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1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44화(915/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44화
15. 집합 vs 여집합(2)
오상기.
풍선껌 외모 칭찬하던 선배의 이름이다.
이 사람이 흑막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건 이제는 기정 사실이 되었다.
“……서, 선배가.”
털썩.
풍선껌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금 아몬드의 칼이 그대로 통과한 후.
선배의 인격이 교체되었던 걸 그도 눈으로 똑똑히 봤다.
-ㅋㅋㅋㅋㅋㅋ절망 ㅋㅋ
-유일하게 그가 잘생겼다고 평해준 사람은 사실 악당이었다……
-ㄷㄷㄷ
-선배가 ㅋㅋㅋㅋ
-결국 정상인은 아무도 풍선껌이 잘생겼다고 생각 안한다는거죠!? 그렇죠!?
선배는 흑막의 끄나풀이었다.
거짓말과 현혹을 일삼아 아이들을 꿰어내서 흑막에게 데려가는 역할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죄다 거짓말일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었던 것이다.
“…….”
풍선껌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렇게 된 거.’
그는 흑막을 반드시 잡아서 두들겨 패줄 생각이다.
* * *
칼로 베는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아몬드는 그 이후로도 부적을 던져본다거나, 하다못해 발로 차본다거나 별의별 방식을 다 시도했지만.
“어이쿠~ 웬 포스트잇이 붙었네?”
“어허허? 다리가 길구나? 모델 동아리에 온 걸 환영해~”
흑막의 끄나풀, 오상기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반복되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게임적으로 완전히 막혀 있었다.
“죽이는 건 안 되는 모양이에요.”
아몬드도 인정했다.
-그걸 이제 알았냐 ㅋㅋㅋ
-난 얘 건물에 불까지 지르는 줄 ㅋㅋㅋㅋㅋㅋ
-그만 포기하시죠……
흑막에 다가가기 위해선 오상기를 죽이는 게 아니라 오상기의 인정을 받아야 했다.
‘근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살피던 도중.
“선배! 오늘 저 잘했죠?”
어떤 여학생 하나가 오상기에게 다가와서 묻는다.
“혹시 저도 만나 뵈러 갈 수 있을까요? ‘그분’을?”
“음. 그건 좀 더 생각해 보자.”
“……네.”
그녀는 풀이 죽은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워킹 연습을 했다.
방금의 대화로 아몬드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워킹을 잘하면 되는 건가?’
워킹이든 뭐든 잘해서 일단 이 모델 동아리 안에서 선배의 눈에 들어야 하는 걸로 보였다.
“일단 눈에 드는 쪽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띠링.
[루비소드 님이 3만 원 후원했습니다!] [근데 자기를 반으로 가르려했는데…… 데려가줄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부적도 붙이고, 다리도 걸고, 팔꿈치로 찍기도 함 ㅎ
-안될듯;
-걍 세이브 로드 하죠? ㅋㅋㅋ
“그런 건 없던 일로 치는 거 아닌가요?”
아몬드는 제 좋을 대로 생각하면서 일단 워킹 연습에 전념해 보도록 했다.
-ㅋㅋㅋㅋ누구 맘대로 없던 일이누
-없던 일로 ㅋㅋㅋ
-칼로 반으로 가른게 없던일!?ㄷㄷ
-그야 넛츠펑크 세계에선 일상입니다.
-가해자 시점 ㄷㄷ
시스템상 연습을 해보는 건 쉬웠다.
선생님한테 말을 걸면 하나씩 알려줬다.
“오? 워킹이요? 물론이죠.”
그녀는 환영하며 자세를 잡았다.
“우선 발의 움직임부터~ 알려드릴게요.”
하나, 둘.
하나, 둘.
선생님이 허리에 손을 올리며 발을 교차한다.
“먼저 발의 위치를 잘 맞추셔야 돼요. 그다음 시선 처리와 허리, 손을 어떻게 연출할 건지 등이 따라오는 거죠.”
“아, 네.”
아몬드는 끄덕이며 자신의 발을 내려봤다.
“하나, 둘…… 하나, 둘…….”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움직여본다. 얼추 비슷한 것 같았다.
선생님과 아몬드의 체형이 달라서 나오는 태가 다르지만, 그에 맞게끔 발자국 표시가 떠올라 있었다.
그것만 맞추면 되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아몬드는 제대로 집중해서 한 번에 통과할 생각인지, 앞 시야를 가린 금발을 쓸어 올리며 발 움직임에 열중했다.
