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97화
34. 접전(1)
절벽 숲.
이곳이 승격전 대망의 마지막 무대로 정해졌다.
절벽 위로 올라가면 이 게임은 이길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절벽 위로 올라가려는 욕심을 가장 잘 참아내는 게 이 맵의 승리 비결이기도 했다.
블루존이 완전히 절벽 쪽으로 이동한 지금.
절벽 위로 기어 올라가는 플레이어들을 노리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올라가기만 해라.’
‘어디 멍청한 등반러 또 있냐?’
‘자. 한번 가 봐라.’
그들은 서로를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었으나.
절벽을 향한 총구는 거의 25정에 달했다.
지금 남은 인간은 약 35명인데.
절벽을 노리는 게 25정이라면, 나머지 10명은 절벽을 오른다는 뜻이다.
이들은 소위 ‘1등 각이 안 나오는’ 상황에 처한 자들이다.
‘체력이 없으니 절벽 도박이라도…….’
‘파밍 상태가 병신이라 이거라도 해야 돼.’
‘어차피 이 장비로는 무리지.’
파밍이 안 되었거나, 너무 큰 부상을 입었거나, 무기 상태가 안 좋거나.
하여간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1등을 차지할 수 없다 여기고 절벽 등반에 도박을 거는 것이다.
절벽 위로 가면 전설 아이템이 나오는 상자까지 있으니,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도박 수에 목숨을 건 9명의 플레이어가 천천히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절벽 밑의 인간들이 서로를 견제하다가 이이제이 당하기를 마음속 깊이 바라면서.
그러나 그건 그냥 바람일 뿐이다.
절벽전은 늘 그래왔던 대로 절벽에 오르는 자들부터 추락시키면서 시작된다.
타앙──
총성 하나가 신호탄이 되었다.
25정의 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
“컥!”
다음 암벽을 짚던 등반자의 손이 시뻘겋게 터져 나갔다.
어깨에도 총알이 박혔다.
빗나간 총알이 부순 바위들이 머리를 내려찍는다.
“으으아아아아아!”
가장 선두에서 등반하던 플레이어는 결국 낙하한다.
그는 낙하하면서 밑에서 따라 오르고 있던 자의 허리춤을 잡아채 버린다.
“혼자 안 죽어!”
“야! 야, 이 미친……!”
갑자기 물귀신을 당한 플레이어는 당황했다.
그사이 총알 세례가 빗발쳐 그의 등짝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역시 결국 시체가 되어 추락해 버렸다.
철퍽!
지면에 닿으며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절벽을 향한 레이스에서 벌써 둘이나 아웃됐다.
‘지금이다.’
이때, 아무도 없는 것 같았던 커다란 나무, 그 이파리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사라락.
절벽을 노리는 25명, 절벽을 오르는 9명, 그 둘 중 누구에게도 포함되지 않은 누군가.
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리릭──
그의 무기는 소리가 나지 않았으며,
쉬이익!
죽는 자들도 영문을 모를 만큼 빠르고,
퍽!
정확했다.
[아몬드 → 노림수] [처치하였습니다!] [29/100]* * *
절벽 밑에 있던 한 명이 죽었다.
아몬드는 만족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했다.
‘좋아.’
절벽을 오르는 자들이 너무 빨리 죽어버리면 이 작전은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한 명도 안 죽었을 때 공격을 시작하면, 오히려 아몬드에게 어그로가 끌린다.
적절하게 2명이 죽었을 때 개입했다.
결과는 좋았다.
아무도 아몬드에게 관심이 없다.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총성에 묻혀 화살 소리도 바람 소리와 다를 게 없다.
아몬드는 다시 활을 당겼다.
쉬이이익──
또 하나의 화살이 뱀 같은 소리를 내며 상대의 머리에 꽂혔다.
푹!
[아몬드 → 마이구미] [처치하였습니다!] [27/100]35명 중 벌써 남은 게 27명뿐이다.
절벽을 오르던 자들이 넷 죽었고, 지금 아몬드가 둘을 죽였다.
나머지 둘은 절벽 밑에서 서로 싸우다가 죽은 듯했다. 말 그대로 난전이다.
