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7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5화(976/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5화
35. 송자 배(1)
치즈마을 개시 이튿날 오전 11시.
맑고 화창한 봄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영상이 업로드됐다.
[놀러 오세요. 치즈마을.]치즈 공식 채널에서 게시한 첫 번째 영상이었다.
길이가 굉장히 짧은 티저 영상이다.
영상을 클릭해 보면 유아 올튜브 컨텐츠에서나 들을 법한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이곳은 치즈마을입니다. 귀여운 새들이 노래하며 해님이 우리를 반겨주네요?]녹색의 넓은 평야가 비춰진다.
그 위에 조그마하게 솟은 치즈마을의 지붕들.
캉, 캉…….
2등신 캐릭터들이 돌아다니며, 소소하게 장비를 만들거나, 밭을 갈아 작물을 키운다.
[이곳에선 무거운 과제도 피로한 경쟁도 탁한 공기도 없어요.]꺄하하하~
치즈마을의 운영자 까망베르가 들판을 뛰어다니며 웃는다.
매우 인위적인 웃음.
그 위로 무지개가 지나가며 영상은 매우 짧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놀러 오세요! 치즈마을에!]음매~
투박한 폴리곤으로 만들어진 소가 울며 화면이 암전한다.
그런데, 영상은 끝이 아니었다.
치지지지직……!
두둥!
BGM이 바뀌었다.
흐릿하고 혼란스러운 화면이 나타난다.
“비…… 비선별인원!?”
검은 노이즈와 함께 터져 나오는 비명.
“죽여어어어어!”
“으아아아악!!”
새빨간 글씨로 도배됐다.
[sa474 님이 살해당했습니다!] [pep731 님이 살해당했습니다!] [38837 님이 살해당했습니다!] [9993hj 님이 살해당했습니다!].
.
.
“이, 이거 힐링 게임이라며?”
벌벌 떨며 말하는 미호가 비친다.
그 외 스트리머들이 킬로그를 보며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게 대체 뭐야?”
“누가 죽이는 거야?”
“마을에 여…… 연쇄 살인마가 있어.”
쿵, 쿵, 쿵……!
배경 음악은 점점 더 거세게 휘몰아치며, 화면은 더 빠르게 바뀐다.
“여기 농사 된다며!”
젤로가 빅팜의 목을 잡고 흔든다.
“얌마아아! 뭔 말이라도 해봐!”
스스스스……!
초코송이가 쥔 흙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전부 모래였다.
“흐으으으흑흑…….”
초코송이의 곡소리.
단무집에 수도 없이 울려 퍼지는 곡괭이 소리.
“네 이름은 이제 고봉이여.”
빚을 갚지 못한 고구마는 고봉이가 되었고.
이어서, 도토리묵의 눈이 클로즈업되어 희번덕거린다.
“오울블랙은…… 존재한다.”
쿵, 쿵, 쿠우웅!
웅장한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치솟았다.
드래곤이 등장했다.
“크르르……!”
거대한 화염이 모든 걸 휩쓸어버렸다.
죽은 사람들의 철 장비가 슬로우 모션으로 땅에 떨어진다.
어두운 화면 속, 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웃었다.
“와.”
그의 눈에 비친 건 검디검은 토양.
쿵, 쿵, 쿵, 쿠웅!
완벽한 절정 끝으로 오르는 음악과 함께 어두웠던 화면에 태양이 떠오른다.
동이 트는 밝은 빛 아래, 솟아나는 황금빛 작물들.
그것을 등진 한 남자.
그를 향해 단무지가 외친다.
“이…… 이게 몬D 로저! 농부왕이 될 사나이!!”
빠밤~!
효과음과 함께 치즈마을의 타이틀이 올라왔다.
[놀러 오세요. 치즈마을.]영상은 끝이었다.
댓글은 금세 달리기 시작했다.
-??
