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5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89화(960/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89화
30. 퍼펙트 팜(2)
콰아아아아아아아!
모니터 화면에서 쏘아지는 용의 브레스.
다각도에서 수많은 화면이 이 브레스를 비추고 있었다.
“엥!?”
“응?”
장 피디, 그리고 박오훈.
둘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표정이 되었다.
아니, 사실 둘뿐이 아니라 제작진 모두가 비슷한 표정이었다.
“뭐, 뭐야 갑자기?”
“이러면…….”
“헐.”
직원들이 한마디씩 모은 말에 장 피디가 쐐기를 박았다.
“조, 조졌다.”
툭.
그는 입에 물고 있던 포도당 사탕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러면 파프리카 경제 성장이 어떻게 되는 거야?”
파프리카 마을이 사실상 전멸했다.
사실 그들은 높은 전투력과 약탈 경제로 치즈마을을 견제하는 세력이 되어야 했다.
그게 제작진이 준비한 일종의 서스펜스였는데.
“한…… 최소 3일은 뒤로 밀린 거 아닐까요.”
“3일? 그 정도면 그래도 괜…….”
“현실 시간이요.”
“!?”
서버 운영 기간이 약 2주다.
정확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 이상 끌어가긴 무리라는 게 다수 의견인데.
3일이 밀렸다고?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템을 다 떨어뜨려서…….”
“아니, 다시 주우면 되잖아. 그건.”
무기나 방어구 파손이 좀 일어났겠지만, 없어지는 것보다야 낫다.
아무리 그래도 현실 3일은 너무 과장 아닌가?
“어떻게요. 아몬드가 지금 다 가져가는데.”
“!?”
사실 게임을 보는 눈이 좋은 편이 아닌 장 피디는 몰랐다.
아몬드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뭐, 뭐야!? 저, 저, 사람 어떻게 살았어?”
“빙결 걸려서 살았어요. 불에 면역이라.”
“아니. 주민들 언제 살아와!?”
“음…… 살아나는데 15초 정도 걸리고, 또 뛰어오는 데 좀 걸려요. 아까는 서로 돌아가면서 죽어서 완전 아몬드가 노마크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한 번에 다 죽어서…….”
“허?”
그때 다른 직원이 뒤에서 말한다.
“저거 비옥한 토양이요. 저 운영진이 말한 거 들었는데. 저거 엄청 중요한 거예요! 지금 치즈 마을 쪽 얘기 보시면!”
그 중요하다는 비옥한 토양까지 낭낭하게 챙겨가는 아몬드.
“이건 큰일 아닌가요?”
“으…….”
장 피디는 수염을 쓰다듬는다.
“모르겠다. 이제.”
“?”
“원래 이런 게임 아니냐?”
으하하하?
장피디는 그냥 그렇게 웃어버린다.
원래 서크가 별일이 다 일어나는 게임이다.
그걸 유저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대처를 하겠지. 밤새워서 게임 해서 복구하든. 어떻게 하든. 한번 지켜보자고.”
이미 파프리카 마을 쪽에선 대책 회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 이대로는 안 된다. 비선별인원 이 새끼…… 또 올 수도 있어.] [운영진한테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씨발 용기사를 첫날부터 만들어놨어?] [용기사 그 직업 어떻게 얻니? 그거 우리도 얻어야 하는 거 아니니?] [누나. 지금 저희 상태를 봐요. 뭔 용기사예요. 용푸어하시게?]근데 이들은 지금 사태를 한참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요…… 용기사?”
제작진은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오해하면 너무 삽질만 할 것 같은데. 이걸 어쩌나.
그런데 늘 이런 암흑기엔 영웅이 등장하지 않던가?
파프리카도 그러했다.
누군가 탁자 위로 올라가며 토론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쿵!
[자! 일단! 우리 당장 템부터 복구해야 되잖아요. 우리…….]서크 서버 메이커 출신 스트리머, 새우였다.
새우가 외쳤다.
[오늘 그냥 서버 나가지 맙시다! 밤새워서 굴러요! 그 자식을 잡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 됩니다! 그 자식이 우리 장비를 다 갖고 갔고 우리는 아무것도 없으니까!]쾅!
그가 탁자 위에서 점프하며 선언했다.
따라잡으려면 사람을 갈아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민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지.] [근데 뭔가 어디서 보던 느낌인데…… 근현대사 교과서 같은 데서…….]어딘가 느껴지는 기시감이지만.
맞는 말이었다.
이 땅에 있는 거라고는 사람뿐.
[오늘부로 우리는 마을을 재건합니다!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겁니다!] [와! 새마을 운동!] [우리가 바뀌어야! 강해집니다! 주적은 그 비선별인원입니다! 용기사라구요! 이날을 기억하십쇼! 여러분! 우리의 분노를! 잊지 마십쇼! 용서하지 마십쇼오오오오!!!] [와아아아아아아아아!!!]거의 정치인 유세현장 같은 기세였다.