절벽을 쏘는 쪽에서도 무언의 불가침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아몬드는 서둘러야 했다.
이들의 불가침이 깨지기 전에 숫자를 거의 절반으로 줄여야 했다.
아몬드는 화살 통에서 4발의 화살을 깍지에 끼웠다.
일일이 다른 플레이들을 조준하면서 연사를 시작했다.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처럼 적들은 그가 조준하는 족족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몬드 → 베츄워너] [처치하였습니다!] [아몬드 → 퐈이어] [더블킬!] [아몬드 → 웨스트코스트] [트리플킬!]네 발의 화살은 전부 적중했다.
그중 하나는 방탄모 덕분에 두 발을 맞아야 했다.
그래서 트리플 킬이었다.
-와! 미쳤누
-캬!
-시~~~원!
-오졌다!
-여름이요? 두렵지 않아요. 난 아몬드의 방송을 봐요.
‘더 빠르게.’
아몬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자리를 잡았을 때 끝장을 내야 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몰랐다.
적들은 아직도 아몬드의 위치를 파악 못 하고 있었고. 그의 존재도 인지하지 못했다.
절벽을 흘끔 확인했다.
‘3명……!’
등반러들 중 단 3명이 살아 있다.
저 셋이 죽으면 그때부턴 절벽 밑이 난전이다. 아몬드도 마음껏 활개 칠 수 없다.
아몬드는 얼른 다시 화살 통에서 화살 4개를 더 꺼내 들었다.
네 발의 화살이 연이어 날아갔다.
이번엔 두 명이 죽었다. 둘 다 방탄모를 갖고 있었기에 두 발씩이다.
[더블킬!]아몬드는 다시 절벽을 확인했다.
한 명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은 건 둘.
‘2명…….’
지상에는 아직 10명이 남았다.
자신 포함 총 13명이다.
블루존이 더 축소된단다. 그러나 맵을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어차피 이번 블루존 안에 결판이 날 것이다.
아몬드의 손가락 사이엔 다시 화살이 끼워졌다. 활시위를 당겼다.
이어지는 4연 속사.
또다시 둘이 죽었다.
한 명은 방탄으로 겨우 살고 나서 빠르게 나무 뒤로 돌아 도망가려 했으나 아몬드의 화살도 예상했다는 듯 따라서 꺾였다.
“컥!”
그는 단말마 비명과 함께 결국 죽어버렸다.
아몬드는 또 4발을 뽑아 들었다.
이번엔 넷이 죽었다. 넷 다 방탄모가 있었지만, 전부 파괴된 상태였다. 한 방에 한 명씩 나가떨어졌다.
개의치 않고 아몬드는 그다음 4발을 뽑아 들었다.
이제 절벽에 남은 플레이어는 단 한 명이었다.
타앙──
마지막 총성에 그 한 명마저 절벽에서 손을 놓았다. 역시나 늘 그렇듯이 절벽은 아무도 점령하지 못한 것이다.
아몬드도 빠르게 활시위를 당겼다.
그의 오른손이 곧게 시위를 잡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마치 오늘 처음 쏘는 화살이란 듯 부드럽게 놓았다.
피이잉──
절벽 밑엔 셋이 남았다.
4개의 화살이 순식간에 허공을 수놓으며 날아가고, 둘이 죽었다.
그렇다.
셋 중에 둘이 죽었다.
‘제길.’
한 명이 남았다.
남은 한 명은 머리를 두 번이나 맞고도 멀쩡했다.
저거 이전에 본 적 있었다.
‘전설?’
전설 방탄모다. 머리가 아니라 몸통을 쏴야 했다.
다시 화살 통으로 향한 아몬드의 손은 공기만 휘저었다.
‘없어.’
화살이 없다.
시청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신나서 떠든다.
-ㄹㅇ 자리 잡고 딜 박으니까 돌았는데?
-이게 뭐야…… ㄷ ㄷ ㄷ
-인간 터렛 아몬드.
-미쳤누 진짜!?
-와! 순식간에 몇 명이 죽은 거냐!?
