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1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48화(919/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48화
16. 함정 카드(3)
보스 몬스터들 중에 가끔 그런 놈들이 있다.
보스 몬스터 본체보다, 옆에 있는 놈들이 더 성가시거나, 더 센 경우.
이런 유형은 대체로 픽셀 고전 게임 때부터 꽤 흔했으니, 아몬드 역시 이에 대해 알고 있다.
그가 오상기가 화장실을 간 지금을 노린 것도 역시나 그 때문이었다.
그는 오상기의 전투력을 잠깐이나마 목격했었고, 신기혜의 전투력은 보지 못했다.
이 미지수는 그대로 남겨둔다 해도, 오상기의 전투력은 상수.
그러니 오상기가 없을 때 싸우는 게 당연히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이 판단은 너무나 옳았다.
“타앙.”
[구마제검]칼 소환 후, 이어진 발도.
안락한 카페 소파에서부터 뻗어 나간 검이 그녀의 목을 횡으로 긋는 데까지는 말 그대로 찰나였다.
눈 한 번을 깜빡한 시간.
사악!
바람이 갈라지면서 신기혜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저희 엔터에 오시면 여러분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그녀는 분명히 아몬드와 풍선껌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몬드를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보지 못했다.
반응조차 못 했다.
“……어?”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순간을.
“응?”
풍선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왜 그녀가 말을 끊었는지 알지 못했다.
아주 짧게, 왜 굳이 뜸을 들이지?라는 사고를 해봤을 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쿵.
“!?”
신기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풍선껌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무…… 무슨?!”
그때, 주변 모든 NPC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갔다.
풍선껌의 빨간 머리칼이 삭 벗겨져 대머리가 되었다. 아몬드도 머리에 갓이 씌워졌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무당의 도포가 휘날렸다. 풍선껌 역시 스님 복장이 되었다.
‘전투 태세?’
지금 전투 상황이 되었단 것이다.
풍선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왜?”
그는 자기 바로 옆의 아몬드가 칼로 신기혜의 목을 베었다는 사실을 이때까지도 몰랐다.
“몬드야 저 사람 목이 갑자기 분리됐는데? 뭐지? 스킬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킬인가? ㅇㅈㄹㅋㅋㅋ
-앜ㅋㅋ
-목이 분리되는 스킬이 어딨냐고요 ㅋㅋㅋㅋㅋ
그가 아몬드를 봤을 때에서야, 그의 칼이 꺼내져 있고, 그 칼끝에 붉은 피가 묻었다는 걸 알게 됐다.
“미, 미친! 네가 한 거야!?”
기겁하며 놀라는 풍선껌.
“아, 아니, 언제……!?”
“…….”
아몬드는 이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 풍선껌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뭐야.’
그는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려 이 상황을 이해해 보려 하고 있었다.
“왜 저 사람 안 일어나지?”
흑막이면 마지막 보스급 아닌가?
아무리 보스 옆에 보조가 더 강한 경우가 있다지만, 단칼에 죽게 된다고?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다.
그러나 풍선껌의 눈에 이상해 보이는 건 아몬드의 저 발언이었다.
“사, 사이코패스냐!? 네가 목을 날려놓고 왜 안 일어나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엌ㅋㅋㅋ
-ㄹㅇ ㅁㅊ놈인갘ㅋㅋ
-뭐지??ㅋㅋㅋ
풍선껌의 입장에서 방송을 보던 그의 시청자들도 반응은 마찬가지.
이에 아몬드가 해명한다.
“저 여자가 흑막이잖아요. 이거 한 방에 죽을 리가 없잖아요.”
“……아?”
풍선껌은 그제야 아몬드가 하는 말이 뭔지 알아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분명 오상기가 흑막에게 데려다주는 게 맞았다.
그렇다면 신기혜가 흑막인데.
그런데 오상기보다도 훨씬 허무하게 뻗어버렸다.
‘아니…… 저 여자, 흑막은 맞는 거야?’
애초에 흑막이 아닌가?
풍선껌은 이런 의문이 스쳐 가면서, 소름이 돋았다.
그야 신기혜가 널브러진 모습은 그야말로 일반적인 NPC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때였다.
스으윽…….
그 위로 신기혜의 영혼이 둥실 떠오른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왜 절 죽이세요?]“으, 으아아아아!”
풍선껌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미, 미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왜 절…….]영혼이 다가오며 풍선껌에게 손을 뻗는다.
“내가 죽인 거 아냐!”
풍선껌이 거의 뒤로 넘어질 듯이 식겁하는데.
