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3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62화(933/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62화
21. 아한죽(2)
풍선껌과 아몬드의 약 9시간에 걸친 광고 방송.
사실 엄밀히 따진다면 이건 제대로 된 광고라고 할 수 없었다.
광고주가 의도한 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스투 버스터즈 제작사는 이날부터 각종 버그를 고치기 위해 철야를 해야 했고, 김김 듀오는 다음 날 출근할 때 빈 박스 하나를 가져왔다.
“어, 너?”
“어? 과장님도?”
“그래…….”
“그렇군요…….”
둘은 서로 빈 박스를 들고 마주친 채 힘없이 웃었다.
그리고 박스 안에 짐을 넣기 시작했다.
그들이 회사의 마케팅 비용을 전부 털어서 만들어낸 이 광고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더 이상 고개를 들고 회사로 출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표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얼른 짐이나 정리하고 그냥 나가고 싶었다.
“하…….”
김 대리는 얕은 한숨을 쉬면서 슬쩍 눈치를 본다.
파티션 너머로 한눈에 돌아본 회사 분위기는 그야말로 냉랭.
그들이 짐을 싸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이유를 묻지도 않았다.
모두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뭔가를 삼키고 있는 듯했다.
혹은 그 끓는 것이 자신에게 튈까 봐 두려워하는 것도 같았다.
그런데─
“뭐야. 어디 가.”
툭.
어깨에 올라오는 손.
‘히익?!’
김 대리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대, 대표님.”
“둘. 오늘 오전 회의 들어와.”
그 말만 남기고 대표는 사라졌다.
김김 듀오는 어안이 벙벙했다.
“회, 회의라고 했지 지금?”
“네…….”
“대표실로 오라는 게 아니라?”
“그렇네요?”
사표 수리해 줄 테니까 오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회의를 참석하라니?
심지어 마케팅 쪽은 지금 회의할 건이 없다.
개발 쪽이 초비상이 걸렸지, 마켓팅은 할 게 없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예산이고 뭐고 하나 없이 다 털려서 할 게 없는 것이다.
‘설마.’
김 대리는 뭔가 생각난 듯, 급하게 휴대폰을 꺼낸다.
‘어젯밤에 올라간 거 보긴 했는데.’
그는 아몬드 채널에 올라왔던 영상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회수가 그래도 꽤 오르긴 했는데.
“!”
#실시간 화제 영상 1위
이럴 수가.
고스투 버스터즈의 영상이 화제 영상 1위였다.
“대, 대체 언제?”
“어? 뭐야. 지, 진짜야 이거? 이럴 각이 전혀 아니었는데……?”
* * *
와르르.
여느 때처럼 아몬드 시리얼을 붓고, 우유를 타는 상현.
그는 습관처럼 숟가락을 문 채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어젯밤 올라갔던 몇 개 영상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스크롤을 몇 번 움직이던 상현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
이 정도였나?
아무리 역대급 시청자 고점이 찍혔다고 해도, 광고 영상은 조회수에 한계가 있었다.
애초에 영상 시작부에 [유료 광고 포함]이라는 문구가 써져 있는 순간, 꽤 많은 사람들이 볼 욕구가 싹 달아나기 때문이다.
그 태그가 붙은 건 이 영상들 다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출산율 개같이 부활!] [아귀야~ 그곳에서는 말 잘 들어야한다?] [수리는? 아몬도일] [여자한테 못생겼다고 차이는 영상]애초에 이 영상들을 지아가 만들어서 올린 이유는 명확했다.
라이브 방송 시청자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였다.
올튜브 조회수가 아니라, 라이브 방송에 시청자를 넣기 위한 보조 역할이다.
그 증거로 각 영상 댓글마다 ‘현재 켠왕 중!’이라는 말과 함께 링크가 달려 있다.
‘이게 갑자기…… 주객이 전도됐네.’
그런데, 라이브가 끝나니까 오히려 이 영상들이 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내에서 밈이 되어 퍼져 나가고, 그게 다시 알고리즘에 영향을 끼치면서 더, 더 많은 노출이 일어나 버린 거다.
