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6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94화(965/9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94화
32. 단봉이(1)
“오. 일어났냐?”
나가보니 주혁이 이미 식탁에 앉아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오~ 운영진 호두.”
상현은 어제 서바이벌 크래프트에서 봤던 거대한 호두 머리가 생각나는지 피식 웃는다.
“여어. 해적왕. 너 어제 난리도 아니더라?”
주혁이 손을 흔들며 휴대폰을 뒤집어 보여준다.
“해적왕?”
주혁이 보여준 휴대폰 화면에 답이 있었다.
아몬드 채널에 올라온 영상.
[오울블랙? 잘 찾아봐. 온 세상을 거기에 두고 왔으니까!]유명 애니메이션의 오프닝곡과 함께 영상이 시작됐다.
아몬드가 정체 모를 마을에 서 있다.
화면이 아몬드를 기준으로 주욱 돌며 사방을 훑는다.
20명가량의 적들이 달려온다.
아몬드가 칼을 꺼내 들면서 적들을 베어낸다.
노래는 계속 흘러나왔다.
중간엔 치즈마을의 동료들이 찡긋 웃으며 지나갔다.
석양을 배경으로, 드래곤이 날아오르면서 노래는 클라이막스.
끝엔 드래곤이 불을 뿜고, 모두가 까만 토양 블럭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이렇게 되진 않았는데 편집을 이렇게 한 것이다.
‘응?’
이건 평소 지아의 영상 스타일과 달랐다.
‘꼭 만화 오프닝 같은데.’
상현의 시선은 밑의 정보로 향한다.
[제작자: 마카롱]그렇구나.
마카롱이 만든 영상이었다.
이 사람은 예전에 이런 패러디 영상을 여러 개 만들어냈었다.
-뭔데 이건 ㅋㅋㅋ
-몬 D 로저 ㄷㄷㄷ
-이 ㅁㅊㅋㅋㅋ 진짜 만화 보는줄ㅋㅋ
-도토리묵: 엄마 난 커서 해적왕이 될래요! 엄마 난 커서 해적왕이 될래요! 엄마 난 커서 해적왕이 될래요!
└ㅋㅋㅋㅋㅋ
└오울블랙은 없어……
-사람들 토양 블록으로 바뀌는거 뭔데ㅋㅋㅋㅋ
-앜ㅋㅋ 치즈 스트리머들 나오는거 개웃겨 감성ㅋㅋㅋ 진짜 뭐 있는 동료들처럼ㅋㅋㅋ
└풍선껌 근엄한 표정 넣은게 개웃김ㅋㅋㅋ
└원래 만화에서도 그런 포지션 꼭 하나 있어야함ㅋㅋㅋ 야무치 포지션
-근데 진짜 해적도 이렇게 잔인하진 않을듯 하네요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반응이 아주 좋아. 이거 마카롱이 만든 거야.”
“아.”
상현은 끄덕이며 식탁에 마주 앉았다.
“간만에 하나 터뜨렸지. 마카롱 씨.”
“그래?”
“어. 처음엔 고생 좀 했어. 넌 모르지만 채널 하나 더 팠다가 없애고 그랬어.”
“아…….”
역시 쉽게 그냥 되는 건 없구나.
아마 국가 대항전으로 바빠서 잘 몰랐던 모양이다.
“근데 뭘 아까부터 그렇게 살펴보는 거야?”
상현은 계속 자신의 휴대폰을 힐끔거리며 보고 있었다.
사실 그는 휴대폰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기에 주혁이 의아하게 생각할 만했다.
“아…… 나 알림 신청해 뒀거든.”
“알림?”
“어…… 그…….”
상현은 단무지에게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주혁이 빵 터져 웃는다.
‘서크가 엄청 몰입이 되긴 했나 보네.’
상현은 이미 치즈마을 주민이나 마찬가지였다.
“왜 웃어. 이 과장님이 맨날 그랬거든?”
와그작. 와그작.
아몬드 시리얼을 씹으며 상현이 중얼거렸다.
“세일즈에선 바이어부터 찾아라.”
아성 시절 같이 들었던 말을 하면서 공감대를 구하는 상현.
주혁은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일단 김 과장님이야.”
이름부터 틀려서다.
“어, 어쨌든.”
“바이어를 찾은 건 좋은데. 만약 안 산다고 버티면?”
토양값을 책정한 방식은 굉장히 빠르고 정확했으나, 막상 세일즈 이론의 적용이 애매했다.
상대가 토양을 아무리 원해도 갑자기 등장한 물가를 초월하는 상품의 등장은 구매가 꺼려지게 마련이니까.
“그럼 홍차한테 갈 거야.”
“홍차는 그럴 만한 돈이 사실 없잖아.”
“……그건 그래. 홍차한테 간다고 협박해야지.”
“아니.”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자기가 못 사는 걸 홍차한테 팔 수 있다고 단무지 님은 생각 안 할걸? 네가 지금 팔려는 가격은 상당히 비싸잖아.”