턱!
영혼의 머리에 익숙한 종이 하나가 붙는다.
파지지지지직……!
아몬드의 부적이다.
[그으그……왜, 왜, 왜, 저, 저, 절……!]-ㅋㅋㅋㅋㅋㅋ
-가차없는 ㄷㄷ
-부적이 만능이냐곸ㅋㅋㅋ
-ㅈㄴ 빠르네 ㄹㅇㅋㅋㅋ
신기혜의 영혼이 감전된 듯 헛소리를 한다. 그러나 영혼이 파괴되진 않았다.
이 부적은 잠시 상대를 고정시키는 용도였다.
아몬드가 부적을 다시 떼면서 묻는다.
“너 뭐야? 너 흑막인 거 아니었어?”
“……?”
신기혜는 아리송한 얼굴로 아몬드를 돌아본다.
싱긋.
그녀는 웃어줄 뿐이다.
[그럴 리가요.]* * *
김 과장이 뿜은 맥주가 묻은 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던 김 대리.
그가 조용히 두 손을 모은다.
‘하늘이…….’
하늘이 그래도 무심하진 않은가 보다.
‘우릴 버리진 않았구나!’
그는 과장에게 시선을 돌린다.
“으어어어어어!”
과장은 신기혜의 머리가 날아간 순간 자신의 이성도 같이 날아가서 아직 모르고 있었다.
“과장님.”
“끄어어어어…… 어, 어떻게!”
“과장님?”
“어떻게 흑막이 단칼에 뒈지냐고 이 미친……!”
“그야 흑막이 아니니까요.”
“흑막이…… 뭐라고?”
과장이 그제야 김 대리를 본다.
“아니라구요. 저 사람은 위장이에요. 흑막은 사실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든요.”
“!”
“저 사람은 오상기보다도 계급 낮은 애예요.”
그제야 과장은 정신을 차렸다.
“미친. 그럼…….”
김 대리가 눈을 번뜩이며 씩 웃었다.
이 게임이 벌어지고 처음 보는 사악한 웃음이었다.
“이놈들. 드디어 낚였습니다.”
신기혜를 죽이면, 오상기에게 모든 신뢰도를 잃으면서 곧바로 흑막에게 안내받을 수 없다.
여기서 게임이 한참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임을 지나치게 쉽게 클리어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게임사가 준비한 일종의 함정성 기믹.
“하…… 함정?”
“맞습니다.”
김 과장의 머리에 게임계 오래된 격언이 스쳐 갔다.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당신은 내 함정 카드를 발동시켰다.
“으, 으아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
김 과장은 신나서 마구 웃어댔다.
“드디어! 드디어 미친 우리 제작사 놈들이 한 방 먹이는구나!? 어?!”
그가 손을 뻗으며 신나게 외친다.
“그렇죠!”
짝!
김 대리와 손이 맞닿는다.
“빌어먹을 게임 버스터즈 놈들아! 어떠냐아아!?”
“어떠냐아아아아!”
둘은 맥주캔을 들어 올리며 사무실이 떠내려가라 웃어댔다.
이것이 김김 듀오의 최초이자, 최후의 반격이었다.
* * *
신기혜의 목을 날려버린 건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건 게임 진행에 치명타였다.
앞으로 진행할 방식에 영원히 해악을 끼치는 이벤트.
“젠장. 몬드야. 우리 낚였다. 이 사람 죽이면 안 되나 봐. 흑막이 어딨는지 알아내려면!”
풍선껌이 기겁한 얼굴로 외친다.
그는 지금 게임 플레이 타임이 길어진 것에 기겁한 게 아니었다.
이 상황 자체가 공포였다.
“크아아아아악!”
갑자기 메타 벅스 곳곳에서 사람들이 사념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급 사념체]심지어 1급 사념체였다.
이는 처음 튜토리얼, 지하철에서 맞닥뜨렸던 그 강력했던 사념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직원들 역시 갑자기 손에서 검은 오오라를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2급 사제]대체 뭔 종교의 사제인지는 알고 싶지도 않은 부류의 사제들.
그들이 검은 오오라를 총알처럼 쏴대기 시작했다.
풍선껌과 아몬드는 곧장 소파 뒤로 몸을 날려야만 했다.
콰광!
소파 안쪽 쿠션이 공중으로 터져나가면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거기에 1급 사념체가 기다란 마수를 뽑아내며 사방을 난도질한다.
카가가가가강!
그나마 알던 패턴이다. 아몬드는 테이블을 기울여 막아낸다.
