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2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51화(922/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51화
17. 글리치의 악마(3)
“뭐, 뭐야!?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오상기의 뒤로 이동하면서 순식간에 베어버리는 아몬드의 움직임.
어찌 보면 단순한 축지법 후 일격이지만.
마치 프레임 몇 개가 날아간 것처럼, 중간 과정이 생략된 듯한 움직임이다.
나타남과 동시에 칼이 등에 꽂혔다.
“……?”
김 대리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침묵했다.
‘미친.’
제대로 발휘된 아몬드의 전투 능력.
이제 겨우 그 첫 단계에 불과하지만, 무서울 정도였다.
‘무슨 PC 게임 시절 선입력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냐?’
가상 현실로 게임이 넘어오고 나서는 거의 활용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선입력 방식을 아몬드가 쓰고 있었다.
“이거 원래 이렇게 싸우는 거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 네. 여기가 1차 클라이막스죠.”
대충 넘어가는 김 대리.
오상기와 싸우는 게 클라이막스인 건 맞다.
문제는 오상기의 반응 속도나 전투력으로 비춰볼 때, 저렇게 쉽게 공격을 허용해선 안 된다.
‘즐기시게 둬…….’
하지만 김 대리는 굳이 김 과장에게 알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한참 제대로 전투씬이 나온다면서 좋아하고 있는데.
굳이 파투낼 이유는 없다.
“이거 그림 좀 나온다? 어?”
확실히 전투에선 개발사가 원한 그림, 그 이상이 나오고 있긴 했다.
아몬드의 전투 자체가 워낙 스피디해서 컨셉 영상보다도 더 박진감 있다.
“이야…… 이거 장난 없는데?”
김 과장은 거의 처음으로 게임에 몰입해 있었다.
누가 이기고 지고보다도, 전투 자체에 눈을 빼앗긴 것이다.
‘하 씨…….’
그러나 김 대리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서, 설마 이렇게 오상기 잡는 건가?’
지금 싸우는 꼴을 보니 2페이즈도 약간 불안하달까?
물론 오상기가 여기서 죽어도, 흑막을 못 찾게 돼서 분명 다시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서 하게 될 테니.
김 대리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전개일 수 있었다.
근데 그건 너무 1차원적인 생각이다.
‘이 게임 첫 번째 클라이막스인데.’
이 게임 광고를 생각해 보라.
오상기를 이런 화장실에서 갑자기 때려눕히는 전개가 나온다면, 그건 게임 홍보의 결 자체에 문제가 생겨 버린다.
‘그래…… 못 죽여. 아니, 죽여도 못 깨.’
스스로 주문을 걸지만.
왠지 모르게 김 대리는 불안했다.
지금 달려드는 저 태도를 보면, 누가 봐도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갈 생각 따위 없어 보이니까.
* * *
[축지법]파앗!
오상기의 뒤를 노리며 나타난 아몬드의 신형.
나타남과 동시에 검이 번뜩이며 오상기의 등을 내리긋는다.
촤아악!
검붉은 피부 위에 커다란 상처가 생긴다.
콰앙!
오상기는 다시 날개를 휘둘러, 풍압으로 아몬드를 뒤로 멀리 날려 버리지만.
“영력이 한참 낮은데. 어떻게?”
오상기는 상당히 놀란 눈치다.
“너…… 뭐냐.”
“아몬도령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ㅋㅋㅋ
-네이밍 센스 ㅋㅋㅋ
-캬
-망나니 용사 ㅇㄷ?
-크
-아…… 아임 아몬도령.
오상기는 아몬드, 아니, 아몬도령을 제대로 된 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무당이 아닌가.”
낮은 영력 탓에 처음엔 최선을 다하지 않았지만.
붙어보니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당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듯했다.
“제대로 상대해 주지.”
쿠오오오……!
그의 주변이 거센 바람으로 휘감겼다.
아몬드 역시 여기서 끝내겠다는 의지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의 눈엔 오로지 칼과 오상기만이 비쳤다.
번뜩.
‘일단 정면.’
쉬이이익!
구마제검이 바람결을 찢어내 비집고 들어간다.
오상기가 팔을 휘둘렀다.
강한 풍압과 아몬드의 칼이 부딪친다.
콰아아앙!
칼이 떨어져 나갈 듯 진동하고, 아몬드의 균형이 무너졌으나.
칼이 움직임과 동시에─
[축지법]──파앗!
아몬드는 순식간에 위치를 바꿔 연격을 날렸다.
오상기의 뒤다.
쉬이이익!
다시 칼날이 베어 들어오고, 오상기는 같은 수에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어딜.”
오상기 역시 미리 움직인다.
뒤로 돌려차며, 풍압으로 밀어낸다.