그랬다.
단무지는 아몬드와 다르게 지략형 플레이어에 가깝다. (사실 대부분의 프로게이머가 아몬드보단 지략형이다.)
쉽게 협박이 먹힐 리가 없었다.
“철칼이 나밖에 없던데. 이걸로 어떻게 안 되나?”
푸훕……!
주혁은 물을 마시다가 앞으로 뿜을 뻔했다.
“아, 아니, 그건 애초에 약탈이잖아?”
근데 잠깐.
이때 주혁의 머리에 뭔가 스쳐 간다.
“야. 그거…… 그거 괜찮은데?”
주혁은 상현만 철칼을 갖고 있다는 이점이 분명히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때였다.
띠링.
[단무지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상현의 휴대폰으로 알림이 왔다.
“헉. 나 간다.”
“어…… 어? 설명 듣고 가지?”
“나만 철칼이 있는 게 좋다 이거잖아. 간다.”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드는 상현.
왠지 불길한 웃음이다.
뭔가 잘못 이해한 거 같은데?
* * *
[아몬드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치즈와 트리비에 동시에 알림이 울려 퍼졌다.
-??
-뭐야
-출근하고 앉자마자 깜놀 ㅋㅋㅋ
-진짜임?
-뭐지 중대 발표임?
-논란 터졌나?
너무 어이없는 시간에 켜진 방송에 사람들이 별 추측을 다 했다.
“아. 아. 들리나요?”
팅.
하지만 캠 화면에 비친 아몬드의 모습은 평소와 비슷했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급하게 온 건지 볼에 홍조가 올랐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지금 잠깐 급하게 켰거든요.”
-??
-왜요?
-ㅋㅋㅋㅋ 너무 급하게 키셨는데요?
-뭔뎈ㅋㅋㅋ
사람들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가 설마하니 이런 이유로 방송을 켤 거라고는.
“토양 때문에요.”
타다다닥.
아몬드는 설명은 대충 마무리한 뒤 얼른 게임을 켠다.
[서바이벌 크래프트] [Loading…….]-?
-내가 알던 아몬드 맞냐고 ㅋㅋㅋ
-킹덤은 그렇게~ 해달라고~ 해달라고~ 해도 안해주면서 ㅋㅋㅋㅋㅋ
-진짜 치즈마을에 진심이네 ㅋㅋㅋ
-이런 거 좋아하나봐ㅋㅋ
-넘 커엽다 ㅋㅋㅋ
팟.
어쨌거나 아몬드는 순식간에 2등신의 캐릭터로 변했다.
그는 처음 사라졌던 마을 광장 입구에서 그대로 소환됐는데.
‘휴.’
다행히 지나가는 주민들은 없었다.
아니, 있어도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굉장히 마을이 어둡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어둡지?’
아몬드가 고개를 들어본다.
파란 달이 보인다.
뭔가 대충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의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지만.
하여간 달이 떴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밤이구나.’
아몬드는 최대한 소리를 안 내면서 마을에 몇 개 설치된 횃불을 빛 삼아 걸어 다녔다.
‘단무지만 찾자.’
그런데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
단무지가 마을 어디쯤에 있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미니맵을 봐도 사람 아이디까진 나오지 않으니까.
‘그것까지만 보고 올걸.’
아몬드는 아쉬워하며 혼자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어쨌거나 움직이다 보면 발견될 것이다.
마을 자체는 그리 큰 편이 아니고, 단무지의 농장이 가장 크다는 정보는 이미 있었다.
스슥.
아몬드가 어둠을 틈 타 움직였다.
-뭐하는 거임
-사람들 밤에 담그려고?
-왜 암살 모드처럼 다니는지 설명좀 ㅋㅋㅋㅋㅋ
-뭐야 이 시간에 방송 실화?ㄷㄷ
사람들은 이게 설마하니 토양 거래를 위한 접근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비싸게 팔려면 널리 알려서 보통 경매를 부치거나 하는 게 정상이지, 이렇게 몰래 거래하러 가진 않으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안 되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전략이었다.
이는 현 치즈마을의 경제 상황 때문이다.
단무지 말고는 애초에 이 값어치를 제대로 줄 사람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너무 가난하다.
아직 이 비옥한 토양을 제대로 감당할 수가 없다.
이대로 경매에 부치면?
단무지는 그들보다만 비싸게 사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몬드는 그걸로 만족할 수 없었다.
토양의 가격을 책정컨대 현재 치즈마을에 존재하는 기본 토양인 ‘마른 토양’보다 최소 50배는 많이 받아야 했다.
‘저긴가?’
아몬드는 꽤 큰 규모의 구획된 땅을 발견한다.
그 넓은 땅 위, 횃불이 밝혀진 곳이 보인다.
집이었다.
2층 정도 되어 보이는 돌로 만든 집.
