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0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40화(911/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40화
14. 어셈블!(1)
“이것도 갑자기 한 번에 툭 찾아버리는 거 아니지?”
김 과장이 갑자기 불길한 소리를 꺼낸다.
무리한 추측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허무하게 갑자기 알아낸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말이다.
그러나 김 대리는 고개를 저었다.
“여태는 그냥 운입니다.”
확실하게 운이라 단언하는 김 대리.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야, 확실히 다 운이었다.
그 운이 모종의 이유로 계속된다는 게 문제지만.
어찌 됐든 김 대리는 정론파.
그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하며 김 과장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여기선 그런 식으로 때려 맞히기 힘들죠. 일단 숫자가 압박이잖아요?”
모델 동아리엔 사람이 거의 2~30여 명은 됐다.
7~8명 중에 고르면 되었던 입원실 인터뷰와 서너 개의 동아리 중에 잠입할 곳을 고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확률이다.
아무렇게나 찍어서 맞을 확률은 극히 적었다.
‘과연 그럴까.’
김 과장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랬다간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잖은가?
‘그래도 많긴 많아.’
뭣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확실한 답이 나왔다.
2~30명의 학생이다.
이건 확실한 근거를 찾지 않고는 도저히 순식간에 한 명으로 좁힐 수는 없는 숫자였다.
“근데 이거 뭘 어떻게 찾아야 되냐?”
김 과장도 이쯤 되면 궁금해졌다.
여기서 어떻게 용의자를 좁혀야 하는지.
“일단 지금까지 알아본바, 동아리 안에 뭔가 있다는 건 확실하죠. 그리고 누군가가 배후 세력이라는 것도.”
“그렇지. 다 같은 기억을 갖고 있었잖아. 누구를 소개받으러 갔다는.”
학생들이 갖고 있던 기억의 공통점.
그건 어떤 사람을 소개받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대체로 그들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럼 이 모델 동아리 안에 끄나풀이 있다는 거냐?”
“그쵸.”
“다른 동아리에서도 피해자가 있었잖아? 그건 뭐냐?”
“다른 동아리에도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걔넨 진짜 흑막을 만나지 못하죠. 모델 동아리의 끄나풀만이 가능해요.”
김 대리가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설명한다.
이 중, 삼 중의 함정이다.
아무리 저들이 버그급 운빨로 모델 동아리를 한 번에 골랐다고 해도 그다음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근데 잠깐.”
이에 김 과장이 멈칫하며 말한다.
“저놈들 모델 동아리로는 대체 어떻게 좁힌 거야?”
“예? 그야…….”
그냥 운빨이었는데?
‘아차차…….’
김대리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네가 방금 그랬잖아. 다른 동아리에도 끄나풀이 있다고. 근데 걔네들은 쩌리라고.”
“……그, 그쵸.”
“쩌리들을 먼저 공략했다면, 당연히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 그리고 그게 원래 의도지?”
“……예.”
“근데 얘넨 한 번에 모델 동아리로 온 거잖아?”
“…….”
그야 김 대리는 그간 김 과장의 멘탈 관리를 위해 속이고 있었다.
이들이 한 번에 모델 동아리로 온 건 게임의 의도대로라는 식으로.
속였다기보다 굳이 알려주지 않은 것뿐이지만, 지금의 김 과장에겐 그게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너 왜 말 안 했냐?”
“그, 그야…… 쩌리들부터 들른다고 해도 그렇게 큰 차이는…… 하하.”
“야. 너 똑바로 말 안 해!? 어?”
“아, 아니, 진짜라니까요? 별로 시간 차이도 안 나고…….”
어쩌구저쩌구.
김 대리가 되는대로 변명을 해대지만.
김 과장은 이미 마음에 안 든다.
“아오.”
타악.
그는 다시 홧김에 맥주를 깐다.
“한마디로 나 멘탈 나갈까 봐 말 안 했다는 거 아니야? 나 무시하냐? 어? 그냥 다 말해 인마!”
“……넵.”
“이제 진짜 믿는다? 어?”
“넵.”
김 대리는 한껏 고분고분해졌다.
“자. 이제부터 이거 추리하는 거. 그 끄나풀. 어?”
“넵.”
“그거 누구야.”
지금 화면을 가리키며 김 과장이 묻는다.
“그야…… 그거 미리 알면 재미없으시잖아요.”
확 그냥.
김 과장이 눈을 부라린다.
