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4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73화(944/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73화
25. 얼굴마담(1)
“승리야? 재미야?”
“저, 근데 왜…… 이거까지 내가 골라?”
상현은 당황하여 뒤로 물러난다.
자기 팀만 고르는 것도 벅찬데, 이건 사실상 치즈의 미래를 결정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잖은가?
“그야!”
스트리머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꺼내면서 이유를 들먹인다.
“승리랑 재미 둘 다 해봤잖아!”
이 둘 모두를 경험해 본 아몬드에게 이 질문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는 풍선껌을 통해 엄청난 재미를 선사한 적도 있으며, 국가 대항전을 통해 온 국민을 승리의 전율로 이끈 적도 있었다.
“국가 대항전 우승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 치즈에서 ‘비대칭 전력’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홍차, 단무지, 아몬드가 전부였다.
이 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아몬드다.
랭크는 셋 중에 말도 안 되게 낮지만, 릴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단무지도 경험해 보지 못한 우승을 2번이나 했으며 국가 대항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소화했었다.
“그리고 잘생겼잖아?”
이 말은 홍차가 덧붙였다.
“오, 맞아!”
미호는 저도 모르게 덩달아 끄덕이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에 남자 스트리머들이 갑자기 반발한다.
“아, 아니, 진짜 그런 이유야?”
특히 그린티가 그랬다. 홍차의 남자친구니까.
“그게 뭐.”
홍차는 들으란 듯이 으쓱한다.
“얼굴마담이란 말이 괜히 있나? 얼굴이 되는 애가 대표해야 된다는 거 아냐.”
“아니, 그건 진짜 정반대의 의미인데…….”
어디까지나 홍차 식의 해석이었다.
“헤에! 저는 언니 말 동의! 동의!”
레몬은 적극 동의한다.
물론 그녀의 말은 아무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근데…… 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상현의 이 말은 반만 진실이었다.
그는 실제로 이런 주제로 고민해 본적이 없었다.
살면서 그는 여태 승리가 아닌 재미를 고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는 스포츠맨이었으니까.
무조건 승리였다.
‘여긴 아니잖아.’
그렇지만 스트리머 시장에선 달랐다.
여긴 재미가 승리를 능가할 수 있는 곳이다. 재미가 최우선인 곳이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정의가 되는 곳이다.
그렇기에 상현이 이 자리에서 결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다.
휙!
갑자기 누가 손을 들고 의견을 제시한다.
길쭉한 팔부터가 딱 봐도 미호다.
“저…… 그럼 일단 밸런스 게임으로 의견 차를 좁혀볼까?”
“밸런스 게임?”
“고르다 보면 뭘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될 거야.”
미호가 홍차를 보며 말했다.
사실 홍차와 벌룬스타즈의 입장 차가 가장 심하기 때문에.
“그래. 내가 먼저 할게.”
“?”
여기서 홍차가 먼저 한다고 말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반응 속도 최강 포지션인 원딜러 챌린저답게 그녀는 곧장 질문을 만들었다.
“챌린저 풍선껌 vs 브론즈 아몬드.”
“왜 나야!”
홍차가 미호에게 턱짓을 하며 대답해 보라 한다.
“……브, 브론즈 아몬드.”
미호는 고개를 휙 돌리며 진실을 말한다.
“야! 난 그럼 게임 못하는 게 잘못이 아니었던 거잖아!?”
풍선껌은 인생이 배신당한 표정이 된다.
나머지 모두는 웃음을 참느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특히나 지아와 주혁이 필사적이었다.
“그, 그럼 봐. 어…….”
이번엔 미호가 질문하려 했는데.
“빚 30억 아몬드 vs 아성 회장 풍선껌.”
홍차는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딜을 넣었다.
“아…… 아몬드.”
미호는 또 고르고 말았다.
“야! 미호야 너 아성 어딘지 모르지? 어?”
풍선껌이 버럭 화를 낸다.
모든 스트리머들이 입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대체 주제랑 뭔 상관이야?’
‘갑자기 저게 뭔데?’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벌어지는 일에 웃음이 마구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게임 못하는 아몬드 vs 미국 대통령 풍선껌.”
“이, 이건 당연히 아몬드지?”
어느새 미호는 자신이 무슨 질문을 하려는지 잊은 듯했다.
“미호야. 미국이 딸깍하면 나라 하나가 없어져. 어? 당연히라니!”
풍선껌도 이제 굳이 소리치지 않고 나긋나긋 설명해 준다.
근데 홍차는 대체 이런 질문을 왜 하는 걸까?
슬슬 그 의문이 강해질 때, 그녀가 결론을 낸다.
“것봐. 미호야. 너처럼. 우리도 아몬드를 골라야 된다니까? 근데 너희의 그 단순히 ‘먼저 만났다’는 친분을 이용해서 독점하고 기회도 안 주는 건 너무 불공평하지.”
“아…… 나, 나…… 이해해 버렸어.”
미호의 눈이 흔들렸다.
진심으로 공감해 버린 것이다.
벌룬스타즈 멤버들은 한탄한다.
“아, 껌 형 때문에.”
타코는 풍선껌을 탓해버린다.
“이, 이게 나 때문이냐!? 또?!”
“아…… 아몬돕빵…… 도와줘…….”
딸기 슈터가 부탁하지만, 사실 당사자인 상현도 이 틈에 낄 방도가 없었다.
홍차의 말이 너무 맞으니까!
“자, 자 여러분……!”
그때였다.
짝.
주혁이 주의를 끌며 끼어들었다.
계속 언제 끼어들까 틈을 노리다가 이제야 들어온 것이다.
“그런 걸 지금 아몬드가 결정할 순 없습니다.”
