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5화
33. 두 마리 토끼(2)
“와. 병원 파밍도 나름 괜찮네요.”
3층을 싹 돌면서 파밍을 마친 아몬드의 가방에는 진통제와 붕대 등이 빵빵하게 들어차 있었다.
구급상자 역시 2개나 얻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HP가 1%만 남았을 때도, 다시 100%가 될 수 있을 거다.
이 정도로 여유롭게 파밍을 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전부 저격러들 덕이다.
“이게 다 저격해 주시는 분들 덕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찡긋.
아몬드는 약 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캠을 본 시청자들이 폭소했다.
-ㅋㅋㅋㅋ 와, 얄밉다.
-그 자식들 다시 보기로 이거 무조건 봐야 함
-지아 갓이 어차피 편집해 줌ㅋㅋㅋ
-ㅉㅉ 그전에 어차피 짤로 커뮤 도배되는 거 모르냐!? 어? 인터넷 원투데이 하냐!
-ㄹㅇㅋㅋ
약이 잔뜩 오를 악질 저격러들의 표정이 절로 상상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몬드는 그런 반응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이번 판은 느낌이 아주 좋다.
“무엇보다…….”
슥.
아몬드는 자신의 등 뒤에서 커다란 활 하나를 꺼내 들었다.
[리커브 보우]“활을 발견해서 좋네요.”
활이야 워낙에 흔한 무기지만, 병원은 의약품 위주로 포진된 장소라서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운이 좋았다.
팅…….
재미 삼아 활시위를 튕겨본 아몬드가 옥상으로 향했다.
“이제 옥상에서 근처로 오는 사람들만 처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 * *
사람들은 처음에 의심했다.
아몬드가 운영 플레이를? 그간 무식하게 일자 돌파로만 게임하던 놈이?
아몬드가 운영형 플레이를 한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고.
그야, 그간 아몬드가 보여줬던 능력은 전부 피지컬적인 능력이니까.
-저러다가 못 참고 달려나갈 것 같은데.
-ㄹㅇ 아몬드가 참을 수 있나?
-절대 못 참지 ㅋㅋㅋㅋ 맨날 머리통 뿌수던 놈인데.
운영과 피지컬, 이 둘은 서로 결이 많이 다른 재능이다.
일단 운영형 플레이를 하려면 인내심이 깊어야 했다.
그런데 그간 아몬드가 해온 플레이는 인내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보이면 다 죽이고 보는 게 아몬드였고,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던 것이다.
애초에 성격 자체도 전혀 뒤로 빼는 성격이 아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몬드가 옥상에서 ‘요새화’를 진행한다고 할 때.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다 쏴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터벅. 터벅.
가장 첫 번째 희생양이 나타났다. 저 멀리에서 그냥 걸어가고 있는 플레이어다.
딱히 병원으로 올 생각도 없었고, 그저 다음 블루존 축소를 대비하기 위해서 이 근처에 숨을 곳은 없나 두리번거리는 중이었다.
터벅. 터벅.
그는 계속 걸었고, 그렇게 계속 걸어서 그냥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럴 수가. 진짜 안 쐈네!
-헐 ㅋㅋ
-성장했나? 아몬드!
-말도 안 돼.
그가 시야에서 얼쩡거리는 약 1분여의 시간 동안 아몬드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동상인 것 마냥 그저 활시위를 당긴 채로 가만히 있었다. 혹여나 이쪽으로 다가오면 그때 쏠 요량으로.
적은 이 병원 쪽으로 오지 않았고, 아몬드는 그렇기에 쏘지 않았다.
무의미한 싸움을 하지 않는 것.
서바이벌의 기본이다.
아몬드는 어쩌면 조금 늦게서야 그 기본을 지키게 되었다.
‘휴.’
아몬드는 내심 안도했다.
그 역시 당장에라도 쏴서 킬 수를 높이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만약 쐈다면 죽일 수 있었을 거다.
활이니까 소리도 없이 죽었을 터다.
그러나 주변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었다면 병원에 누가 있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으리라.
쓸데없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짓이다.
더군다나 아몬드는 이미 의약품도 든든히 챙겼다.
의약품은 후반에 유리하다. 의약품이 많으면 미래지향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러니 더더욱 죽일 이유가 없었고, 그렇기에 죽이지 않았다.
아몬드는 이제 근거에 기반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피지컬만 믿고 돌진하는 무모한 초보에서, 이젠 정말 노련한 고인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몇 명의 플레이어가 더 지나갔고. 아몬드는 쏘지 않았다.
쏘지 않아도 알아서 숫자는 계속 줄었다.
어느새 34명이나 죽었다.
이 중 아몬드가 죽인 적은 0명이다.
[30초 후. 블루존이 축소됩니다!]그는 여유롭게 다음 이동지를 체크했다.
블루존이 축소하는 파란 동그라미 안엔, 여전히 병원이 들어가 있었다. 끄트머리였다.
