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1화
32. 스타의 자질(1)
6연 커브샷을 명중시키고도 매우 침착한 아몬드.
-아니, 이 자식은 방심을 안 하냐!?
-방심 좀 해! 아몬드!
-살살 좀 해! 아몬드!
-ㄹㅇㅋㅋ 대충하는 법이 없네.
-내가 저런 화살 쐈으면 바로 내 플레이에 감탄해서 환호성 지르다가 뒤짐 ㄹㅇ ㅋㅋㅋ
방심이라니.
그건 유상현이라는 사람과 가장 거리가 먼 감정이 아닐까?
화살 하나 쏠 때마다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곳이 그의 출신지다.
중요한 순간에 마음의 평온을 이뤄내는 능력만은 거의 세계에서 최고급이라고 자부해도 될 것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이미 그의 인생 자체에 배어 있는 습관.
그래서 아몬드는 엄청난 슈퍼 플레이 후에도, 늘 곧바로 다음 적을 생각했다.
‘요란한 소리가 났으니, 분명 올 거다.’
블루존의 위치도 그렇고, 방금의 그 요란한 소리, 그리고 에어드롭의 위치 등.
여기에 사람이 몰릴 요소는 수도 없이 많았다. 적어도 무슨 일인지, 구경이라도 하고 싶을 터다.
그걸 위해 목을 빼꼼 내미는 순간이 아몬드가 사냥을 시작할 때이다.
사라락. 사락.
수풀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소리 사이로…….
철벅. 철벅.
사람의 발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유달리 감각이 예민한 아몬드이기에 느낄 수 있었다.
‘한 명.’
일단 한 명이 접근 중이다.
수풀을 슬쩍 젖히고 눈을 부릅떠서 둘러본다.
‘저깄다.’
우측에 누군가가 보인다. 나무 뒤에서 총구를 올리고 있었다.
아몬드를 노리는 듯했다. 길리 슈트를 입었음에도 들킨 걸까? 어떻게? 아까 싸우는 장면을 봐서?
고민할 틈은 없었다.
휘릭.
아몬드는 가볍게 몸을 굴리며, 화살을 쐈다.
마치 어린아이와 캐치볼을 하듯이 가볍게 톡, 사뿐하게 쏘는 느낌이었다만.
피유웅!
날아가는 느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푹!
투두두둥…….
아몬드의 화살이 맞은 시점과, 총성이 들려온 시점이 동시였다.
방금 전 아몬드가 있던 자리로 도탄이 튀었다.
이후, 상대는 쓰러졌다.
털썩.
-와!
-쏘는 속도가 보이질 않네ㄷㄷ
-더 빨라졌어.
-아니, 저기에 사람이 있었어?
-ㄷㄷ
-어케 봤누.
-저놈은 또 아몬드를 어케 봤누? 역시 다이아 레이팅은 다르네 ㅅㅂ
-괴물들의 향연.
아몬드는 목소리가 새어 나갈 일 없는 시청자들에게 쉿 하며 검지를 세웠다.
“……또 있어요.”
또 다른 발걸음 소리.
이번엔 좌측이었다.
투두두두!
이번 적은 아몬드를 먼저 쐈다. 아까의 전투로 아몬드의 위치가 또 들킨 것이다.
아몬드는 다시 몸을 날리며 활을 쐈다. 예전에는 조금 뻣뻣한 기색이라도 있었는데, 이젠 몸을 날리는 것과 활을 쏘는 것이 거의 한 동작이었다.
그래서일까?
격하게 움직이면서 쏜 화살인데도.
푹!
화살은 상대의 방탄모를 터뜨렸다.
“윽?!”
충격으로 놈의 몸이 잠시 부르르 떨리는 사이.
연이어 두 발의 화살이 더 날아갔고.
푹! 푹!
그게 전부 상대의 머리에 명중했다.
몸을 옆으로 던지면서 쏜 화살이 무려 3발.
그 짧은 체공 시간에 3연사를 했던 것이다.
-아니, 뭐냐. 이거 액션 게임이었냐?
-ㅋㅋㅋㅋㅋㅋ헐
-이제 정말로 총보다도 빠른 것 같군.
-게, 게임이 잘못된 거 같습니다. 선생님!
-아니, 방장님! 릴 말고 배틀 라지 해달라고!
-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뭐야…….
-무협지냐? ㅋㅋㅋㅋ
-이거 옛날에 건즈 온라인인가 뭔가 하던 그 겜 아니냐?!
