기며 게임과 스트리밍이 전부 종료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구세대 캡슐이라 무슨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어?! 튕긴 거야?”
상현은 당황했다.
10만 원 리액션 한 번 제대로 해주려다가 게임이 튕겨 버린 상황.
“뭐야, 이거.”
상현은 일단 캡슐에서 빠져나왔다. 얼굴은 상기되고, 머리칼엔 땀이 범벅이었다. 내부 온도가 33.2도의 찜질방이었다.
이 역시도 냉방 기능이 약한 구세대 캡슐이라서 생기는 문제였다.
“후우. 당분간은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굉장히 싼 가격에 구입한 캡슐이다. 불만은 없었다.
‘근데 방송은?’
상현은 방송이 걱정될 뿐이었다. 그는 얼른 자신의 컴퓨터로 방송을 다시 켜봤다.
다행히 아직 채팅창은 유지되는 중이었다.
-뭐야?! 나갔엌ㅋㅋㅋ
-아니, 리액션 무친 레벨이넼ㅋㅋㅋㅋ
-이게 현대 예술이다!
-????
-뭐야?
요약하자면 채팅창은 대체로 지금 ‘ㅋㅋㅋ’와 ‘???’로 도배되어 있었다.
난리라면 난리인 상태다.
상현은 채팅을 쳤다.
[지금 게임이 튕겼어요.]우선 왜 나가버렸는지부터 설명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튕긴 거임?
-아 개웃기넼ㅋㅋㅋㅋ
-무친 방송 재능…….
-대체 왜 튕긴 거임ㅋㅋㅋ
왜 튕긴지는 모르지만, 추측되는 이유는 있었다.
[아, 예. 제 캡슐이 조금 옛날 거라 그런 거 같아요…….]시청자들은 그 말에 더 배꼽을 잡았다.
상현이 게임을 나가버린 게 연출이 아니라 진짜 사고였단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아니, 진짜 튕긴 건가 봐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레전드다
-ㄹㅇ 레전드네 ㅋㅋㅋㅋ
상현의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갔다. 좀 전만 해도 방송 사고에 조금 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이런 사고는 방송인에겐 호재다. 예능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개그맨들은 보통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되레 좋아한다.
오늘 쓸 장면 나왔다고.
소위 말하는 ‘올튜브 각’이다. 상현은 그걸 그냥 공짜로 얻은 셈이다.
-돌았ㅋㅋㅋㅋ
-아몬드. 그는 신인가?
-아몬드. 그는 병신인가?
-정수리 쏘고 아웃!
-대체 왜 정수리를 쏜 거임ㅋㅋㅋ
채팅창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이러면…… 해명할 필요 없겠어.’
상현은 본래 치고 있던 해명문을 지웠다.
[아니. 이게 뭐냐면요. 제가 예전에 하고 놀던 건데. 포물선 각도를 극도로 조절해서 자기 정수리에 맞히는 겁니다. 물론 촉을 빼고 해야 하는데, 이건 게임이라…….]타다다닥.
그는 백스페이스 바를 연타했다.
[오늘 방송 여기까지 할게요.]그리고 자연스럽게 인사하고는 그냥 그 방에서 나가버렸다.
[스트리밍 종료]* * *
막무가내식으로 종료된 아몬드의 스트리밍.
갑자기 갈 곳을 잃은 시청자들은 벙하고 말았다.
-아니ㅋㅋㅋ 이거 완전 미친놈이넼ㅋㅋ
-개웃겨ㅋㅋㅋㅋ
-이러고 진짜 끝이야???
-그가 활로 쏜 건 방송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활로 조준하던 게 방송이었눜ㅋㅋㅋ
-10만 원 리액션 : 방종
-ㅋㅋㅋㅋㅋㅋ 정수리에 맞은 게 ㄹㅇ 개킬포
-그 와중에도 잘 맞힘ㅋㅋㅋㅋ
본래 딱 아쉬운 정도에서 끝내는 게 더 무서운 법이다. 상현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효과를 만들어내 버렸다.
그들은 아몬드의 활약을 계속 보고 싶었지만, 갑작스레 종료되어 버리니 답답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아 방송 또 언제 함?
-난 활 쏘는 거 몇 번 보지도 못했는데.
-나도 부르카 죽는 거 보고 링크 타고 와서 늦게 옴 ㅠㅠ
-난 오자마자 갑자기 정수리에 화살 맞더니 방송 꺼짐 시밬ㅋㅋㅋㅋ
-앜ㅋㅋㅋ 개웃기넼ㅋㅋㅋ
-다음 방송 언제지? 이분 시간 정해져 있음?
