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2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56화(927/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56화
19. 천재지변(2)
글리치.
버그성 플레이를 사용해 게임을 풀어나가는 행위다.
대체로 스피드런 도전자들이 이 글리치를 자주 사용한다.
고생고생해가면서 깨야 할 스테이지를 이 글리치 한 번이면 전부 스킵하고 보스로 직행할 수 있으니까.
속도를 중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글리치 허용은 불문율이다.
글리치 또한 안다고 해도 쉽게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또한 실력으로 치부해 주는 것이다.
이런 문화의 탄생은 고전 콘솔 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나 닌텐도의 소닉, 록맨 같은 플랫포머 게임류에서 자주 그런 현상이 벌어졌다.
“자. 여기 보이시죠? 여기서 잘 비비면…….”
슝.
어느 벽에 비볐더니, 갑자기 장애물을 전부 무시하고 쭈욱 낙하해 버리면서 결국 다음 스테이지로 가버리거나.
“짠. 보스입니다.”
아예 보스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이게 대표적인 글리치다.
한마디로, 아주 흔한 글리치다.
-?
-뭐임?
-ㄷㄷ
-헐 ㅋㅋㅋ
-ㅈ버그네
누군가에게 글리치란 기적에 가까운 일, 혹은 단순한 버그일 뿐이지만.
스피드런 세계에 몸담은 이들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필수 소양이자 실력인 셈.
그러니 스피드런 게이머들은 웬만한 글리치로는 놀라지 않는다.
보스로 한 방에 직행한다거나, 보스를 한 방에 죽인다거나.
이미 다 봤던 것들일 테니까.
그런데, 그런 그들조차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뭐? 새로운 글리치를 찾아냈다고?”
누군가 글리치를 새로 찾았을 때다.
글리치를 찾은 후, 그걸 반복 숙달해서 익히는 건 사실 쉽다. 노력의 영역이다.
그러나, 글리치를 찾는다?
“……와우.”
그건 이들 세계에서도 천재라고 불린다.
“미쳤다. 껌 형.”
심지어 그걸 반복해서 찾는다?
“또 껌 형이라고? 이게 뭔……?”
이쪽 세계에서 풍선껌을 부르는 말이 있다.
“천재지변이다.”
과학과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무언가.
천재를 넘은 천재지변(天災地變).
그것이 풍선껌이다.
* * *
쿵.
김 과장의 머리가 책상에 박힌다.
쿵! 쿵!
그는 멈추지 않고 책상에 더 박아버린다.
“과, 과장님!”
“놔…… 놔! 우린 끝났다…… 짐 싸자.”
천재지변 앞에 좌절한 한 인간의 모습이다.
“무, 무슨 그렇게까지 말해요!”
“그렇게까지? 이, 이 꼬라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
김 대리는 할 말이 없었다.
“페이즈 2는 뭐 타입이 여러 개라 혼자서는 깰 수 없다면서! 어? 근데 갑자기 풍선껌이 수연이랑 등장해 버리네!?”
“그…… 그게…….”
김 대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마지막 보루마저 사라졌다.
이젠 정말 교주와 세 명의 퇴마사의 정면 대결.
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석적인 보스 스테이지 구도다.
“김 대리야. 말 좀 해줘봐. 이젠 우린 뭘 믿냐고!”
신을 잃어버린 신도와 같은 눈으로 과장이 애원한다.
“아무래도 교주의 진검 승부죠…….”
“진검승부? 그게 뭔데. 뭔 스킬이야?”
돌아온 대답은 냉랭했다.
“아, 아뇨…… 말 그대로 정상적인 상황에서 세 명과 싸우는…….”
신은 없으니, 네 길은 네가 개척하라는 말이다.
“에라이.”
쿵.
김 과장은 다시 머리를 박는다.
“아, 아이고! 과장님!”
“내가 그냥 교주보다 먼저 죽을게. 어? 그럼 됐지?”
“교주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에요! 저희 회사가 피땀 흘려 개발한! 우리 사원들이 밤새가면서! 모든 열정을 태워 만든 보스 몬스터!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줍니까!”
텅.
김 대리가 가슴팍을 치며 원통하게 호소하자, 김 과장은 멈칫한다.
뭔가 그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그, 그렇지.”
그렇다. 김 과장 본인도 샐러리맨이다.
