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4화
33. 두 마리 토끼(1)
승격전 첫판.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첫판을 1등 하고 넘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첫판에서 1등을 한다면, 그다음 판은 단순히 순위 방어로 마무리해도 충분했다.
그러나 첫판에 90위권 밖으로 밀려나 죽는다면, 그다음 판을 1등 해도 순위 방어전을 한 번 더 치러야 한다.
그래서일까?
[아, 아몬드 다이아 절대 못 보내지 ㅋㅋㅋ] [ㄹㅇ 나도 저격 간다.] [다이아 5년 수문장으로서 절~~대 안 되지] [저격 팟 ‘다이 – 아몬드’ 신입 절찬 모집!!!].
.
.
커뮤니티에 아몬드 저격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게시물만 무려 23개.
아몬드를 시기 질투하는 자들도 있지만, 전자파의 기록을 막아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그저 ‘재미로’ 이 기록을 방해하고 싶은 사람들이기도 했다.
어찌 됐든 어그로는 잔뜩 끌린 상태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숫자의 저격러들이 난입할 것이다.
이들 중에는 당연히 실력자도 있을 터다.
저격을 하려면 일단 플래 상위권 혹은 다이아 하위권은 돼야 하니까.
-아몬드 저격러들 많아서 챌린지 되겠냐?
└ㄹㅇ…….
└전자파도 이거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진 않았음. 그냥 스트리머면 다 짊어지고 가는 거지.
-아몬드 불쌍하네ㅠ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더……ㅠㅠㅠㅠ
└우린 브실골이라……ㅋㅋㅋㅋ
└ㄹㅇㅋㅋ
└아몬드 돕고 싶으면 플래 다이아는 찍으라고! ㅋㅋㅋ
커뮤니티 유저들도 오히려 아몬드를 걱정할 정도의 숫자였다.
그만큼 상당한 고전이 예상됐다.
* * *
대기권의 찬바람을 맞으며, 아몬드는 밑을 내려다봤다.
구름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진녹색의 울창한 숲들. 이번 맵은 역시나 정글이었다.
‘한 번에 가자.’
그는 낙하대에 발을 올리며 다짐했다.
빨리 끝내야 한다.
오늘 이미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을지라도 언젠간 고갈될 터다.
빠르게 끝내는 게 중요했다.
‘지금이 변화구를 던질 때.’
아몬드는 그간 직구만을 던져왔다.
적들은 아마 그가 또 직구를 던질 것이라 여길 테지.
그야, 어떤 고난이 있어도 그는 직구를 고집했었으니까.
거기에 어떤 신념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이 변화구 한 방을 위해 그간 수많은 직구를 던져왔던 것이다.
그냥 변화구를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포석일 뿐이다.
‘지금이다.’
그리고 그 포석은 지금 힘을 발휘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매치인 이때.
타악!
상현은 낙하지점이 오자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후우우우웅──
그곳은 무기고가 아니었다.
-???
-여기 아닌데?
-엥?
-뭥미
-설마 긴장해서 실수?
낙하지점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모두가 의문을 품었다.
[잰──슨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형, 여기 무기고 아닌데?]누군가는 후원으로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 만했다.
아몬드는 무기고를 터는 전략을 수립한 이후, 한 번도 실행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아무리 저격러들이 많이 찾아오고, 점점 사람이 더 많아져서 지옥 같은 풍경이 펼쳐질지라도.
그는 한 번도 무기고로의 진격을 멈추지 않았었다.
“네. 압니다. 변화구예요.”
씩.
아몬드의 입꼬리에 미소가 맺혔다.
역시나, 수많은 낙하산들이 무기고 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게 보인다.
원래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지만, 저렇게 많은 낙하산은 유별나다.
아마 아몬드를 저격하러 온 자들이다.
* * *
[네. 압니다. 변화구예요.]이 말을 들은 순간, 휠체어 위에 얹었던 손이 움찔했다.
미간이 묘하게 찌그러졌다.
‘변화구?’
