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7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7화(978/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7화
35. 송자 배(3)
홍차를 따라왔던 그린티와 백숙.
이들은 겨우 몬스터들로부터 도망쳐 어느 거대한 나무 틈새로 숨어들었다.
“허억…… 헉…….”
“미친. 너무 센데? 홍차랑 레몬 어딨지? 걔네 집이잖아!”
“모, 모르겠어.”
백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털썩 주저앉는다.
이런 장비로는 상대할 수가 없었다.
“철 모아서 장비 만들어야겠다. 더 이상 몬스터들이 단무집만 노리는 게 아니라면…….”
“대체 뭐냐고.”
-ㄹㅇ
-왜 여기로 왔지?
-그냥 랜덤 습격이라니까 ㅋㅋㅋㅋ 걍 단무집이 커서 많이 당한거라고
-ㅇㅇ장비 맞춰야 됨
“우리도 장비를 맞추거나 해야 할 것 같다.”
철광석을 사야 될 것 같다고 느끼는 그때.
“돌겨어어어어억!!”
멀리서부터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
둘은 고개를 빼꼼 내밀고 함성의 정체를 확인한다.
뿅뿅뿅뿅!
다섯 명의 아바타가 몬스터 무리를 향해 열심히 달려 나가고 있었다.
“뭐야…… 철갑?”
“와. 무슨 기사들이냐?”
철로 온몸을 휘감고, 적들을 향해 맹렬히 달려드는 그 모습은 흡사 기사에 비할 법했다.
“잠깐.”
근데 그린티가 보기에 익숙한 실루엣이 하나 있었다.
몇백 미터 떨어져 있어도 한눈에 구분할 수밖에 없는, 심지어 아바타여도 그렇게 구분할 수 있는 그런 사람.
“홍차잖아?”
홍차였다.
홍차가 어디서 구한 건지 철갑을 온몸에 휘감고 철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촤아아아악!
-ㄷㄷ 홍차???
-ㄹㅇ??
-뭐지?
-뭐야 저 장비 어디서 구했냐
그린티는 아몬드 기사단이 오는 것조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장비의 출처를 예상할 수가 없었다.
홍차 주변에 있는 나머지 셋이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더, 더 몬스터들이 집결한 홍차의 집 쪽으로 파고들었다.
“여기! 여기로 모여서! 방진!”
아몬드의 명령에 따라 방패를 사방으로 내밀며 방진을 구성했다.
방패 사이로만 칼을 내밀며 몬스터들을 도륙해댔다.
촤아아악!
촤악!
단 다섯 명이 수십의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
그린티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저렇게까지 한다고?’
저건 어지간히 잘 싸우는 놈이 아니면 불가능한 오더였다.
“대체 쟤 누구냐?”
“몰라. 잘 안 보여.”
설마하니 적이나 다름없는 아몬드가 왔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는 그린티와 백숙.
그들은 저들이 점점 더 길을 뚫고 와서 아이디가 보이는 시점이 되어서야 정체를 알게 됐다.
[아몬드]방진의 가운데 선 사람은 아몬드였다.
“!?”
아몬드가 구하러 왔다고?
대체 왜?
아니, 그보다…….
‘홍차는 왜 아몬드 옆에서 싸우고 있는 거야?’
* * *
아몬드는 방진 가운데에서 상황을 살피며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1보!”
척!
이들은 마치 한 몸처럼 앞으로 내디뎠다.
-캬
-이게 국가대항전 MVP?!
-미쳤다
-국가대항전 한 보람이 있누
-이거 진짜 되겠는데
방패의 대열엔 흐트러짐이 없었다.
‘몬스터들이 멍청해서 할 만하네.’
이게 국가 대항전이었다면 이런 어설픈 오더와 진 짜기는 진즉에 박살 났을 테지만.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다. 이들은 상당히 멍청한 AI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아주 잘 먹혀들고 있다.
“온다!”
“찔러! 찔러!”
마구 달려드는 아우우울프들.
그들의 맞이하는 건 철옹성 같은 방패 사이, 바짝 날 선 검이다.
푸욱!
“깨갱!”
아우우울프들 몇몇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윽!”
그러나 이쪽도 피해는 만만찮다.
“바, 방패가!”
펑.
방패도 결국 내구도가 있다.
