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3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68화(939/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68화
23. 치즈 vs 파프리카(2)
며칠 전.
[고스투 버스터즈, 인디 게임의 신화 “난생처음 보는 마케팅이었어요” 김김 듀오 인터뷰]포털 사이트 뉴스에 이런 후기 인터뷰까지 뜰 무렵이다.
이때 가장 상단에는 뜬 뉴스는 이러했다.
[트리비 코리아 철수 초읽기 대형 스트리머들의 다음은?]이제 트리비가 정말 철수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신생 플랫폼인 치즈가 나타났다.
[국산 라이브 플랫폼 ‘치즈’ 오늘부터 베타 테스트. 오픈 기념 빅 이벤트도 있다!?]치즈 오픈이 예고된 순간.
여론은 좋지 않았다.
-한국인은 김치인데. 웬 치즈?
└ㅋㅋㅋㅋㄹㅇ
-캬 타이밍 ㄷㄷ
-정말 짜고친 거 같은 타이밍이네요 ㅎㅎ
└앗……
└ㅎㅎ
-진짜 치즈는 쫓아내고 웬 김치가 치즈인 척하누ㅋㅋㅋㅋ
└앜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뭐냐
뉴스에서 치즈라는 플랫폼을 처음 접하는 누리꾼이 많았다.
여론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치즈의 오픈은 누가 봐도 이 타이밍을 노린 듯했고, 국내에서 합작으로 정산 비율 10 대 0의 호의적인 외국 기업을 밀어내고 국산으로 대체한 형태가 됐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여론은 더 거셌는데.
이런 여론을 만들어내는 데 파프리카도 참전하고 있어서다.
[외국 기업 압박해서 쫓아내고 국산 기업 알박기, 여기 중국인가요?] [그간 망 사용료 내던 파프리카, 전문가들 “대단한 수익 구조” 호평] [트리비 철수, 원조 맛집 파프리카의 수십 년간 라이브 플랫폼 유지 비결은?]치즈에 공격적인 기사들이 쏟아졌고, 파프리카는 연신 재평가를 받았다.
여기엔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인데 부풀려진 것들도 있었다.
치즈가 억울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막 생긴 신생 플랫폼이 쓸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파프리카보다 스트리머 수도 적고, 시청자 수도 적다. 심지어 이미지 여론도 안좋다.
최악의 상황.
여기서 치즈는 한가지 빅딜을 만들어낸다.
“니네가 그렇게 잘났어? 그럼 붙어.”
누군가 회의에서 낸 안건이다.
이것이 플랫폼 대항전의 시초.
“……파, 파프리카가 붙어줄까요?”
애초에 체급이 낮은 상대와 싸워주는 건 바보짓이지만.
“그럴 겁니다.”
치즈는 파프리카가 그 바보짓을 해주리라 확신했다.
“걔넨 우릴 완전 확인 사살시키고 싶어서 안달 났거든. 죽어라 도발하면 붙을걸?”
파프리카의 임원진이 비교적 감정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
“내가 일해봐서 알아.”
치즈에 있는 멤버들 중 상당수가 파프리카 출신이라서다.
“아. 그쵸…… 들어오는 도전 거절할 사람들은 아닌데…… 저희도 위험한 거 아시죠?”
그러나 혹여 파프리카가 받아준다 해도, 이런 컨텐츠는 양날의 검이다.
심지어 스트리머들끼리 합방을 해도 잘못하면 시청자 수가 한쪽으로 빨려간다는 말이 있다.
애매한 시너지의 합방은 더 높은 매력을 갖춘 사람한테 옮겨갈 뿐, 전혀 윈윈이 아닌 것이다.
하물며 개인 스트리머가 이런데, 플랫폼 간 대결은 어떻겠는가?
어떤 매력, 실력, 서사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수많은 시청자들이 거처를 옮길 것이다.
실례로 예전 트리비와 파프리카 플랫폼 대항전이 그랬다.
당시 파프리카의 압도적인 게임 실력과 쿨한 태도로 인해 수많은 시청자가 파프리카로 옮겨나간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채팅도 클린하고 오히려 낫네
-파프리카가 뭔가 아재들이 너그러움ㅋㅋㅋ
-이새끼들은 걍 게임을 잘함
-뭔가뭔가인데 하여간 괜찮더라 ㅋ
이때를 계기로 트리비조차 파프리카와 체급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파프리카는 이미 이걸로 꽤 재미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이고.
치즈 운영진의 예상은 적중했다.
며칠 뒤.
“파, 파프리카가 한대요! 한답니다!”
“와아아…….”
다들 기뻐하다가 잠시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뭔가…….’
‘한다고 하니까 막상 함정 같네.’
이게 치즈가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거 저희도 위험한데요.”