-힐링 게임이라며 ㅋㅋㅋ
-뭔데 대쳌ㅋㅋㅋㅋㅋㅋㅋ
-몬 D 로젘ㅋㅋㅋㅋ
-도토리묵 ㄹㅇ 미친놈처럼 나왔넼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놀러가고 싶다 나도 (아님)
└가자마자 죽을듯
└가면 즉사임 우리 피지컬로는ㅋㅋㅋ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제 힐링 게임 주세요
-ㅁㅊㅋㅋㅋㅋ
-저게 뭔데 ㅋㅋㅋㅋㅋㅋ
와중에 베스트 댓글들도 금세 생겨났는데 첫 번째가 이런 내용이었다.
-여기 나온 거의 모든 사건이 한 사람이 벌인 일이라면 믿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 상 현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
└진짜라는 게 개웃기네
└몬 D 로저……
그다음은 힐링 게임이라 주장하는 것에 대한 지탄이다.
-저기에 노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어케 놀러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하러 오라는 거임
└???: 우리 회사는 회사에서 놀고 먹고 자고 다해요
-웬 배틀로얄을 만들어놓고 놀러오라하누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미친 컨텐츠네 ㄹㅇㅋㅋㅋ
* * *
짝!
스크롤을 내리던 주혁이 손뼉을 마주치며 좋아라 했다.
“좋았다.”
고작 티저 영상이긴 하지만 아몬드의 분량이 상당했다.
“완전 주인공인데?”
장 피디가 믹스 넛츠의 투자를 받아서 일부러 챙겨줄 그럴 사람도 아니고, 이건 분명 아몬드의 능력이었다.
치즈마을 초반 서사는 지금 아몬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단 파프리카를 발견하고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낸 게 너무 컸다.
여기서 모든 스토리가 그를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그가 이끌어가는 이 치즈마을 서사의 유이한 대항마는 농협의 도우너츠와 광산의 젤로 정도였다.
적어도 오늘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꽤 유력한 대항마로 보였다.
* * *
현실의 시각과는 다르게 어둑어둑한 치즈마을.
아직 한밤중인 이곳에선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부, 불이야아! 불이야아아아!”
바로 홍차의 집이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뚜두더지로 인해 집의 일부가 무너져내리면서 안에 있던 초나 화로 등의 불에 옮겨붙은 것이다.
화르르륵!
그 불길은 너무 거세서 도저히 끌 엄두가 안 나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문제는 몬스터들.
[뚜두더지]농작물을 마구 헤집고 이리저리 땅을 파고 숨어들어서 잡기 곤란한 녀석들.
[아우우울프]순수 전투력도 높은데 협공까지 하는 녀석들까지.
“어, 언니 어떡하지!? 돌아갈까?”
홍차는 레몬의 머리를 뻥 치면서 버럭 소리친다.
“싸…… 싸워야지! 어딜 돌아가 인마! 저기가 우리 집인데!”
-캬
-이거지
-근데 어케 싸움……
-되는거야 이거?
“우리끼리 되겠어?”
뒤에서 그린티가 묻는다.
“몰라 해봐야지. 여기 평균 티어가 마스터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안 되겠어?”
홍차가 돌칼을 꺼내 들며 앞장선다.
그녀가 무작정 달려들기 시작하니 그린티, 백숙, 레몬도 별수 없었다.
“가, 가즈아아아!”
“몬스터 개자식들아! 여기다!”
그들의 어그로에 아우우울프가 반응한다.
타다다닥!
그들은 순식간에 대열을 만들어내며 이들에게 달려들었다.
컹!
“와악!”
홍차가 돌칼로 놈의 정수리를 정확히 타격한다.
뻐억!
달려든 아우우울프는 잠시 나가떨어졌으나, 체력은 거의 멀쩡하다.
[아우우울프] [체력 89%]그러나 돌칼은 부러진다.
[내구도 0]바스스.
“……어?”
이 정도였어?
이 게임에서 몬스터와 싸워 본 적이 없으니 힘의 차이를 몰랐다.
이 게임은 장비 간의 위계가 확실한 게임이었다.
돌칼로는 뚜두더지나 거머거미 몇 마리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아우우울프는 무리였다.
심지어 지금의 아우우울프는 밤의 영향으로 더 강해진 상태.
“끄아아아아! 언니!!!”
고군분투하던 레몬이 아우우울프에 물려 끌려간다.
