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6화
33. 두 마리 토끼(3)
승격전이 시작 후.
아몬드는 단 한 발의 화살도 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50명 가까이가 죽어 나갈 때까지.
그는 여전히 활시위를 당기지 않았었다.
그러던 그가 처음으로 활을 당겼다.
동시에 두 발을 넣어서.
활시위에 동시에 여러 발을 넣어서 쏜다니, 만화나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이것도 물론 게임이지만 실제 같은 게임이다.
여전히 실재하는 물리 법칙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몬드가 성공시킨 더블샷은 충격이다.
현실에서 그 기술을 본 것만큼의 충격.
아니, 쾌감이라고 하는 게 더 옳다.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그만 잘해 아몬드!!!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래요!!
-쒯! 또 너냐 아몬드!? 쒯! 또 너냐 아몬드!? 쒯! 또 너냐 아몬드!?
.
.
.
채팅창은 아몬드를 연호하는 구호로 뒤덮였고.
역대급의 후원이 쏟아졌다.
[손나……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바카나…… 미, 믿을 수가 없네요.] [도롱뇽 님이 무려 ‘1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뒤진다 ㄹㅇ] [거짓말! 님이 무려 ‘50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이, 이거 실화?!]순식간에 70만 원의 후원이 들어왔다.
아무리 승격전을 하고 있는 아몬드라도, 이 정도의 후원을 받으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와……!’
입이 떡 벌어지는 액수였다.
방금 쏜 화살이 그렇게 인상적이었던 걸까?
-헐 ㅋㅋㅋㅋ
-화살 두 발, 70만 원에 팝니다! 사세요~~
-후원 ㄷ ㄷ ㄷ
-70만 원 ㄷ ㄷ ㄷ
-아니, 시발. 엄마! 나도 아몬드 한다니까!? 말리지 말라고!?
-아들! 아몬드가 되어라!
-포브스 선정 학부모가 희망하는 자녀의 직업 : 아몬드
시청자들의 말대로, 화살 두 발에 70만 원, 즉 한 발당 35만 원을 받아버린 셈이다.
아몬드는 아무리 승격전이라도 리액션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순간 고민했다.
그러나 승격전은 극한 상황이다. 그리 녹록하게 아몬드를 스트리머로 살게 놔두진 않았다.
그는 여기서 스트리머가 아닌 ‘플레이어’였다.
‘일단 회복부터.’
그는 아까 총에 몇 발 맞았었다.
체력이 현재 30%밖에 안 된다. 다행히 의약품은 많으니 치료를 시작했다.
그때──
타앙!
총성이 들려왔다.
“!”
치료하던 아몬드가 몸을 뒤로 던졌다.
총구가 움직이는 ‘철컥’ 소리를 미리 들었기에 가능한 회피였다.
-50만 원 묻힘 ㄷ ㄷ
-이 스트리머! 통이 크다!
-ㅋㅋㅋㅋ 개불쌍 ㅠㅠ
-그러게 왜 게임 중에 하냐고 ㅋㅋㅋ
-아니, 그나저나 어케 피했누 ㅅㅂㅋㅋㅋ
-??? : 내 50만 원 어딨어!? 어!?
70만 원어치의 후원을 무시해 버린 꼴이 되었으니 채팅창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있었다. 하나 아몬드는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저격 소총.’
소리를 들으니 바로 알겠다.
아몬드를 몇 번이나 허무하게 아웃시킨 경력이 있던 아이템이다.
저격 소총.
아주 먼 거리에서 상대를 요격해서 쓰러뜨리는 아주 골치 아픈 무기.
심지어 영웅 등급 이상이면 방탄조끼 없이 몸통에만 맞아도 한 방이다.
누군가가 저 아이템을 먹냐 안 먹냐로 그 판의 흐름이 갈린다.
100명의 플레이어 중 저격수가 한 명이라도 등장하면 그때부터 이 게임은 공포 게임으로 바뀐다.
‘총기 소리가 들렸으니 그리 멀리 있진 않아.’