1층은 박공이지만, 일부 툭 튀어나온 2층 지붕이 돔 형태다. 꼭 비잔틴 양식을 연상케 했다.
지금 거의 모든 주민들이 움막에서 생활하는 걸 생각해보면 대단한 재력을 과시하는 집이다.
특히나 돔 지붕이 노란색이라, 단무지를 그대로 엎어놓은 듯해 누가 봐도 단무지 집이었다.
심지어 앞에 커다랗게 팻말로 써 있다.
[단무집]-단무집ㅋㅋㅋㅋ
-ㄷㄷ
-저기 뭐야?
-와 무슨 영화 기생충이냐?ㅋㅋㅋ
-와 지린다 돔지붕ㅋㅋㅋ
아이템만 많지 아직 돈은 한 푼도 없으며 자산이라고는 몸뚱이가 전부인 아몬드가 앞에 서자, 상당히 대조적인 느낌이다.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
그러나 아몬드는 오히려 웃었다.
‘제대로 팔 수 있겠다.’
왔는데 막상 집이 너무 초라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그로서는 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지는 풍경이었다.
이런 집을 지어놓고 제값을 못 치른다고 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값을 못 치른다고 하면 대충 허리춤에 찬 것을 사용해도…….
‘아니지.’
아몬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그건 거래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주혁이 말했었다.
‘그건 최종 수단이야.’
처음부터 쓰면 안 된단 말이었다.
하여간 그는 넓디넓은 단무집 터로 진입했다.
그때였다.
띠링!
[루비소드 님이 3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뭐…… 하시려는거에요? 단무지 암살인가요?]숨죽이며 가고 있는 게 갑자기 터진 후원.
“아, 아뇨. 암살 아니고. 거래하러 가는 거예요.”
아몬드는 시청자에게만 들리는 마이크 채널로 결국 설명한다.
-그래도 후원은 설명해주넼ㅋㅋ
-루비한텐 설명해주냐고
-가지였음 무시했다 ㅇㅈ?
-ㅋㅋㅋㅋ거래라고?
-무슨 거래임 이게 나라 팔러 가냐?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가는 이유가 있어요.”
일일이 다 설명할 순 없었다.
“일단 들어갈게요.”
어두워서 그런지 농장의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동속도 -50%]심지어 아몬드에겐 아직도 과체중 디버프가 걸려 있어서, 걸어도 걸어도 땅이 넓게 느껴지는 것이다.
빠밤!
[냥냥펀치 님이 9만 원 후원하셨습니다!] [와 아침 방송 ㅋㅋ 근데 얼마에 팔거냥? 비싸야된다냥]-9만원ㅋㅋㅋ
-아몬드 왠지 싸게 팔거 같음 ㅠ
-ㅋㅋㅋㅋㅋㅋㅋ디버프 주기 직전
-숫자가 아슬아슬하네 ㅋㅋ
10만원 후원은 랜덤 상태 이상이다.
지금 상황에 갑자기 뭐가 걸려서 좋을 건 없다.
아몬드는 얼른 대답했다.
“저도 다 계산해 왔어요. 고른 토양의 30배요. 거친 토양엔 50배.”
-?
-30??? 3배가 아니라?ㅋㅋㅋ
-ㅁㅊㅋㅋㅋ
-괜한 걱정했네 ㅠ
-상상초월ㅋㅋㅋ
-엌ㅋㅋ
-30대 맞겠는데요?
아몬드는 왜 30배인지 빠르게 설명했다.
단순히 수확량뿐 아니라 땅 가격을 아낄 수 있다는 것, 농부의 동선까지 아껴주는 시간을 다 고려한 거라고.
-ㄷㄷㄷ
-와
-역시 수학은? 아몬도일
-캬
-무쳤네
-돈 계산은? 아몬도일
뿅. 뿅.
그는 설명과 함께 단무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 땅…… 대체 어디까지 있는 걸까?
“30배…… 말고 한 40배도 될 거 같은데요.”
아몬드는 계산을 수정한다.
-?
-갑자기 10배가 ㅋㅋㅋ
-땅 크기보고 왜 숫자가 바뀌죠?ㅋㅋㅋ
“원래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오르니까…….”
-ㅋㅋㅋㅋㅋ
-경제는? 아몬도일
-이래서 오르는구나 ㅁㅊ
-ㅋㅋ앜ㅋㅋ
뿅. 뿅.
더 걸어갈 때마다 숫자가 올라간다.
“아니. 50배. 고른 토양의 50배 정도로 하겠습니다. 유통값도 받아야 돼요.”
-?
-유통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그치 이거 무거워서 지금 얼마나 느리냐고 ㅋㅋ
-그럼 기본 토양 70배임ㅋㅋㅋ
-유통은 ㅇㅈ이지
-아 배달비는 국룰이죠
단무집에 가까워지면서 유통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와중.
‘음?’
아몬드의 생각보다 허리춤에 있는 것을 써야 할 타이밍이 빨리 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