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1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49화(920/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49화
17. 글리치의 악마(1)
예전의 게임들은 선형적이었다.
어떤 선택지를 고른다 해도, 우리가 처리해야 할 대상이나, 처리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었고.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자유 의지나 창의력보다는 출제자(제작사)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했다.
그러나 요즘의 게임들은 그렇지 않았다.
유저들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
그 선택지로 인해 아군이었던 사람은 적이 되고, 적이었던 사람이 아군이 되기까지 한다.
최소한 어떻게 적을 처리할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젠 거의 모든 게임에서 자유도는 필수 요소였다.
특히나 AI 처리 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수많은 선택지에 대한 준비를 하기가 수월해지면서, 중소 제작사의 게임조차 어지간한 자유도를 갖추게 된다.
물론, 모든 게이머들이 이런 자유도를 마냥 좋게만 바라보진 않았다.
[ㅈ유도 ㅈ유도 하다가 망한 게임 한둘이냐?] [요즘 게임 특) 오픈월드라더니 웃픈월드임] [솔직히 자유도 구현 제대로 할 자신 없으면 그냥 선형적으로 스토리 빡세게 만드셈]자유도라는 건 정말 복잡한 개념이어서, AI 처리 기기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제대로 구현하기 쉽지 않았다.
인생에 수많은 선택지와 변수를 가상 현실에 녹여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게임은 선택적으로 그 자유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여기서 제작사의 실력이 갈리곤 했다.
애매한 자유도 때문에 오히려 게임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적절히 선별된 자유도로 현실감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단, 중소 제작사들의 경우엔 전자의 경우에 자주 포함됐다.
고스투 버스터즈.
이 게임 역시도 국내 중소 제작사의 작품이다.
예산이 협소한 만큼, 사실 대단한 자유도를 갖춘 작품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고스투 버스터즈 중소 겜 아니냐? 자유도 미쳤네 ㅋㅋㅋ] [단순 퇴마겜인 줄 알았더니 자유도 갓겜 ㄷㄷ] [고투버 자유도 상황ㅋㅋ]현재 두 스트리머가 구현해 내는 광고 덕일까?
유저들 사이에서 자유도 하나만큼은 믿어도 되는 것처럼 말이 퍼지고 있었다.
자유도라는 게 사실 어떻게 봐주냐에 따라 높냐 낮냐가 갈리긴 한다만, 이런 건 이례적인 평가였다.
적어도 정 대표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유도가 높다라…….’
그는 자신이 기획한 게임의 자유도 정도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정도 평가를 받을 게임은 아니었다.
이 모든 원인은 당연히 저 둘.
풍선껌과 아몬드.
이 둘이 너무나 자유롭게 게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없는 자유를 개척하고 있었다.
서부 시대의 카우보이들처럼.
‘젠장. 좋은 게 아니잖아.’
이는 사실 기획자로서 전혀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자유도가 높다고 칭찬하는 글 중에 다수는 조롱일 수도 있었다.
자유도를 강조하지 않은 게임이 자유도로 평가받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게임의 설계가 느슨하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뭐,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 함정에는 걸려들었군.’
하지만 역시 게임 안에서 게임의 의도를 완전히 반하기는 어려운 법.
풍선껌과 아몬드는 제작사에서 준비한 큰 함정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들은 신기혜를 진짜 흑막으로 착각하고 죽여 버린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상화되겠는걸?’
정 대표는 안심했다.
그는 다시 자신의 일 컴퓨터로 시선을 돌린다.
폴리곤 20% 사태로 집합 당한 모델링 부서 개발자들이 채팅방 하나에 모여 있다.
[대표: 제안 확인했습니다. 내일모레까지 모델링 패치 완료하세요] [뉴타입: 넵] [브로에: 옙]대답이 올라오는 걸 보며 정 대표는 한시름 놨다는 듯 의자에 등을 기댄다.
“후아…… 또 별일은 없겠지.”
그는 방송이 나오고 있는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한참 메타벅스 안에서 싸우고 있다.
여기서 딱히 변수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
정 대표는 졸린 눈을 부비적거렸다.
“……음? 내가 잠깐 졸았나?”
이게 뭐야.
