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7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3화(974/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3화
34. 봉건 사회(2)
몬스터 습격 1시간 전.
“오늘부터는 새로운 몬스터인가?”
장 피디가 피곤한 얼굴로 옆에 있는 박오훈에게 말한다.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할 차례다.
“흐아아아…… 아우우울프죠.”
“흐아아아아우우울프가 아니라 아우우울프.”
“……그냥 하품한 거예요. 듣기 싫으면 집에 좀 보내주시죠.”
장피디는 그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기로 했는지 다른 말로 넘어간다.
“아우우울프들에겐 아주 기대가 크지?”
아우우울프.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늑대형 몬스터다.
귀여운 두더지와는 근본이 다른 몬스터.
“크흠…… 뭐, 그렇죠. 아우우울프를 계기로 주민들이 ‘협동’과 ‘경각심’을 배우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뚜두더지가 농사에 상해를 입히는 몬스터라면 아우우울프는 인간을 사냥한다.
그만큼 전투력도 상당히 높고, 머리도 좋은 편이다.
“이 몬스터들도 협공을 펼치거든요. 늑대들답게.”
늑대처럼 조직적으로 행동하기까지 하니 퇴치하기가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었다.
“또 아몬드 혼자서 그냥 슥삭슥삭 되는 거 아니냐?”
장 피디는 걱정스레 말하지만, 박오훈이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아몬드마저도 혼자선 아우우울프들에겐 별수 없다.
“얘네 하나하나가 파프리카 어지간한 플레이어들 전투력 2배 수준이에요. 밤에는요. 근데 얘네 마릿수가 거의 서른이잖아요?”
“호오. 빡세네.”
“예. 아몬드 혼자서는 못 막아요. 파프리카랑 붙을 때도 사실 시청자들이 무한 버프를 걸어줘서 싸울 수 있던 거잖아요? 이번에도 과연 버프를 그때만큼 걸어줄까요?”
그렇지 않을 거다.
이건 모든 스트리머들의 공통인데.
후원이라는 건 웬만해선 반복 행동에 반응하지 않는다.
비슷한 상황이 계속 들이닥친다 해서 후원이 비슷하게 들어올 리가 없다는 것이다.
즉, 아몬드는 어지간해선 후원 버프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건 장 피디도 잘 알고 있다.
“그럴 리가 없지. 아마 버프는 그때만큼 못 받겠지. 그럼…… 이번에 치즈마을 최고 부농이 한 번 더 붕괴되겠군?”
몬스터는 늘 그렇듯 가장 큰 규모의 농지를 노린다.
그건 이번에도 단무집.
“그뿐 아니라 옆, 옆옆도 피해를 입을 겁니다. 이걸 계기로 주민들은 협동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철광의 중요성도 깨달을 거예요.”
“아몬드가 철 장비를 미리 푼다면? 그래서 협동한다면?”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의 수는 아몬드가 자신이 가진 장비들을 미리 푼다는 것 정도.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
아몬드에겐 지금 그 장비들이 생명줄이다.
“당하기 전까지 그럴 사람이 아니죠. 지금 자기한테 저게 유일한 보루인 걸 아는 것 같은데.”
장 피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다.
장비가 소모품이라서 더더욱 그렇다.
아몬드는 최대한 많이 갖고 있고 싶을 것이다.
이득을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막상 최대 이득을 볼 사람은 따로 있었다.
“젤로가 돌아오면 가장 크게 이득을 보겠군.”
바로 젤로다.
유일하게 광산에 도전해서 철광석을 캐고 돌아왔다.
대부분 유저들은 광산에서 죽기를 반복해 포기했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제 이들에게도 기회가 온다.
마을 주민들이 몬스터의 습격을 당하고 나면 분명 철광석을 원하게 될 테니까.
최대 수요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예. 아마 젤로가 판을 한 번 뒤집게 되겠죠. 다음에 젤로 포커스 맞추면 될 거 같습니다.”
제작진은 흥할 곳을 미리 예측하여 카메라를 세팅한다.
아무리 가상 공간이어도 카메라 설정에는 한계가 있고, 편집 인력도 한계가 있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다.
