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6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0화(971/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0화
33. 예체능 vs 경제학(2)
다급하게 귓말을 보내오는 단봉이.
[귓) 단무지: 아이고 아몬드님이 심은 옥수수까지 다 날아가요!]계속 재촉하는 걸 보면 또 뚜두더지가 쳐들어와서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이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아몬드가 느리게 이동하고 있어서 초조한 것 같다.
[이동 속도 -30%]그야 그는 아직도 이동 속도에 제한이 걸려 있었다.
흙을 다 싸매고 다닐 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그의 인벤토리엔 수많은 철장비가 들어가 있었으니.
정상적인 이동 속도가 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하리라.
“갑니다. 가요~”
아몬드는 들리지도 않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면서 열심히 뛰어갔다.
뿅…… 뿅, 뵹!
-ㅋㅋㅋㅋ
-그런다고 가지냐?
-느려터졌누
-아이고 단봉이 죽어요!
-채팅을 치세요
놀랍게도 아몬드는 아직 채팅 기능을 쓸 줄 모른다.
그리고 그가 모르는 게 하나 더 있었는데.
“근데 제가 옥수수였나요?”
-넌 아몬드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진짜 감자인 줄 알았너봄
-훼이크라 생각한 내가 바보다……
-엌ㅋㅋㅋㅋ이제 알았냐?
그는 자신이 심은 게 감자 씨가 아니라 옥수수 씨였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왜 감자라고 생각했지?”
그가 왜 감자로 착각하게 됐는지는 본인도 시청자도 감히 추측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종잡을 수 없는 이유로 그냥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모름ㅋㅋㅋ
-그게 ㄹㅇ 미스터리임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ㅁㅊ
-견과류 전문가로서 추측하자면 감자가 젤 많이 올라서 뇌의 합리화 섹션이 풀가동하면서 그렇게 된거임
-아니 본인도 모르는 거였냐고 ㅋㅋ
아몬드는 어느 순간부터 그냥 자신이 심은 게 감자라고 생각했고, 그냥 그렇게 믿어버렸다.
“뭐…… 상관없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아몬드.
그도 그럴 만한게 아까 전 도우너츠의 가르침을 떠올려보라.
“어차피 내일 시세가 중요한 거니까.”
오늘 감자로 착각했든 토마토로 착각했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내일 또 시세를 봐야 한다.
-ㅇㅇ맞음
-ㄹㅇ
-그건그래
-도우너의 가르침 크~
시청자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사건은 그냥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잊혀졌다.
* * *
“아이고! 고봉아아아아아!!!”
단무집 가까이 가니 단봉이의 통곡 소리가 들려온다.
고봉이가 싸우다 전사한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 무슨ㅋㅋㅋ
-단봉이 연기력 미쳤네 ㅋㅋ
“이 미친 디그다 새끼들! 내, 내가 고봉이의 몫까지 다 죽여주마아아!”
단무지가 전프로의 위엄을 발산하며 칼을 막 휘둘러보지만.
펑.
[파괴]돌로 만든 칼 따위는 뚜두더지 몇을 잡고 나면 파괴되어 버렸다.
“뀨우!”
“뀨규규규!!”
뚜두더지의 숫자는 몇 마리 정도가 아니었다.
수십, 아니, 어쩌면 백 단위였다.
팟!
그들이 일제히 단무지에게 달려든다.
“으, 으, 으아아아악!”
그나마 믿어볼 수 있는 건 시청자들의 버프였지만.
-버프 좀 줘라 ㅠㅠ
-버프!!!
-ㅇ/
-우리도 원기옥하자 ㅋㅋㅋ
-왜 채팅만 치고 아무도 후원을 안하누 ㅋㅋㅋㅋ
-ㅇ/ㅇ/ㅇ/
-폰기옥 뭔데 ㅋㅋㅋ
아몬드의 방과는 다르게, 단무지 쪽에선 원기옥이 잘 모이지 않았다.
