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3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70화(941/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70화
24. 난트전 어셈블(1)
와다다다다다……!
누군가 달동네 계단을 최고 속력으로 주파 중이다.
상현이다.
‘김주혁.’
오늘 잔소리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의지가 충만했다.
친목 행사 안 가면 팀 못 구한다고 그렇게 으름장을 놓았겠다.
뭘 가져왔는지 보여준다.
상현은 자신의 집이 있는 저 위를 바라보며 마구 뛰었다.
그러나─
‘맞다.’
──터엉!
갑자기 열린 문에 부딪히고서야 기억해 냈다.
“컥!”
주혁은 지아네 집에 가 있었다.
납작해져 있는 상현을 보고 깜짝 놀란 지아가 비명을 질렀다.
“아…… 아몬드!?”
“상현아. 너 괜찮냐?”
주혁의 얼굴도 빼꼼 튀어나왔다.
“으…… 어, 어. 괜찮아.”
상현이 머리를 휘휘 저으며 몸을 일으킨다.
“와…… 네가 이걸 못 피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엄청 맞겠는데.”
지아가 고개를 젓는다.
“아…… 아냐.”
“……?”
“?”
대체 왜인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상현에게만 타율이 높은 문.
“그건 그렇고.”
상현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잘됐다.
“내가…….”
여기서 바로 말해야겠다며 입을 떼려는데.
“아. 근데 너 배 안 고프냐?”
주혁이 슥 상현을 지나쳐 내려가면서 묻는다.
“우리 거기 가려는데. 만년 김치찌개 있잖아.”
“아…… 어, 거기 좋지.”
상현은 계획을 수정한다.
음식점에서 각 잡고 말해야지.
지아는 상현의 희한한 눈빛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저러지.’
* * *
“안녕하세요! 만년 전통! 오강우 김치찌개입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언제나처럼 밝게 반겨주는 알바생이 인사를 한다.
셋은 앉자마자 익숙하게 주문한다.
“아, 네…… 이거 구천지옥 3개 주세요. 그리고…… 계란말이도.”
지아의 주문에 주혁이 투덜거린다.
“이야 뭐야. 가격이 만천 원이네. 구천 원이었는데. 이러면 구천 지옥 김치찌개 아니잖아?”
“다 올랐는데 어떡하겠어.”
지아는 세 명의 컵에 물을 따르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녀는 소비에 꽤 너그러운 편이지만, 주혁은 아니었다.
“만천 지옥 이런 걸로 바꿔야지. 이름을.”
“구천 지옥은 가격이 아니라 원래 있는 말이야…….”
“아니, 그래도.”
돈에 민감한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지아는 어이없어하며 한 소리 하는데, 주혁이 또 반박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가격에 대한 이야기만 오고 갔다.
‘어…….’
상현은 언제 자연스럽게 끼어들지 틈을 보고 있었다.
그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크흠. 그…….”
“?”
주혁은 그제야 눈치챘다.
얘가 뭔가 말하고 싶어 한다는 걸.
‘팔 문제인가?’
오늘 병원에 갔다 왔는데.
이런 눈빛을 하고 있다니.
뭔가 말하고 싶어서 안달 난 듯한 눈.
그간 팔에 대한 건 민감한 문제라 굳이 먼저 묻지 않았는데.
이쯤 되면 주혁도 궁금했다.
“뭐야. 왜 그래? 병원에서 좋은 소식이라도 있었어?”
“어.”
빠르게 끄덕여지는 고개.
순식간에 지아와 주혁의 눈이 상현으로 모아졌다.
“지, 진짜? 뭔데?”
상현은 씩 웃으며 말을 꺼냈다.
“코치…….”
쾅!
그때였다.
급하게 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일행.
정말 누가 봐도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조합.
“와하하하! 이, 이런 우연이!?”
구체에 가까운 신기한 체형의 중년 남자 한 명.
“와, 오빠! 식사 중이세요? 너, 너무 신기하다~”
그와 대비되는 늘씬한 모델 비율에 핑크색 머리 젊은 여자 하나.
“오…… 낙지도 들어가나? 내 동족이…….”
반짝이는 대머리.
“오호호홍! 오빠~”
거기에 다양해 보이는 근육질 남성.
‘뭐야. 여기 디스월드였나?’
이 사람들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데. 상현은 순간 자기가 게임 속에 들어온 거 아닌가 의심까지 했으나.
‘시작됐네.’
주혁이 보기에 이건 이미 일종의 게임이다.
팀 구하기 게임.
* * *
플랫폼 대항전에 대한 소식이 문자로 퍼지면서, 사실상 플랫폼 대항전의 전초전이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했던가?