약간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그 전략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이상해선 아니다.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전략을 저 남자가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설마.’
믿기 힘들었다.
오로지 무기고로만 직진하기에 그걸 컨셉으로 민다거나, 어떤 숭고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줄 알았더니.
지금의 변화구를 위한 포석이었다?
말이 되는가?
변화구를 숨기기 위해 직구만을 던졌던 거라면, 직구보단 변화구가 더 자신 있다는 것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간 아몬드가 보여줬던 직구는 너무나 파괴적이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래서 더 믿기 힘든 거다.
그런 직구보다도 더 좋은 변화구가 있는데도 어째서 진즉에 쓰지 않았지?
앞에도 분명 고비가 있었는데, 쓰지 않고 참았다고?
그게 가능한가?
아니, 저 남자는 지금…….
‘그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건가.’
다이아 챌린지가 별로 어렵지 않은 건가?
[오늘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촥.
아몬드의 낙하산이 접혔다.
그가 내린 곳은 폐허가 된 병원 건물이다.
* * *
“드디어 하는구나.”
병원에 내린 아몬드의 아바타를 보고 주혁이 씩 웃었다.
계획대로였다.
지금이 준비했던 변화구를 던질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따라붙은 놈들도 없어.”
항상 따라붙어서 귀찮게 했던 저격러들도 없다.
다이아 승격전인 이번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저격 큐를 돌렸을 터다.
주혁과 아몬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는 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때라는 것도.
그래서 한동안 운영에 대한 연습만 해왔다.
주혁은 운영법으로 유명한 스트리머들을 골라 이론을 정리해 줬고, 아몬드는 열심히 운영 숙지에 몰두했다.
피지컬은 실전에서 기르고, 밤마다 운영 이론을 익혔다.
이젠 운영형 플레이도 실전으로 가져올 차례였다.
지금 아몬드가 선택한 운영법.
‘폐허 병원 스타트’는 전형적인 운영형 플레이어들의 방식이다.
-아니, 뭐야 병원 스타트?
-헐
-갑자기 운영을 한다고?
-뒤진다 ㄹㅇ 이게 다 이 변화구를 위한 포석이었냐!?
-ㄷㄷㄷ
-형님 너무 무섭습니다.
-이래놓고 한 번에 죽으면 개꿀ㅋㅋㅋ
-형 이러다 지면 어케 ㅠㅠ
피지컬형 플레이어인 아몬드가 운영형 플레이를 시작한다니. 당연히 시청자들까지도 당혹스러워한다.
그의 패배를 염려하는 채팅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주혁은 그렇지 않았다. 염려하지 않았다.
‘연습했다니까.’
그는 믿었다.
매일 밤 머릿속으로 연습한 아몬드를.
노력하는 천재를.
* * *
전자파, 두두두 등의 유명 배틀 라지 플레이어들의 방송을 보며 익혀둔 운영법.
아직 실전에서 써본 적은 없으나, 아몬드는 숙지하고 있었다.
주혁과 함께 많은 이미지 트레이닝도 진행했다.
충분한 상상과 연습은, 실전에서도 발휘된다.
적어도 아몬드는 그렇게 믿었다.
-오. 뭐야. 꽤 하는데?
-연습해 왔나 보다.
-ㄹㅇ 아몬드가 운영 플레이를 가져올 거라고 누가 생각함…….
폐허가 된 병원으로 들어간 아몬드는, 곳곳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곳들을 전부 외우고 있었다.
아몬드는 경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파밍하며, 늘 사각지대에 몸을 숨겼다.
척.
그가 병원 3층 기둥 뒤쪽 공간에 몸을 숨기며 맵을 확인했다.
수시로 블루존의 변화를 체크하는 것.
이 또한 평소의 아몬드는 자주 하던 짓이 아니다.
그는 블루존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쓸어버리는 데에 집중하던 타입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원 거의 정중앙이다.’
아몬드는 수시로 블루존을 체크했고, 자신이 블루존의 거의 정중앙 지점에 있단 걸 확인했다.