단무지는 분명 전프로 출신에 게임을 잘하지만, 방송의 사이즈가 너무 달라서다.
띠링.
[ㅇㅇ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기껏 날아온 후원은 하나뿐이다.
[망원경 시야]그마저도 현재 전투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망원경 시야.
원래 랜덤 버프라는 게 도움이 되는 걸로 나오기가 더 힘든 법이다.
-코앞에 뚜두더지가 수십인데 망원경ㅋㅋㅋ
-유전무죄 무전유죄 ㅁㅊㅋㅋㅋ
-ㅇ/ ㅠㅠ 도와줭……
“와, 와 만 원 감사합니다! 원기옥까지 필요 없어요!”
단무지는 와중에 꾸벅거리며 후원 리액션을 한다.
그의 방송 규모에서 그래도 후원이 만 원 단위로 터지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니까.
“으랏챠!”
퍽!
그 후원의 기운을 담아 내려쳐지는 돌칼.
그러나 소용없었다.
“뀨!?”
퍼버벅!
뚜두더지들은 돌칼로 뭘 어쩔 거냐는 듯 더 폭력적으로 단무지를 밀어붙였고.
“으, 으어어! 으어어!”
단무지는 결국 철푸덕 넘어지며 허우적거린다.
훙! 훙!
그 와중에도 휘두른 칼이 뚜두더지 몇을 쳐내지만.
-ㅠㅠ
-안돼!
-ㅠㅠㅠ
-ㅠㅠㅠㅠㅠ
퍼버버버벅!
뚜두더지들의 합동 맹공이 퍼부어지자 순식간에 체력이 바닥났다.
[체력 23%]정말 눈물겨운 사투였다.
“뀨우우우.”
“뀨규!”
점점 단무지를 감싸오는 뚜두더지들의 그림자.
그들이 단무지를 단체로 내려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죽어라 인간 크크크]후웅!
수많은 뚜두더지들이 일제히 공격하려는 그때.
“!?”
갑자기 어디선가 빛이 번뜩인다.
──파지지지직!!
“뀨우우?!”
[체인 라이트닝]일순간 전격이 뚜두더지들을 휩쓸고 가면서 일시적으로 경직된다.
[경직]단무지의 눈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며 사태를 파악한다.
‘뭐야. 경직?’
파앗!
그는 얼른 땅을 뒹굴며 뚜두더지들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를 맞이하는 건 달빛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검이었다.
“아, 아몬드 님!!”
파지지직!
[속성 부여: 전격] [공격력 50%] [이동 속도 30%].
.
.
또다시 수많은 버프를 두르고 온 아몬드.
띠링.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성좌 루비 대만족]-ㅋㅋㅋㅋㅋㅋㅋㅋ
-캬
-루비소드! 루비소드! 루비소드!
-혼자서 원기옥을 모으다니 ㄷㄷ
-미쳤다
-후원 한 방울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수둔을……?
-루비좌ㄷㄷ
사실상 루비소드가 혼자서 20만 원을 20번에 걸쳐 쏜 것이다.
원래 아몬드의 이동 속도를 높여주려고 쏜 것인데, 그게 마음대로 나오지 않아 계속 쏜 것.
‘이…… 이게 대형 스트리머?’
단무지는 여기서 힘의 차이를 느껴버렸다.
“고봉이는?”
굴러 쓰러진 단무지를 내려보며 아몬드가 묻는다.
단무지는 고개를 숙인다.
“고, 고봉이는 그만…….”
“음.”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서 뚜두더지들을 가로막았다.
“일단 정리하겠습니다.”
파앗!
아몬드가 온갖 버프를 휘감은 채 뚜두더지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파지지지지지지!!!
칼이 휘둘러지며 빛이 사방에 번쩍이고, 바람이 휘몰아친다.
뚜두더지들이 대여섯씩 쓰러져 나간다.
달이 지고, 서서히 해가 뜬다.
일출의 빛이 이 땅을 드리울 때.
땅거미들과 함께 뚜두더지들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뀨…….”
