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5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82화(953/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82화
28.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1)
“싸우기 힘들면 장비 반만 내려놓고 가세요.”
싸움을 망설이는 상대에게 한 제안.
-ㅁㅊ 내려놓고 가겠냐 ㅋㅋㅋㅋ
-망나니 용사의 재림 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이나??ㅋㅋ
-낚시대만 필요하면서 왜 반이나 두고가래
시청자들은 아몬드의 제안이 말도 안 된다며 힐난했지만.
사실 지금 마주친 게 게임 NPC였다면 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였을 거다.
‘스트리머라고 생각하니까…… 괜히 못 죽이겠네.’
상대 역시 당연히 스트리머.
언젠가 마주치게 될 업계 동료라고 생각하니까 일단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 제가 NPC가 아니라 스트리머분이라서 그래도 예의를 갖추려 합니다. 왜 안 죽이냐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
-누가 왜 안죽이냐 뭐라함?ㅋㅋㅋ
-아닠ㅋㅋㅋ
-혼자 다른 채팅창 보고 있냐?
방금 후추를 후두려 패서 죽인 주제에 뻔뻔한 생각이지만.
어쨌든 아몬드는 진심이다.
“아, 알겠습니다.”
솔트는 반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듯 보였다.
-아니 ㅋㅋㅋㅋ진짜로 반 내려놓는다고?
-ㅋㅋㅋㅋㅋ
-이게 되네?
-ㅁㅊㅋㅋㅋㅋㅋ
‘여기서 싸움이 커지면 우리 정체만 들키고 힘들어져.’
어차피 스타팅 아이템…… 별거 없으니 반이라도 챙기자는 생각이었다.
솔트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무심한 듯 칼을 겨누고 있는 저 2등신의 캐릭터에게서 나오는 ‘살기’를.
‘저 자식…… 보통 놈이 아니다.’
그는 후추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치즈에서 우리만 심어놓은 게 아니라, 우릴 견제할 다른 세력도 만들어놓은 거야.’
경쟁 업체 스트리머 좋은 일만 해주고 그냥 쉽게 쉽게 갈 리가 없다.
당연히 뭔 장치가 있을 것이다.
지금 눈앞을 막고 있는 자가 그 장치로 보였다.
‘일단 제작진 의도에 맞춰주자.’
서바이벌 크래프트 류의 게임은 뭐니 뭐니 해도 ‘역할극’이 기본이다.
실제 이 세계의 주민인 것처럼 과몰입하되, 뭔가 재밌을 만한 흐름으로 태도를 맞춰주는 게 스트리머들이 이 게임을 방송적으로 살리는 방식이었다.
솔트는 아몬드의 반을 내려놓으라는 뻔뻔한 요구를 어떤 방송적 장치일 수도 있다 생각한 것이다.
“반 내려놓으면 되죠?”
그는 그에 맞춰 아이템을 내려놓으려 허리를 숙이는데.
“아뇨?”
갑자기 아몬드가 아니란다.
그는 여전히 칼을 겨누고 있다.
“생각해 보니까 전부 내려놓으셔야…….”
“……?”
-??
-?
-싸패냐?ㅋㅋㅋ
-뭔뎈ㅋㅋㅋㅋ
-아몬드 자기가 한 말 까먹었냐??
-ㅁㅊㅋㅋㅋㅋ
“아니, 그러니까…… 그게 반인지 3분의 1인지 제가 알 수가 없잖아요? 전부 내려놓으시면 제가 반을 가져갈게요.”
이중인격 싸이코패스가 아니라, 철저하게 반을 챙기려 했던 것뿐이었던 아몬드.
띠링!
[오늘도 님이 3만 원 후원했습니다!] [역시 수학은?]-아몬도일.
-아몬도일! 아몬도일! 아몬도일!
-아몬도일!
-엄마는!? 아몬도일! 엄마는 아몬도일!?
-ㅋㅋㅋㅋㅋㅋ아몬도일교냐
-크
-맞네 ㅋㅋㅋ 정확해야제~
시청자들은 다시금 그의 정확한 판단을 추앙하기 시작한다.
‘뭐야. 미친.’
반면 솔트는 표정을 구긴다.
그런데 별수 없다.
어차피 이미 숙이고 들어간 거 맞춰주자.
“아, 알겠어요.”
슉, 슉.
아이템을 전부 벗고 인벤토리를 전부 비웠다.
“됐죠? 이제 여기서 반만…… 음?”
그런데 뭔가 심상치 않았다.