텅.
정 대표는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쳤다.
하도 밤을 새워서 헛것을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머리를 쳐도 그가 보는 장면은 바뀌지 않았다.
‘왜 갑자기 마지막 보스 스테이지가 보이는 거지?’
* * *
아몬드가 신기혜의 머리를 벤 그 순간부터 사실상 메타벅스 안은 난장판이었다.
[2급 사제]직원인 줄 알았던 자들이 갑자기 사제복으로 바뀌면서 마기의 탄환 같은 걸 쏴대는데.
콰아앙!
콰광!
풍선껌은 이것만 피하는 데에도 여념이 없을 지경이었다.
“허억…… 헉…… 아, 아몬드! 몬드야! 어딨어?!”
풍선껌은 또 다른 테이블 밑으로 숨어버리면서 아몬드를 찾았다.
-아몬드 찾기 원툴 ㅋㅋㅋ
-뭐하냐고 ㅠㅠ 딜 좀 해 ㅋㅋㅋ
-우리 원딜 뭐해요!
채팅창에서 극딜이 들어오고 있지만, 풍선껌은 억울했다.
“아니, 방금 전만 해도 여기 있었다니까!?”
분명 둘이 등을 맞대고 서로 협동하고 있었는데. 아몬드가 갑자기 사라졌다.
-애초에 템포가 안맞음ㅋㅋ
-풍선껌 님은 풍선껌 님의 플레이를 하세요 ㅠ
-진짜 궁금한데 풍선껌은 스킬 못받음??
채팅에선 그의 말을 전혀 무시한 채 여전히 풍선껌에게 비아냥거렸다.
띠링.
[껌계명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드 쉑 껌계명 듣고 풍선껌한테 도망다니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ㄹㅇ
-그거네
“아니, 설마!”
풍선껌은 발끈했다.
당장 아몬드가 없으니까 언제 어디서 맞아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콰광!
지금 이 순간에도 풍선껌이 숨어 있던 탁자가 박살 나며 가루가 됐다.
띠링.
[도사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몬도사님 축지법 쓰신다~]-아 그건가
-그걸로 사라진거구나 ㅋㅋㅋ
-축지법 ㄷㄷ
그렇구나.
아무래도 축지법 스킬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애초에 풍선껌이 따라갈 수 있었던 게 아닌 셈이다.
“어, 저깄다!”
파앗!
실제로 아몬드는 곧바로 2급 사제 앞에 나타나 구마제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나타난 것만큼이나 순식간에 그어진 검격.
사제는 반으로 갈라지면서 쓰러졌다.
“워……!”
-ㄷㄷ
-캬
-칼춤 추는 모드 오니까 ㅁㅊ네
-이게 그 추리만 하던 아몬도일이 맞냐?
-크 미친
간만에 피지컬로 활약하는 아몬드의 모습에 풍선껌 시청자들마저 감탄하는데.
이 장면에서 감탄한 건 그들뿐이 아니었다.
김김 듀오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 아니, 축지법을 저렇게까지 마음대로 쓴다고?”
“에임 포인트도 안 보일 텐데…….”
그의 축지법 활용 때문이다.
이 축지법의 구동 방식은 게임적으로 굉장히 불친절하다.
본래 축지법이란 땅을 지도처럼 접어서 한걸음이 몇만 리가 되게끔 할 수 있는 대단한 요술이나.
실제 게임에선 점멸검의 점멸과 비슷한 이치였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직진하듯 순간이동하는 기술인데.
점멸검과 다른 점은 어디로 순간이동할지 그 포인트를 잡아주는 뭔가가 없단 것이다.
위에서 내려보는 탑뷰 게임에서는 그런 게 별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
가상현실은 완전한 풀 3D이다.
어느 공간으로 순간이동할지 대충 눈대중으로 정하다가는 벽에 끼거나 영 엉뚱한 곳으로 이동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저거 잘못 쓰면 순식간에 죽는다며. 김 대리야.”
지금 김 과장이 기다리는 것도 그런 사고였다.
“그, 그렇죠. 되게 위험한데.”
하다못해 그 유명 소설인 해리포터에서도 마법사들이 순간이동 할 때 사고가 수도 없이 일어난다.