콰앙!
이에 아몬드가 밀려났다가, 다시 벽을 박차며 달려든다.
한 번 더 검격이 날아든다.
“호오?”
오상기의 눈이 번뜩이며, 바람을 터뜨려 밀어낸다.
콰아아앙!
[축지법]아몬드는 다시 사라진 뒤.
팟!
이번엔 아래쪽에서 낮은 자세로 나타난 아몬드.
“아래?”
오상기의 눈이 꿈틀거린다.
후욱!
아몬드의 칼이 아래서부터 위로 찔러온다.
그냥은 막을 수 없는 각도.
그러나─
“꺼져라.”
그의 두 눈이 붉은빛으로 물들고, 전신에 바람이 감기더니.
사방으로 모든 걸 밀쳐낸다.
──콰과과과광!!!
터져 나오는 풍압에 화장실 칸막이, 타일, 수도가 죄 터져 나갔다.
아몬드 역시 뒤로 멀리 밀려나 버리고, 그의 갓이 벗겨진다.
“하아…… 하…….”
아까처럼 쉽게 당해주지 않는다.
아몬드는 목에 매달린 갓을 내던지며, 잠시 한 호흡 쉬었다.
오상기도 아몬드 주변을 천천히 돌며 쉽사리 공격하지 않았다.
약간의 탐색전이다.
푸슈우우…….
그러는 새 수도가 다 터져 나간 화장실 이곳저곳에서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ㄷㄷ
-이런 겜이었어??
-아몬도령 폼 미쳤다!
-갑자기 진지빡겜 와
-무서워요 아몬드님…….
-캬
-박력 ㄷㄷ
이 둘의 대결에 시청자들도 채팅이 줄어들며 모두 집중했다.
사실상 고스투 버스터즈 플레이 후 최대의 난관이었다.
‘다시.’
첨벙!
아몬드가 물바닥을 박차며, 다시 달려든다.
오상기가 발로 하단을 긋는다.
퍼어어엉!
물이 분수같이 치솟으며 시야가 가려진다.
촤아아악!
아몬드의 검이 하얀 물거품을 내며 그것을 가르지만.
오상기가 없었다.
그 찰나의 순간, 아몬드의 눈이 아래로 천천히 움직인다.
‘아래?’
오상기가 자세를 숙인 채, 주먹을 쥐고 있다.
어퍼컷이다.
퍼어어엉!
막강한 풍압이 터져 나오며 거대한 물보라가 위로 치솟는다.
“……?”
맞았다면 천장에 꼬라박혀 즉사할 것 같은 파괴력.
그러나─
[축지법]──파앗!
아몬드는 다시 오상기의 뒤를 잡았다. 동시에 몸이 회전하며 횡으로 벤다.
촤아아악!
“!”
검격이 적중한다.
검붉은 등에 다시 가로로 상처가 새겨진다.
오상기는 자신이 일으킨 물보라에 시야가 가려 오히려 역습당한 것이다.
-ㄷㄷ
-누가 아몬드 점멸검 열었냐
-크
-전자파 AI를 이긴 남자
“와…….”
수연은 화장실 한구석에 주저앉은 채 감탄했다.
어떻게든 끼어들어야 하지만, 전혀 그럴 각을 못 보고 있었다.
콰아아앙!
천장이 무너지고, 창이 다 깨져 나가는 풍압.
퍼벙!
그것을 피해내며 다시 틈을 잡는 축지법.
둘의 싸움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여지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때론 여지 같은 게 없어도 어떻게든 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눈치 없는 그런 사람, 무리에 한 명씩은 꼭 있잖은가?
지금 등장하는 이 사람처럼.
쾅─
화장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몬드야아아아!”
풍선껌이다.
그가 카페에서 도저히 악령들의 다굴을 못 견디고 도망쳐온 것이다.
“!?”
아몬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 왜?’
여기에 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는 뒤에 악령들을 줄줄이 달고 온 것이고.
둘째로는 미끄러운 바닥이다.
도대체 왜인지 모르겠는데, 풍선껌은 풍압탄을 시전하고 있었는데.
미끈─
“몬드…… 억!?”
화장실 바닥에 그대로 미끄러져 버렸다.
[풍압탄]펑.
이때 풍압탄은 쏘아지고 말았다.
콰아아앙!
풍압탄의 투사체는 아주 기괴한 각도로 휘어져 버렸다.
누가 봐도 개발사에선 의도하지 않은 풍압탄 커브샷.
‘엥?’
아몬드조차 반응 못 하는, 물리 법칙은 개나 줘버린 희한한 경로였다.
여기서 문제 하나 더.
아몬드는 [축지법]을 쓰고 있었다는 것인데.
‘어?’
퍼엉!