“그래. 일단은 단무집. 젤로 들어오면 젤로.”
순서는 정해졌다.
몬스터가 들어오고 난리가 날 때까지는 단무집이 메인이고, 그다음은 젤로다.
“놓치지 마.”
“예.”
제작진이 눈을 부릅뜨고 카메라를 조정했다.
그러나 이들도 인간이다.
집중력이라는 게 늘 한계가 있게 마련.
“흐아아암…….”
그렇게 치즈마을에 밤이 다가오고.
턱!
옆에서 누군가 박오훈을 깨운다.
“흐으어? 뭐, 뭐야?”
“온다. 몬스터들!”
아우우우우우!
아우우울프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그 순간, 그들의 수많은 카메라는 단무집을 향했다.
* * *
습격 30분 전.
단무집은 축제 분위기다.
비록 비율은 다를지라도 어쨌든 큰돈을 벌었고.
단봉이는 비옥한 토양에 대한 값을 조금씩 갚을 수 있었으며, 고봉이는 -자신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고정급여로 단무지에게 진 빚을 조금씩 탕감할 수 있었다.
어찌 됐든 기분 좋은 시작임은 분명했다.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고봉이는 아몬드를 연호하며 춤을 춰댔고.
“대가아암! 술을 올리겠나이다아!”
단봉이는 좋다고 술까지 따른다.
그러나 아몬드가 거절한다.
“아직.”
“……예?”
그가 잔뜩 무게를 잡으며 말한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일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스는 거의 대부여 ㅋㅋ
-앜ㅋㅋㅋㅋ
-2등신 캐릭터들이 이러는게 왤케 웃기냐
-낚시로 힐링하려 했습니다만 조직 보스가 된 건에 관하여……
-ㅋㅋㅋㅋㅋ커엽ㅋㅋㅋ
아몬드는 다른 건 몰라도 방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양궁에서 늘 익히던 소양이 있잖은가? 이기든 지든 한결같은 집중도를 유지하는 것.
아몬드의 그런 태도에 단봉이는 얼른 녹차를 다시 집어넣는다.
슉!
“아, 그, 그렇죠! 죄송합니다! 술이 아니라 노, 녹차긴 한데.”
“우리 해야 할 게 있었잖아?”
“아. 예. ‘그거’ 말이죠?”
단봉이가 창밖을 보며 석양이 떨어지는 시간을 계산해 본다.
“시간이 딱이네요. 나가시죠.”
아몬드와 봉봉듀오는 집을 나선다.
* * *
잠시 후.
셋은 NPC 빅팜 앞에 섰다.
“……땅을 다시 제게 판다구요? 저는 원래 값밖에 쳐줄 수가 없는데요.”
빅팜은 희한한 사람들을 본다는 듯 갸우뚱했다.
아파트로 치면 시세 신경 안 쓰고 분양가로 건설사에 다시 팔겠다고 나서는 꼴이니 그럴 만했다.
그러나 이들도 사정이 있었다.
단무지가 나서서 설명한다.
“아, 예. 그냥 동네방네 소문내고 팔고 싶지 않아서요.”
이들은 사람들 몰래 땅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어…… 땅값이 치솟을 게 뻔한데. 그걸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니. 세 명의 부처가 현세에 나타났군요. 관세음보살.”
-?
-세 명의 부처 ㅋㅋㅋ
-어떤 부처가 이름이 고봉이냐고ㅋ
‘아니, 땅은 내 건데 웬 세 명의 부처?’
단무지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얼른 일을 진행하려 했다.
다른 유저들이 보면 안 되니까.
“일단 팔겠습니다?”
“그래.”
단무지는 아몬드와 공동명의가 된 비옥한 토양을 제외한, 자신 명의의 땅을 전부 다시 팔았다.
“허허. 이 많은 것을 다시 마을에 돌려주시다니. 덕에 제 마음이 따뜻해졌으니 이거라도…….”
띵~
청명한 소리와 함께 꺼내진 빛나는 동전.
웬 금화라도 하나 줬나 싶었는데, 확인해 보니 아니었다.
[마을의 후원자 코인]“……마을의 후원자 코인?”