아몬드가 칼을 전혀 내려놓지 않은 채 서서히 접근하는 것이다.
“아니, 그게…… 생각해 보니까. 이게 전부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무친넘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생각 좀 미리하면 안되냐?
-설마 ㅋㅋㅋ
팬티만 입은 채로 억울함을 성토하는 솔트.
“무, 무슨 소리예요? 전부 내려놓으라 했잖아요. 그래서! 다 벗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점점 더 다가오는 아몬드의 칼끝.
“아니…… 그렇잖아요? 전부인 척하고 뭘 숨겼을 수도 있잖아요.”
“……저, 저 지금 팬티만 입었는데!”
“인벤토리 안에 더 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제 입장에선.”
아몬드는 상대가 스트리머라고 생각해서 배려해 주며 돌려 말하는 중이었는데.
이게 오히려 상대 입장에선 더 공포스러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
-뭘 공감해달라는 듯이 말하냐곸ㅋㅋ
-진짜 미친놈같넼ㅋㅋㅋㅋ
-아니 이건 또 뭔 컨셉이옄ㅋㅋㅋ
“그, 그걸 어떻게 아실 건데요. 솔직히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는…… 으어?!”
슥.
아몬드의 검이 더 다가온다.
그리고 커다란 눈망울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한다.
“일단 죽어주시면, 제가 거기서 반만 가져갈게요.”
업계 동료라서 차마 그냥 죽이지는 못하고, 허락을 구하는 아몬드.
이것이 업계의 매너다…… 라고 생각 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냥 죽옄ㅋㅋㅋ 이새끼얔ㅋㅋ
-ㄹㅇ도라이넼ㅋㅋㅋㅋ
-이젠 무서워요 형님……
“…….”
솔트는 벙찐 채 이 이상한 논리 구조를 머리로 되새겨본다.
‘아니, 분명 죽이지 않은 조건으로 반만 내려놓는 거였는데…….’
죽지 않으려고 반을 내려놓으려는데, 이게 반이라는 건 죽어야만 증명된다.
그래서 죽어야 한다?
하지만 죽지 않기 위해 반을 내려놓는다. 근데 반이라는 걸 입증하려면 죽어야 한다?
무한 궤도처럼 도는 아몬도일의 추리 구조.
희한하게 엔딩은 전부 죽음이다.
‘이건 아니지!’
솔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
‘그렇다면…….’
상대가 채팅창을 보는지, 잠시 눈이 돌아가 있다.
이때 칼을 들고 뛰어오른다.
“에라이!”
단 한 번의 기회.
이 검이 놈의 배를 뚫을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숙인 건 도약을 위한 웅크림이 될 것이다.
그런데─
“……?”
──후웅!
놈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정말 약이 오를 정도로 간단하게 검격을 피해냈다.
솔트의 웅크림은 그냥 비굴함이 되어버렸다.
“……하…… 하하. 아, 아니, 제가 손이 미끄러져서.”
아몬드는 희한한 걸 봤다는 듯한 눈으로 솔트를 응시하더니 따라 웃는다.
“아. 하하.”
둘의 어색한 눈웃음이 지나가고.
다시 솔트의 눈에 불이 붙었다.
“……는 훼이크다!!”
카아앙!
기습이 먹힐 리가.
아몬드의 검과 그의 검이 맞부딪힌다.
“제, 젠장?!”
이번에도 너무나 간단히 막혀 버렸다.
이게 아닌데?
솔트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저, 저 이러려고 한 게 아니라…….”
-캬~
-이거지
-아니 상대 뭔데 ㅋㅋㅋ
-ㅈㄴ 비겁햌ㅋㅋㅋㅋ
-이걸 또 막아??
-죽이죠?
채팅창 민심을 슬쩍 확인한 아몬드.
그는 이렇게 외치며 검격을 그었다.
“저도 이럴려고 한 게 아닌데!”
촤악!
장비를 입지 못한 채 싸운 솔트는 세 합 만에 그대로 목이 날아갔다.
-이거지
-크으
-사이다 ㅋㅋㅋㅋㅋㅋ
-채팅창 민심 바뀌길 기도하면서 계속 긁은거 아냐?ㅋㅋㅋ
-이럴려고 한게 아닌데 (함박웃음)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데요 형님
[sa474 님이 살해당했습니다!]두둥.
서버 채팅창에 뜬 경고.
스트리머들이 또 한마디씩 한다.