“내가 지금 재미로 이거 보게 생겼냐!? 학교 뚜껑이랑 내 뚜껑이 같이 열리면서 아귀가 우주로 발사되고, 지박령인지 지진아인지는 모습도 안 보이고 죽었는데!?”
“윽…… 그, 그럼…….”
김 대리는 마지못해 가리킨다.
툭.
모니터 위로 그의 손이 향한 곳으로 김 과장의 눈이 따라간다.
‘오.’
그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다.
전혀 존재감도 없고, 생김새의 개성도 흐릿해 기억도 안 남을 상.
이거라면 관상 추리의 대가인 아몬도일조차 감히 골라내지 못할 것 같았다.
* * *
한편, 풍선껌.
그는 시청자들과 한창 입씨름 중이었다.
“들었잖아? 어? 들었잖아, 방금 ‘다들’ 잘생겼죠? 라고 했다니까?”
그 화근은 다름 아닌 그를 소개해 준 한 NPC의 말.
그가 자신이 데려온 학생들을 가리키며 ‘다들 잘생겼죠?’라고 하는 바람에 풍선껌이 바람이 잔뜩 든 것이다.
“제가 그렇게 막 엉망인 얼굴이 아니라니까요? AI가 인증한 외모! 맞잖아?”
아몬드와의 합방에서 NPC들에게 워낙에 외모적 멸시를 당했다 보니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다.
물론 다년간 단련된 그의 시청자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띠링.
[팩트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와. 진짜 못생겼다! <<< ai가 했던 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앜ㅋㅋㅋㅋㅋ
-“ai가 인증한 외모” 인정합니다^^
-ㅁㅊㅋㅋㅋ그렇네
-수연좌ㄷㄷ
그들은 풍선껌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줘 버렸다.
“그건 버그였잖아요. 여러분~”
그러나 이번엔 풍선껌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여기서 물러나면 거의 최소 3개월 치 놀림감이다.
띠링.
[체리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들’님.]-아 다들 잘생겼다고 해섴ㅋㅋㅋ
-bj다들 ㅋㅋㅋ
-어케 사람 이름이 다들?
-앜ㅋㅋ
3개월 치 놀림감이 걸린 건 풍선껌뿐이 아니었다.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입장에선 풍선껌이 못생겼기 때문에 여자 NPC한테 발로 차였다는 역사가 왜곡되어선 안 됐다.
이것은 신념을 건 싸움!
“아니, 그러니까. 다들에 나랑 아몬드. 어? 이 둘이 포함이라니까?”
선동에 필요한 건 단 한마디 캐치프레이즈.
해명에 필요한 건 구차하고 긴 설명이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전자를 선호했다.
[다들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네. 제가 김다들입니다. 제가 잘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웬 이상한 아저씨가 신나하더라구요. 황당했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등장 ㄷㄷ
-본주 등장
-게임 끝났네~
“…….”
다들이라는 사람이 직접 등장하면서, 결국 풍선껌은 할 말을 잃었다.
* * *
한편 아몬드는 시청자들과 또 다른 싸움 중이었는데.
이 싸움은 조금 일방적이었다.
-누가 방장좀 말려~
-ㅋㅋㅋㅋㅋ뭐래는거야 ㄹㅇ
-와 지독하다 ㅋㅋㅋㅋ
-이분 양궁 선수가 아니라 관상 선수였나요?
그야 아몬드가 본격적인 추리를 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의 추리는 시작점부터가 일반적인 탐정들과는 궤를 달리하는데.
“관상이란 게 어느 정도 근거가 있거든요?”
그는 관상을 기반으로 추리한다.
이 관상 추리가 과연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
이 논쟁은 아몬도일이 탄생했던 추리게임에서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싸움이었다.
“특히 게임에서는 그걸 고려할 수밖에 없어요.”
아몬드는 늘 ‘게임에서는’을 걸고넘어지는 것도 늘 같은 패턴.
-ㅋㅋㅋㅋ그걸 고려한 걸 고려한다면?
-개소리도 반복하면 그럴듯해진다
-팩트) 아몬드가 수학을 잘하는 관상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관상은 없습니다…… 잘생과 못생이 있을 뿐 ㅠ
시청자들은 훨씬 더 여러 근거들을 들며 그를 설득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그렇듯이 별 소용 없었다.
“제 생각엔 얘는 아니거든요? 모델링이 성의가 없어요. 뒤에까지 나올 친구가 아닌 거죠.”