아몬드의 활약을 보지 못한다는 그 답답함은 점점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어갔다.
-ㄴㄴ 어젠 저녁 방송한다더니 오늘은 점심에 한 거 보면 걍 또라이임ㅋㅋㅋㅋ
-지멋대로 함ㅋㅋㅋ
-아몬드…… 너란 남자…….
-알림 켜두고 대기한다. ㅈ댔다. 아몬드!
시청자들은 아몬드의 강렬한 방송을 본 그 잔열을 채팅창에서 충분히 식힌 뒤에야,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그중 몇몇은 다시 커뮤니티 사이트로 들어가 오늘의 사건을 퍼 날랐다.
다시 보기에서 정수리에 화살이 꽂히는 장면을 클립을 따 둔 시청자들도 있었다.
200명 정도가 보는 채널에선 웬만해선 클립을 따주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인데, 그만큼 아몬드의 오늘 활약이 대단했던 것이다.
아몬드의 클립은 부르카를 쏘는 장면, 말을 달리면서 마적들을 전부 꼬치로 만든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종 직전에 보여준 묘기. 이렇게 세 가지가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묘기는 이런 글로 게시가 되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말 그대로 ‘저세상’ 에임 실력]위와 같은 제목의 게시글에는 상현의 묘기 그리고 동시에 캡슐이 튕기는 장면까지 담겨 있었다.
-미친ㅋㅋㅋㅋ 진짜 저세상 가는 에임 실력이넼ㅋㅋ
-돌아버리겠닼ㅋㅋㅋ
-펀치라인 무쳤ㅋㅋㅋㅋ
-실력파인데 팡대 짓까지. 아몬드 그는 (병)신인가?
-극한의 에임과 극한의 광대……. 이건 귀하군요.
커뮤니티에서도 역시 댓글 반응은 굉장했다.
그의 묘기가 꽤나 잘 먹힌 것 같았다.
물론 악플들도 있었다.
그들은 대체로 게시글 댓글마다 가서 이런 식으로 공격해댔다.
-대체 그 하꼬가 누군데 계속 언급하냐?
-홍보 밴 좀
-어디 좃목단이라도 있음?
-단톡방 팠나 보네 ㅅㅂ ㅋㅋㅋ
└그게 아니라 ㄹㅇ 잘하는데?
└지랄 노. 어차피 초반부더만, 게임.
-고작 200따리 스트리머를 왜 이리 빨아?
└ㄹㅇㅋㅋ
고작 200따리.
“크, 크흠.”
커뮤니티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상현은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물론 상현은 그런 말에 크게 상처 받지 않았다. 이런 건 떠오르는 신입 스트리머라면 당연 감당해야 할 시기, 질투 같은 것들이다.
이미 초월적 천재로서의 삶을 살았던 상현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염병들을 하네.”
저런 댓글 반응 정도야, 그저 이렇게 한마디 하고 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 유상현이다.
그렇기에 상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악성 댓글들을 전부 읽어 내려갔다.
-지금 빨아재끼는 꼬라지가 거의 제2의 도토리단임
-우우욱. 역겨워.
-도토리단ㅋㅋㅋ 다람쥐 새끼들.
-도토리묵 정도면 인정이지.
-도토리랑 저런 하꼬랑 비비는 거 보니 좃목단이네.
그런 중에 익숙한 이름을 발견한다.
“도토리묵…….”
오늘 10만 원을 후원해 준 그 사람이었다.
어쩐지 유명인 같더라니. 아예 이쪽 게임에서 1티어 스트리머였던 모양이다.
“꽤 잘하는 사람인가?”
상현은 도토리묵이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그의 영상을 찾아 재생해 봤다.
“……오.”
그는 상현과는 다르게 -당연히- 칼을 주로 썼는데.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칼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상현이 보더라도 굉장한 솜씨다.
들어보니 이미 여러 회차를 클리어한 상태에서 세부적인 컨텐츠까지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중 하나가 ‘활 챌린지’였는데.
“이건 영 아니네.”
그것만큼은 상현의 눈높이에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실력이었다. 도토리묵 본인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활 챌린지는 3화 정도 진행하다가 사라졌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활 챌린지를 넘기고, 나머지 영상들을 흥미롭게 보던 중.
띠링.
트리비 계정을 통해서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제목은 이러했다.
[안녕하세요. 아몬드 님. 전 스트리머 ‘도토리묵’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