정중앙 지점에 있는 곳은 보통 다음 블루존 이동 때도 안전했다.
“이 정도면 다음 블루존 이동 때도 안전할 겁니다. 그냥 옥상으로 가서 자리 잡고 요새화할게요.”
운영 플레이는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일일이 설명까지 해주는 모습.
그만큼 완전히 머리에 박혀 있다는 뜻이다.
-와. 진짜 연습했나 봐.
-개간지다……ㅠㅠ
-간디형 플레이가 간지가 날 수도 있다……
-뇌섹남
-뇌마저 섹시한 남자 아몬드.
[포브스 선정!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가장 간지 나는 간디 플레이!] [뇌피셜 님이 ‘5만 원’ 후원했습니다!] [내피셜 선정 가장 간디 나는 플레이!]시청자들도 그런 그의 변화에 마음이 움직인 건지, 때아닌 고액 후원 세례가 조금 이어졌다.
애석하게도 아몬드는 그 후원자들에게 제대로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초집중을 해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채팅도 읽지 못했다. 그냥 일방적으로 설명이 가능할 뿐이지.
머릿속도 지금 정신이 없었다.
‘이다음은…….’
그는 바닥에 귀를 대어보며 소리를 듣고.
가장 시야각이 넓은 창문으로 아래를 확인하고.
계단실 사이를 내려다보며 적의 머리털이라도 보이는지 체크했다.
‘없네.’
아무도 없었다.
이 병원 전체에 아몬드 혼자였다.
본래라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병원은 의약품들이 꽤 있기 때문에,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곳이다.
아무리 의약품이 초반에는 쓸모가 없더라도, 있어서 나쁠 건 없을 테니까.
“아무도 없네요. ”
이번 판에 병원에 아무도 없는 이유.
그건 간단했다.
“다 무기고로 갔나 봅니다.”
아몬드를 저격하고자 온 놈들이 이 100명 중 절반인 상황이니 전부 무기고로 간 것이다.
덕분에 이 병원은 아몬드의 독차지다.
저격러들이 많다는 위험한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ㅋㅋㅋㅋㅋ 존나 꼴좋누
-아몬드 : 자 알아들었지? 서로 죽여라
-이이제이의 표본.
-아 그래서 없구나 ㅅㅂ ㅋㅋㅋ 개웃기네
-아무리 병원이 초반에 인기 없다 해도 너무하다 싶었는데, 다 무기고였음ㅋㅋㅋ
이러면 그냥 옥상에 가서 잘 숨고 조금 버티다 보면 적어도 30명은 죽어 있을 터다.
아니, 옥상으로 바로 갈 필요도 없다.
‘3층에서 파밍도 천천히 하고 갈 수 있겠다.’
아몬드는 복도를 돌아다니며 천천히 파밍을 시작했고.
그때 이미 16명의 플레이어가 죽어 있었다.
* * *
그 시각.
무기고는 저격러 반, 일반 유저들 반으로 바글바글 넘쳐났다.
“아니, X발 아몬드는 어딨어!?”
“미친! 칼 던지지 마! 던지지 말라고!”
“야 이 새끼야! 이것도 랭크전인데 그럼 그냥 뒈지냐?!”
“아몬드가 뭔데? 미친놈들.”
무기고에 바글바글하게 모인 저격러들.
그들은 급기야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 지하 창고에는 들어가지도 못했으니, 서로에게 칼끝을 겨눈다고 해야 맞았다.
아몬드가 누군지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그냥 냅다 보이는 대로 칼을 던지기 시작했고.
퍼억!
퍽!
저격러들 몇몇이 죽어 나가자.
결국 저격러들도 서로 난전으로 돌입했다.
“에라이!”
“죽어 그냐아아앙!”
캉! 캉!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인원이 무기고 지하 창고 앞에서 칼전을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아몬드는 어디로 갔냐고오오!”
이런 비명만 대체 몇 번이 터져 나왔는지, 셀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