그러니까 직원 중 하나가 손을 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파프리카 쪽 스트리머들이 좀 더 자극적인 면이 있어서…… 막상 딱 옆에 붙으면 상성이 안 좋을 수도 있는데요…… 매운 거 먹으면 맛이 안 느껴지는 것처럼요.”
하지만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그냥 다 털려?”
“…….”
“정말 우리가 100% 이득만 보는 거면 파프리카가 응하지도 않겠지.”
그렇다.
치즈도 위험을 감수해야, 파프리카도 응한다.
대신 파프리카는 치즈가 위험 3에 자신들이 7이어도 응한다.
성공 시 이제 막 시작하는 플랫폼을 완전히 밟아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진행시켜.”
* * *
지이잉.
이러해서 주혁에게 문자가 도착한다.
[안녕하세요! 계약된 스트리머 여러분에게 안내드립니다. 저희 플랫폼에서 런칭 행사처럼 기획한 큰 대회가 있습니다…….]아직 상세 조율이 남았지만, 미리 소속 스트리머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벤트 대회 이름은 ‘플랫폼 대항전(가제)’로 프로젝트명이 부여됐구요. 이벤트 종목은…….]“!”
주혁은 눈을 번뜩였다.
그의 무릎에 누워 있던 지아가 눈을 껌뻑인다.
“뭔데? 왜?”
“한다. 진짜로.”
“……플랫폼 대항전?”
지아가 벌떡 일어나며, 정수리로 주혁의 턱을 쳐버렸다.
퍽.
“억……!”
“헉. 어, 어떡해!”
“여, 여튼! 종목이…….”
그 와중에도 문자를 읽는 주혁.
[……폴리스 사의 후원으로 Life is Legend(릴)로 정해졌습니다. 모드는 생존전이 메인입니다.]“릴이야. 릴 생존전!”
릴 생존전.
이게 이번 플랫폼 대항전의 종목이다.
모든 사항이 정확히 조율된 것도 아닌데 이 문자를 먼저 돌렸다.
그 의미는 분명했다.
지아가 놀란 듯 중얼거린다.
“이거…… 아직 날짜도 안 나왔네? 대충 한 달 뒤라고만 하고. 미리 보낸 건 연습하라는 거구나.”
“그치.”
이긴다고 시청자가 붙을지는 모르지만.
이왕 할 거면 이기자는 거다.
지는 것보단 잘될 확률이 높으니까.
“지금 불타오르는 게 상현이만이 아닌 거지.”
양 쪽 다 타오르고 있다.
이건 플랫폼들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인 셈이다.
“근데 팀은 어떡해?”
“하…….”
지아의 질문에 주혁은 머리를 감쌌다.
“그래서 트리비 장례식에 가라고 한 건데…….”
“안 간대?”
지아가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몰라. 대답을 못 들었어. 선수 모드에 들어가면 사람 잘 안 만나서.”
“팀 게임인데…… 팀이 중요할 텐데…….”
지아도 걱정되는 듯 중얼거린다.
* * *
오늘은 상현의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여느때처럼 송하나 의사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상현 씨. 음. 수치는 다 안정됐네요? 국가대항전 이전까지는 아니지만…….”
그녀는 국가 대항전 대목에서 상현을 한 번 찌릿 노려봤다.
요즘 진료 올 때마다 이러는데.
상현은 이젠 익숙해서 그냥 다른 곳을 쳐다본다.
“흐, 흠. 뭐…… 한 달 휴방하시면서 잘 쉬셨어요. 고스투 버스터즈도 그렇게 무리한 과부하가 걸리는 게임은 아니었고. 전용 캡슐을 계속 쓰시면 여기서 머무시긴 할 거예요.”
“네. 그럼…….”
상현은 이만 일어나려는데.
턱.
의사가 그의 후드티 모자를 훽 잡아챘다.
“컥, 컥……!”
“켠왕.”
“……!”
“제가 모를 줄 알았어요?”
수치 다 정상인데.
왜 이래.
“지금 수치 정상인데 왜 그러냐 생각하고 있죠. 지금은 그렇지만, 이게 결국 마라톤이라니까요.”
탁.
의사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이미 목줄이 풀렸지만, 상현도 왠지 모르게 그냥 다시 따라 앉았다.
“잘 들어요. 상현 씨. 레전드 테일에서 파장 변경식 구동이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파장 변경식 구동.
캡슐이 이미지를 쏴주는 방식 중 하나인데. 이것이 상현의 상태에 호전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고?
“그…… 성격 급한 어떤분이 먼저 테스트를 했거든요. 근데…….”
성격 급한 어떤 분이 누군지 상현은 금세 알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걸 테스트해보고 싶은 사람은 국내에 상현 말고는 딱 한 명뿐이다.
