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7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4화(975/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4화
34. 봉건 사회(3)
도우너츠는 농사들의 협력체인 농협을 만들고, 시세를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엄청난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나 그가 아이비리그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배경까지 더해져, 사람들은 그를 신처럼 믿고 따랐으며, 도우너츠도 그에 보답했다.
처음엔 좋았다.
농협 개개인은 단무지에 비해 못할지라도, 단체로서는 치즈마을 제일가는 위세였다.
아몬드를 만나기 전까지.
“우우우우. 물러나라!”
“더 이상 농협은 네 게 아니다! 도우너츠!”
아몬드의 ‘감자 환술’에 완벽하게 당한 도우너츠.
그의 입지는 땅으로 추락했다.
“경제학과가 뭔 예체능한테 발렸어!?”
“아이비리그에서 고소하기 전에 나가!”
모두가 그에게 물러나라 했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여러분!”
그에겐 아직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한 방을 날릴 수 있었다.
“오늘 밤. 농협에서 그래도 피지컬이 좀 되는 친구들을 보냈어요. 거기서 완벽하게 작물을 파악한다면…… 단무집 연합이 개인 냉장 창고를 구입하는 것만은 막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다시 농협의 시대가 오는 겁니다! 여러분!!”
냉장 창고.
이게 농사에선 굉장히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이게 있어야 농작물을 원할 때 비싸게 팔고 쌀 땐 쟁여둘 수 있다.
대신 가격은 이루 말할 것도 없이 비싸고 유지하는 데 땅도 차지하니.
현 치즈마을 경제 규모에서 개인이 이걸 구비할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무엇보다 창고가 있다고 해도 농작물 시세로 이득을 보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구비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도우너츠가 농협을 만든 것이다.
오직 그만이 이 농산물 시세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됐기 때문에.
‘한 놈이 더 생기면 곤란한데.’
그런데 지금 단무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비옥토가 전부 깔렸고, 농사도 시작됐으며 이미 시세차익도 굉장한 수준으로 얻었다.
이러다가 저들만의 자본으로 냉장 창고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오늘이 결전일이다.
“자, 여러분. 다들 창고에 작물은 구비하셨죠?”
“……그렇긴 했는데. 이거 되는 거 맞아?”
뿔라면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따지고 든다.
“이거 또 안 되면, 당신 진짜 각오해야 돼! 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지럽다
-사장이 이렇게 어렵구나……
-ㅋㅋㅋㅋ라면이 너무 매워욧!
게임인데도 진짜 압박이 느껴지는 듯한 말투였다.
도우너츠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한 번만 더 믿어주세요. 저 그간 잘해왔잖습니까? 여러분? 이번에 홍차 쪽에서 정확히 작물을 파악해 오고! 곧바로 전부 매도 포지션으로 가면! 쟤넨 끝나는 거 맞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늑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우우우우우우우!!!”
* * *
어둠 속에 몸을 숨긴 홍차.
그녀가 뒤쪽으로 사인을 준다.
“온다.”
몬스터가 몰려온다고.
쿠구구구……!
실제로 굳이 사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땅이 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숫자가 얼마나 많은 건지 늑대 특유의 그르렁거리는 숨소리들이 마을 외곽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저, 저깄다.”
그린티가 뒤에서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쪽에서부터 몬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좋아…….”
홍차는 씩 웃었다.
“규모 장난 아닌데?”
“으흐흐! 그러게요 언니! 이거 완전 난장판 한번 벌이겠는데요~?”
“축제로구나~”
“축제 축제~”
으흐흐흐.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신이 나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너무 신났네
-몬스터 급이 다른데???ㄷㄷ
-재밌긴하겠다
-단무지 잘가라~
몬스터가 오더라도 뚜두더지 정도일 줄 알았더니, 이런 규모로 올 줄은 몰랐다.
“이거 우리가 굳이 손 쓸 것도 없을지도.”
“하늘이 돕네.”
백숙과 그린티도 끄덕이며 몬스터들이 오는 것을 관망했다.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규모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는데.
정말 하늘이 돕는 걸까?
이건 아무리 아몬드라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장비의 문제가 아니었다.
절대적인 머릿수에서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그들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더, 더 가까이.
엄청난 속도다.