아몬드는 총성을 듣고 피한 게 아니다. 총성은 애초에 총알보다 느리다. 아몬드는 철컥, 움직이는 장전 소리를 듣고 움직였다.
그걸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적이 생각보단 가깝다는 것.
* * *
‘저 새끼 뭐야?’
퉤.
호흡을 멈추고 한참을 조준하느라 입에 고인 침을 뱉어낸 저격수는 어이가 없어 투덜댔다.
‘총알을 피한 거야, 방금?’
분명 맞는 각이었는데, 놈이 먼저 반응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한 발 더 간다.’
저격수는 다시 상대를 조준했다.
상대가 총알을 피하는 초인이든, 운빨이 더럽게 좋은 녀석이든.
저격수는 일단 한번 노리면 그를 끝장내야 했다. 안 그랬다간 본인이 당한다. 거리가 좁혀지면 가장 취약해지는 게 저격총이니까.
철컥.
그는 다시 탄환을 장전하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장전과 조준 격발까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일련의 동작.
역시나 다이아 랭크다운 노련함이었다.
타앙──!
총성이 귓가를 쩌렁쩌렁 울리는 순간. 그간의 축적된 경험이 알려줬다.
흔히들 말하잖나? ‘손맛’이라는 게 있다고.
노련한 플레이어에겐 정말로 느껴졌다.
100미터 밖에 있는 타깃에게 주는 타격감이.
‘맞았…….’
이건 분명히 맞았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캉!
불쾌하고 이상한 소리가 그 예감을 단박에 박살 냈다.
“엥?”
저도 모르게 멍청하게 흘러나온 육성.
방금 자신이 제대로 본 게 맞는지 의문스러웠다.
총알이 공중에서 사라졌는데?
뭐에 맞은 건지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다시 장전을 해야 한다. 저격총은 사거리와 파워를 얻은 대신 다른 모든 걸 내다 버린 총이다. 예를 들면 속도라든가.
제길. 지금 장전해서 쏴도 한참 늦었다.
이럴 땐 숙련된 저격수들이 하는 행동이 있다.
척.
그는 그냥 저격총으로 머리를 가렸다.
캉!!!
아니나 다를까. 어깨에 묵직한 충격이 오면서 총신에 화살이 박혔다.
이게 아니었다면 죽었을 거다.
총기의 내구도가 절반이 깎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이득이다.
그러나 날아온 화살은 하나가 아니었다.
총신에 추가로 3발의 화살이 꽂혔다. 처참하게 일그러진 총은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내구도가 0이 되면서.
‘이게 무슨 미친…….’
날아온 화살이 전부 같은 곳을 찔렀다. 약 1센티미터 정도의 오차만 있었을 뿐이다.
그 오차조차 자신이 움직인 오차일 뿐, 쏜 상대는 완벽하게 쏜 것 같았다.
그는 당황했으나 일단 노련하게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마치 서부영화처럼 빠른 퀵드로우였다.
순식간에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이 날아온 곳을 향해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탕, 탕, 탕!
시끄러운 총성이 정글 전체를 쩌렁쩌렁 울려댔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떻게든 저놈을 죽여야 했다. 위험한 놈이었다.
‘안 맞았다.’
권총 사격으로 적이 피해를 입진 않은 것 같았다.
‘온다!’
대신 그 대답으로 또 화살이 날아온다.
그가 화살을 조준했다.
캉!
총알과 닿은 화살이 공중에서 부러졌다.
그 뒤에 따라오는 화살도 전부 격추시켰다.
‘캬! 어떠냐? 어?’
컨디션이 좋을 때나 가능한 슈퍼플레이다.
오늘은 되는 날인가 보다.
‘이젠 네 차례다.’
그는 다시 상대가 있을 법한 곳으로 권총을 조준하고 마구 격발했다.
그러나 역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
정글은 다시 조용해졌다.
킬 로그도 떠오르지 않았다.
우연히라도 맞아서 죽길 바랐는데 그런 요행은 없었다.