[풍선껌: 뭐야? 무서워 진짜] [미호: 헉 뭐에요 진짜???? 또????] [젤로: 거 대충 삽시다~] [큐티파이: 뭔데 뭔데! 나도 껴줘!ㅋㅋㅋ] [중년탐정: 이건 내가 나서야되나]* * *
“……으아아아아아!”
털썩.
파프리카 마을 중앙에서 부활하게 된 솔트.
“뭐야?”
“야, 너 왜…… 왜 갑자기 마을로 이동…….”
후추는 팬티만 입은 솔트의 꼬라지를 보고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너 죽은 거구나? 근데 어쩌다가 기본 옷까지 다 털렸어?”
갑옷은 그렇다 쳐도 기본 옷은 죽어도 유지가 되는데.
솔트는 팬티바람으로 온 것이다.
“……아.”
솔트는 전부 내려놓으라는 말에 압도되어 옷까지 벗어 던져 버린 것이다.
오렌지가 달려와서 묻는다.
“아니, 형! 옷을 왜 벗고 있어? 말그대로 빤스런이잖아!”
“……빠, 빤스런이라니! 죽은 거야! 작렬히 전사!”
“어떻게 된 건데 대체?”
솔트는 사건을 얘기해 줬다.
“……이렇게 된 거야.”
솔트가 반만 내려놓고 나오려 했는데도 결국 죽어버렸다는 말에 오렌지는 실소가 터졌다.
“자, 작렬히 전사라며?!”
“작렬하잖아.”
“그렇긴 하네…….”
오렌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여간 나쁜 놈이네! 그거!”
그는 이내 적을 향한 적의를 다시 불태웠다.
솔트도 따라 격분한다.
“그, 그래! 그 자식 아주 악질이야! 결국 다 뺏을 거면서!”
“그치. 진짜 농락이야! 치즈에서 아주 악질인 놈을 심어둔 거라니까!?”
후추도 가세하여 울분을 터뜨렸다.
때아닌 소란에 다른 주민 몇도 다가와서 물었다.
“뭐? 비선별인원?”
“아이템은?”
“아이디는? 안 보여?”
그중 누군가는 종이를 들고 와서 아예 그림을 그린다.
“그 자식 인상착의 말해봐.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아몬드의 캐릭터와 유사한 몽타주가 파프리카 마을의 한가운데에 대자보처럼 펼쳐졌다.
[WANTED]그는 하루 만에 이 마을에서 지명수배를 당해버렸다.
* * *
“오오. 이거 좋네.”
박오훈이 속옷만 입은 솔트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며 좋아라 한다.
“파프리카 쪽 스트리머들이 알아서 지명 수배를 내렸어요! 마을 차원에서 현상금을 준다는데요?”
서바이벌 크래프트의 재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자발성’이다.
본래 현상금이라는 시스템 같은 건 이 게임에 전혀 존재하지 않지만.
마을 주민들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현상금은 마을 주민들이 N분의 1로 모아서 주는 방식이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자기들 먹고살 길도 바쁜데. 벌써 현상금을 거네.”
장 피디는 흥미롭다는 듯 지켜본다.
파프리카 마을은 여러모로 살기 척박해서 일단 먹고살 길을 해결하는 게 최우선 과제인데.
와중에 아몬드에게 현상금을 걸고 있다.
그것도 마을 사람들의 돈을 써서.
“분노로 물든 거죠. 시작도 전에 털려서…….”
이것이 인간의 사회다.
모든게 먹고 사는 효율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집단 감정이 폭발하면 어떤 비효율도 저질러 버리는 게 인간이다.
“굳이 우리가 뭘 안 해도 알아서 갈등이 생기겠는데?”
* * *
한편 아몬드.
그는 자신이 현상수배 된 줄도 모르는 채, 수많은 장비를 인벤토리에 넣고 드디어 낚시를 시작해 보려 하는데.
“어?”
그의 눈이 당황한듯 인벤토리 여기저기를 살핀다.
이럴 수가.
“……낚싯대가 없는데요?”
알고 보니 파프리카 주민들은 낚싯대가 없었다.
그들에겐 오로지 전투를 위한 아이템만 지급되어 있었던 것이다.
-?
-??
-ㅁㅊㅋㅋㅋㅋㅋㅋ
-대체 뭘 위해……
-아닠ㅋㅋㅋ 그럼 왜 죽였냐고 ㅋㅋㅋ
-낚시대 있는게 확정이 아니었어?ㅋㅋㅋ
-???: 우, 우린 뭘 위해 죽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