이 영상들 중 하나는 결국 이런 기적을 일궈낸다.
[대한민국 출산율 개같이 부활!]#실시간 화제 영상 1위
대한민국 출산율이라는 엄청난 클릭수를 부르는 키워드와 지아가 만들어낸 ‘응애~ 난 아아가~ 방금태어남’이라고 말하는 아기 아몬드 썸네일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 것이다.
아침쯤 되니, 영상 차트에서 완벽하게 1위 자리로 입성해 버린다.
그것도 광고 영상으로.
-이왜진 ㅁㅊ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커뮤에서 본 게 이거구나 ㅋㅋㅋ
-미쳤네 ㄹㅇㅋㅋㅋ
-아몬드 개같이 부화! ㅋㅋㅋ
-갓겜이누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애들만 출산되면 남자 다 죽으라는거지?
└ㄹㅇㅋㅋㅋ
└이민각임
-ㅁㅊㅋㅋㅋㅋ 출산율 어쩌고 하길래 뉴스 채널인 줄
-속보) 해외 여성 이민자 폭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겠네 ㅋㅋㅋ
└덴마크의 누군가도……
.
.
.
조회수에 비례하여 수도 없이 댓글이 달린 건 물론, 포털 검색어 순위에 고스투 버스터즈가 올라가기까지 했다.
대형 회사들조차 모든 마케팅 비용을 탈탈 털어도 할 수 없는 최상위급의 노출이 되어버린 것이다.
“와…….”
와그작.
아몬드 시리얼을 입에 넣으며 상현은 머리를 긁적인다.
‘대체 뭐지.’
여기 나온 무엇도 그의 의도대로 된 게 없었다. 영상 썸네일, 제목, 영상 내용까지.
근데 그게 1위를 찍다니.
이마저도 의도대로 된 게 아니었다.
하여간 고스투 버스터즈 관련된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 * *
유료 광고 영상이 올튜브 차트 1위를 차지한 사건.
이건 상현이 그저 아몬드 시리얼이나 먹으며 생각한 것보다, 훨씬 황당한 사건이었다.
“뭐? 광고 영상으로 1위를 찍어?”
“미친…… 그딴 게 된다고?”
“진짜로? 반짝 1위 아니야?”
“체급 측정 다시 해야겠는데요?”
그야 지금은 플랫폼 대격변이 일어나기 직전인 시기.
사실상 스트리머가 어느 정도 체급 이상 올라가면, 광고 수익의 비중이 상당히 커지는데.
당연히 플랫폼에서 스트리머의 전투력(?)을 측정할 때 광고 수행 능력도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유료 광고로 1등을 찍은 건 큰 사건이다.
“어, 어떡하죠? 예산 책정 다시 해야겠는데요?”
“다시 해. 다시.”
촤락!
플랫폼 관계자들은 결국 전략을 수정하려 했는데.
지이이이잉.
“!?”
담당자의 휴대폰에 전화가 온다.
모르는 번호다.
뭔가 싸한 마음에 그것을 받아 드는데.
“예. 치즈의…… 예?”
귀신 같은 타이밍이었다.
“아몬드 매니저님이세요? 아. 예, 예…… 메일 보고 전화 주셨구나. 아하하하! 그…… 아닙니다! 아닙니다! 마침 저희가 얘기 중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별다른 준비도 못 한 채, 무방비인 채로 주혁의 전화를 받게 됐다.
* * *
비상이 걸린 건, 플랫폼들뿐이 아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스투 버스터즈의 제작사야말로 최대 비상 사태다.
“아니, 광고 영상이 1위를 찍고, 게임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올랐는데. 왜 비상인가요?”
누군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그런 질문은 정대표가 회의를 시작함과 동시에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게임이 쓰레기라는 게 전국에 알려졌다.”
그가 회의에서 내뱉은 첫 문장이었다.
“…….”
모두가 침묵했다.
그랬다. 이게 사건의 본질이었다.
어쩐지, 회의실에 들어올 때부터 대표의 눈빛이 남달랐다.
특유의 광기와 독기가 서린 듯한 그 눈.