‘어딨지?’
그렇게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멍을 때린 사이.
텅──
갑자기 세상이 90도로 획 꺾여 버렸다.
가스 밸브마냥 가로로 돌아간 머리에서 멍청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뭐?”
대체 어떻게 화살이 옆에서 날아온단 말인가?
그 불평은 입으로 뱉을 수 없었다.
화살은 한 발만 날아온 게 아니었다.
깨져 버린 방탄모에 추가로 2타가 더 박혔고.
다음 순간엔 이런 텍스트가 떠오르고, 모든 화면이 시커메졌다.
[사망] [41등]시체가 된 그의 귀에는 이런 말이 들릴 뿐이었다.
“아까 후원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무려 50만 원이라니. 믿을 수가 없네요. 어떤 리액션을 해야 할까요…….”
믿을 수가 없어? 그건 이쪽이 할 말이었다.
‘미친놈…… 방송을 해?’
방금 같은 접전을 치르면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니.
어떻게 저렇게 여유로운 거냐?
‘나 혼자만 접전이었던 거냐?’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슈퍼플레이를 연이어서 해냈지만, 상대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빌어먹을 새끼.’
* * *
그렇게 또 한 명의 원한을 사게 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몬드는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여념이 없었다.
“리액션은 제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승격전이니까 방종은 안 되고, 그에 준하는 걸로…….”
-방종을 왜 해 무친 놈아 ㅋㅋㅋㅋ
-아니, 방종 ㅋㅋㅋㅋ
-그거 아직도 하는 거야!?
-정보) 70만 원을 때려 박으면 ‘로스트 테크놀로지’ 아몬드의 방종 리액션을 볼 수 있다!?
[수줍은 여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야! 아몬드! 너 내 돈 100만 원 뜯어갔을 땐 리액션 안 했잖아!]-ㅋㅋㅋㅋㅋㅋㅋ수포좌 ㅋㅋㅋ
-ㄹㅇ이네 ㅋㅋㅋ
-아, 그 100만 원 강탈 사건 ㅋㅋㅋ
수줍은 여포는 일전에 킹덤 에이지에서 킬당 1만 원을 걸었던 경험이 있다.
전쟁에서 무려 100킬을 올린 아몬드에게 100만 원을 헌납했었다.
“그건 미션이잖아요?”
아몬드는 웃는 얼굴로 뻔뻔하게 대응했다.
[수줍은 여포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흐으으으 ㅠㅠ]-졸커 ㅋㅋㅋ
-개불쌍해
-미션은 걸지 말라 이거야 호구야~~~
-감히 미션을 건 벌이다!
“아! 리액션 보고 싶으시면 리액션 미션을 거세요!”
아몬드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듯이 해맑은 얼굴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건 수포좌를 더 농락하는 말일 뿐이었다.
-에라이, 쌍놈아!
-아니 ㅋㅋㅋㅋ
-수포좌 운다 울어
-실제로 울고 있음 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리액션을 미션으로 거세요! ㅋㅋㅋㅋㅋ
-돈에 미친 견과류야
-돈과류 ㄷ ㄷ
-ㅋㅋㅋㅋㅋㅋ
이미 승기를 거의 잡았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분위기가 가볍다.
다이아 승격전임에도 불구하고 아몬드의 방송은 평소와 같은 소통의 재미가 존재했다.
늘 보던 그 아몬드의 방송이었다.
설령 다이아 승격전일지라도, 아몬드는 여전히 플레이어가 아닌 스트리머였다.
물론 이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 * *
드디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된 아몬드.
“이제 나무 위로 숨겠습니다.”
이제 여기서 절벽 위를 올라가는 플레이어들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을 아몬드가 노릴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술이다.
이게 잘 먹힐지는 아직 시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이론상으로는 전혀 문제없었다.
[블루존이 축소됩니다!]블루존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35/100]이제 남은 플레이어는 35명이다.
슬슬 억지로라도 이 절벽 숲으로 모여들 것이다.
아몬드는 그들 모두를 사냥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