게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점멸검이 괜히 검으로 순간 이동 위치를 잡는 방식을 쓰는 게 아닌 것이다.
“함부로 쓰면 그냥 폭사하거든요?”
분명 위험하기 짝이 없는 스킬인데.
파앗!
아몬드가 또다시 축지법을 쓰며 사제 하나를 베어낸다.
촤아악!
사제는 단칼에 쓰러진다.
“……아, 아니!? 이걸 또!?”
“뭐…… 아몬드한테 실수를 기대한다는 건 좀 무리긴 했죠…… 점멸검 엄청 잘하던데.”
“그거랑 다르잖아?!”
“그렇긴 해도…….”
“아니, 그건 그렇고!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데? 어? 차라리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라고!”
김 과장은 영 불안한지, 모니터에 또 허공 펀치를 날리면서 재촉했다.
“젠장할! 좀 맞혀봐라! 사제 놈들아! 사제는 악령 타입 아니냐!? 왜 무당한테 대번에 죽는 거냐!?”
이러다가 정말 아몬드가 여기 있는 놈들 다 죽이고, 무쌍 루트를 개척하는 거 아닌가 불안한 것이다.
그러나 김대리는 고개를 젓는다.
그런 건 불가능했다.
“……안 죽었어요.”
“어?”
“사제들 죽긴 했는데. 끝이 아니에요. 말씀하신 대로 악령 타입이거든요.”
촤아아악!
촤악!
아몬드가 사제들을 거의 다 베어냈을 무렵이었다.
“아몬드! 아몬드!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게요!”
풍선껌이 열렬히 아몬드를 응원하고 있을 때.
콰드드드득……!
쓰러진 사제들의 시체 위로 뭔가 검고 험한 것이 올라온다.
[1급 악령]스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악령들이었다.
심지어 1급이다.
그들은 사신처럼 거대한 낫, 혹은 철퇴를 든 채로 공중을 떠다녔다.
그들 중 하나가 아몬드에게 무기를 휘두르는데.
후우우우웅──
그 속도가 감히 풍선껌은 눈으로조차 따라갈 엄두가 안 나는 수준이었다.
아몬드 역시 그들의 공격에 맞춰 반격을 넣었다.
오히려 카운터를 넣은 셈인데.
“!?”
맞은 건 아몬드 쪽이었다.
──콰아아아앙!
아몬드의 목이 휙 돌아가며, 신형이 뒤로 쭉 밀려났다.
“컥!”
-??
-ㄷㄷ
-ㅁㅊ 뭔데?
-헐
아몬드가 메타벅스의 마룻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 * *
이는 게임 시작하고 거의 최초였다.
아몬드가 제대로 공격에 맞은 것 말이다.
그래서일까?
“와아아아아아아!”
“됐다아아아!”
“젠장! 이거라고! 할 수 있잖아! 악령!”
김김 듀오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다.
“드디어 한 방 먹이는구나! 물리적으로도!!”
제작진의 함정 카드가 발동된 이후, 확실히 김김 듀오의 상황이 상당히 우세해지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곧바로 보스로 가려 하다니. 그러니까 천벌을 받는 거다!”
김 대리가 덩달아 신나서 아몬드에게 외친다. 물론 들리진 않겠지만.
“그래! 어? 어딜 무쌍도 정도껏이지!”
김 과장도 한 번 더 거든다.
“혼자서 적군 성 하나 다 죽이는 수준으로 하려 하네! 되겠냐고~!”
뜨끔.
그때였다.
김 대리는 알고 있었다.
‘그거 했는데.’
아몬드가 거의 스트리머를 시작함과 동시에 보여줬던 게 성 하나를 혼자 먹는 거라는 거.
물론 게임이 전혀 다르고, 비유는 그냥 비유일 뿐이지만.
김 대리는 뭔가 불길했다.
‘설마.’
설마 이걸 아몬드가 뚫는다?
‘아니지.’
애초에 악령은 상성 관계로 죽이지 못한다.
저들은 수연과 함께 싸워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수연도 합류하기 전에 사고를 쳤으니.
악령을 퇴치하는 게 될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