-말뚝딜 박으면 이렇게 되는 거였어!?
-킹덤 에이지 이후 첫 말뚝딜 아니냐? 개지린다 ㄹㅇ
-와 ㅅㅂ ㅋㅋㅋㅋ
-내가 방금 뭘 본 거야?
-이제 벌써 1 대 1이냐?!
남은 하나는 아몬드가 당연히 잡으리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병원 루트를 밟아서 화살 파밍을 거의 못 했어.’
킬도 안 했고, 병원에서 안정적인 파밍을 했었다.
의약품은 많은데 무기는 없다.
[2/100]그런데 1 대 1 상황.
철컥.
상대는 전설 등급으로 보이는 소총의 총구를 들이민다. 대충 아몬드의 위치를 잡은 모양.
[블루존이 축소됩니다!]블루존 축소가 시작됐다.
파지지직…….
아몬드의 등 쪽에서 정전기가 일었다.
* * *
시청자들도 위험을 눈치챘다.
-야! 아몬드 화살 없어!
-시발!?
-에반데
-아, 병원 파밍 스노우볼 ㄷ ㄷ
-헐 ㅅㅂ
-미친. 아몬드 이 타이밍에 화살 없던 거 처음인데?
심지어 블루존도 적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거리적으로는 아주 작은 차이지만 아몬드는 움직여야 했고 적은 가만히 있어도 됐다. 그 차이는 얼음과 불만큼이나 극단적이다.
아몬드는 여기서 결단을 내린다.
그는 곧장 나무를 끼고 밑으로 떨어졌다.
적은 아몬드의 위치를 완전히 발견하고 총을 갈겼다.
투두두두두두두!
나무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놀라운 파괴력이다.
아몬드가 올라타 있던 나무가 쓰러진다.
쿵!
나무는 전혀 엄폐물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아니, 나무뿐 아니라 여기 정글에 있는 것들 중 어떤 것도 저 총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엄폐는 불가(不可). 그렇다면 은폐라도 해야 했다.
아몬드는 뛰었다.
블루존 바깥으로.
[블루존 밖의 유독가스에 노출되었습니다!] [치명적인 피해가 누적됩니다!]유독가스 탓에 시야가 뿌옇다.
후반으로 갈수록 농도가 짙어져서 시야가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며 그만큼 대미지도 치명적이다.
지금은 극후반이다.
딸깍.
아몬드는 곧장 진통제를 전부 입안으로 쏟아 넣었다.
피부의 따끔거림이 잦아들었다.
[남은 체력 36%]전설 등급 소총이라면, 단 한 방에도 죽을 수 있는 체력이다. 그나마 방탄조끼가 있으니 두 방을 버틸 수 있으려나.
적의 총성은 계속 들려왔다.
다행히 아몬드가 보이지 않는지 엉뚱한 곳에 쏘고 있었다.
아몬드는 적당히 멀리 물러나서 추가로 구급상자 2개를 더 사용했다.
[남은 체력 94%]94%까지 체력이 올라갔다.
그러나 3초 후에 89%로 줄었다.
‘오래는 안 돼.’
이게 진통제 8개를 먹은 상태에서 받는 대미지다.
후반의 유독가스는 그냥 마시면 죽는다고 봐야 한다.
아몬드는 가진 것들을 점검했다.
연막탄, 조명탄, 수류탄 그리고 붕대 여러 개.
‘수류탄.’
그래. 수류탄.
이거 하나만이 유일한 공격 무기다.
수류탄을 쓰는 방법이라면, 풍스나에게 배운 게 하나 있지 않던가.
[남은 체력 74%]가진 걸 점검하는 시간에 체력은 또 떨어졌다.
아몬드는 빠르게 움직였다.
‘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묻고 싶었지만.
관두기로 했다.
의미 없는 질문이다.
‘숨 쉴 수 있을까?’라고 묻고 숨 쉬는 인간은 없다.
‘해야 한다.’
이건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 않으면 죽는다.
그는 잠시 심호흡을 한 후.
블루존의 경계를 돌면서 냅다 뛰기 시작했다.