“사, 살려줘! 살려줘!”
“레몬아아!”
홍차가 다른 돌칼을 꺼내 들어가면서 계속 쳐내지만 역시나 소용없다.
퍼엉!
몇 번의 휘두르기 끝엔 늘 돌칼이 부서졌고, 아우우울프는 거의 멀쩡했다.
“컹!”
아우우울프 중 몇이 뒤에서 달려들었다.
“으, 으아악! 놔!”
홍차의 뒤에 거의 아우우울프 세 마리가 달라붙었다.
-으악
-ㅁㅊ
-???: 팬이에요!
-와 이건 끝났는데?
-ㅈㄴ 세네 ㄹㅇ
-아니 뭐야 ㅠㅠ 어케 이겨 ㅠㅠ
그린티와 백숙도 상황은 마찬가지.
“제, 젠장 이걸 어떻게 한다는 거야?”
“나, 난 돌칼 없어. 이제…….”
무기는 다 닳고 주변에 뚜두더지는 가득했다.
홍차의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어, 언니이!!”
레몬은 끌려가면서도 홍차를 향해 손을 뻗는다.
“레몬아!”
“우, 우리…… 어, 어떡해? 이거 작물 다 어떡해?”
“기다려봐. 어떻게든…….”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 홍차는 여전히 아우우울프 세 마리를 떼어놓지 못했다.
-ㅠㅠㅠㅠ
-헐 ㅠㅠ
-레홍단 오열
-이게 뭐냐
-아니 ㅈㄴ 허무하네
누구보다 홍차를 믿는 레몬이기에 눈이 그렁거리기까지 했다.
“우리…… 지는 거야?”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는 그녀를 거의 처음 보는 것이다.
그때였다.
“이겨.”
촤아아아악!!
철검의 빛이 번뜩이며 아우우울프 한 마리가 쓰러졌다.
‘어떻게?’
아무리 철검이어도 아우우울프의 괴물 같은 체력이 단번에 동날 리가 없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
해답은 간단했다.
세 명이 동시에 아우우울프를 썰어버린 것.
[아몬드] [단무지] [고구마]번쩍이는 철갑을 차려입은 세 남자의 등장이 레몬, 홍차에겐 마치 구세주와 같았다.
그런 감정을 더 끌어내려는 듯, 단무지가 앞에 나와 외친다.
“마을의 영주가 되실 아몬드 님께서! 친히 너희를 구하러 오셨다!”
-?
-??
-영주였어?ㅋㅋㅋ
-영주가 되실은 뭐야 영주도 아니곸ㅋㅋㅋ
-영주 호소인ㅋㅋㅋㅋ
-엌ㅋㅋㅋ
“우리에게 합류하면 철로 만들어진 기본 장비를 나눠주고 지역도 함께 지켜줄 것이다! 너희가 해야 할 건 농사뿐이다!”
여기에 고구마가 덧붙인다.
“물론! 이름도 홍봉이로 개명해야 한다!”
-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봉이 후임 생각에 신났누 ㅋㅋ
-홍차야 더블백 풀어라~
-기사라니 진짜 봉건사회냨ㅋㅋ
-엌ㅋㅋㅋㅋ
-고구마 홍봉이 포기 못하누 ㅋㅋㅋ
-고봉이 그래도 측근 기사가 됐어 ㅠㅠ
홍차가 입술을 짓씹는다.
“홍봉이는 안 돼.”
“뭐? 그럼 우린 간다.”
고구마가 휙 돌아서 버린다.
아쉬울 게 없는 것이다.
“크아아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아우우울프들이 다시 이빨을 들이민다.
“아니, 아니야!”
홍차가 다급히 손을 뻗는다.
그녀는 얼굴이 시뻘게져 중얼거린다.
“홍…… 홍송이로 해줘.”
“언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자존심ㅋㅋㅋㅋ
-홍송잌ㅋㅋㅋㅋ
-견씨세가 송자 배 봉자 배 ㄷㄷ
-뭔가 ㅋㅋㅋ 화투에 나올 거 같은 이름인데
-애송이냐?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와중에 여자 같은 이름은 하고 싶었나봐 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