병원에 있으려면 있어도 되는 수준이지만, 아몬드는 이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랭커 플레이어들은 끄트머리에 머무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이번엔 움직여야겠네요.”
그는 현재의 블루존이 아니라, 그다음, 그리고 다다음 블루존을 고려할 줄 알게 됐다.
* * *
그 시각.
무기고의 난전 속에 진즉에 아웃되어 버린 저격러들은 커뮤니티로 돌아와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비겁한 견과류 쉑. 무기고로 오기엔 너무 무서웠나!?] [아오! 갑자기 여기서 변화구를 줘? 미친놈이네 이거] [게임 뭣같이 하네 ㄹㅇ]스크롤을 내리던 주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일일이 그 징징거리는 게시글마다 댓글을 달았다.
-극찬 ㄱㅅ
비겁하다, 게임 뭣같이 한다, 전부 게이머들에겐 극찬이다.
적에게 이런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쁠 게이머는 단 한 명도 없으리라.
저들도 그걸 알고 있지만, 너무나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극찬을 앵무새처럼 외쳐대고 있는 것이다.
짝짝짝.
주혁은 신이 나서 박수쳤다.
“잘하고 있다, 아몬드. 지금까지 연습했던 대로다.”
와중에 그는 무언가가 빼곡히 적힌 노트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그다음 장 역시 무언가를 잔뜩 적어놓은 흔적이 역력했다.
놀랍게도 이는 가계부 따위가 아니라 전부 배틀 라지 파밍 전략에 관한 메모였다.
‘게임 주제에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
게임 운영법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봤던 주혁은 머리에 쥐가 나는 고통을 느끼고서야, 게이머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됐다.
오로지 한 명의 루트만을 고민한다면 상당히 쉽다고 느껴졌지만, 이 게임은 무려 100명이 참여하는 게임이고, 그들도 다 같은 실력이다.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전략의 복잡도는 급상승한다.
어지간한 머리로는 도저히 한 번에 파헤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주혁과 상현 둘은 함께 머리를 싸매고 매일같이 고민하고서야, 딱 한두 번 정도 쓸 수 있을 수준의 운영 플레이 루트를 짤 수 있었다.
여러 번은 불가능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딱 다이아 승격만 할 수 있으면 됐다.
그리고 지금 그게 먹히고 있었다.
“병원 다음은…….”
주혁은 노트를 살폈다.
병원에서 블루존의 경우의 수에 따라 나눠지는 루트를 체크했다.
현재 블루존의 위치를 고려한다면, 아몬드가 가야 할 곳은 하나다.
‘절벽 숲…….’
* * *
터벅.
아몬드의 발이 어떤 경계를 넘자, 이런 텍스트가 공중에 떠오른다.
[절벽 숲]여기가 절벽 숲이라는 걸 알려주는 텍스트.
절벽 숲이란, 말 그대로 깎아지른 절벽들이 가득한 숲이다.
여기 일대는 꽤 반경이 넓어서, 지금 블루존이 이곳으로 자리를 잡으면 마지막 무대까지 여기가 될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역시 절벽 위로 가는 게 주요하겠지.’
아몬드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절벽 위를 올려봤다.
울창한 숲의 이파리들 사이로 보이는 절경.
상아색 바위가 깎여나가, 뾰족한 송곳처럼 솟아 있는 풍경이다.
척 보기에도 저기에 자리를 잡으면 유리해 보이는 고지다. 1명 이외에 다른 플레이어가 올라설 만한 여유 공간은 없고, 아래 숲이 다 내려다보이는 고지다.
이보다 유리한 지형은 없을 터다.
심지어 저 위에는 전설 상자까지 있다.
올라가면 그냥 1등은 따 놓은 당상이다.
문제는 그걸 아몬드만 아는 게 아니라, 100명의 플레이어 전부가 알고 있단 거다.
‘절벽 위로 올라가면, 반드시 당할 거야.’
절벽 위에 자리를 잡으면 최강이지만, 절벽 위로 올라가는 동안은 무방비다.
모든 적에게 자기 등이 노출된 채로 등반해야 한다.
미친 짓이다.
극단적인 도박이다.
그런데 이런 도박 수가 어쩌다 한 번씩 먹혀든다. 그 쾌감을 못 잊어서 다시 도전하는 자들이 많다.
이들을 등반 플레이어라고 하는데, 이런 등반 플레이어들을 사냥하려는 플레이어들도 상당수다. 아니, 대다수다.
대다수는 전부 우거진 수풀 속에 숨어서 절벽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고 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순진하게 절벽 위로 올라가는 도전을 한다면, 총을 쏘겠지.
여기서 주혁과 아몬드는 절벽 숲 맵에 대한 한 가지 전술을 짜왔는데.
‘절벽 위를 올라가는 놈들을 노리는 놈들을 노리는 거다.’
한 번 더 꼬아서, 절벽을 향해 총구를 들이민 자들을 노린다는 거다.
그 전략을 위해서 찾아놓은 최적의 장소가 몇 개 있다.