사람들의 눈이 분노에 물들었다.
[새우! 새우! 새우! 새우!] [나 오늘 진짜 겜 안 끌 거야!! 야근이야!!!] [치즈 새끼들! 용기사 놈! 다 뒤졌어!] [이 땅에 흘린 피를! 기억해야 합니다아아!!] [내가 철수저여도! 내 자식은 옵시디언 수저 주겠다!!]아몬드의 습격이 이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 * *
한편, 아몬드가 없었던 치즈마을.
그곳은 정말 대조적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의 연속이었으나.
크고 작은 사건이 없던 건 아니었다.
우선 첫째는 토양 대란.
농사꾼들이 토양에 대한 지식 없이 농사를 짓다가 씨앗 값만 날리고 말아먹은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마을 NPC였다.
“아니, 이게 농사가! 그냥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젤로가 멱살을 잡고 쥐흔드는 이 마을의 토지 담당 NPC, 빅팜이다.
그는 마을의 토지를 관리하고 판매하며 누구의 소유인지를 결정해 준다.
현실로 따지면 모든 땅을 소유한 부동산 판매업자란 뜻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빅팜은 이 마을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NPC.
그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을 건 하나도 없을 터다.
그런데도 젤로는 그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고 있다.
그가 현존 최고 시청자 주가를 올리는 스트리머여서 가능한 걸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NPC는 시청자 수를 고려해 주지 않는다.
그냥 지금 젤로는 사리분별이 안 될 정도로 화가 난 것일 뿐이다.
붕. 붕.
그는 연신 멱살을 잡고 흔들며 외친다.
“얌마아아! 뭔 말이라도 해봐!”
-ㅋㅋㅋㅋㅋㅋㅋㅋ멈춰~
-npc한테 사기당한 새끼 ㅋㅋ
-뭔데 이게 ㅋㅋㅋ 다 돌려내!
그는 이 NPC에게 사기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 농사 된다며!”
빅팜은 불상 같은 얼굴을 유지하며 젤로를 떼어놓더니, 느릿하게 대답한다.
“되지 않습니까? 농사를 못 할 법적인 이유는 없는 땅입니다.”
“버, 버어업?! 이런 깡촌에 법이 어딨어? 어? 농사가 되는 땅이냐는 게! 법을 말한 거였다고?”
“그럼요. 가불가만을 따지죠. 농사가 잘될지 안될지는 하늘의 뜻이구요.”
빅팜이 느긋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인다.
신께 기도하는 듯한 모양새다.
“관세음보살.”
-?갑분 관세음보살ㅋㅋㅋㅋ
-스님이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젤로의 흉작은 하늘의 뜻ㅋㅋㅋㅋㅋ
-캬
-그건 그렇네 ㅋㅋㅋ
그 행태에 더 분이 터진 젤로가 씩씩거린다.
“아, 얘랑 말하다간 진짜 보살 되긴 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ㅁㅊㅋㅋㅋㅋ
-인성시험 레전드 ㅋㅋㅋ
“보살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습니까?”
“…….”
너무나 현자스러운 답에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젤로는 더 밀어붙인다.
“여, 여기 보세요! 지금 이, 이! 토양을 봐! 토양도 아니지 이거. 모래잖아 모래!”
스르르.
젤로의 손가락 사이로 토양 큐브가 흩어진다.
그것을 빅팜이 주워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작물 수확 확률 12%나 되는 토양이군요. 제 발언에 문제가 되는 건 없습니다.”
“12%……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빅팜쉑 말하는거보소 ㅋㅋㅋ
-엌ㅋㅋㅋㅋ12%나는 너무 ㅋㅋㅋㅋ
-씨앗 10개를 뿌리면 1개가 수확되고 어쩌다 2개가 수확될 수도 있다고!? 이거 완전 럭키빅키잖아~!?
-ㅋㅋㅋㅋㅋ뚜껑 열리긴하네
“예. 젤로 님의 땅은 법적으로 농사가 가능하시며, 토양도 ‘상당한’ 수확 확률이 있는 농사가 가능한 토양입니다.”
젤로의 아바타 얼굴이 시뻘게졌다.
실제 그의 분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 에라이! 인마!”
퍽!
젤로는 참다못해 막대기로 그를 때리기 시작한다.
“12퍼센트나? 말장난해?”
퍽!
“너 사장 불러와! 너 그냥 대리인이잖아! 사장 나와!”
퍼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이거지
-사이다 ㅋㅋㅋㅋㅋ
-악성민원인 구현 ㅁㅊ네 ㅋㅋ
-사장 나와!!
고개가 까닥까닥하며 맞는 빅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지요.”
슬슬 빅팜은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낸다.
땅주인답게 돈이 많아서일까? 묘한 빛으로 빛나는 검이었는데.
우우우웅……!
