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37화(908/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37화
13. 모델 동아리(1)
“자, 김 대리야.”
턱.
과장이 캔 커피 하나를 건넨다.
“아, 감사합니다.”
“보아하니, 오늘 켠왕이라고 밤샐 각인데. 불태워 보자고.”
“예, 예. 그래야죠.”
어차피 내일은 휴일이었다.
이 자식들 켠왕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잠도 안 올 텐데.
그냥 속 시원하게 쭉 보고 곯아떨어지는 게 나았다.
‘그래도 추리에서는 좀 헤매겠지?’
스토리 파트가 그나마 확실하게 시간 끌 구간이었다.
그때였다.
“타앙.”
과장이 커피 캔을 따며 넣은 효과음이다.
‘깜짝이야. 미친.’
제령당하는 줄 알았네.
김 대리는 안색이 시퍼래졌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를 보고 과장이 킬킬댄다.
“아. 으허허? 나도 모르게 그만.”
“아하하…….”
김 대리는 생각한다.
이 사람 이제 실성했나? 뭔가 정상적이지가 않았다.
하긴 이 사태의 진짜 책임자는 아마 과장이 될 테니까.
제정신인 게 이상하다.
광고 영상인데 제일 심혈을 기울인 첫 번째 뉴비 절단기 지박령은 시작도 못 해보고 사라지고.
그나마 요괴류 보스라고 기대를 모았던 현혹 아귀는 황당한 방식으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
심지어 놈은 페이즈 1, 2, 3으로 아주 착실하게 구성된 성실한 몬스터인데.
1은 ‘타앙’으로 바로 넘어가고, 2에서 로켓 발사하는 바람에 3은 보여주지도 못했다.
로켓 발사할 때 학교 지붕이 오픈카처럼 열려 버린 건 덤이다.
이 과정을 결재 올린 사람이 눈으로 다 보고 있다고 해보라.
단 하나의 광고로 모든 걸 압도할 수 있다고, 모든 광고 비용을 여기에 다 넣은 결과가 이렇다고 해보라.
잠이 오는 게 이상하다. 어쩌면 김 과장은 커피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김 대리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이에 김 과장은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호쾌하게 말한다.
“난 다~ 잊었다. 어? 다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귀신 친구들.”
“…….”
과장님이 그렇게 말해도 얘네는 이미 프로그램으로…… 아니다. 말하지 말자.
“크흠. 맞습니다. 다시 시작입니다. 어차피. 여기선 추리 과정이 좀 필요해서 또 여유로울 겁니다.”
“그래. 저기 병실에서 애들한테 말 거는 거 맞지?”
“네. 하나씩 물어보면서 단서를 찾으면 됩니다. 물론 애들이 많아서…….”
김 대리는 말을 멈춘다.
‘아, 진짜.’
모니터 속에서 아몬도령이 말을 거는 대상 때문이다.
‘왜 이런 것조차 한 번에 되는 건데!’
가장 중요한 NPC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기억을 가장 많이 보유한 NPC였다.
NPC마다 각각 대화에 응하게 되는 트리거가 있는데.
이 NPC의 트리거는 ‘공포’였다.
아몬드는 지금 그걸 활용하고 있는 거다. 본인도 모른 채로. 그랬더니 아주 술술 분다.
‘얘가 불어버리면, 다른 애들도 불기 쉬워지는데.’
정보를 한 번 입수하면 다음 인터뷰가 쉬워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뭘 물어봐야 할지 아니까.
다른 NPC들의 트리거를 굳이 다 맞춰줄 필요가 사라진다.
“왜 그래?”
점점 어두워지는 김 대리의 표정을 김 과장이 살핀다.
“아, 아닙니다.”
말하지 말자.
그냥 원래 이런 걸로 가자.
김 대리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독였다.
때로는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고생깨나 할 겁니다.”
“그래, 그래야지. 빌어먹을 놈들. 한 방만 제대로 먹여보라고!”
슉, 슉.
김 과장이 모니터 앞에 대고 주먹을 휘두른다.
그는 이제 누구보다 귀신 편이었다.
* * *
허공에 둥둥 뜬 피해자의 영혼.
그녀는 김 과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부적을 보고 잔뜩 겁먹은 채 술술 실토하기 시작했다.
“오, 옥상 같은 기억은 없어요! 하지만…… 가, 가장 최근 기억이 있어요.”
-누가 아몬도령을 의심하는가?
-ㅋㅋㅋㅋㅋ도술이 먹힌다고?
-도술(협박)
-ㅁㅊㅋㅋㅋ 왜 되냐고
-미인계(물리)
파랗게 질린 낯짝으로 횡설수설하는 영혼을 보며 시청자들은 황당해했다.
각각 NPC마다 원래 잘 먹히는 화법이 따로 있었던 걸 몰라서다.
“최근 기억? 뭔데?”
“별건 아니에요. 그냥…… 아는 언니 따라서 누구 만나러 갔던 거예요.”
아몬드와 풍선껌.
