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6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98화(969/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098화
32. 단봉이(5)
어느 곳이나 그렇듯 늘 사람이 모이면 부류가 나뉘게 마련이다.
스트리머들끼리 모여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일발 역전을 꿈꾸며 땅을 파고 지하로 들어가고, 누군가는 하늘에 닿을 듯한 거대한 집을 지으며 호의호식한다.
누군가는 모두의 주목을 받지만─
[미호: 지금 아몬드 오빠 들어왔는데요?? 로그인 상태에요!] [풍선껌: 뭐? 진짜야??] [피클: 에에에!?] [슈크림: 비사아아아앙 아몬드 어딨엉!ㅋㅋㅋㅋ]“──에휴.”
반면 누군가는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이런 이들은 대체로 서버 채팅에 쉽게 끼지도 못한다.
[모솔]한 예로 스트리머 모솔이 그렇다.
“사람들은 전 찾지도 않네요.”
-기찬아 그런 건 혼자좀 생각해 텐션 곱창내지 말고 ㅋㅋㅋ
-진짜 이런 말을 어떻게 직접 뱉을 생각함? 모솔은 찐따 표현력의 천재임 ㄷㄷ
-나가서 사람 좀 만나라 기찬아
-가서 치키챠는 니꺼라고 왜 말을 못해!
-모솔아 농사나 짓자
그는 오로지 열심히 농사만 지을 뿐이었다.
“아, 여러분. 뭘 계속 나가서 얘기하라는 거야. 내가 또 나가서 얘기하면 기창나네 어쩌네 채팅 도배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이긴함
-깃창도 아니고 기창ㅋㅋㅋㅋ
-ㅋㅋㅋ걍 농사가 맞아 우린ㅠ
-아 스포 ㄴ
모솔이 사람들과 교류를 시도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색해지는 분위기와 시청자들의 일갈에 당분간 교류는 포기한 것이다.
“농사나 짓자.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면, 사람들은 알아서 와요. 끌어당김의 법칙.”
캉.
그는 밭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ㅋㅋㅋㅋㅋ어디서 또 이상한 책 읽음
-또 자기계발서 본거야?
-그래서 해결책이 농사임?ㅋㅋㅋ
“좀만 더 하면 제가 단무지 형 이긴다니까요? 마을 최고 부농이 되면 사람들도 절 찾지 않겠어요?”
그렇다.
모솔은 마을 최고 부농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서버가 돌아가는 방식을 아는 이들 입장에선 이건 좀 이상한 목표였다.
띠링.
[도리토스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아니. 단무지 다음 홍차이고 그다음 슈크림인데…… 니가 어케 갑자기 부농이 됨?ㅋㅋㅋ]-ㄹㅇㅋㅋㅋㅋ
-분홍이 된답니다 글 내려주세요~
-ㅋㅋㅋㅋ꿈만 큰 새끼
-너 완전 거지잖아
“아니. 지금은 그렇지만, 제가 노리는 건 다른 방식입니다.”
그러나 모솔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도 릴 챌린저 출신. 게임 돌아가는 걸 파악하는 머리는 굉장히 빠르지 않겠는가?
“전직이죠.”
그가 노린 건 전직.
아직 치즈마을에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없었다.
직업을 위한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보단 당장은 농사를 짓는 게 가장 여러모로 효율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솔은 이를 다르게 봤다.
단순 농사로는 효율이 한계가 있었다. 땅을 계속 넓혀야 하는데, 결국 땅이 점점 비싸지기 때문이다.
땅도 너무 넓어지면 결국 이동 거리가 늘어나서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그래서 모솔은 남들과는 다르게 직업 퀘스트를 위주로 진행했다.
마을 NPC 중 밀짚모자를 쓴 캐릭터에게 말을 걸면 직업 퀘스트를 얻을 수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할 때마다 농부 코인을 주는데 이를 10개 모으면 농부로 전직할 수 있었다.
“저 혼자 지금 농부 코인도 거의 다 모은 거 아시죠?”
확실히 모솔만큼 코인을 많이 모은 사람은 없었다.
“농부 전직하면 수확 속도도 빨라지고 물도 한 번에 10칸 이상 줄 수 있거든요.”
농부 1차 전직의 이득을 요약하면 ‘속도’라고 할 수 있다.
많이 심고, 물도 많이 뿌리고, 많이 거두는 것.
이게 농부 직종의 전략인 셈이다.
-오……
-기찬이는 계획이 있구나?
-그래봐야 토양이 구리면 일만 많이하는거 아니냐?ㅋㅋㅋ
-기찬이 부자돼도 미호는 아몬드만 쫓아다닌다에 손목 걸게
-그래 심어…… 한없이 심어……
시청자들은 모솔의 계획에 그리 동조하는 듯 보이진 않았다만.
모솔은 개의치 않고 계속 설명한다.
지금 자신에게 어떤 기회가 온 건지.
“마침 단무지 형 밤에 몬스터에 재해 입고 거의 망했다고 제가 들었거든요? 원래 이런 컨텐츠에서 초반에 너무 앞서나가면 견제당하는 거지.”
