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5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83화(954/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83화
28.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2)
생각해 보면 처음 시작부터 그랬다.
「저 사람들 낚싯대도 있지 않을까요.」
아무도 솔트와 후추가 낚싯대가 있을 거라는 확신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장비가 좀 좋아 보이길래 막연히 그런 게 있을 거다라고 아몬드가 예상한 것뿐.
그런데 막연히 낚싯대를 찾는 과정이 조금 과격해진 것일 뿐…… 이라고 아몬드는 주장했다만.
-아니 ㅋㅋㅋㅋ ㅁㅊ 너무하넼ㅋㅋ
-진짜 없어요? 구라 아니죠?
-엔딩 미쳤네 ㅋㅋㅋ
-헛된 죽음……ㅋㅋㅋ
-책임져! 책임져! 책임져!
-아몬드는 해명하라!
헛된 둘의 죽음에 점점 뜨거워지는 채팅창을 보면 민심은 그렇지 못했다.
평소의 아몬드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낚시를 위한 여정을 착실히 해나갔을 테지만.
이 치즈마을에선 그렇지 않았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만든 마을답게,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권력이 있었다.
-루비마님 “즉사”로 혼내주시죠?
-매달아라~
-사형시켜! 100만원으로!
-아무리 게임을 잘해도 여기선 100만원 컷임ㅋㅋㅋ
시청자들이 100만 원을 쏴버리면 아몬드는 즉사한다.
피하고 말 것도 없다. 그냥 시스템적으로 죽는다.
채팅을 무시하려 했던 아몬드는 눈이 번뜩 뜨인다.
‘그건 안 되는데.’
여기서 죽기엔 얻은 장비가 아깝다.
그는 조금 관점을 바꾸기로 한다.
아까 둘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여러분. 헛된 죽음은 아니었습니다. 보세요.”
척.
그는 칼을 들어 보인다.
-?
-??
-뭐임
“칼이 생겨서 몬스터를 잡을 수 있잖아요? 낚싯대 조합 설명을 보면 거대 거미 몬스터한테 ‘실뭉치’를 얻으라고 되어 있거든요. 이 칼이 없으면 몬스터를 못 잡잖아요? 그러니까 둘은 낚시를 위해서 희생된 게 맞는 거죠.”
-ㅋㅋㅋ?
-견소리 on
-ㅋㅋㅋㅋ좀 이상한데 묘하게 맞긴하네
-견과류쉑 원래 이런 변명도 안하는데 진짜 죽을까봐 늘어놓는거 봐라 ㅋㅋㅋ
-그 칼로 물고기 잡으면 인정해줌
-낚시를 위해 희생당한 건 괜찮은거임??? ㅋㅋㅋㅋㅋㅋ 세계관 따라가기 힘드네;
이 정도면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다.
논점이 흐려졌다.
아몬드는 2등신의 큰 머리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워하는데.
빠바밤~!
“!?”
미친?
눈알이 튀어나가는 아몬드.
100만 원 이상의 고액 후원이 쏴졌을 때 나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빅son 님이 101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져서 만원을 더 넣었네~]100만 원이 아니라 101만 원이었다.
즉사는 면했다.
“……휴.”
아몬드는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표정ㅋㅋ
-앜ㅋㅋㅋ
-이거 움짤로 쪄야됰ㅋㅋ
-눈알 무슨 로켓인줄ㅋㅋㅋ
안 그래도 머리가 커서 표정이 잘 보이는데 진심으로 깜짝 놀라서 제대로 티가 난 아몬드.
그는 커다란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전한다.
“빅손 님. 후원 감사합니다. 어쨌든 낚시 컨텐츠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어딘가에 있다고 하는 거미 몬스터를 잡기 위해 떠나려는데.
띠링.
[루비소드 님이 2만 원 후원했습니다!] [근데 어디로 가야 돼요?]“어…….”
아몬드는 알 턱이 없었다.
사실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치즈마을 서버는 이제 막 오픈했다. 어디에 어느 몬스터가 있을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ㅋㅋㅋㅋㅋ모르는거였어
-당연히 모르지
-걍 낚시 하지 말죠?
-왠지 마을가면 npc가 낚시대 팔고있을듯ㅋㅋㅋ
-마을부터 가보자
채팅을 읽어 내려가던 아몬드는 큰 머리를 휘휘 저었다.
여기서 낚시를 포기할 순 없었다.
“아뇨. 방법이 있습니다.”
-?
-뭔 방법?
-와 이 자식 시청자 채팅 이렇게 잘읽는거 처음 아니냐?
-뭔데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어요.”
텅.
아몬드가 어느새 손에 든 후원 팻말.
==== ====
5천 원 = 치즈 쿠키
1만 원 = 랜덤 버프
10만 원 = 랜덤 상태 이상
30만 원 = 랜덤 몬스터 소환
100만 원 = 즉사
==== ====
그의 손이 가리킨 건 30만 원 후원.