무당과 스님.
둘은 잠시 시선을 마주친다.
‘이건가?’
‘이건데?’
무당이 듣기에도, 스님이 듣기에도 엄청 별거였다.
아몬드는 갓을 고쳐 쓰고는 다시 도사 행세를 하며 뒷짐 지고 묻는다.
그는 자신이 도사 행세한 게 먹힌 거라 생각하는 거다.
“크흠. 그게 누군가?”
“언니가 아는 분이라고. 그분이 자기 은인이라고, 좋은 선생님이라 했어요. 근데 막상 만나진 못했어요.”
은인? 좋은 분?
뭔가 대학생들이 쓸 만한 말이 아니었다.
아몬드의 촉이 말해준다.
아는 언니가 이상하다.
“그 아는 언니가 여깄는가?”
“아뇨.”
“그 아는 언니는 어떻게 알게 됐지?”
“그냥 저희 과 선배예요. 근데 저랑 같은 동아리도 해서 친해졌어요.”
동아리?
역시 퇴마 동아리가 문제였나?
그 동아리장이라던 자식……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를 소개하더니.
아몬드가 휙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무슨 동아리.”
“벼, 벼, 별거 아니에요! 진짜 그냥 동아리!”
“그러니까 뭔데.”
아몬드가 얼굴을 더 들이대자, 학생 영혼의 얼굴이 시뻘개지며 대답한다.
“모델 동아리요.”
엥?
모델 동아리?
생각한 거하고 너무 다르잖아?
오컬트도 아니고.
“모델?”
이 질문을 오해한 건지, 학생은 손사래를 치며 변명한다.
“저, 저도 저랑 안 어울리는 거 알거든요!? 정말 모델 하겠다는 게 아니고! 고, 공짜로 워킹 교습도 시켜주고 자세 교정도 도와준다고 해서…….”
“허.”
아몬드는 잠시 마이크 채널을 바꾼다.
시청자들에게만 들리는 쪽으로.
“쿠키 형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또 뭔데 ㅋㅋㅋ
-니가 한 말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십
“공짜보다 비싼 건 없다. 소고기를 사 주시면서 말하시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쿠키좌 ㅋㅋㅋ
-쿠버지 ㅠㅠ
-명언충 쿠버지 ㄷㄷ
-???: 소고기로 국가대항전 1위 한 썰 푼다~
“크흠. 여튼 수상하네요.”
공짜로 교육해 준다?
수상한 냄새가 풀풀 난다.
물론 아몬도일의 기준.
옆에서 풍선껌이 물었다.
“근데…… 신학과가 뭔 모델 동아리를 해?”
“네? 아닌데요? 저는 신문방송학과예요…… 그리고 하, 할 수도 있죠. 아, 아저씨도 배 나왔는데 스님이잖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닠ㅋㅋ
-갑자기 극딜 ㅋㅋ
-목탁 한 번 치죠?
-스님이 배 나오면 안되냐?
-아무말 대잔칰ㅋㅋㅋ
피해 학생은 자신이 모델을 하려 했다는 게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이다.
사실 막상 아몬드나 풍선껌이 보기엔 이상할 것도 없는데 말이다.
단지 이상한 건 신학과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목사 모델, 모델 수녀님 같은 건 좀 이상하잖은가?
그런데 그마저도 아니었다.
신문방송과였다.
그렇다면 모델 동아리도 말은 된다. 어쨌거나 방송 쪽에 한 발 걸쳐 있긴 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근데 신방과가 신학대 건물에서 뭐하던거임??
-퇴마 동아리 문제 아니었누
-왜 거깄었는데 그럼ㅋㅋ
그럼 대체 신학대 학생도 아닌 애들이 신학대 옥상에서 뭘 하던 걸까?
끌려 왔나?
아몬드는 턱을 만지작거린다.
‘퇴마 동아리에서 문제 터진 줄 알았더니, 완전 잘못 짚었나?’
그는 차례차례 다른 질문을 한 뒤, 다른 아이들에게도 향했다.
“일단 다 인터뷰해 보겠습니다.”
* * *
첫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사하니까 다음 인터뷰는 편했다.
“동아리에서 아는 사람이 제안이요? 음…… 네. 기억나요. 그게 마지막 기억 같아요.”
“저는 동아리 아는 형이 자기가 예쁜 동기 소개시켜 준다 해서…….”
이후에 다른 학생들의 영혼과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공통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고 한다.
문제는 그 동아리가 대체로 다르다.
“모델 동아리요? 아뇨. 저는 여행 동아리예요.”
“클래식 동아리인데요? 악기 연주를 배울 수 있다 해서…….”
“저는 동아리는 안 하고, 저희 과 연구 소학회에서 만났어요.”
모든 다른 시작점.
그러나 끝은 같았다.
소개받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장소가 같았기 때문이다.
“저기 사거리 끝에 메타벅스 아세요? 거기서 보자 했어요.”
“음. 사거리 끝에 메타벅스에서였던 거 같은데.”