단무집을 저 기세로 헤집어놓는다 생각하니 미안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홍차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난다.
몬스터들은 달렸다.
멈추지 않고, 쭉.
“온다. 몬스터들 틈에 섞여서 숙 들어가는 거야. 최대한─”
바로 여기까지.
──뻐어어어어억!!!
홍차의 신형이 갑자기 검은 몬스터 무리에 치여 어딘가로 휙 흩어진다.
남은 건 그녀의 비명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몬도 같이 휩쓸려 끌려갔고.
“뭐, 뭐야!?”
“컥!”
그나마 조금 뒤에 있던 그린티와 백숙은 땅을 뒹굴다가 다시 고개를 드는데.
휙, 휙.
고개를 돌리며 홍차 위치를 확인한다.
“미, 미친…….”
몬스터들은 단무집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르겠다.
홍차는 저 멀리 한 50미터는 날아간 자리에서 부르르 떨고 있었다.
“으어으…… 뭐냐고 이거…….”
-??
-?
-뭐얔ㅋㅋㅋㅋㅋㅋ
-뭐지 대체?
시청자들도 모두 당황한 모습.
레몬이 옆에서 묻는다.
“어, 언니…… 단무집이 목표가 아니었던 거 아냐? 너무 멀쩡한데…….”
그녀의 말대로였다.
단무집은 흠집 하나 없이 그냥 지나갔다.
“아니야. 도우너츠 님이 분명 가장 큰 대지를 노린다고 했잖아?”
그린티가 와서 해명한다.
백숙도 끄덕인다.
“그게 맞음. 계속 그랬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여태 서크의 밤이 몇 번이었는데.
그중 예외가 없었다.
가장 큰 밭을 노린다는 가설은 유력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예외가 생긴다고?
하필 거사를 치르는 날에?
바드득.
홍차는 이가 갈렸다.
“에라이! 망할!”
퍽!
그녀는 홧김에 단무집의 밭을 발로 차버렸는데.
“어……?”
흙이 한 움큼 뒤집어져 버렸다.
“……?”
모두가 잠시 침묵했다.
여기 분명 단무지 소유라서 간섭 차단이 걸려 있는데.
발로 조금 찬다고 영향을 받을 리가 없는데?
아니면 적어도 홍차의 이름이 빨갛게 바뀌어야 했다.
그런데 둘 다 아니었다.
“뭐야 이거 왜 파지냐?”
퍽, 퍽, 퍽.
홍차가 곡괭이를 들고 더 땅을 팠다.
“심어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어떤 흙에도 어떤 작물도 없었다.
꿀꺽.
모두가 조용히 마른침을 삼킨다.
“설마.”
그때였다.
퍼어엉……!
엄청난 굉음이 그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
마을 어딘가에서 불이 났다.
“부, 불?”
“뭐야?”
집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안의 랜턴 초와 기름이 흘러 전부 타기 시작한 것이다.
어지간히 재수가 없는 집이다.
대체 어느 집이 이런 저주를 받은 걸까?
반응은 그린티가 제일 빨랐다.
“히이이이이익?!”
그는 희한한 소음을 내며 눈이 뒤집어졌다.
-?
-뭔데
-에?
-저기 우리집 아녀?
“저, 저기는 홍차 집인데?”
“뭔 개소리야! 재수 없는 소리 할래!?”
홍차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필 내 집이라고?
단무집은 거르고?
“아, 아니 진짜라고! 뛰, 뛰어! 미친 다 뛰어!!”
그러나 현실은 잔인했다.
진짜였다.
“!”
모두가 진짜라는 걸 받아들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도상 위치가 너무나 명확했다.
그들의 머릿속에서 아까 전 단무집 밭이 파지던 사실은 휙 날아가 버렸다.
그만큼의 패닉.
“안 돼…… 안 돼, 안 돼애애!!”
그저 부리나케 뛰기 바빴다.
엄청난 양의 몬스터들이 홍차의 모든 것들을 부수고 있었고, 화마는 그 옆, 그 옆옆집으로 건너가 위세를 자랑했다.
화르륵……!
“미친?”
띠링.
[jpg 님이 3만 원 후원했습니다.] [어디에 불이 났다길래 갔죠…… 그런데 제집이 불타고 있는 거예요……]이 후원과 함께 화마가 홍차집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쿠구궁!