그 뒤에도 좌측에서 오는 적, 후방에서 오는 적 등 계속 누군가 튀어나왔지만.
파앙! 파앙!
이리저리 자유롭게 구르면서 화살을 쏴대는 아몬드에게 전부 학살당했다.
[아몬드 → 도리토스] [처치하였습니다!] [1/100]결국, 마지막 적까지 어이없게 죽어버리고.
게임은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끝났다.
아몬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떠올랐다.
[1등]미션 금도 넉넉하게 받아냈다.
[‘킬당 천 원’ 미션 성공!] [‘킬당 만 원’ 미션 성공!] [27킬 달성!]자동으로 미션 내용을 해석해서 계산해 주는 트리비의 시스템이었다.
[29만 7천 원 지급됩니다]30명이 남았을 때 걸었는데, 27명이 아몬드 손에 죽었다.
덕분에 거의 30만 원에 가까운 돈이 지급되어 버렸다.
-흐어어어유ㅠㅠ
채팅창에선 미션을 걸었던 ‘수줍은 여포’가 울었다.
-수포좌 ㅋㅋㅋㅋ
-울지 마요
-어이. 수포. 울지 마라.
-ㅋㅋㅋㅋㅋㅋ재밌었으면 됐잖아!?
-나쁜 놈들ㅋㅋㅋㅋ
* * *
첫 단추가 잘 풀리면 일이 쉽다고 했던가.
아몬드는 최상의 컨디션이었고, 파죽지세로 3연승을 이어나갔다.
연승이라 함은 탑10 안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중 두 번이 1등이었고, 한 번은 아쉽게 저격수에게 죽으면서 10등이었다.
그게 현재 진행한 마지막 판이었다.
“아. 저격수 대처가 어렵네요.”
마지막 게임에서 나오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으나.
아쉽긴 했으나 그를 기다리는 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이아몬드 랭크 승격전이 시작되었습니다!]어느새 포인트가 다 채워져서 승격전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 10등 했는데도, 승격전 떴네요. 이러면 오히려 좋죠?”
-ㅋㅋㅋㅋㅋㅋ 무히려 좋아
-ㄹㅇ ㅋㅋㅋ 개이득
-근데 10등 판도 아깝당 ㅋㅋㅋ
-저격수는 킹쩔 수 없징
-ㄹㅇ 끔살당해 버렸네. 누구지?
-잘하는 애들 졸라 많다 ㄹㅇ
-이게 플래 상위권인가……
-템빨 잘 뜬 저격수는 대처가 안 됨
비록 템 잘 뜬 저격수에게 의문사를 당해버리긴 했다만, 아몬드는 개의치 않았다.
이 게임은 운이 없으면 세계 랭커도 꼴등 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중요할 때 1등 하면 돼.’
그냥 중요한 때에 1등을 하면 된다.
바로 승격전 같은 때 말이다.
승격전은 다섯 판으로 진행되는데.
1등을 하면 최소 두 판 안에 끝난다.
‘슬슬 다시…….’
잠시 시청자들과 이야기 나누며 쉬었으니, 바로 큐를 돌려볼까 하던 찰나.
[주혁 : 밥 안 먹냐?]주혁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밥?’
상현은 그제야 하단의 시간을 확인해 봤다.
오후 7시. 벌써 저녁 시간이다.
인지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끼니를 먹지 않았었지.
‘연승 끊겨서 어차피 흐름도 끊어졌는데. 밥 먹고 할까?’
파죽지세로 연승을 이어가는 때라면 모를까, 이럴 때라면 오히려 한번 쉬어가는 것도 좋았다.
“승격전은 밥을 먹고 다시 이어서 시작하겠습니다.”
-엥?
-뭐야!
-ㅠㅠㅠㅠ가는 거임?
-밥 가티 먹쟈!
-절대 먹방 해! 절대 먹방 해! 절대 먹방 해! 절대 먹방 해!
-오 먹방 각?
먹방?
먹방을 하자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아몬드는 잠시 고민했다.
[소루소빵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먹방 보여줘 ㅠㅠ]급기야는 애원하는 후원까지 들어온다.
어지간해서는 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방송용 카메라도, 마이크도 없다.
오로지 캡슐에서만 방송이 가능한 게 현재 아몬드 집의 상태다.
“아…… 먹방은 아무래도…….”
빠밤!
[가지볶음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절대 먹방 해!]“……좋은 것 같습니다!”