그런 아몬드에게 풍압탄이 적중했다.
축지법은 쓰는 각도나 방향에 따라 굉장히 위험해질 수도 있는 기술이었다.
생각해 보라, 갑자기 순간 이동했는데 거기가 콘크리트 벽 속이라면?
그대로 즉사다.
그렇기에 축지법엔 세심한 컨트롤이 필수인데.
아무리 아몬드라도 갑작스레 등장한 변수에 맞은 상황.
축지법도 이미 시전된 그 찰나의 상황에 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팟!
그냥 사라지는 수밖에.
그렇다.
말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
-??
-뭐야?
-헐
-엥???
-풍선껌 개트롤ㅋㅋㅋ
-아
“오빠!?”
수연이 먼저 눈이 휘둥그레져 벌떡 일어났고.
“모…… 몬드야?”
아몬드가 축지법으로 사라져 버린 그곳이 어딘지 처음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저, 저기! 저기 아니에요!?”
꾸르르르륵……!
화장실 어느 한 칸의 변기.
그곳에서 물거품이 유독 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풍선껌 방의 채팅창이 터져 나갔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아몬드 ㄹㅇ 변기에 빠짐???
-엌ㅋㅋㅋㅋㅋ
-돌았넼ㅋㅋㅋ
-제2의 좀비스쿨 사태ㅋㅋㅋ
-방송의 악마 풍선껌 ㄷㄷ
“……허?”
오상기마저 그 변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 싸우던 타깃을 갑자기 잃어버렸으니, 황당한 것이다.
물론 그는 AI이기 때문에 정해진 범주의 말로밖에 이 상황을 표현하지 못했다.
“너…… 정체가 뭐냐?”
변기를 보며 정체를 물어보는 것이 그에겐 최선이었다.
-나? 변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가 묻고 싶습니다
-방송의 신
-ㄹㅇ 정체가 뭐냐구요 껌형ㅋㅋㅋㅋ
-미치겠넼ㅋㅋㅋㅋ
* * *
“아니이!?”
김김 듀오.
이들은 이 순간을 아마 평생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회사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 낮은 영력으로도 오상기를 거의 쥐어팰 듯이 밀어붙이던 악마 같은 스트리머 아몬드.
그에게 한 방 먹이는 걸 넘어, 그를 완전히 다운시킨 순간.
꼬르르륵……!
아몬드의 화면이 갑자기 하얀 세라믹으로 가득 찬 후, 물거품이 뒤덮이면서 어둠에 잠기는 그 순간.
방송의 악마가, 인터뷰의 악마를 이긴 순간.
이 절멸의 순간!
이것을 어찌 잊겠는가?!
“믿고 있었다고오오오! 껌 혀어어어엉!!”
김 과장은 거의 울부짖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시종일관 걱정하던 김 대리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야말로 기분 최고조.
“키야아아아아아하하하! 풍선껌을 고른 건! 진짜 올바른 선택이었다! 김 대리!”
“그럼요! 암요! 그렇죠!”
그러나,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얼마나 아픈지.
쿵.
이런 소리와 함께 아몬드가 어디론가 떨어졌다.
아몬드 방송에 다시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살았네?]물에 흠뻑 젖은 채였지만, 그는 어찌 됐든 살아 있었다.
[어디지 여기?]여긴 변기 안쪽도 어디도 아니었다.
“……?”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하던 김김 듀오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마치 이 상황을 최대한 늦게 받아들이려는 듯,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느리게 두 팔을 다시 얌전히 내리고, 멍한 표정으로 모니터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두둥.
그 모니터 화면엔 북소리와 함께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최종장 – 흑막의 심연]거대한 의자에 앉은 한 남자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린다.
쿠오오오……
누가 보더라도 여태 봤던 어떤 존재보다 막강해 보이는 디자인.
그가 붉은 눈을 번뜩이며 읊조린다.
[여기까지…… 오다니.]그야말로 김김 듀오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뭐…… 뭐야. 여기까지 오다니. 이거 지금 꾸, 꿈이지? 어?”
“저, 저희가 잠깐 졸았던가요?”
믿을 수 없었다.
아몬드가 이 게임의 마지막 보스 앞으로 직행했다니.
-??
-뭐야?
-보스 스테이지임??
-앜ㅋㅋㅋ실화얔ㅋㅋㅋㅋ???
-변기로 연결되어있어??
-미친ㅋㅋㅋㅋ
-와 껌형ㅋㅋㅋㅋㅋ
-방송의신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
흑막이 묻는다.
[누구냐. 넌.]이에 대한 대답은 마구 터져 나오는 후원 중 하나가 대신했다.
빠밤!
[빅son 님이 100만 원 후원했습니다.] [글리치의 악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