“저기 대로변에 있는 메타벅스 큰 건물 있어요.”
대로변 사거리 끝의 메타벅스 커피숍이 이들의 종착지다.
-메타벅스 ㅋㅋㅋ vr 커피숍임?
-메타벅스는 또 뭔뎈ㅋㅋㅋ
-메타의 시대는 온다……
아몬드가 메모장을 펼쳐보며 중얼거린다.
“일단 다들 누구를 소개받으려 했고, 그 장소가 메타벅스입니다.”
전부 다른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누구’를 만나려 했던 장소는 같았다.
이 ‘누구’라는 게 어떤 사람에겐 아는 오빠, 친한 형이라며 소개되고, 어떤 사람에겐 예쁜 동기, 친절한 선생님 혹은 어디 대기업에서 일하는 선배로 소개됐다.
“공통적으로 꿰어내려고 말을 꾸며낸 게 느껴지는데요.”
소개된 전부 특징은 다르지만, 하나는 겹친다.
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이 누군지 밝혀진 건 전혀 없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간단한 구별조차 안 되고 있다.
신기하리만치 이 ‘누구’에 대한 기억은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애초에 몇몇 학생은 자기가 누굴 만나러 갔다는 사실조차 기억 못 한다.
“이걸 어떻게 찾지? 정말 기억 못 하나……?”
결국 답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있는데.
굳이 이걸 먼 길 돌아가면서 조사해야 하는 걸까?
켠왕 중인데?
아몬드가 고심하던 그때, 옆에서 풍선껌이 손을 얹는다.
“몬드야…….”
“?”
“부적은 몰라도 여기 병원인데 칼은…….”
아몬드의 구마제검이 반쯤 뽑혀 나왔던 것이다.
“네? 아, 아니. 저도 모르게…….”
아몬드도 미처 몰랐다.
-ㅋㅋㅋㅋㅋㅋ칼 ㅁㅊㅋㅋㅋ
-내게 추리는 살인이다……
-칼실금ㅋㅋㅋ
-정말 기억 못하나?(칼을 찾으며)
-아니 무력으로만 해결하지말라곸ㅋㅋ
-기억력 회복제 (칼)
“근데 얘네 정말 기억 못 하나요?”
“보통 게임에서 기억 못 한다고 하면 때려죽여도 기억이 돌아오거나 하진 않아…….”
게임 경력이 훨씬 높은 풍선껌의 조언이니 아무래도 맞을 것이다.
“근데, 형. 때려죽여 봤어요?”
그러나 아몬드는 다르다.
해봐야 인정하는 스타일.
-아닠ㅋㅋㅋㅋㅋㅋ
-ㅁㅋㅋㅋㅋ
-정보) 풍선껌은 게임에서 안해본게 거의 없다
-앜ㅋㅋㅋ
“아, 아니. 그, 그건 실수야! 게다가 때려죽이면 질문은 어떻게 하게?”
“근데 저희는 얘기할 수 있는데요?”
아몬드는 무슨 말이냐는 듯 옆을 가리킨다.
둥둥 떠 있는 피해자의 영혼.
“엇…….”
그런가?
죽여도 질문할 수 있는 건가?
풍선껌은 고민해 봤다.
-헉ㅋㅋㅋㅋ
-맞네
-갑자기 영혼들 눈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데?ㅋㅋㅋ
-타앙해도 질문이 가능한 세계관?! 이거 못막습니다!
-ㅁㅊ 대발견
시도해 봄 직한 방법이었다.
어쨌거나 게임이잖은가?
방법은 뭐든 다 동원할 수 있다.
그런데─
“농담입니다. 피해자들인데 그럴 순 없죠.”
풍선껌은 말문이 막혔다.
‘이 자식이…….’
-그럼 껌형은?
-아니 ㅋㅋㅋㅋㅋ
-풍선껌만 쓰레기 됐누 ㅋㅋㅋ
-ㅁㅊㅋㅋㅋ
풍선껌만 진지하게 때려죽이는 걸 고민한 꼴이 되어버렸다.
“크흠. 몬드야. 그럼 이건 어때?”
풍선껌은 얼른 다른 방법을 고안해 본다.
“우리가 동아리 들어갈까?”
“……네?”
“아니, 그렇잖아. 동아리에서 애들 데려갔다며. 우리가 들어가자.”
풍선껌의 생각은 역시나 기상천외했다.
이 게임에 그 정도의 자유도가 있으려나?
“근데 어디로요?”
“모델 동아리.”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실제로 가능했다.
* * *
[우리가 동아리에 들어갈까?] [근데 어디로요?] [모델 동아리.]이 말이 울려 퍼지자, 김 대리는 커피를 앞으로 뿜었다.
푸후후!
“……김 대리야. 왜 그래? 사레들렸냐?”
“커, 커헉…… 컥. 예, 예. 잠깐 기침이…… 제, 제가 닦겠습니다.”
미친.
김 대리는 가까스로 표정을 숨겼다.
‘대체 어떻게 바로 맞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