-엌ㅋㅋㅋㅋㅋ
-가지볶음의 ‘진심 펀치’다.
-역시 진심은 어디서나 통하는군요. 오─멘.
-ㅋㅋㅋㅋㅋㅋ 이 말하려던 게 아닌 것 같은데.
“그, 근데 일단 장비도 없고, 매니저한테 한번 물어볼게요. 안 될 수도 있어요!”
아몬드는 잠시 시청자들을 달래놓고, 캡슐 밖으로 나갔다.
* * *
치이이익──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캡슐 뚜껑.
촉촉하게 젖은 아몬드가 그 안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땀이 별로 안 나네.’
확실히 컨디션이 좋다는 징조였다. 어떨 때는 한 판만 진행해도 땀에 흠뻑 젖는데, 오늘은 가벼운 조깅 정도의 느낌이었다.
“먹방?”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던 주혁이 쓱 돌아보며 되묻는다.
“어. 가능한가?”
“가능하지. 너만 하고 싶으면. 아주 좋지.”
주혁은 오히려 반가워하는 눈치다.
시청자와 소통할 방법을 늘리는 건 스트리머에게 대부분 좋게 작용한다.
늘 상업적인 고민을 하는 주혁에겐 좋은 소식이다.
그리고 여기서 슬쩍 하나 끼워 넣고 싶은 게 있었다.
“근데…… 나 캠이 없는데. 어쩌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상현의 발언에도, 주혁은 거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지, 인마. 내가 생각해 둔 게 있어. 야외 방송이지.”
“……야외?”
“어차피 캠 없어서 화질도 딸리잖아. 그럴 바엔 폰으로 야외 방송해 주는 거지.”
가끔 본 적 있긴 했다.
스트리머들이 밖에서 기다란 셀카봉을 들고 걸어 다니는 거.
‘내가 그걸 하게 될 줄이야.’
상현은 조금 망설여졌다.
“밥은?”
“밥을 밖에서 먹는 거지.”
“야. 그거 좀 민폐 아니냐?”
그 꼴을 하고 밥까지 먹는다고 생각하니 더 거북했다.
“민폐는 무슨. 그 사람은 좋아 죽을걸?”
“……그 사람?”
“그 오강우 김치찌개 후계점.”
“아……!”
짝.
상현도 딱 거기다 싶어서 박수를 친다.
거기라면 괜찮지.
“그럼, 나 잠시 마스크 좀.”
그는 저번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얼굴을 가릴 마스크를 챙겼다.
그사이 주혁은 어딘가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광고주 쪽이다.
“……예, 예. 기회 왔을 때 바로 가야죠. 하하. 화끈하게 해주시니 저희도 좋네요…….”
바로 저렇게 이야기하는 거 보니 금방 해결된 듯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자, 주혁이 바로 현관을 열었다.
“가즈아! 첫 광고!”
* * *
“어서 오세요! 만 년 전통! 지옥의 맛! 오강우 김치찌개입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세 명의 일행을 반겼다.
그렇다. 둘이 아닌 세 명이다. 서지아까지 합류했다.
밥을 먹을 생각이 있냐는 주혁의 메시지에 곧장 먹겠다고 달려왔다.
그녀는 방송을 할 거라는 말에도, 자기는 그냥 먹기만 한다면서 후드를 뒤집어썼다.
“메뉴는 저번이랑 같은 걸로 시키고…… 술은 안 돼. 알지?”
주혁이 지아를 보며 말한다.
“알죠. 나도 그 정도는.”
지아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저번 술주정 일이 생각나서 조금 어색했다.
“좋아. 그럼 여기 구천 지옥 찌개 3인분요.”
직원이 메뉴판을 받아가려는 순간.
“이야! 진짜 오셨네!”
사장 오동산이 등장했다. 주혁의 예상대로 역시나 아주 반가워하는 느낌.
“대표님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저희 지점에서 바로 광고 들어가신다고!”
으하하하하.
곳곳에 잔주름이 진 오동산의 얼굴이 활짝 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니 상현도 안심이 됐다.
‘민폐는 아닌 것 같으니까…….’
그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셀카봉을 꺼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크, 크흠. 이건 정말 적응이 안 되네.”
“야. 이제 일상이야. 그냥 해.”
주혁의 일갈에 상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으로 방송을 켜봤다.
[모바일 스트리밍이 시작됩니다!]최초의 야외 방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