발소리를 듣고 적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독 안개 덕에 보이지는 않으니 당연히 정확도는 낮았다.
아몬드는 연막탄과 조명탄을 전부 열어서 죄다 블루존 안쪽으로 내던졌다.
요란한 빛과 소리, 매캐한 연기가 사방을 뒤덮었다.
적의 총성이 사라졌다.
당황한 걸까?
아몬드는 그 틈을 노려 뛰었다.
파지직.
그는 다시 블루존 안으로 들어왔다.
46%의 체력을 남기고.
[현재 체력 46%]* * *
블루존 안쪽은 연막탄과 조명탄 때문에 난장판이었다.
적도 안 보이겠지만, 아몬드도 뭐가 보이는 게 없었다.
한 치 앞 정도만 겨우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거면 충분했다.
아몬드는 땅만 보면서 계속 외곽을 돌았다.
‘찾았다.’
그는 자신이 쐈던 화살을 다시 뽑아 들었다.
하나로는 부족할 테니 더 찾아서 집어 들었다.
휘이이이이…….
연막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할 무렵.
바닥에서 5개 정도의 화살을 챙길 수 있었다.
‘어디지?’
문제는 적의 위치를 모른다.
아몬드는 몸을 넙죽 엎드려서 수류탄 하나를 더 깠다.
이걸 던지면 남은 수류탄도 딱 하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적과 동시에 서로를 발견해도 내가 진다. 결단을 내리는 게 좋다.
딸깍.
그는 안전핀을 제거하고, 곧장 던졌다.
퍼엉!
굉음과 진동이 울린다.
저쪽에서 역시나 반응이 왔다.
투두두두두두두!
아몬드의 위치를 파악하고 쏘는 건 아니었다. 대충 소리가 들린 쪽으로 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몬드는 상대의 위치를 정확히 봤다.
뿌연 연기에서 잘 보이는 총기 화약의 시뻘건 발화 때문이다.
‘저기구나.’
아몬드는 바위 뒤로 몸을 숨기며 화살을 난사했다.
다섯 발 중 무려 네 발을 한 번에 다 쏟아부은 것이다.
적도 탄창 하나를 다 쏟았다. 적의 총알은 바위와 나무를 전부 아작 냈고, 아몬드의 화살은 자아를 가진 것마냥 꺾이면서 적의 몸통에 꽂혔다.
전설 방탄모는 헤드샷 면역이라 일부러 몸통을 노린 것이다. 네 발 전부 적중했다.
그러나 적은 죽지 않았다. 화살 네 발이 꽂힌 채로 다른 엄폐물 쪽으로 이동해 버렸다.
-이런 ㅁㅊ 왜 안 뒤지냐 ㅠㅠ
-헐. 방탄조끼도 좋은 건가 보네
-근데 저놈 타코야끼 같지 않냐? 아바타가 딱 타코임
-아닌데? 타코 쉑 방송 안 켬
-조끼고 뭐고 화살을 몸통에 쏘는 거 자체가 노딜임…….
-헤드샷 보너스가 좋은 거지, 조끼에 박히는 몸통 딜은 구림. 특히 리커브 보우는…….
-타코 폐관 수련 중이잖어. 맞는 거 같은데?
-ㄷㄷ 어케 이김 ㅠㅠ
-야. 남은 한 발 맞혀도 못 이겨 10발은 꽂아야 돼. 저 새끼 영웅 등급 조끼 같아 ㅠㅠ
-어케요 ㅠㅠ 아몬드 니뮤ㅠㅠㅠ
그때 아몬드가 채팅에 대답을 했다.
“알고 있습니다. 화살 부족한 거.”
이런 상황에도 채팅을 읽고 있는 것이다.
-??
-이걸 채팅을 보누
-진정한 스트리머 ㅅㅂ ㅋㅋㅋ
-아니 무친 놈아 집중해!
-헐 ㅋㅋ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붕대와 수류탄을 꺼내며 말했다.
“활이 메인인 제가 딜 계산도 못 할까요.”
그다음 마지막 남은 화살 하나를 들어 올린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근데 이거 제가 이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