랜덤 몬스터 소환이었다.
-??
-돈 달라는거잖앜ㅋㅋㅋ
-방법이 맞긴하네
-후원유도 미쳤네 ㅋㅋㅋㅋ
-수금 박사 ㅋㅋㅋ
-거미가 언제 나올지 알곸ㅋㅋ
-캬 천재냐?
노골적인 후원 요구는 금기시되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아몬드는 이내 팻말을 치우며 딴청을 피운다.
“아, 그냥 방법이란 게 있긴 하다는 거예요. 저는 당연히 거미 잡으러 갈 건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고…….”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잠시 가만히 기다리는 중인 아몬드.
-한 발짝도 안움직이는데??ㅋㅋ
-지독하다! 견과류!
-소환 안해주면 방송 안할 기세
-ㅋㅋㅋㅋ누가 100만원 쏴버려
-스트리머도 노조가 있나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잠시 지도 보는 중인데요?”
아몬드의 눈은 지도와는 전혀 다른 위치를 보고 있었다.
채팅창이 있는 곳이다.
-눈 돌아간다~
-2등신이라 다 보여요 아몬드님 ㅎㅎ
-ㅋㅋㅋㅋ커여워
-꿀밤 한대만 날리고싶다
빰!
바로 이때 울려 퍼지는 트럼펫 소리.
[루비소드 님이 3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소환술!]-캬
-역시 루비마님
-“방송의 주인”
-우즈마키 루비소드 등장
-왘ㅋㅋㅋ
[랜덤 몬스터 소환]펑!
루비소드의 외침에 맞춰 몬스터가 소환됐다.
엄청난 크기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건 거대한…….
“……용?”
드래곤!
-?
-미친ㅋㅋㅋ
-공주의 소환술이 너무 강함
-미쳤나
-엌ㅋㅋㅋㅋㅈ댔다
-인과응보
드래곤이 하늘로 목을 길게 빼며 울부짖는다.
“크아아아아아아!”
파충류 같은 동공이 얇게 찢어지며 아몬드를 바라보는데.
그 위로 비친 2등신의 아몬드는 무력해 보이기 짝이 없었다.
“어…… 일단 잡아보겠습니다.”
아몬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칼을 휘둘러본다.
펑!
“!?”
펑?
카앙……도 아니고 펑?
그렇다.
칼이 부서졌다.
용의 비늘을 전혀 뚫지 못하고 역으로 칼이 깨져 버린 것이다.
서바이벌 크래프트의 장비들은 등급별 차이가 확연하다.
압도적인 상위 등급의 무언가를 건드리면 내구도가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되겠냐곸ㅋㅋ
-지금 아이템으로는 안됨
띠링.
[아오섴쌤! 님이 2만 원 후원했습니다] [지금 아이템은 강철 칼임 드래곤 잡으려면 최소한 아다만트는 있어야함ㅋㅋ]누군가 후원으로 알려주듯, 이곳에서 등급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게다가 드래곤 사냥은 사실상 거의 종결 컨텐츠.
이 단계에서 잡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크르르르…….
드래곤의 입에서 슬슬 불길이 끓어올랐다.
아몬드가 한 대 친 게 꽤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게 어딨더라.’
아몬드는 재빨리 인벤토리를 뒤져본다.
아까 전에 스치듯 봤던 게 있었다.
“여깄다!”
[마을 귀환서]팟!
이곳에서의 귀환서는 즉시 시전이다.
아몬드의 신형이 곧장 사라지고, 그 위로 시뻘건 불길이 뒤덮인다.
화르르르르!!
“……?”
드래곤은 까만 재가 되어버린 땅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불길을 멈춘다.
“크르…….”
그는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자신을 공격했던 그 겁없는 인간이 있는 곳을 찾으려는 것이다.
이내, 그는 날개를 펼핀다. 거센 바람이 들판의 재를 퍼뜨린다.
후우우웅!
거대한 몸이 밀려 올라가며 어느새 자유롭게 활공을 시작한다.
이렇게 치즈마을 서버에 야생 드래곤이 한 마리 풀려 버렸다.
* * *
한편 마을에 소환된 아몬드.
마을에 오게 된 이상 낚시는 한동안 물 건너갔다.
‘욕심이었나.’
30만 원도 벌고 거미도 잡으려 했던 건 과한 욕심이었는지 벌을 받은 것 같다.
시청자들도 같은 생각인지 아주 통쾌해한다.
띠링!
[가지볶음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와아아! 루비 공주님이 낚시의 악마를 퇴치했다!]-루비! 루비! 루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아이 시원해 이게 가볶이지
-ㅋㅋㅋㅋ낚시의 악마 ㅋㅋㅋ
-드디어 마을로 왔누
-아몬드 치워라! 루비로 바꿔라!
-치즈의 봄……
시청자들이 이제 정권 찬탈을 노린다.
이놈들이?