여기 있는 울창한 나무들 중 꽤 큰 것들이 있다. 아마존에 있는 나무들처럼.
아몬드는 절벽 대신 그 위로 올라가는 거다.
절벽보단 훨씬 짧아서 금방 올라가고, 지면보단 높으니 절벽을 향해 총을 겨누는 놈들이 훤히 보인다.
반면 그놈들은 이쪽을 보지 못할 터다. 나뭇잎에 가려 있으니까.
심지어 이건 아몬드만 쓸 수 있는 전략이다.
총으로는 쓸 수 없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소리가 너무 요란해서다.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도 소리가 들리면 이 레이팅대의 플레이어들은 감으로라도 쏴 맞힌다.
유일한 단점이라고는 절벽 등반 플레이어들을 노리기 힘들다는 건데, 그건 어차피 다른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다 잡아줄 것이다.
그런데──
터벅. 터벅.
누군가가 아몬드가 점 찍어둔 나무로 걸어가고 있었다.
“!”
아몬드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몸을 숨겼다.
‘이젠 싸움 못 피하겠네.’
아무리 운영형 플레이를 지향한다고 해도.
[51/100]이제 절반이 죽은 시점이고, 아마 여기가 1등을 판가름 짓는 마지막 무대가 될 터다.
게다가 저 나무는 양보할 수 없었다. 저걸 양보하면 기껏 준비한 전략이 망한다.
기리릭──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아몬드는 여기서 오늘, 첫 화살을 격발할 생각이었다.
-드디어 쏘냐, 아몬드!? 드디어 쏘냐, 아몬드!? 드디어 쏘냐, 아몬드!? 드디어 쏘냐, 아몬드!? 드디어 쏘냐, 아몬드!? 드디어 쏘냐, 아몬드!?
-크 게임 첫 발 ㅋㅋㅋㅋ
-캬 썩은 물 간디 다 됐네 ㅅㅂ 50명 나가리되고 첫 격발!
시청자들은 잔뜩 기대했다.
다이아 승격전 판의 첫 싸움일 테니까.
“!?”
그런데 그는 결국 다시 활시위를 놔야 했다.
‘한 명 더?’
다가오는 게 한 명이 아니었다.
큰 나무를 기준으로 좌우 한 명씩 두 명이다.
굵은 나무에 가려서 적들은 서로를 보지 못하지만, 아몬드는 둘의 시선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었다.
여기서 화살을 쏜다면, 아무리 빨리 연사해도, 각을 틀어서 쏘는 사이에 다른 적이 아몬드를 발견하고 총을 쏠 것이다.
아무리 활이 소리가 안 난다고 해도, 눈으로 보이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심지어 둘 다 방탄모가 있었다. 한 번에 죽지도 않을 것이다. 아몬드는 아직 방탄모도, 방탄조끼도 없다. 둘이 동시에 아몬드를 노린다면 끝이다.
상황은 매우 불리했다.
딱히 아몬드가 뭘 잘못해서 불리해진 건 아니다.
단순히 운적 요소다. 100명이나 참가하는 이런 서바이벌에선, 이렇게 운이 나빠서 죽는 기로에 서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1등이 힘든 것이다.
-선택의 시간!
-좌우 두 명. 양각까진 아닌데. 먼저 봐서 다행이네.
-어디부터 쏴야 하냐 ㅅㅂ ㅋㅋㅋ
-그냥 기다리면 지들끼리 안 싸우냐?
-여기로 올 수도 있음. 쏴야 함.
-둘이 동시에 여기로 직진하면 끝
이때, 아몬드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깍지에 낀 두 발의 화살을 동시에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기리릭.
아주 잠시의 긴장이 흘렀다.
평소와는 다른 사격 점에, 아몬드는 잠깐 고민하는 듯 활 끝이 흔들렸으나.
파아앙!
두 화살은 빠르게 날아갔고.
푹!
푸욱!
양쪽에서 다가오는 둘의 머리에 각각 한 발씩 꽂혔다.
-??????
-아니, ㅅㅂ 핵이여!?
-모냐 방금!?
-더블샷 ㅁㅊ
-무친 실력…….
“억!”
“응?”
둘의 머리가 동시에 획 뒤로 젖혀진다.
‘저놈?!’
‘저기다.’
둘 다 아몬드를 발견하고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둥!
아몬드의 몸에서 피가 튀었다.
그와 동시에,
쉬이이이익──
화살이 두 발 더 쏘아졌다.
퍽!
퍼억!
그 두 발은 다시 한번 더 둘의 머리에 나란히 명중했다.
[아몬드 → 도롱뇽맨] [처치하였습니다!] [49/100] [아몬드 → 우가가] [더블킬!] [48/100]둘의 신형이 스르르 쓰러진다.
더블샷의 첫 성공이었다.
심지어 이 게임에서 쏜 첫 화살이었다.
그 묘기 같은 플레이에, 엄청난 후원 세례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