그가 말을 꺼내자 시끄럽던 스트리머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저희는 아직 만들고 싶은 팀에 대한 이야기도 제대로 나누지 않았는데, 치즈의 향방을 결정할 만한 그런 중대사를 어떻게 만난 지 1시간 만에 결정하겠습니까?”
또박또박한 말투, 귀에 팍팍 꽂히는 톤, 준비된 논리에서 나오는 여유.
상현은 이래서 대변인을 쓰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시종일관 선택을 종용했던 홍차마저 시선을 피하며 인정하고 만 것이다.
“그…… 그건 그렇죠.”
“그렇죠. 당연히.”
주혁은 승리를 선언하듯 그녀의 발언을 한 번 더 짚어주고는 안경을 고쳐 썼다.
“저희가 고심 후에 여러분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을 때.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그때도 완전히 결정을 내린다고는 장담 못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이걸 풀어나갈지는 확실히 결정하겠습니다.”
“그게 언젠데요?”
미호가 손을 번쩍 들며 묻는다.
“그건…….”
이때 상현과 주혁의 시선이 마주친다.
상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주혁이 왜 끼어드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이 정도 논파는 상현의 대변인 포지션인 상태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러나 주혁은 큰 그림을 연결하고 싶었다.
그리고 상현도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에 자신의 큰 그림으로 상황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는 걸.
“트리비 장례식.”
스트리머 일동은 “오……”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상현은 달랐다.
‘하?’
기어코 거기로 자신을 보내겠다는 말이었다.
무테 너머 주혁의 눈이 꼭 ‘짜샤. 사람 더 만나보고, 얘기도 더 해보고 그때 선택해라. 형이 판 깔아줄게.’라고 말하는 듯했다.
상현은 입이 삐죽 나왔다.
친목 행사가 죽어도 싫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데 가지 않고서도 전자파라는 엄청난 코치를 구했는데…… 어?
‘앗. 말 안 했구나.’
상현은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전자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러는 사이 이미 이야기는 트리비 장례식 때 모두 모여서 결정하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거 좋네.”
“공~ 평하게.”
“하…… 이거 참. 친분도 능력이건만…… 알았다. 그래!”
요지는 상현이 아직 스트리머들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나 국가 대항전을 치르고 오면서 그는 스트리머 씬과 더 멀어져 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알아갈 시간과 기회가 더 필요한 것이다.
짝.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주혁이 매우 만족한 듯 끄덕인 후, 팀 이야기는 일단락되었다.
그렇다고 바로 헤어지진 않았다. 모인 김에 업계 동료들끼리의 시시콜콜한 잡담이 이어졌다.
파프리카보단 아무래도 치즈가 좀 불안하다는 둥, 요즘 누가 누구랑 사귀는 것 같다더라, 휴방 시간이 다 겹친다든가…….
상현도 거기 껴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몇 시간이 흘러버렸다.
“아. 저, 저는 가야겠어요.”
“헉. 언제 시간이?”
“나…… 잠 못 잤는데.”
오후 3시쯤 되자 스트리머들이 다급히 일어나기 시작했고 어느새 블루보트엔 처음처럼 상현과 지아, 주혁만이 남아 있었다.
“휴~”
주혁은 이제야 좀 쉬겠다는 듯 뒤로 등을 기대며 땀을 닦았다.
“포,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아…….”
지아도 기가 다 빨린 것처럼 책상에 엎드린다.
“……저기.”
반면 상현은 눈을 똘망하게 빛내고 있었다.
이제야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뭐야. 왜?”
주혁은 척 보기에도 상현이 뭔가 할 말이 강하게 있어 보인다는 걸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그리고 아까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전에도 이 녀석 무슨 말을 하려 했었다.
“사실 팀 말이야. 코치는 내가 구했어.”
“?”
예상치도 못한 말이어서, 주혁은 눈만 껌벅였다.
“어디서 갑자기 구해? 갔다 온 곳이라고는 병원밖에…….”
설마.
주혁은 말문이 막힌다.
상현이 씩 웃었다.
“맞아. 전자파가 코치야.”
푸후!
옆에서 가만히 커피를 마시던 지아가 앞으로 내뿜고 말았다.
* * *
한편, 치즈의 몇 안 되는 챌린저 유저 정기찬.
아이디는 ‘모스트 솔리아’로 통칭 모솔이라 불리는 그는 아까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참을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하 씨…….”
그의 모니터엔 메모장이 켜져 있었다.
==== ====
안녕하십니까? 아몬드 형님.
저는 정기찬이라고 합니다. 아몬드 형님이 기억하실진 모르겠지만, 맨날 치키챠를 쓰시니까 기억하지 않으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기억하지 않으셔도 제가 어쩔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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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닌데.”
타다다다다다.
무한 백스페이스를 누르며 다 지워버리는 정기찬.
그렇다. 그 역시 아몬드에게 뭔가 제안을 하고 싶은데,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다.
왜냐?
‘찐따니까!’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기가 이런 데 약하다는 걸.
하지만, 그는 자신했다.
‘직접 만나러 가진 못해도, 나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놈은 없겠지?’
찐따이긴 해도, 이렇게 부지런한 찐따는 없을 거라고.
헤헤.
정기찬은 편지를 다 지우면서 웃어 보인다.
“다시…… 진심을 담아서…….”
타다다닥.
그는 처음부터 편지를 다시 쓴다.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른 수많은 사람들은 그보다도 부지런하고 그보다 적극적이었다는 걸.
예상하지도 못한 것이다.
왜냐?
찐따니까!
“아몬드 형님…… 저를 기억하시는지요…… 기억 안 나시면 섭섭하지만…… 그래도 괜찮…….”
타다다다닥.
기찬은 천천히 다시 타자를 쳐가며 편지를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