처음 신작 게임에 대해 발표할 때나 보이던 그 눈빛으로, 이젠 직원들을 부라리며 말한다.
“뭐, 마케팅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지?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똥을 싸도 박수 쳐줄 것이다. 그치? 이거 맞는 말 같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직원들은 그의 시선을 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단 그래. 그게 맞다고 치자.”
대표는 자기 질문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우리는 순서가 반대야.”
순서?
무슨 말이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게 대표를 쳐다본다.
이에 대표는 이를 악물고, 으르렁 거리며 선언한다.
“우린 똥을 싸서 유명해진 거다.”
직원들 눈이 파르르 떨린다.
‘미친.’
‘드디어 맛이 갔구나.’
‘오늘 점심 인도카레 먹을 건데. 씨발.’
화가난 듯한 대표의 목청이 점점 높아진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친다? 과연 그 말이 똥을 싸서 유명해진 놈한테도 해당될까?”
그의 눈에 광기가 좔좔 흐르다 못해 불이 켜질 지경이었다.
번쩍.
“우린 똥을 쌌고! 그걸 전국에 뿌렸어! 그래서 유명해진 거다! 그래도 박수받을 수 있는 거냐!?”
영상이 떡상한 걸 보고 설레서 들어온 김김 듀오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그 똥을 전국에 뿌려달라고 스페셜 똥뿌리개 둘을 고용한 게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공개 처형하려고 불렀나?’
‘서, 설마요…….’
그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떨고 있을때, 사실 더 큰 압박을 느끼는 건 개발팀이다.
‘조…… 조졌다.’
‘또, 똥이라니. 똥겜이라 소문나면 이직도 안 될 텐데.’
‘아니…… 그 정도라고?’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마케팅팀은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이런 게임이 있다고 온 세상에 알렸으니까.
그런데 온 세상에 알리고 보니, 그 게임이 똥겜일 뿐이다.
그걸 똥겜으로 만든 게 누구인가?
이 똥을 싼 게 누구인가?
바로 개발팀이다.
대표의 시선이 개발팀 모두를 한번 훑었다.
“…….”
꿀꺽.
모두가 마른침만 삼킬 뿐,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때였다.
“하지만…….”
탕.
대표가 책상을 치며 일어선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돌파구를 마련해야지! 시간 벌어야지!”
그랬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다.
“마, 맞습니다!”
개발팀 중 그래도 가장 리더인 사람이 용기내어 찬성한다.
누구보다 시간이 필요한 건 개발팀이니까.
근데 문제는 어떻게?
어떻게 시간을 버느냐는 것이다.
“자, 지금. 물은 들어왔어. 근데 노가 고장난 거야. 노를 고칠 시간 동안, 물이 다 빠져나가면?”
“…….”
이 정도 관심이라는 게 언제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개발진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대답은 대표가 대신 했다.
“물이 계속 들어오게 하면 된다.”
“?”
대답은 간단했다.
물을 계속 붓는다.
근데 어떻게?
“그래. 이미 광고는 끝났지. 계약 내용상 게임을 클리어하면 끝이거든?”
그때 대표의 시선이 김김 듀오로 향했다.
‘헉.’
‘젠장…….’
뜨끔하는 김김 듀오.
“우린 이제 마케팅 비용도 없어. 다 탈탈 털었어. 그냥 그쪽으로는 끝이라고! 끝! 기대할 수가 없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설마 진짜 끝임을 선언하는 건가?
아무도 반론하지 못한 채, 그의 말을 기다렸다.
“아까 말했지.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고. 그런데 말이야? 요즘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생겼어.”
대표가 리모컨을 집어 들며 말한다.
“박수 치며 똥을 싸라. 그럼 유명해질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정말 그렇게 하면 유명해질 것 같긴 하다만…….
팅.
그 말에 대한 해답은 대표가 방금 스크린에 튼 영상에 나왔다.
누군가 신나서 박수를 치고 있다.
[으아아아아하하!] [죽어! 죽어어어!] [그래! 미친 귀신 놈들아! 뭔가 보여주라고!!]김김 듀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