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0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31화(902/91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31화
11. 수학귀신 vs 아몬도일(1)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아!”
김 과장은 보다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함쳤다.
아귀가 위로 올라갈수록 김 과장 얼굴의 붉은 부분도 위로 상승했다.
그 붉은 선이 지금은 거의 머리 꼭대기까지 닿아 있었다. 냄비가 펄펄 끓는 것만 같은 기세.
그럴 만했다. 그토록 믿고 있던 ‘요괴’의 마지막이 이런 식이었으니까.
“이딴 버그로 죽는다고?!”
“…….”
옆에서 김 대리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멍한 와중,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딱 이 단어 하나였다.
‘글리치.’
스피드런 유저들이 사용하는 버그와 슈퍼 플레이의 경계에 있는 행위.
게임의 빈틈을 찔러서 순식간에 스테이지를 넘어가거나 보스를 무력화시켜 버리는 행위다.
보통 이런 글리치는 게임이 런칭하고 한참 뒤에 수많은 시도를 통해서 발견되는데.
이 망할 풍선껌과 아몬드 듀오는 런칭 첫날에 하나를 찾고, 다음 날에 또 하나를 찾았다.
장담할 수 있었다.
지박령보다 이번에 찾은 글리치가 훨씬 치명적이다.
‘이거 진행은 되는 거야?’
지박령이 죽었을 때는 이런 걱정까진 안 했다. 어차피 시체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글리치라고 하기도 조금 애매한…… 일종의 아몬드 슈퍼 플레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그래픽이 깨져 나갔고, 아귀는 하늘 높이 쏘아져 버렸다. 일정 순간 이후로는 부적으로 올린 게 아니라 게임 내 오류로 하늘 위 우주까지 쏘아진 것이다. 심지어 이 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빠바밤!
[머쓱크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화성 갈 수 있다니끄아아아?]띠링.
아귀가 높이 쏘아진 걸 보고 놀리는 후원이 들어온다.
[시바견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광고인 거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광고 맡긴 회사 어카냐고 ㅋㅋㅋ
-이게 뭔 광고인지 나도 까먹음;
-몰?루
[노킹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코인 뒷광고]심지어 그걸 걱정하는 척하는 후원까지.
여기 어디에도 고스투 버스터즈와 중간 보스급인 ‘아귀’에 대한 감상은 없었다.
-헉
-ㄷㄷ
-어허
-ㅅㅂ 이게 무냨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까지가냐
-대체 몇 배 떡상임 저 정도면?ㅋㅋㅋ
쿵.
여기서 김 과장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정말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흐아아아!”
“과장님! 진정하세요! 뒤에 퀴즈가 있어요! 대놓고 머리 써야 하는 진짜 퀴즈!”
“뭐, 뭐? 너 아까도 머리 쓰는 거 있다더니…….”
“아니, 이번엔 진짜 대놓고! 절대 못 피해가는 수학 퀴즈!”
그러나, 세상이 늘 그렇듯이 그냥 죽으란 법은 없었다.
열정을 다하면 어떤 식으로든 기회가 오는 법이었다.
풍선껌이 열심히 해보려다 실수해도 어찌 됐든 아귀를 로켓 쏴서 죽인 것처럼, 정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기회가 올 때가 있었다.
신을 믿는 자들은 종종 말하지 않던가? 아무도 없을 때도 신은 날 지켜보고 있다고.
그들이 절망하는 늦은 시각에도, 사내 천장 위 카메라 하나가 빨간빛을 반짝거리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 * *
대표 정성진.
그는 고스투 버스터즈를 개발한 회사의 대표였다.
물론 말이 대표지 그리 대단한 회사는 아니었다.
이제 막 투자를 좀 받기 시작하고, 이제 막 괜찮은 게임을 배출하기 시작한 제작사다.
그렇기에 더욱 정신이 없었다.
“하아…… 그거 어디에 뒀지??”
자기 물건을 어디에 버려두고 회사 내부 카메라로 돌려서 찾아보는 게 거의 한 달의 한 번이었다.
“어디 보자…….”
딸깍.
라이브 화면이 켜진다.
그는 의심이 가는 시간대로 돌려서 자신의 사무실을 보려 했는데.
딱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음? 뭐야?’
정말 희한하리만치 시선을 끄는 자들이 있었다.
‘쟤네 저기서 뭐 하냐.’
마케팅팀의 김 과장과 김 대리다.
개발자 출신인 정 대표는 마케팅팀에 평소 큰 관심이 있진 않았는데.