최고 부농이었던 단무지가 무너졌다.
그리고 모솔은 이제 곧 농부로 전직한다.
“이제 모솔의 세상이 오는 겁니다아아! 으하하하하!”
모솔이 삽과 물뿌리개를 들어 올리며 웃는다.
-갑자기 뭔데 ㅋㅋㅋㅋ
-와 진짜 찐따 같다
-ㅋㅋㅋㅋ으하하 ㅇㅈㄹㅋㅋ
-뭐임 ㅋㅋㅋ이건ㅋㅋㅋ
그런데 그때 채팅이 올라온다.
띵.
[도토리묵: 오…… 오울블랙이…… 왜 우리 마을에!??] [풍선껌: 헐! 단무지 비옥토 샀는데!???] [타코야끼: 단무지와 아몬드 연합인가……]비옥한 토양.
이 모든 계획을 뒤집을 변수가 단무지 집 앞에 깔렸다고 한다.
“……뭐?”
분명 단무지는 망했다.
그 소식만큼은 모솔이 가장 먼저 접했다. 그는 늘 경쟁자들의 밭을 염탐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비옥토를?
* * *
몇 분 전.
“토양이 100칸 이상 있다고 하셨으니. 이쪽을 쓰면 딱 될 겁니다.”
띠링.
단무지의 땅 한 쪽의 명의가 바뀐다.
[공동명의: 단무지, 아몬드]이에 대한 값으로 아몬드는 단봉이에게 토양을 건네준다.
우르르.
처음으로 전부 모습을 드러내는 토양 덩어리들.
“!”
우우웅……!
검지만 반짝이는 마치 진한 사파이어를 보는 듯한 이 영롱함.
“단봉이는 행복해…….”
단무지는 단봉이가 되길 잘했다고 느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봉이 ㅠㅠ
-단봉이…… 나쁘지 않을지도?
-이게 인생이지
“고…… 고봉아. 얼른 깔자. 일단 최대한 빨리 자라게 제일 잘 자라는 것부터.”
“예! 그렇다면 고추와 토마토 가겠습니다!”
후다다다닥!
둘은 얼른 삽을 꺼내 들고 토양을 마구 깔기 시작했다.
이때는 밤이었지만, 그들이 토양을 전부 깔고, 여기에 씨앗을 심고 물까지 줄 시점엔 아침이 되었다.
“휴.”
“다했다.”
서크에서 농작물은 반나절 정도면 자라난다.
“이제 여기서 거의 5배나 되는 수확량이 나오는 거지?”
“맞습니다요!”
“근데…….”
단무지는 주변을 휙휙 둘러본다.
“아몬드 님은 어디 갔냐?”
“……어?”
없어졌다.
“그, 그래도 깔 건 다 깔고 갔네?”
“심어져 있기까지 한데?”
아몬드가 맡은 구역엔 이미 다 농작물이 잘 심어져 있었다.
동작 하나는 엄청 빠른 놈이다.
-ㅋㅋㅋㅋㅋ사장은 먼저 퇴근했누 ㅋㅋ
-아닠ㅋㅋ 어디감 ㄹㅇ?
-아까 어디 간다고 말하긴한 거 같음
-봉봉이들 일에 열중하느라 못들음ㅋㅋㅋㅋㅋ
* * *
몬스터들이 휘몰아친 밤이 지나고, 날이 밝으니 다시 NPC들이 밖으로 나왔다.
치즈마을이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아몬드는 치즈마을을 좀 제대로 둘러볼 겸 나와서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수확할 때쯤 돌아가면 되겠지?’
토양에서 농작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소요된다.
그사이에 농장 앞에 서 있어 봐야 할 것도 없다.
“시세나 좀 파악해 보겠습니다.”
-시장조사 ㄷㄷ
-이게 아성식 비즈니스?
-캬
-시세 파악은? 아몬도일.
지금 아몬드의 시청자들은 쉽게 말해서 ‘찬양 모드’다.
단무지를 단봉이로 만들고 결국 비옥한 토양으로 일종의 소작농 시스템까지 고안해 낸 것을 높게 치고 있는 것이다.
아몬드는 NPC들에게 말을 걸며 그들이 파는 물건들 가격에 대한 감을 익혔다.
‘씨앗이 생각보다 가격이 있네.’
방금 전까지 하다 온 게 농사라 그런가, 씨앗 값이 비싸게 느껴졌다.
‘토양이 안 좋으면 씨앗 값만 날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농작물을 수확해도 씨앗이 무조건 나오진 않는다.
결국 일정 비용 이상의 씨앗을 사야 하는데.
거친 토양을 쓰면 그 비용이 농작물 수확 이득을 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만 죽어라 하고 오히려 손해만 보는 것이다.
“어. 농작물 시세도 바뀌네요.”
그는 일종의 농작물 판촉장 같은 곳에 도착했다.
[에멘탈]거기엔 운영진 하나가 상주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몬드 님!”
“안녕하세요.”
“농작물 팔러 오셨나요?”