개발진들의 고충을 모를 리 없다.
작은 회사에서 모든 사원들이 한마음으로 만들어낸 게임.
고스투 버스터즈.
그 대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종 보스.
악의 교주, 진명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전투 매커니즘, 시각, 청각 이펙트 등…….
어디 하나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고스투 버스터즈는 강한 보스, 엘리트들을 공략하면서 깨나가는 소울라이크 장르인데.
이런 장르에서 보스 몬스터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얼마나 영혼을 담아 만들어냈겠는가?
진명수는 사실상 이 게임의 간판 같은 존재다.
‘그렇구나.’
이 마지막 전투는 사실상 교주와 퇴마사들의 대결이 아닌 것이다.
“그래요. 이건…… 저희만의 싸움이 아니에요. 과장님. 회사 전체와! 저 간악한 스트리머들과의 싸움이라구요!”
그야말로 성전(聖戰)을 방불케 하는 김 대리의 박력.
김 과장은 감화됐다.
“그…… 그래! 이건 그런 싸움이다. 더 이상 이제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맞습니다아!”
감화된 건 김 과장만이 아니다. 이걸 지켜보고 있는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 대리…… 김 과장…… 이 녀석들…….’
사원들이 저 정도인데, 회사를 처음부터 만든 대표는 오죽하겠는가?
정 대표는 한 손으로 글썽이는 눈물을 닦아낼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나머지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개발 부서 집합]* * *
기상천외, 파란만장, 온갖 수식어를 붙여도 설명하기 힘든 방식으로 마지막 스테이지에 도착한 풍선껌.
“뭐야…… 최종장?”
-?
-엥?
-뭔데 여기가
-흑막 쉑 변기 안에 숨어있었냐곸ㅋㅋ
-대체 ㅋㅋㅋ
이건 그야말로 딱 한 단어로만 설명 가능했다.
빠밤!
[껌딱지1번대장 님이 5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천재지변]천재지변.
풍선껌이 이런 일을 일으킬 때마다 다시 되새겨지는 수식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간만이네
-이 정도면 인정이다 ㄹㅇ
-ㅋㅋㅋㅋㅋㅋ
-변기로 들어간 거보면 변은 맞네
-크
-풍선껌! 풍선껌! 풍선껌!
엄청난 후원과 환호에 풍선껌은 머리를 긁적였다.
‘……대체 뭐지.’
그 스스로조차도 알 수 없었다.
대체 자신에게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것인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뭐. 익숙한 느낌이군.’
이런 일이 그에게 참 많이 일어났고.
이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풍선껌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
“자. 스피드런. 보셨죠? 보스 잡으러 갑니다.”
그는 자연스럽게 편집점을 잡아버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럴 땐 뻔뻔해져야 했다.
“이거 다 스킬~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드런이었던척ㅋㅋㅋㅋ
-ㅁㅊㅋㅋㅋ
-하도 많이 당해서 익숙한ㅋㅋㅋ
글리치 발생 후 오히려 자신감이 깃든 풍선껌의 목소리.
“자, 수연아! 가즈아!”
넘어졌던 수연이 일어선다.
“으…… 뭐, 뭐예요. 아저씨? 여기 어디에…….”
기세등등해진 풍선껌이 그녀의 등을 툭 치며 말하는데.
“아, 수연아. 일어났구나? 같이─”
“──닥쳐!!”
수연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
풍선껌이 화들짝 놀란다.
‘또?’
-??
-뭔뎈ㅋㅋㅋ
-아닠ㅋㅋ
-엥???
-엌ㅋㅋㅋ
“저…… 수연…….”
“그 웃기게 생긴 주둥이 놀리지 말라고!”
풍선껌은 얼음이 되어버렸다.
아까의 그 기세는 어디 가고, 갑자기 주눅 든 모습.
내가 뭘 잘못했나?
-개발진: 수연이요? 그런 npc는 없는데요……?
-ㅁㅊ
-얘 npc 아니야……
-ㅋㅋㅋㅋㅋ
-앜ㅋㅋ
그는 나중에야 알았다.
수연이 갑자기 컷씬 연기를 시작한 것이라는 걸.
“교주? 웃기시네. 교수, 진명수. 맞지? 네가 다 저지른 일이잖아?”
그녀는 사실 교주와 대화하고 있었다.