물론 이마저도 일회용.
퍼어엉!
테이블이 나뭇조각으로 난파되며 흩어진다.
-ㅁㅊ 뭐야?
-헐 ㅋㅋㅋ
-난장판이네 ㅋㅋㅋ
-여기 이상한 곳 맞았네 ㅅㅂ
-살 수 있냐 이거??
-전형적인 적 잘못 건드렸을 때 패턴인데 ㅋㅋㅋㅋ
여러 분기점이 있는 솔로 RPG 게임 등을 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했다.
잘못 적을 건드려서 갑자기 난장판 구도로 진행되는 것 말이다.
이럴 땐 딱히 방법이 없었다.
“모, 몬드야. 이거 그냥 죽고 세이브 포인트로 다시 가서 하는 게…….”
그냥 죽고 다시 시작하는 게 맞았다.
물론 2회차, 3회차 클리어라 엄청나게 강한 상태로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1회차는 이게 맞았다.
아몬드도 끄덕이긴 했다. 그조차 이걸 굳이 이어갈 이유를 못느낀다.
“어딘데요. 세이브 포인트.”
문제는 세이브 포인트.
“……?”
풍선껌도 어딘지 모른다.
게임을 아무렇게나 막장으로 마구 돌파하면서 클리어해 댔으니.
어디서 어떻게 세이브되고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몬드는 풍선껌의 침묵이 대답이 됐다는 듯 끄덕인다.
“아직 오상기 남았으니까. 어떻게 해보죠.”
“뭐, 뭐?”
여기서 어떻게든 해본다고?
풍선껌 입장에선 사실 웬만큼 뒤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시간 낭비 같았다.
‘근데…… 뭐…… 나야 원래 그렇게 하긴 하는데.’
단, 풍선껌은 원래 게임이 진행되는 대로 시청자들에게 최대한 보여주는 스타일이었다.
그가 다시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자고 한 건 자신의 사정 때문이 아니었다.
‘아몬드 괜찮은가?’
아몬드의 플레이 타임 때문이다.
“이거 어떻게 이어나가게?”
그래서 계획이라도 물어봐야 했다.
“오상기 고문이라도 하면 되지 않을까요.”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긴 한데.
“이 게임이 그런 것까지 있겠냐!? 어?”
그런 게 될 리가 없다.
“게다가 고문이 된다고 치자. 근데 얘네들 완전히 사이비 사이코야! 지금 신기혜 목이 날아가고도 웃는 거 못 봤어? 고문으로 대답을 하겠어?”
“……일단 치우고 생각해 보죠.”
“치, 치워? 이걸?”
척 보기에도 너무 많은 숫자, 게다가 너무 강하다.
“1급 사념체 쟤 누군지 기억 안…….”
풍선껌에게 발언 기회는 없었다.
팟!
[축지법]아몬드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1급 사념체가 반으로 갈라졌다.
촤아아악!
-ㄷㄷ
-와 ㅋㅋㅋ
-뭐야?
-헉ㅋㅋㅋ
-누가 아몬드한테 점멸검 줬냐~
“!?”
이걸?
풍선껌이 깜짝 놀라는 와중.
아몬드는 그제야 대답해 준다.
“이거 튜토리얼 몹이잖아요.”
1급 사념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나 무섭지.
지금은 아니란 말이다.
“그…… 그런가? 우리…… 강해진 건가?”
“그쵸. 저희 영력 더 강해졌잖아요. 자신감을 가져요.”
그렇지. 예전의 그 스님이 아니지.
풍선껌은 왠지 자신감이 생겨서 숨어있던 소파 뒤에서 일어난다.
“그래, 싸워보자!”
“음…….”
아몬드는 사실 그 모습이 좀 더 불안하긴 했다.
“껌계명 13장. 자신감 넘치는 풍선껌에게 절대 등을 맡기지 마라…….”
“뭐 어쩌라고 인마!”
-아니 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가불기 ㅋㅋㅋ
-ㅁㅊㅋㅋㅋㅋ
“후원 감사합니다. 형. 후원 읽은 거예요.”
“아니잖아! 누가 쟤 방송 확인해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넘어가죠
-ㅋㅋㅋㅋㅁㅊㅋㅋ
-아 귀여웤ㅋㅋ
-이럴때만 고속 스핀하는 호두ㅋㅋㅋ
-후원ㅋㅋㅋ
어쨌거나, 두 명의 고스트 버스터즈.
풍선껌과 아몬드.
그들은 메타벅스 한가운데에서, 서로의 등을 맞댄 채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기로 결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