“아뇨. 그냥 구경 왔어요. 시세가 매번 바뀌나요?”
아몬드가 감자 쪽을 보며 묻는다.
“네. 큰 변동은 매일, 작은 변동은 매시간 생긴답니다. 치즈마을 시간 기준으로요.”
“아…….”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오?”
그의 눈에 들어오는 한 작물.
[감자] [△12%]“감자 올랐다!”
그는 저도 모르게 감자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ㅋㅋㅋㅋㅋㅋ
-커여워 ㅋㅋㅋ
-주식이냐?
아몬드가 헤헤 웃으며 좋아하는 그때.
“어허~ 어린 친구. 여기선 그렇게 말하면 안 되네.”
“?”
돌아보니 한 엄격한 표정의 2등신 아바타가 서 있었다.
커다랗고 빨간 루돌프 코, 머리엔 도넛 모양의 귀를 달고 있는 괴상한 아바타였다.
[도우너츠]이름은 도우너츠.
주식과 고과금 RPG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스트리머다.
정말 희한한 조합이지만, 의외로 시청층이 같다.
그 결과 올튜브에서 500만 이상의 구독자, 라이브 시청자 수도 비 게임 부문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형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도우너츠 ㅋㅋㅋ
-이 아재도 여기 있었어??
-ㄷㄷ 큰 거 왔다
-도우너 왔는가?
-스트리머 이름이 어케 도우너
-둘리는 ㅇㄷ감?
“어…… 왜요? 규칙인가요?”
살면서 주식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아몬드의 순진한 질문.
그는 뭐가 올랐는지 말하면 안 되는 게임적인 이유가 있는 줄로 알고 되물어본 것이다.
도우너츠는 그런 그의 순진무구함에 외친다.
“감자는 올랐어도, 다른 작물은 내려갔지. 자네가 잘됐다고 여기서 그렇게 빵빵 웃으며 티를 내면, 반드시 화를 당하게 되어 있네. 온 우주의 마음이 자네를 끌어내린단 말이지!”
‘질투한단 말이었구나?’
그제야 말을 이해한 아몬드는 주위를 둘러봤다.
분명 아까는 별말 안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쑥덕거린다.
“감자는 올랐다고?”
“아몬드는 농사 안 하잖아?”
“단무지랑 M&A 했다는 게 진짜인가 본데?”
“이런. 정말 배가 아프군!”
“더러운 자본주의 돼지들…….”
다들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귓속말을 주고받는데, 너무 선명하게 들린다.
왠지 다들 별생각 없다가 도우너츠의 말에 일제히 말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일부러 쑥덕거리네 ㅋㅋㅋ
-ㅋㅋㅋㅋㅋ상황극ㅋㅋㅋ
-아 ㅋㅋㅋㅋ
-M&A ㅇㅈㄹㅋㅋㅋ
-도우너츠 형님 맞춰 드려야지~
아무래도 도우너츠의 나이도 나이고, 올튜브 구독자 무려 500만에 이르는 대형 크리에이터이기에 맞춰주고 있는 걸까?
어쨌든 아몬드는 납득했다.
‘틀린 말은 아니야.’
이러나저러나 도우너츠 아재의 말이 맞다.
이런 걸 공개적으로 말하면 안 되는 것이다.
“주의하겠습니다.”
“그래. 어허허. 똑똑…… 아니, 바른 청년이군. 내 감명이 깊어 가르침을 하나 주지.”
“오.”
-차마 똑똑하다는 말 안하는 ㅋㅋㅋㅋ
-도우너츠의 가르침??
-이거 기연이네 ㄷㄷ
경제에 빠삭한 대형 스트리머 도우너츠.
그의 말이라면 뭐든 도움이 될 것이다.
* * *
한편 젤로와 초코송이.
캉……!
그들이 있는 광산엔 아직도 구슬픈 곡괭이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는데.
“……어?”
그들은 희한한 걸 발견한다.
광석 따위가 아니었다.
“뭐지 저 사람들은?”
사람들이다.
근데 척 봐도 호의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디가 안 보인다.
“제, 젤로 님. 일단 숨죠?”
쉭!
둘은 커다란 광석 바위 뒤에 숨어서 그들을 관찰했다.
“빌어먹을 비선별인원…… 비옥한 토양 10칸만 더 두고 가지…….”
“어차피 우리가 살길은 광질뿐입니다.”
“예……”
카앙! 카강!
그들은 절망과 분노 속에서 곡괭이질을 해대고 있었다.
‘비옥한 토양?’
젤로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아몬드가 비옥한 토양을 들고 온 경로는 어쩌면 저들로부터라는 걸.
“제, 젤로 님?!”
초코송이가 말렸지만 젤로는 결단을 내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냥 지나가면 방송이 되겠냐고.’
사실 반쯤은 방송 때문이었다.
두 팔을 들어 올린 채, 그들에게 말을 건다.
“저…… 님들?”
그런데 이런 반응이 올 줄은 전혀 몰랐다.
“?”
“!?”
스르릉!
파프리카 주민들이 화들짝 놀라며 모두 무기를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