* * *
치솟는 불길을 창문 너머로 감상하던 한 무리의 남자들.
아몬드와 단봉이, 고봉이었다.
“대성공입니다요! 단봉 님!”
“크으 불타오르네~”
-단봉님ㅋㅋㅋㅋㅋㅋㅋㅋ
-단무지 지렸다~
-ㅋㅋㅋㅋㅋ이거지
단무지의 계획이 완벽하게 성공했다.
아몬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단봉아.”
“감사합니닷!”
단봉이 덕에 마을 후원자 코인도 얻었을뿐더러 몬스터들도 피해갔다.
큰돈도 벌었다.
“너희 둘에게 줄 게 있어.”
아성에서도 그랬다.
굴릴 땐 굴리더라도, 공은 확실히 치하해야 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뭔가를 꺼내 툭 내려놓는다.
이것은 완전한 신뢰의 징표이자, 또 다른 새로운 사업의 시작.
[철갑옷] [철검] [철투구].
.
.
철로 만들어진 무구 세트였다.
“……이, 이건?”
단봉이가 눈을 글썽거린다.
감동과 원망이 뒤섞인 눈물이다.
‘이 미친놈…… 이런 게 있었단 말이야?’
여태 이걸 안 보여주고 뭐 한 거야? 돈 받고 팔기라도 하지.
-아니 뭐야 ㅋㅋㅋㅋㅋ
-저렇게나 많았다고???
-ㅁㅊㅋㅋㅋㅋ
-철부자기도했다니ㄷㄷ
-대체 정체가 뭐야???
그간 그를 괴롭혔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아몬드의 다음 말에 단봉이의 머릿속은 금세 말끔해졌다.
“둘 다 입어.”
“예?”
지금 당장 입으라고?
“한때 우리 차장님이 주식에 미쳐있었는데. 이런 말을 했었어.”
“……뭐요?”
또 무슨 미친 말을 하려고 남의 말을 빌리는 걸까.
단봉이는 손이 덜덜 떨렸다.
“공포에 매도해라.”
“……?”
-?
-??
-???
-반대 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포엔 매도할 수밖에 없는데요?
-ㅋㅋㅋㅋㅋ앜ㅋㅋ
사실 ‘공포에 매수하라’였다만. 단봉이는 굳이 딴지 걸지 않았다. 어차피 먹히지도 않을 거다.
“지금 홍차는 공포에 질렸을 거야.”
“그, 그쵸.”
“그러니까 우리는 파는 거야.”
“뭘요? 이 철 세트를요?”
“아니, 아니.”
척.
아몬드가 자신을 가리킨다.
“우리를.”
“저희를요?”
“몬스터로부터 지켜준 다음 보호비를 받는 거지.”
-다 털리거나 합류하거나 ㅋㅋㅋ
-은이냐 납이냐 ㄷㄷ
-미쳤다; 견과류 카르텔
-브레이킹넛츠 ㄷㄷ
단봉이의 눈이 흔들렸다.
“그, 그건 깡패잖아요?”
이 사람 어디까지 가려는 거야?
낚시한다며?
“나무위키에서 소작농을 보호하는 건 지주들의 의무였대.”
-나무위키 ㅋㅋㅋㅋㅋ
-지주 역할 잘하려고 그것도 보고 왔냐고 ㅠㅠㅠ ㅋㅋㅋ
-왤케 열심히냐 ㅋㅋㅋㅋㅋ
단봉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건 그렇죠. 근데 홍차는 소작농이 아닌데…… 왜 굳이 홍차를?”
뭣보다 소작농한텐 보호비를 안 받는데?
그때 고봉이가 끼어든다.
자신의 후임이 생길 것 같은 냄새를 귀신같이 맡은 것이다.
“아, 그러니까 홍봉이 잡으러 간다는 거죠?!”
그렇다.
아몬드 말은 홍차가 이제 소작농이 될 거란 뜻이었다.
-선입금이었누 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봉이 후임 겟도다제~ㅋㅋㅋ
-홍봉이 되는거냐고 ㅋㅋㅋ
-맞넼ㅋㅋ
-이제 소작농이 된다는거였구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