“제가 분명 위험하다고 했는데. 파장 변경식으로 애초에 MMORPG 같은 대규모 입장이 되는 게임을 만드는 게…… 정말 정말 조심해야 된다고 했는데.”
의사는 한탄하다 못해 거의 울듯이 이야기했다.
“그렇잖아요? 이게 애초에 얼마나 뇌내 간섭을 해대면 상현 씨 팔이 다시 좋아질 수도 있겠어요?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가 있냐구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금세 이해됐다.
‘확실히 그렇구나.’
이게 상현에겐 좋은 변화로 다가오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악화가 될 수도 있다. 애초에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그런 것들이 ‘변한다’는 개념 자체가 무서운 요소인 셈이다.
“정말, 정말, 고심, 고심, 돌다리도 두들, 두들기고 해봐야 하는데…… 어휴. 그러니까 상현 씨?”
“네?”
“지금 상태 악화 안 되고 있다고, 방심하시면 안 돼요. 다시는! 국가 대항전 비슷한 것도 나가지 마시고! 켠왕 1억을 준대도 하지 마요!”
“1억은 좀…….”
“그, 그럼 천만 원은요?”
“네. 천만 원에는 안 할…….”
“……라고 할 줄 알았어요!?”
켁! 켁!
상현은 다시 모자가 붙잡혔다.
“다신 그런 거 하지 마요! 10억 준대도 하지 말라구요!”
10억은 진짜 아닌데.
* * *
“어휴.”
상현은 다시는 후드티를 입고 오지 않기로 결심하며 병원을 서둘러 나갔다.
접수대에서 다음 방문 예약을 잡는데.
지이잉.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온다.
[주혁: 플랫폼 대항전 종목 릴 생존전이랜다.] [주혁: (사진)] [주혁: 어차피 준비하고 싶어 하는 거 같길래.]사진엔 담당자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찍혀 있었다.
‘릴 생존전이구나…….’
생존전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하는 건지나 볼까.’
상현은 별생각 없이 올튜브에 관련 영상을 검색하는데.
‘……어?’
오렌지의 채널이 뜬다.
채널에 들어가 보니, 릴 생존전도 챌린저 티어를 달고 있다.
‘챌린저면…….’
예전 난트전에서 원딜러 홍차, 미드의 단무지 등.
정말 기억에 각인된 실력자들만 챌린저였다. 그것도 현 챌린저는 아니었는데.
오렌지는 현 챌린저다.
쉽지 않은 상대 같다.
보아하니 어울리는 스트리머들도 전부 아마추어 최강 혹은 전 프로 출신.
지이잉.
메시지가 온다.
[주혁: 팀도 구해야 된다. 다섯 명. 얼른 움직여라.]꽤나 본격적이네.
‘팀…… 구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과 함께 걷는데, 아는 얼굴을 만났다.
툭.
누군가 부딪혔다.
최사랑이다.
“어, 안녕하세요.”
“음? 시간이 겹쳤나 봐요. 반가워요.”
사랑은 휠체어를 돌려 그에게 다가온다.
평소 조금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기분 되게 좋아 보이는데?
“아, 저 물어볼 게 있는데.”
먼저 다가와서 질문까지 한다.
“정말로 치즈로 가기로 했어요?”
업계인도 아닌데, 이게 왜 궁금하지? 그냥 스몰 토크인 걸까?
상현은 굉장히 의외의 질문이라 생각했지만 일단 끄덕인다.
“어…… 네.”
“의외네요.”
“의외요?”
“파프리카도 좋잖아요.”
“왜요? 전 치즈가 좋은데.”
“음식…… 말씀하시는 거 아니죠?”
“??”
피식.
사랑이 헛웃음을 터뜨린다.
“알겠어요. 그렇다면 그런 거죠. 여튼 저야 좋은데요?”
“……?”
상현의 눈이 커진다.
‘왜 좋다고 하는 거지?’
이럴 땐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된다.
상현은 자신이 치즈로 가는 이유를 떠올렸다.
어차피 조건은 비슷한데, 치즈에서 파프리카를 이기고 싶어서다.
사랑도 비슷할 수도 있다.
근데 최사랑은 게임을 못 하는데.
그렇다고 방송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애초에 치즈고 파프리카고 의미 없는데 이 사람한텐.
‘뭐지?’
잘 모르겠다.
상현은 사랑의 얼굴을 살폈다.
‘이럴 땐 관상 추리지.’
단서는 금세 발견됐다.
최사랑의 눈.
‘어?’
엄청나게 반짝이고 있다.
뭔가 강한 열망이 안에서 타오르고 있다.
‘설마 게임할 수 있게 된 건가? 복귀하나?’
지금 당장에라도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
저랑 한판 붙죠?
큰일이다.
최사랑까지 파프리카로 가서 플랫폼 대항전에 나온다면, 강한 적이 너무 많은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팀 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