회사를 운영할수록 느꼈다. 마케팅이 최소 3할은 차지한다는 거.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는 저도 모르게 그들을 계속 지켜봤다.
김김 듀오가 서로 하이파이브를 치며 맥주를 마시고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며 침을 튀는 모습을.
“축구라도 보나? 아니, 퇴근해서 볼 것이지. 왜 회사에서…….”
그는 다른 각도에서 화면을 확대해 본다.
확대 화질이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화면이라 금세 알아챘다.
놀랍게도 그들이 야근까지 하며 신나게 보고 있는 건 고스투 버스터즈였다.
“무슨…… 상황이지?”
그는 음성을 켜본다.
[아아아아악! 제발! 제발 한 번만 죽어!] [한 방 먹일 겁니다! 지금! 지금!] [요괴는 된다며!? 어?] [도깨비는 잡몹이에요. 진짜 요괴가 나옵니다.]정 대표는 홀린 듯이 그들이 나온 영상을 다 지켜봤다.
아마 대화로 추측건대 그들이 보고 있는 영상은 자신들이 광고를 맡긴 스트리머가 고스투 버스터즈를 플레이하는 영상이었다.
저들은 스트리머가 한 번이라도 죽으면서 고생하고, 광고가 길어지길 바라는 것 같았다.
“허…… 저렇게까지?”
자신이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저들은 열정적이었다.
사실 아몬드와 풍선껌의 황당한 플레이는 누가 봐도 열불이 터지게 해서 자동으로 불태워진 열정이다만.
대표의 눈엔 그래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엔 활활 타오르는 마케팅팀의 두 남자만이 보일 뿐이다.
그의 눈에 지금 김김 듀오는 이 회사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특히 김 과장은 아예 눈깔이 뒤집히지 않았는가?
직원들에 감동받은 대표.
“이 정도라니.”
멍하니 한참을 그 장면을 지켜본다.
그리고 깨달은 한 가지.
그는 이 상황 자체가 재밌다는 걸 알게 된다.
‘잠깐, 이거 좋은데?’
정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임도 혼자 뚝딱 개발하는 그이기에 간단한 영상 편집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딸깍, 딸깍.
그는 직접 이들이 나온 영상과 음성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될 법한 발언들은 쳐 내고 적당히 재밌는 것들만 추려냈다. 화질도 나름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들어냈다.
물론 대표가 보고 있는 건 하루 전 영상이기 때문에,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그의 게임에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 * *
[공략집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공략…… 인 거죠?ㅎ]-그래도 이번엔 협동으로 죽였네 ㅎㅎ
-이거 공략 맞아??ㅋㅋㅋ
-공략이 되게 신박하누
-뭔가뭔가임ㅋㅋㅋ
지금 고스투 버스터즈 합동 방송에 중대한 오해가 하나 발생하고 있었다.
일단 원인은 풍선껌이었다.
그가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공략을 알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진짜 알고 있긴 했는데.’
거짓말은 아니었다.
근데 일이 꼬였다.
그의 공략대로 하나도 풀리지 않고, 이상한 방식으로 아귀가 날아가 버린 것.
즉, 시청자들은 지금 아귀가 위로 치솟아서 죽는 게 원래 공략인 줄로 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야 풍선껌이 ‘요괴에선 제가 활약하겠다’며 걱정 말라 신신당부했었잖은가?
그러고 나서 보게 된 활약이 아귀 로켓 발사였다.
누가 봐도 이게 원래 공략인 셈.
-개똥겜이넼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
-와 갓겜ㅋㅋㅋ
이런게 원래 공략이라니.
이런 채팅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떡하지.’
풍선껌은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보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거 지금 아귀가 죽은 건 맞을까?
죽은 판정이 안 돼서 경험치도 못 먹었다면 게임 다시 해야 할 텐데.
욕 바가지로 먹지 않으려나?
그런데 그때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네임드 킬 달성!]두둥.
바닥의 물이 다 사라지면서 3층의 어두컴컴한 시야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와아! 해치웠다!”
수연이 두 팔을 위로 올리며 환호한다.
‘죽었구나?’
아귀가 죽은 것으로 판정됐고, 경험치도 제대로 들어온 것 같았다.
[강한 영혼을 제령해 영력이 증가합니다.]이때 풍선껌은 생각을 바꿨다.
‘그냥 말할까?’
어차피 아귀는 죽였으니, 그냥 말해도 오히려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일단 결과가 좋으면 과정도 미화되는 법이다.
그렇게 판단이 된 풍선껌은 원래 공략법을 공개하려 했다.