“!”
기껏해야 돌검이나 만들어서 다니는 이 마을 수준에선 도저히 어쩔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젤로는 재빨리 뒤로 물러난다.
“어엇. 이, 이런 분인 줄은 몰랐네요.”
-ㅋㅋㅋㅋㅋㅋ
-태세 전환ㅋㅋㅋ
-앜ㅋㅋㅋㅋ
“이걸 휘두르면 당신이 단번에 죽을 확률이 10% 정도입니다. 어떻습니까? 10%라는 확률.”
“……노, 높네요! 무지 높습니다!”
“12%는 더 높겠지요?”
“무, 물론! 2%나 높으니까! 이거 완전 럭키빅팜이잖아~”
“그럼 문제는 해결되신 겁니까?”
“예, 예…….”
-럭키 빅팜 ㅇㅈㄹ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빅팜 문제가 해결되긴함
-와 저 검 뭐냐?ㅋㅋㅋㅋ
-어딜 건물주한테 ㅋㅋㅋㅋ
젤로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수도 없이 비웃는 시청자들, 뻔뻔한 얼굴로 내려보는 NPC.
뭣도 모르고 구매한 씨앗을 전부 뿌려서 농사가 망해버린 땅.
“……하.”
젤로는 여기서 한 번 무너질 뻔했다.
그러나!
“여러분. 이 개엿 같은 땅. 제가 꼭 성공해서 복수하겠습니다.”
그가 누구인가?
현존 최대 시청자를 보유한 1티어 스트리머다.
그는 여기서 자신에게 스토리가 생겼다고 여겼다.
바로 ‘금의환향’이다.
“Started from Bottom 하겠습니다. 뭔지 아시죠?”
-?
-어떻게 ㅋㅋㅋ
-뭘 하려고
-??
“저 농사 때려치우고 광부 하려구요.”
그는 광부가 되기로 했다.
-진짜 바텀ㅋㅋㅋㅋㅋㅋㅋ
-락바텀으로 들어가누 ㅋㅋ
-정말 밑으로 가겠다는거였어;
광부는 초기 투자 자금이 가장 낮은 직업군으로, 곡괭이 하나만 들고 지하 광산을 파면서 광물을 캐는 직업이다.
투자금이 적어 보이나 문제는 리스크다.
광산은 몬스터 던전이나 다름이 없어, 광질을 하는 동안 몬스터와 조우하면 죽어버릴 수도 있다.
죽으면 여태 광질한 모든 걸 떨어뜨리게 되고, 자기 아이템도 사라진다.
상당히 위험한 직업인 셈이다.
“가진 게 없는 놈이…… 할 게 그것밖에 더 있습니까?”
-뭔 노가다여?ㅋㅋㅋ
-어이 오씨! 지랄하지말고 와서 벽돌이나 날라!
-능력 없으면 삽 들어야제~
빅팜에게 속아 모든 걸 잃은 젤로.
그는 결국 광질을 택한다.
험난한 앞길이 보였다.
어두컴컴한 광산을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하는 극한 직업.
그러나 그 와중에 그는 빛을 볼 수 있었다.
“지금 보니까. 우리 마을에 광석이 없거든요. 광석이. 다들 먹는 거 만드는 거에만 혈안이 돼서. 거기서 철광 몇 개만 캐와도 돈 좀 될 거예요.”
-오
-비즈니스 안목 ㄷㄷ
-생각이 있었네?
-비즈니스맨 젤로! 비즈니스맨 젤로! 비즈니스맨 젤로!
-괜찮은듯?
-ㄹㅇ다들 지금 전투에는 좀 관심이 없는데 나중에 결국 필요함
시청자들은 젤로의 비전에 공감했다.
서바이벌 크래프트가 힐링 게임이긴 해도 결국 몬스터와 싸우는 걸 아예 피할 수는 없는 게임.
“밤 되면 몬스터 나올 거잖아. 그때 어쩔 건데?”
특히 밤이 되면 몬스터가 출현한다.
생존을 위해 약간의 전투는 필수적.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농작물로 배를 불린 주민들은 결국 더 강한 전투력을 원하게 될 거라는게 젤로의 추측이었고.
“제가 철광 싹 다 캐서! 독과점까지 한번 해보겠습니다!”
-와와
-가즈아~
-젤로! 젤로! 젤로!
-철광석 젤~ 로 조아!
이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단, 그는 제대로 보지 못한 게 하나 있었으니…….
“와. 드디어 마을이네요. 진짜 멀다.”
-니가 느린거임ㅋㅋㅋ
-욕심을 내려놓으면 가까워져요……
-그걸 바리바리 다 싸들고가니 멀지 ㅋㅋㅋㅋㅋ
바로 대량의 철광석이 먼 타국에서 건너오고 있다는 것.
뿅, 뿅, 뿅.
아몬드는 작은 언덕을 타고 내려와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