“오우! 퍼펙트! 퍼펙트!”
짝짝.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만족해했다.
일단 1단계는 통과였다.
“저도 알려주세요!”
풍선껌도 다가왔다.
그 역시 이제 ‘잘생겼다’에 대한 미련은 뒤로하고 오상기 뒤의 흑막을 잡기로 했다. 눈에 결연함이 느껴진다.
“물론이죠. 정대만 학생.”
선생님은 그대로 풍선껌에게 돌아서 발의 위치를 알려줬다.
풍선껌 역시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발을 움직였다.
“헛, 둘! 헛, 둘!”
-ㅋㅋㅋㅋ어디 약수터임?
-헛둘 ㅇㅈㄹ ㅋㅋ
-다이어트 복싱 오셨나요
풍선껌의 잘못인지, 그의 체형이 잘못인지. 뭔가 어떻게 해도 모델 같은 태가 나지 않았다.
“여러분. 그래도 이 정도면 통과일걸?”
풍선껌은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처음 워킹을 시연했을 때 아이들이 환호해 주던 걸 생각하면, 기준이 그리 높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그래
-걍 해줄듯
-ㅇㅈ
아마 선생님은 이 정도 워킹에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짝!
“봐. 박수 치시잖…….”
“안 돼요!”
박수 소리가 아니었다.
선생님이 회초리로 풍선껌의 종아리를 후려친 것이다.
“어라?”
-ㅋㅋㅋㅋㅋㅋ뭐야 ㅋㅋ
-회초리가 있었어?
-미친ㅋㅋㅋㅋ
-헉ㅋㅋㅋㅋ
“네…… 네!?”
아니 회초리가 갑자기 어디서 나온거지. 풍선껌도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생님은 초반의 그 인자한 웃음은 어디 가고.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여기! 여기가 완~전히! 쏘 배드. 다시. 다시. 워킹.”
풍선껌은 어리둥절한 채로 다시 워킹을 하는데.
굳이 풍선껌이 아니더라도, 이런 일을 당하고 곧바로 잘해내는 사람이 더 드물 것이다.
당연히 발이 꼬이기 시작했다.
짝!
“다시! 워킹!”
물론 그게 선생님에게도 당연한 게 되진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위풍래쉬 ㄷㄷ
-이 게임은 왜 풍선껌한테만 가혹한가……
-앜ㅋㅋㅋ
사실 이 게임이 풍선껌에게만 가혹한 게 아니었다.
이런 가혹함이 본래 게임의 의도였다.
아몬드가 그걸 당하지 않았을 뿐이다.
“자. 옆에 잘생긴 학생? 학생은 다음 단계로 가겠습니다. 완벽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대 견 과
-클라스 차이 ㄷㄷ
-이게 외모 몰아주기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너무 달라 ㅋㅋㅋ
아몬드는 워킹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 발자국만 맞추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진짜 걸어가면서 자세를 잡는 것이다.
‘광고 때 했던 거랑 비슷한가.’
아몬드는 광고 촬영 경험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성격상 이런 모델 워킹을 하는 게 낯뜨겁긴 했지만.
‘여기, 여기.’
그냥 리듬 게임에서 바를 맞춰낸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면 그런 생각도 잘 들지 않았다.
모델 워킹을 하는 게 아니라, 모양 맞추기 게임을 하는 식인 셈이다.
“브라보!”
짝짝짝.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이들도 따라서 기립 박수를 치며 한마디씩 해댔다.
“역대급이야!”
“구름 위를 걷는 건가?!”
“금발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셨다!”
AI의 칭찬 시스템에 의해서 최대의 찬사가 쏟아지느라 별의별 말이 다 만들어졌다.
-ㅁㅊㅋㅋㅋㅋ
-이 세계관 칭찬 하나는 제대로네 ㅋㅋㅋ
-극과극이다 ㄹㅇ
-근데 이거 아몬드만 통과하는거 아님??
아몬드의 워킹은 완벽했다.
아몬드는 은근슬쩍 오상기 선배 쪽을 확인한다.
그러나 그는 아몬드를 보지 않고 있었다.
풍선껌 쪽을 오히려 유심히 보고 있다.
‘음?’
워킹을 잘하는 게, 어쩌면 오상기의 눈에 드는 기준이 아닐 수도 있었다.
* * *
“자,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무리!”
수업이 끝났다.