“저 그게…… 이게 원래…….”
그런데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두 한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수연이 갑자기 풍선껌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와 진짜 못생겼다.”
-?
-??
-?
-극딜 뭔데?
아무리 풍선껌을 놀리는 걸 좋아라 하는 시청자들일지라도 갑작스러운 발언에 놀라는 눈치였다.
아무리 그래도 선해 보이던 수연의 캐릭터가 이런 발언을 갑자기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그러나 이내 이유가 밝혀진다.
“더럽게 안 죽더라니.”
수연이 풍선껌 쪽을 보며 중얼거린 말 때문이다.
아귀였다.
그녀는 풍선껌이 서 있는 위치에 아귀가 죽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xy축은 인지해도 z축의 차이를 인지 못 해서 생기는 버그.
-엥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 아귀 위치가 저긴가봄
-z축 오류 ㄷㄷㅋㅋㅋ
-돌았ㅋㅋㅋ
-앜ㅋㅋㅋ
-아니 깜짝놀랐넼ㅋㅋ
-미친ㅋㅋㅋㅋ 풍선껌 방송의 신ㅋㅋㅋ
“……?”
갑자기 엄청난 모욕을 당한 풍선껌은 당황해서 별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모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꼴 좋다!”
퍽!
그녀는 풍선껌의 발을 퍽 차기까지 하며 하하 웃는 것이다.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레전드넼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
-하필?
-방송의 신ㅋㅋㅋㅋㅋㅋ
퍽! 퍽!
“별 못생긴 게! 끈질겨서는!”
풍선껌은 본인도 상황이 웃긴지 그저 웃기만 할 뿐 뭐라 말을 더 하지 못했다. 그저 이 상황이 얼른 끝나기를 기다렸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클립으로 다 따이겠누
-어떡하냐고 ㅠㅠㅠㅋㅋㅋ
-아 너무 웃겨 ㅋㅋㅋ
-ㄹㅇ 레전드ㅋㅋㅋㅋ
“몬드야…… 수연이 좀 말려봐.”
풍선껌은 아몬드에게 도움 요청을 했으나.
“어? 어디 갔어?”
* * *
‘시간 없다. 시간 없어.’
아몬드는 이미 사람들이 갇혀 있던 강의실 앞이었다.
아몬드는 여전히 머릿속으로 켠왕 생각뿐이었기에 빠르게 진행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문을 여는 데에 난관이 하나 있었다.
“호호호.”
스으윽.
아몬드가 문손잡이를 잡자, 유령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척 보기에도 싸워야 할 대상 같은 건 아니었는데.
턱!
아몬드는 눈길도 안 주고 부적을 붙여 버렸다.
“난 수학을 수호하는 수학 귀신이라네…… 어으으억!?”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이 수학 귀신만큼은 부적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덜컹. 덜컹.
문도 당연히 열리지 않았다. 이 귀신이 막고 있었으니.
“나, 난 수학 귀신이라네. 학문을 추구해야 하는 신성한 대학에서, 수학을 폄하하는 자들을 위해 이런 퀴즈를 하나 준비…….”
“뭐야. 부적이 잘못됐나?”
아몬드는 듣고 있지 않았다.
스피드런 하면서 게임 스토리를 다 보는 사람 따위 없었으니.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부적이 잘못됐을 수도 ㅋㅋㅋ
-좀 들어라 임마
-수학 나오니까 이 악물고 모른척ㅋㅋㅋㅋ
-ㅁㅊ 아몬드 쌉카운터
“정답을 맞힌다면 통과할 수 있네!”
“다른 거도 써볼게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몬드는 종류별 부적이 다 들어 있는 가방을 꺼내 들었다.
“저, 정답을…….”
수학 귀신은 대사를 읊으면서도 절로 시선이 부적 통으로 향하고 있었다.
띠링.
[아몬도령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문제는 네가 맞혀야겠지? (부적을 색깔별로 꺼내들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안들리는중ㅋㅋ
-수학귀신 나오니까 귀머거리 됐누 ㅋㅋㅋ
-ㄷㄷ
-빨간 휴지 파란 휴지 ㄷㄷ
-ㅋㅋㅋㅋ
아몬드의 반응을 보며 김김 듀오는 점점 모니터로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이거 진짜 치사하고 좋은 방법이다? 어? 그냥 무조건 풀어야 되는 거지?”
“물론입죠.”
크흐흐.
김 과장은 악당처럼 손바닥을 비비며 웃어댔다.
“몸으로 못 때려잡으면, 머리로 때려잡아야지. 암.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