-교수였어??ㄷ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컷씬 들어갔나본뎈ㅋㅋ
-뭐얔ㅋㅋ
-미치겠다ㅠㅠㅋㅋㅋ
아무래도 둘 사이 스토리가 있는 모양인데. 풍선껌은 전부 금시초문인 이야기뿐이었다.
“……그래. 네가 네 발에 걸린 거야. 약이 좀 오르지?”
* * *
한참 교주와 싸우다가 요괴형으로 변한 교주에 멈칫한 아몬드.
‘어?’
그런데 그는 희한한 현상을 목격한다.
멈칫한 건 그만이 아니었다.
“네 녀석은…….”
교주가 갑자기 헛소리를 하면서 가만히 서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거였나?”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혼자 뭔가를 깨달은 듯 끄덕이기까지 한다.
‘컷 씬?’
아무리 봐도 컷씬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대체 왜?
‘뭐야? 이거?’
아몬드는 그제야 주변을 돌아본다.
‘어?’
수연과 풍선껌이 보인다.
저들이 합류하면서 뭔가 스토리 진행이 있는 모양이다.
아몬드는 이때가 기회라 여겼다.
“형! 껌 형!!”
풍선껌은 수연의 막말에 잠시 얼이 빠져 있다가, 퍼뜩 아몬드 쪽을 돌아본다.
“어, 어?!”
“지금! 지금 얼른 폭딜!!”
“!”
아몬드가 급하게 하는 말을 풍선껌은 금세 알아들었다.
‘아. 교주도 멈췄구나?’
교주가 가만히 멈춰 있는 걸 본 것이다.
그는 수연과 대화 중이었다.
이건 기회였다.
그는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걸 놓치면 안 되지!’
이런 기회를 완벽하게 잡아내야 한다.
──휘이이이잉!
그의 지팡이에 엄청난 압력의 바람이 모여든다.
이건 풍압탄이 아니다.
새로운 영능.
풍압을 극도로 압축하여 휘둘러 일격을 가하는 극딜기다.
타다다다다다!
풍선껌이 달리기 시작한다.
-뭐야 이 스킬은 ㄷㄷ
-오오
-ㄷㄷ
-때가 되면 뭔가를 보여준다고~
-아까 얻은 거임??
“간드아아아아아!”
타악……!
그가 도약하며 지팡이를 치켜든다.
‘설마.’
이 찰나의 순간에도, 아몬드는 혹여나 또 무슨 기괴한 일이 터지지 않을까 불안했다.
갑자기 자기 앞에 역장을 깔아서 혼자 터져 죽는 건 아니겠지? 따위의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늘 기대와 반대로 가는 것이 풍선껌의 권능인 것일까?
“!”
──퍼어어어어엉!!!
그의 풍압격은 완벽하게 교주의 머리에 박혔다.
-와
-캬
-지린다
-오오오
-할 땐 한다! 풍선껌!
-크
압축되었던 바람이 고속으로 퍼져나가고, 그것이 칼날처럼 교주의 신형을 갈아버렸다.
퍼버버버버버버벅!
페이즈 2에 오면서 100%였던 체력이 깎여 나간다.
[체력 83%]교주가 뒤로 널브러지며, 컷씬이 끝났다.
“크르르……!”
요괴 형태였던 교주는 스님의 대미지에 한번 크게 당해버리자, 다른 형태로 바꿔 버렸다.
파지지지직……!
검은 음기와 부정적 념의 집합체.
[악의 교주 – 사념체]사념체다.
아몬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념체 ㅋㅋ
-넌 뒤졌다ㅋ
-잇츠 넛츠 타임
[축지법]파앗!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흩어지면서 교주의 앞에 도착했고.
“죽어라. 쥐 새끼!”
사념체 타입이 된 교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땅을 찍는다.
검은 오라가 대지를 뚫고 강하게 쏘아진다.
콰과아앙!
휩쓸리는가 싶었던 아몬드.
그는 또다시 사라졌다.
펑.
[분신술]여럿으로 분리되며 대미지를 흘린 것이다.
“무슨……?”
당황한 듯한 교주의 눈.
그 눈에 비쳤다.
분신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드는 모습이.
스르릉!
-폭딜각 ㅋㅋㅋ
-와 ㅋㅋㅋ
-분신 흡수 대박
-ㅁㅊㅋㅋㅋ
-겜 다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