아몬드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나머지 인원도 마찬가지다.
“이게 뭐야.”
“생긴 건 직업 코인 같은데요.”
그들의 말에 빅팜이 허허 웃으며 말한다.
“따뜻한 청년들이 이 마을을 이끌어야 하니 드리는 것이지요. 때론 큰 힘은 큰 부담이지만…… 어떻습니까? 마을을 위해 큰 짐을 지워주시겠습니까?”
큰 짐?
단무지가 심히 당황스러워한다.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지금 한참 중요한 때인데.
“아니, 저희는 그냥 몬스터가 무서워─”
──퍼억!
아몬드가 갑자기 단무지 입을 후려친다.
“단봉이 네 이놈!!”
“?!”
“네가 뭔데 사양을 하느냐.”
“제, 제 땅이니…….”
“어허!”
-?
-엌ㅋㅋㅋ
-단봉이 땅인뎈ㅋㅋㅋ
-뭐야 갑자기 ㅋㅋㅋㅋ
-급발진ㅋㅋㅋ
아몬드는 빅팜에게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민다.
‘뭔진 몰라도 좋아 보인다.’
그가 보기에 이건 무조건 받아두면 좋은 물건이었다.
큰 짐이니 어쩌니 하지만, 분명 큰 힘도 같이 온다고 했다.
“세상이 주는 것을 달게 받는 게 부처의 도리라 배웠습니다. 달게 받겠습니다.”
“그런 도리는 없네만…….”
“관셈보살~”
그런 건 모르겠고 일단 달라는 듯이 아몬드가 합장한다.
-앜ㅋㅋㅋㅋㅋ
-아몬드 ㅋㅋㅋ
-ㅋㅋㅋ단무지가 어리긴해
-견소리 지어내기 ㅋㅋ
-그런 도리는 없댘ㅋㅋ
빅팜도 떠밀리듯 합장하며 맞절한다.
“크, 크흠. 관세음보살…….”
뭔가 꺼림칙하지만 결국 코인을 건네주는 빅팜.
띠링.
[히든 아이템 ‘마을의 후원자 코인’을 얻었습니다!]“……히든?”
“어?”
“오……!”
히든이라는 말에 셋 다 시선을 마주치며 감탄한다.
모두 같은 생각이다.
‘대박.’
뭔진 몰라도 일단 좋게 쓰일 것 같았다.
“일단 돌아가죠?”
“그래.”
기쁨도 잠시, 다시 단무집으로 얼른 뛰어 들어갔다.
곧 몬스터가 몰려올 테니까.
“혹시 모르니 집 입구 나무로 막을깝쇼?”
“그래라 고봉아. 그거 좋네! 혹시 여기까지 올 수도 있으니.”
“예이!”
몬스터가 또 단무집으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게임이란 게 늘 버그와 판정 미스가 있는 법이니까.
이들은 철저히 대비했다.
오늘 밤이 완전히 농협과 단무집의 차이를 결정하는 날이 될 테니까.
* * *
잠겨오는 어둠 속.
타다다다닥.
셋의 인영이 단무집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다.
“쟤네 왔다.”
수풀 안에 숨어 있는 농협의 암살자들이었다.
[홍차] [레몬] [그린티] [백숙]이 중 리더인 홍차가 뒤를 향해 브리핑했다.
“몬스터가 오면 그때 나가는 거야. 오케이?”
“라져~”
“옙!”
이들의 밭에 뭐가 심어져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
남이 소유한 밭을 그냥 파보는 건 시스템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몬스터가 쳐들어왔을 때, 땅이 다 헤집어질 때를 노리는 것이다.
“작물만 확인하는 거 맞지 언니?”
“뭐…… 그렇긴 한데.”
홍차가 씩 웃으며 덧붙인다.
“기회가 되면 혼 좀 내줘도 되고.”
으흐흐.
다들 음흉하게 웃는다.
-ㅋㅋㅋㅋㅋ얘네 ㅋㅋㅋ
-혼 좀 내주자!
-단무집 참교육 가즈아~
-ㅋㅋㅋㅋ와 기대된다
잠시 후.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우우우우우우~!”
결전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