“꾸으…….”
전부 사라진 후, 태양을 등지고 선 건 아몬드뿐이었다.
그때 마침 심었던 농작물들이 하나둘 싹을 틔우며 자라났다.
수우욱!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와중에 결국 싹을 틔워낸 녀석들이 있는 것이다.
황금빛 밭과 태양 그리고 자라나는 녹색 작물.
그사이에 선 한 남자.
눈이 부신 그 광경에 단무지가 외친다.
“이…… 이게 몬D 로저! 농부왕이 될 사나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농부왕 ㅋㅋ
-단봉이 폼 미쳤네
-ㅋㅋㅋㅋ아카데미 시상급ㅋㅋㅋ
-농부왕 뭔가 멋없엌ㅋㅋㅋ
-캬
-지리긴하네
-몬D로저 ㅋㅋㅋㅋ
* * *
“여기. 컷.”
장 피디가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급하게 말한다.
찰칵.
직원들이 버튼을 누르며 가상 카메라에서 샷을 만들어낸다.
그 사진들에 담긴 건 뚜두더지들을 절멸시키고 태양을 등지고 밭에 선 남자.
아몬드의 모습이었다.
“오오…… 이거 좋네.”
그가 직원들에게 재차 확인한다.
“단무지 마이크도 담겼지?”
“네. 네.”
[이…… 이게 몬D 로저! 농부왕이 될 사나이!!]다시 한번 재생되는 단무지의 목소리.
이건 메인 채널 편집본에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와…… 좋아. 병맛인데 개멋있어.”
* * *
다시 치즈 마을에 아침이 도래했다.
아몬드와 봉봉듀오는 아침까지 밭을 복구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후아.”
아침이 되어서야 일이 끝나, 소파에 앉는 아몬드.
그가 가장 상석이다.
단무지는 마치 원래 이렇게 해왔다는 듯 앞에 앉아 보고를 시작했다.
“어제 피해량 보고 올리겠습니다.”
“어. 그래.”
“어젯밤 재해를 입은 작물은 전체의 4~50% 정도 됩니다. 고추와 토마토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뭔데 ㅋㅋㅋㅋ보고 ㅋㅋㅋ
-피해량 ㄷㄷ
-대기업 임원실 포스 ㄷㄷ
-얘네 힐링하러 온 거 맞냐?ㅋㅋㅋㅋㅋ
뚜두더지가 쳐들어온 방향은 고추와 토마토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쪽 피해가 막심했다.
다행히 옥수수는 상당량 보전했다.
“다행히 아몬드 님이 제때 도착하셔서 옥수수 피해량은 10% 정도입니다.”
“오. 다행이네.”
“예. 현재 서버 채팅창을 보면 요리사라는 직군이 생겨났는데. 얘네들이 옥수수죽을 만들어야 코인을 받는다더라구요. 아마 옥수수 가격이 괜찮을 겁니다. 그래서 농장 피해는 거의 다 회복될 전망입니다.”
그때 고봉이가 끼어들었다.
“하, 하지만 이거 이대로는 안 됩니다요!”
“?”
“지금이야 이렇게 넘어갔지만 몬스터들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고. 이 미친 몬스터들이 단무집만 쳐들어온다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요! 지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구만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대사는 항상 ㅋㅋㅋ
-다 봤어 고봉아 ㅋㅋ
-고봉이 쉑 ㅋㅋㅋ 왤케 잘어울리냐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봉이의 말이 일가견이 있었다.
이대로 계속 습격을 견디면서 농사를 이어나갈 수는 없어 보였다.
“그럼 뭔가 대책이 있나?”
아몬드가 단봉이를 보며 묻는다.
단봉이가 이 그룹에선 가장 브레인이니까.
“제가 생각을 해본 게 있습니다.”
“역시. 유능하군. 자네.”
아몬드가 믿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과찬입니다.”