“닉언은 전부 밴입니다.”
아몬드는 호기롭게 밴을 주장하며 채팅창을 노려봤으나.
‘아.’
지금 주혁이가 없다.
그 역시도 오늘은 서크에 들어와서 치즈 운영진들과 활동 중인 것이다.
-?
-오늘 호두 없잖아~
-ㅋㅋㅋㅋ와 그렇네? 호두없다!
-노호두존 미쳤네
호두가 없다는 걸 알고 신나서 또 들어오는 후원.
띠링.
[가지볶음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탄핵 후원 밀어붙여! 루비소드를 국회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탄핵인데 후원이라니
-100만원 쏘라는 말인가?
-ㅋㅋㅋㅋㅋㅋ가볶 신났네
-앜ㅋㅋㅋ
-닉언도 마음껏하누 ㅋㅋㅋ
아몬드는 자신이 직접 정보창을 조작해서 밴을 할까도 했지만, 오늘만큼은 시청자들이 즐기게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덕분에 신이 나서 후원을 마구 쏘기 시작한 큰손들이 생겨났다.
빠밤!
[소룡포 님이 2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루비를 국회로!]-캬
-크
-이거지
-정당가입 완료 ㅋㅋ
[루비소드 님이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아몬드…… 차렷.]팅!
아몬드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랜덤 상태 이상] [빙결]-진짜 차렷이넼ㅋㅋㅋㅋ
-와 ㅋㅋㅋ
-얼음공주 루비 ㄷㄷ
-이거지~
-시청자가 왕이다 이말이야!
-너무 통쾌해 ㅋㅋㅋ 앜ㅋㅋㅋ
-속이 뻥~
시청자들이 너무나 신난 모습에 얼어붙었음에도 아몬드도 피식 웃음이 나와 버렸다.
절대 후원이 많이 들어와서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즐거워 보여서다.
“아…… 이, 이거 곤란하네요…….”
-입꼬리는 승천중인데요?
-ㅋㅋㅋㅋ얼음 땡 한 번에 10만원인데 곤란한 거 맞냐고~
-결국 버는 건 견과류ㅋㅋㅋ
-(치즈 오길 잘했다) 생각중ㅋㅋ
얼어붙은 김에 아몬드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어차피 마을에 왔으니까 다른 스트리머분들하고 얘기 좀 할까?’
치즈마을에 왔으니 낚시는 잠시 미루고 스트리머들과 인사라도 하려는 아몬드.
‘어?’
그런데 이상했다.
‘뭐야 여긴…….’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가 알던 치즈마을과 너무 다른 풍경이었다.
치즈마을에서 부활하면서 잠깐 있었다 해도 그 풍경과 분위기는 명확하게 기억한다.
일단 햇살이 밝고 따뜻하고 주변에 나무도 많았다.
지금 여기처럼 우중충하고 거뭇거뭇한 느낌이 아니었다.
‘여긴 뭐야.’
팡.
빙결이 해제됐다.
아몬드는 조심스레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여긴 땅의 재질부터가 완전 다르다.
[철]땅 곳곳에 철광석이 박혀 있다.
거뭇한 게 뭔가 했더니 철광석이었다.
아몬드는 철광석을 따라 계속 걸어 다니며 마을을 구경했다.
여긴 이미 올라간 건물들이 꽤 있었다.
일부 건물들은 도저히 유저가 지은 게 아니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최소한 이틀은 걸릴 것 같은 건물이다. 쓰인 재질도 무려…….
[옵시디언]미묘한 검보라빛 벽들이 고급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럽다.
아몬드는 이걸 캐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간섭 차단 영역]캐보려는 의도로 건드리기만 해도 이런 메시지가 떴다.
-뭐야 간섭차단이 벌써있네?
-여긴 뭐임???
-치즈마을이 벌써 이렇게 됨??
-엥?
-옵시디언 ㄷㄷ
-누구 집이지???
시청자들도 슬슬 이상한 걸 눈치챘다.
아몬드는 건물 벽을 따라서 조심히 걷는데.
‘응?’
길을 따라 주욱 붙은 벽보가 있었다.
“여러분. 이거…….”
벽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WANTED]그리고 그 벽보에 그려진 사람의 얼굴은 누가 봐도 아몬드의 캐릭터와 너무 닮아 있었다.
-?
-아몬드?
-ㄷㄷ 뭐야 이거?
아몬드의 현상수배지가 걸린 마을.
여기가 어딘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여기 그럼 아까 죽은애들 마을임? 걔네 치즈마을 안살아??
-와 ㅋㅋㅋㅋㅋ
-걔네가 쓰던 귀환서라 이렇게됐나봨ㅋㅋㅋ
-미친ㅋㅋㅋ
-적진에 들어와버렸엌ㅋㅋㅋ
‘헐.’
아몬드는 파프리카 마을 한가운데였던 것이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현상수배지에 둘러싸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