아몬드는 이미 관상으로 사람들을 걸러내고 있었다.
-모델링은 다 똑같은데 ㅋㅋㅋ
-그, 그냥 그 npc가 못생긴거야……
-성의가 없대 ㅋㅋㅋㅋㅁㅊㅋㅋ
-ㅋㅋㅋㅋㅋㅋㅋ그럴듯한데?
-폴리곤 추리 ㄷㄷ
-모델링 성의 ㅋㅋㅋ 이 정도까지 관상학을 넓히면 ㅇㅈ이지
* * *
관상 추리, 선 사격 후 추리 등.
여러 야매 추리 방식이 무서운 점은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었다.
의외로 그럴듯하게 들리는 그 설득력이 문제였다.
“야, 야…… 진짜냐 저거?”
모델링 추리론에 화들짝 놀라는 김 과장처럼.
잠시일지라도 설득되어 버리는 사람이 생긴다.
“쟤 진짜 범인 아니잖아?”
일단 아몬드가 제외시킨 인물은 범인이 아니었다.
확률상 아무나 골라서 제외시켜도 30분의 29 수준이니 당연한 것이다만…….
모델링 추리를 그럴싸하게 근거로 드니 흠칫하게 되는 것이다.
“그, 글쎄요!? 확인해 볼게요.”
김 대리 역시 흠칫하여 여러 번이나 확인했지만, 몇 번을 봐도 모델링의 수준은 비슷했다.
“모르겠는데……”
[얘도 아니네요.]아몬드가 또 하나를 걸러낸다.
“또, 또 걸렀는데? 또 한 명 걸렀다고!”
“그건…….”
확률상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김 대리는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여태 당해온 걸 생각하면 김 과장이 어떻게 생각할지 뻔하니까.
“하씨…… 미친놈들 진짜 모델링 대충한 거야? 뭐야?”
“그런가…….”
김 대리가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 중이다.
“진짜 내가 대표님이었으면 내일 당장 그냥 모델링 부서 집합이야. 어?!”
김 과장이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으름장을 놓는다.
물론 김 과장은 대표가 아니고, 대표라 해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집합은커녕 사장 역시 지금 잠도 못 자고 그들의 영상을 편집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김 과장.’
피식.
사장, 정 대표는 마케팅팀의 순진함에 실소하며 편집을 이어나갔다.
“집합은 김 과장 김 대리가 올튜브에 집합하는 걸로 가자…….”
직원 동의 없이 올튜브에 영상을 올릴 수는 없었지만. 정 대표는 이 협상에서 저들이 업로드를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계약을 이렇게 해놓고. 설마 안 한다고 안 하겠지.”
게임 클리어가 조건인 광고.
보통이라면 하루 이틀, 혹은 몇 시간 필수 이런 항목 넣는 거보다야 당연히 게임 클리어가 훨씬 길고 좋은 조건이다.
그래서 대표도 좋은 계약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 친구 아주 역사가 화려하던데.”
정 대표의 다른 모니터에 아몬드의 정보가 보인다.
마치 유능한 CEO의 대단한 이력처럼 밑에 정리되어 있는 것은 사실 유저들이 나무위키에 정리한 게임 클리어나 기록 데이터다.
[킹덤 퍼펙트 샷 최초 구현] [킹덤 최단 시간 클리어] [한국 서버 최초 레이나 스토리모드 3별 클리어] [배틀 라지 최단 시간 다이아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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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우승 등의 타이틀을 떼더라도 이 사람은 게임 빨리 깨는 데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이런 사람한테 그런 조건을 내걸다니.
‘이런 사람이라서 그런 조건을 수락한 거겠지만…….’
어찌 됐든 회사는 결과로 평가하는 곳.
김 과장과 김 대리는 올튜브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헛발을 짚고 있다.
“어휴. 김 과장아. 모델링에 문제가 있긴 뭐가 있냐. 어? 문제는 네 계약서에 있다니까?”
아몬도일의 헛소리에 여전히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흥분하고 있는 김 과장에, 대표가 한탄한다.
그러나, 그는 다른 모니터에 켜둔 아몬드 방송을 보고는 눈이 큼지막해지고 말았다.
“……?”
뭐야.
“모델링에 진짜 문제가 있나?”
파르르 떨리는 정 대표의 눈.
아마 김 과장의 말대로 어쩌면 모델링 부서가 집합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