아니었다.
“아쉬운 새가 일찍 일어난다.”
타코는 오늘 아침부터 벌룬스타즈 멤버들을 다 모아놓고 이렇게 이야기 했다.
“흐아암. 타코야. 우린 일찍 일어난 게 아니라, 그냥 안 잔 건데…….”
풍선껌이 하품을 하며 투덜댄다.
이에 타코가 쏘아붙인다.
“형님. 형님 때문에 아몬드가 없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쉿.”
“씨…….”
미호는 풍선껌 표정을 보며 꺄르르 웃는다.
“아, 완전 너무해.”
“너 표정은 전혀 너무하다는 게 아닌데 미호야.”
“너무 웃겨.”
“…….”
그녀는 풍선껌의 말은 그냥 무시하고 계속 웃었다.
“얜 그냥 아몬드를 만나러 가는 게 좋은 거야. 그런 거야.”
풍선껌은 어깨를 으쓱하며 미호의 웃음소리를 무시해 버린다.
“그래서 이렇게 무작정 따라가서 뭘 어쩌자는 거야. 타코야.”
“그건…….”
타코도 머리를 긁적인다.
반짝.
오늘 아몬드를 만난다고 깔끔하게 면도된 머리다.
“일단 만나서 카페라도 데리고 가서 이야기도 좀 하고…… 저, 저희가 그 국가 대항전 응원도 갔었는데…… 그런 거라도…… 어필해서…….”
“하이고. 비굴하다. 비굴해. 문어야.”
풍선껌이 피식 웃는다.
이에 타코의 표정이 말린 문어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크흠.”
“?”
풍선껌은 왜 그런가 잠시 타코 얼굴을 쳐다보는데.
뭔가 눈치채고 말았다.
“너…… 아몬드 섭외 안 되면 나랑 팀 안 할 거지?”
“…….”
타코는 대답하지 않는다.
“너…… 너,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어!? 너 방송 누가 키워줬냐아아아!”
타코는 기다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하이고. 비굴하다. 비굴해~”
“비굴해~ 해해~”
미호가 옆에서 타코를 거든다.
“와! 와아아! 내, 내가 사장이야! 어?”
풍선껌이 자신의 배를 통통 튕기며 위협해 보지만, 그는 사실 미호보다도 키가 작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때 딸기 슈터가 의견을 낸다.
“그냥 제가 아몬돕빵을 싹 납치해 버리면 안 되남? 오호호호.”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다시 말싸움이 시작됐다.
“내가 사장이라고!”
“비굴한 사장.”
* * *
몇 시간 후─
쾅!
아몬드가 왔다 갔다 하는 계단에서 매복했던 벌룬스타즈 멤버들이 김치 찌개집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엥?’
주혁이에게 자랑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던 상현의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
‘뭐…… 뭐지?’
아직 로그아웃을 안 했나?
현실에 있으면 안 되는 멤버들이 왜 여기에 갑자기 나타난 건지 혼란스러운 상현.
“와! 오빠 오랜만이에요!”
갑자기 훅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미호에 상현의 머릿속에 준비했던 게 싹 날아간다.
“어…… 어.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여기에?”
“저희가 여기 근처에 일이 있었거든요!”
오전에?
스트리머 넷이?
상현은 이미 저들의 생활 패턴을 잘 알고 있었다.
미호야 화장으로 가렸다지만 풍선껌의 눈가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 있다.
이런 시간에 스케줄을 잡을 리가 없다.
“오빠. ‘우연히’ 만난 김에 식사하시고 저희랑 커피 한잔해요. 얘기도 좀 하시고. 같이 조깅도 좀 할까요?”
우연히 만난 것치고는 되게 할 게 많다.
“그래, 그래 와하하! 내, 내가 요즘 조깅하거든.”
믿을 수 없는 배를 출렁이며 말하는 풍선껌.
수락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상현은 일단 끄덕인다.
“어…… 어. 그래야지.”
“오케!”
상현의 확답을 받고서야 그들은 자리를 하나 잡고 앉았다.
주혁이 이를 보고는 피식 웃는다.
“시작했네.”
“뭘?”
들리지 않게 조곤거리며 말한다.
“너 팀으로 넣으려고 온 거잖아.”
“……그, 그래?”
상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벌써부터 자신을 염두에 뒀다는데 놀란 것이다.
그야 주혁이 말에 따르면 국가 대항전 이후로 스트리머들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친목도 하고 그래야 팀을 구할 수 있다 했잖은가?
“뭐야~ 팀 잘 구해지네.”