오상기는 아무에게도 접근하지 않았다.
“대만아. 오늘 너도 잘했어. 용기 잃지 마라.”
잠시 풍선껌에게 와서 어깨를 토닥여주며 위로할 뿐이었다.
“이 간사한 자식…….”
그러나 풍선껌은 오상기에 대한 배신감이 컸는지 시청자들에게 오상기 욕이나 할 뿐.
딱히 고마워하진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껌형 독 올랐다
-ㅋㅋㅋㅋ아 웃겨 ㅋㅋ
-껌독 ㄷㄷ
아몬드는 오상기의 반응을 꽤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건…… 내가 생각한 거랑 다를 수도.’
생각해 보면 그랬다.
지금 오상기나 흑막이 갖고 있는 이 구조.
‘사이비 종교 같은 느낌이잖아.’
다분히 사이비 종교 냄새가 났다.
그렇다면 아몬드의 접근법이 틀린 셈이다.
사이비 종교는 마음에 어떤 병이 있거나, 구멍이 나 있는 약한 상태에 빠진 자들을 노린다.
비겁한 수이지만, 잘 먹히는 수이기도 하다.
워킹을 잘하고, 사람들에게 환호 받고, 손쉽게 칼로 사람을 두 동강 내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딱히 그들의 타깃일 수 없었다.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남의 평가에 민감해 자신을 미워하거나, 자신이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이 타깃이다.
‘속을 뻔했어.’
이대로 계속 워킹만 열심히 했다면 오상기가 원하는 사람과는 완전히 반대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아니. 늦었나?’
이미 약간은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 상태에서 아몬드가 오상기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지금 풍선껌도 아직 만나자는 제안을 받지 못했는데.
“여러분. 오상기 마음에 들려면 워킹을 못해야 하는 거 같은데요.”
-??
-풍선껌이 워킹 못한다는 소리인가요?
-ㅋㅋㅋㅋㅋㄹㅇ?
-어케 갑자기 그런 결론이;
-그런가?
아몬드는 자신의 추리를 설명했다.
그간의 추리 성공률 덕일까?
-ㅇㅈ
-그럴지도
-추리대마왕 ㄷㄷ
-ㄹㅇ인가?
시청자들도 꽤나 납득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수행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었다.
주어진 걸 얼마나 못하냐로 경쟁해야 한다니?
아몬드에게는 정말 극상성의 과제였다.
띠링.
[소룡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풍선껌 코인 떡상~!ㅋㅋㅋ]-ㄹㅇㅋㅋㅋ
-못하는게 이긴다고? 당장 풍선껌 불러!
-ㅋㅋㅋㅋㄹㅇ 풍선껌만큼 못하는걸 잘하는 사람이 없는데
-아몬드가 통과 못하게 생겼누
처음 사람들은 아몬드만 오상기에게 선택받고, 풍선껌은 그러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상황이 반대였다.
오히려 아몬드 쪽이 한참 불리해졌다.
“어? 진짜야? 못하는 사람이 선택받는다고?”
풍선껌도 시청자들을 통해 그 소식을 들었다.
“와하하하! 대박인데? 그래서 오상기가 나한테 말을…… 어라?”
그는 좋아하다가, 이게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다들…… 이라고 ㅠㅠ
-ㅋㅋㅋㅋ약해서 선택받았다
-ㅠㅠ
-힘내요 BJ 다들님!
“아니, 그럼 몬드야 넌 어떡하냐? 나 혼자 가서 잘할 자신이 없는데.”
이내 풍선껌도 아몬드를 걱정했다. 그는 오늘 워킹을 너무나 완벽하게 잘해버렸다.
이 평가를 다시 ‘못한다’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게임 내 시간으로, 적어도 내일모레 이상까지 모델 동아리에 출석해야 했다.
아몬드는 그렇게 시간이 끌리고 싶지 않았다.
“내일 끝낼 방법이 하나 있긴한데요.”
그는 방법을 고안했다.
“……어? 있어? 그런게?”
“지금 저기 보세요.”
끼익.
모델 동아리 문이 열리고, NPC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간다.
“총 32명이거든요.”
“어……?”
“모델 동아리요.”
“형이 12명 맡고, 제가 20명. 대충 이렇게 가죠.”
타다다다닥.
아몬드가 NPC들을 따라나간다.
“……무, 무슨 말이야 그게! 무슨 패싸움이라도 하자는 거야?”
놀랍게도 비슷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