-아몬드 임원 연기 왤케 잘함ㅋㅋㅋ
-이 새끼 회식에서 전무 성대모사했다에 손모가지검
-ㅋㅋㅋㅋㅋ목소리 ㅋㅋㅋ
-아성에서 본 게 몇 년인데 ㅋㅋㅋ 연기 껌이지
-분위기는 거의 마피아 회의인데 2등신들이 이러니까 진짜 ㅋㅋㅋㅋ 무해해보인닼ㅋㅋㅋ
단봉이의 계획은 이러했다.
“몬스터가 정말 도우너츠 님의 말대로 밭의 크기로 몰려오는 거라면…… 저녁쯤에 기습적으로 밭을 줄이는 겁니다.”
밭의 크기를 줄인다.
“……오?”
“지금 저희의 경쟁 상대로는 모솔, 홍차, 도우너츠 님이 있는데. 여기서 개인 명의 밭이 가장 큰 건 홍차. 무섭게 따라오는 건 모솔입니다. 저희는 조금만 줄여도 충분히 2인자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다음 날은 다 밭을 줄이려 할 텐데?”
“그게 핵심입니다.”
단무지가 씩 웃으며 창밖의 토양을 가리킨다.
“다 같이 밭을 줄이면 줄일수록 저희만 유리하죠.”
비옥한 토양의 효율을 따라잡으려면 다른 사람들은 거의 7~8배의 땅을 일궈야 했다.
전부 크기가 줄어들면 단무지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
-캬
-그렇네
-와
-ㄷㄷ
-치킨게임하면 중국 자본이 이기짘ㅋㅋㅋ
-크
“비옥토가 배치된 밭을 제외하고는 다 팔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재해 줬다.
“진행해.”
-진행좌 ㅋㅋㅋㅋ
-이견영 폼 미쳤다~
-근데 얘는 하는게 뭐임ㅋㅋㅋ
-늘 호두는 기가막히게 데리고 오는 새끼…… 그러고나면 지건 안쓰는 새끼……
-아전무 ㅋㅋㅋ
“일단 오늘은 아무 내색도 하지 말고 농산물 판매장에서 조용히 저희 물건만 팔고 오죠.”
“그래.”
그렇게 단봉이와 고봉이 아몬드 셋은 농산물 판매장으로 향한다.
* * *
잠시 후 판매장 앞.
“약간 울상을 짓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아몬드 님.”
단봉이는 비서실장급으로 아몬드를 코칭하며 입장했고.
“그래.”
아몬드가 아바타 설정을 만져 표정을 바꾼다.
좀 극단적인 울상이 되긴 했지만, 웃고 있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그렇게 판매장에 들어가자 벌써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
털썩.
미호였다.
그녀가 차트 앞에서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가…… 감자…… 감자가!”
차트 때문이었다.
.
.
.
미호는 감자를 심었던 모양이다.
“어허! 이거 감자가 완전히 떡락했네! 아니, 떡락이 아니라 상장폐지인가?”
직판장에 늘 NPC처럼 상주하는 도우너츠가 나타나 한탄한다.
“에헤이~ 나도 죽 쒔구만!”
그는 아몬드 쪽의 반응을 보며 연기를 한다.
‘어디 보자 아몬드…….’
그 외에도 농협 멤버들 모두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아몬드와 단무지를 지켜보고 있다.
‘감자를 심은 건 아는데. 나머지가 어느 정도이려나?’
감자를 심었다는 건 알지만, 다른 작물을 섞어 심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나머지 작물이 뭐냐에 따라서 저들의 부를 추월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갈린다.
그렇기에 모두가 그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다.
“어……?”
아몬드는 차트를 보더니,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도우너츠는 웃는다.
‘멘탈 나갔군.’
일단 감자의 하락이 그의 정신을 흔들어놨다…… 라고 도우너츠는 생각했지만.
‘와.’
아몬드는 감자를 본 게 아니다.
그는 감자 따위 한 개도 들고 오지 않았으니까.
[옥수수] [▲280%]옥수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몬드는 도우너츠의 가르침대로 옥수수의 옥 자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합.”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