마침 옆에서 지아가 주혁을 어깨로 슥 밀며 핀잔준다.
주혁은 개의치 않고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 팀이야 구해지지.”
“근데 왜 행사 가라고 독촉해?”
“내가 말한 팀은 이런 팀이 아니니까.”
“그럼 뭔 팀?”
“이길 수 있는 팀.”
“……와. 잔인하다. 주혁쓰. 이게 아성?”
“아성에선 일상입니다만.”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김치찌개를 덜어간다.
“이런 냉혈한은 누가 데려가나~ 난 아닌 듯~”
“냉혈한이라니. 아닌데? 뜨거운 남자인데? 그래서 회사에서 쫓겨났는데?”
주혁은 자기는 아니라는 지아의 말에 해명하려는 듯 뭐라뭐라 떠드는데.
상현의 머리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길 수 있는 팀?’
주혁의 그 말에 머리가 다 멈춘 것이다.
그렇다. 이번 대회는 이벤트전이지만 승리해야 할 이유가 명확한 대회.
벌룬스타즈와 팀을 다시 하면 재미야 있겠지만, 이길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전자파랑 같이 했던 전 프로 팀까지 나오는 마당에…….’
CK entus.
아무리 그들이 (전자파 왈)퇴물이라고 해도 전설적인 프로게이머들이었는데.
벌룬스타즈가 이길 수 있을까?
풍선껌이 팝콘을 이긴다? 미호가 마시멜로를 이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림이 안 그려진다.
아니, 애초에 저 팀을 이길 수 있긴 한 건가?
파프리카 이 악독한 놈들, 절대로 지지 않는 팀을 만들어버린 것 아닌가?
그렇다면 상현도 팀을 신경 써야 했다. 역시 주혁이는 한 발짝 앞을 내다본다.
그런데─
“아~ 그러고 보니까. 우리 국가 대항전 응원 갔을 때. 진짜 재밌었는데. 그치?”
갑자기 풍선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까는 비굴한 방법이라더니, 막상 만나니까 할 수 있는 전략이 그런 것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효과적이었다.
“…….”
상현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와. 그쵸. 오빠. 저 그날 응원하다가 진 다 빠져서 완전 탈진.”
“으하하하! 그랬지. 술 먹기로 했는데. 응원하다 탈진을 해버렸지 뭐야.”
윽.
상현의 마음의 무게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손님?”
그를 구원해 준 건 알바생이다.
알바생이 그들에게 가서 주문표를 가리킨다.
“저 주문하시겠어요?”
주문도 안 하고 앉아서 떠들고 있으니 차단한 것이다.
“아, 아…… 구천 지옥 4개 주세요. 거기에…… 계란말이?”
“밥도 전부 주문하시나요?”
딸기 슈터가 손을 들며 고개를 젓는다.
“밥 말고 빵 먹을게용.”
“……네? 빵은 없는데.”
타코가 옆에서 툭 친다.
“얌마. 뭔 빵이야.”
“아몬돕빵!”
“…….”
잠시의 정적 후.
벌룬스타즈 모두가 일부러 큰 목소리로 웃어댄다.
“와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
“꺄하하하하!”
상현은 아연실색.
‘미친.’
그쪽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주혁은 그게 웃긴지 혼자 킬킬대며 웃는다.
“엣헴!”
텅, 텅, 텅!
알바생이 메뉴를 치면서 묻는다.
“밥. 시키시는 거죠?”
“아, 네네…….”
그녀가 다시 한번 상현을 구한다.
상현은 엄지라도 치켜세워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야─
‘딸기는 진짜 위험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딸기 슈터의 집착은 조금 무섭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현이 주의해야 할 사람은 딸기 슈터와 벌룬스타즈만이 아니었다.
가게의 창가 너머, 저 멀리 전봇대 옆에 수상한 빨간 머리와 노란 머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으니…….
“어, 언니…… 우, 우리도 들어갈까?”
“아냐. 밥은 이미 먹기 시작했잖아. 타이밍 안 맞아서 김치찌개 원샷 할 일 있어? 카페 갈 때를 노려.”
난트전에서 만났던 바텀 듀오.
원딜러 홍차와 서포터의 레몬이다.
“우리보다 부지런한 애들이 있었네…… 흐으.”
“네가 늦게 일어난 바람에 이렇게 된 거잖아!”
홍차는 홧김에 레몬의 노란 머리를 잡고 흔들어버렸다.
꽤 요란한 소란이었는데.
다행히 워낙 멀어서 김치찌개집에 있는 상현은 전혀 모른 채 찌개만 호호 불어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