누구의 것은 금세 깨져 나갔다.
몬스터의 숫자가 많으니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방진이 점차 와해된다.
“불 쪽으로!!”
이때 아몬드가 불타 무너진 홍차 집을 가리킨다.
“불 쪽으로 몰아!”
“!”
그렇다.
몬스터들을 굳이 직접 잡지 않고, 주변을 집어삼키고 있는 불길을 아군 삼아 상대할 수 있었다.
불길은 계속 커지고 있었고, 몬스터들은 인간만큼 불에 예민하게 반응해 피하지 못했다.
“여기로!”
쿵!
방진이 나아간다.
이제 죽이는 게 아니라 나아가는 게 목적이다.
“밀어어어!”
단봉이가 외치며 방패를 쭈욱 내민다.
터엉!
“컹!”
아우우울프 하나가 밀려나며, 등 쪽에 불이 붙는다.
화르륵!
“아우우우우우우우!”
아우우울프가 울부짖는다.
몬스터들이 일부 물러났다가 다시 달려들고, 이쪽은 다시 그들을 밀쳐낸다.
진영을 두고 벌어지는 줄다리기.
“한 번 더어어!”
터엉!
다시 몇몇 아우우울프들이 불로 밀려난다.
화르르르륵……!
더 큰 불이 옮겨붙는다.
“돼, 됐다!”
아우우울프들 몇이 겁을 먹기 시작했다.
“끼이이…… 끼잉……!?”
몇몇이 겁을 먹으면, 협공은 성립할 수 없다.
아몬드는 지금이 기회라 여겼다.
“방진 해제! 흩어져서! 사방에서 몰아!”
모두 방패를 내리고 흩어져 내달렸다.
뿅뿅뿅!
누가 어디로 간다고 약속된 것도 아닌데 몬스터들을 완벽하게 5 방향에서 압박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집을 지키려는 홍차.
“죽어어어!”
비율을 올리고 싶은 단무지.
“간드아아아!!”
후임이 생겨서 사기가 한껏 오른 고구마.
이들은 겁 없이 단신으로 고함을 내지르며 수십 몬스터들을 몰아세운다.
싸움은 기세다.
“죽여!”
“썰어!”
“여, 여기! 여기!”
촤아아아악!
촤악!
베고, 막고, 찌르고, 쫓아가고, 도망가고.
정신없이 적들을 도륙하고, 불지옥으로 밀어 넣었고.
화르르륵!
먹이를 게걸스레 먹어치운 화마는 점점 더 커져간다.
“이길 거 같은데!?”
몬스터들의 기세는 이미 한참 사그라들었지만, 불길은 더 거세졌다.
“이쪽으로! 이쪽!”
그럴수록 불길을 이용해 더 몬스터들을 밀어붙였고.
이윽고 동이 튼다.
-오
-해떴다
-ㄷㄷ
-해다
-이겼어??
햇볕이 드리운다.
“뀨으!?”
뚜두더지들이 화들짝 놀라 땅속으로 전부 돌아가고, 아우우울프 대다수는 이미 쓰러져 불타고 있다.
스스스……!
동이 트며 따스한 바람이 들판을 훑는다.
몬스터들은 마치 땅거미처럼 햇볕과 함께 서서히 물러났다.
“깨갱!”
살아남은 아우우울프들은 아예 뒤로 돌아서 달려 도망쳤고, 뚜두더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홍차의 눈이 흔들렸다.
“됐…… 됐…… 됐어.”
그녀가 투구를 벗어 던지며 소리쳤다.
“와아아아! 씨발! 이겼다아아!”
-ㅅㅂㅋㅋㅋㅋ
-바로 욕 박네 ㅋㅋㅋㅋ
-이게 홍차지
-크
봉송 기사단 첫 출격.
이날은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 * *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던 그린티와 백숙.
이들은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뭐지.”
“홍차가 아몬드한테 붙은 거 같은데?”
“이럴 수가.”
그린티는 다소 충격 먹은 표정이었다.
-앗……
-견태양 이 자식 ㅠㅠㅠ
-엥???
-헐 ㅋㅋㅋ
-ㅁㅊ 농협의 배신자였어
“그럴 수밖에 없긴 한가.”
그런데 잠시만 생각해 봐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금 홍차의 집 상태를 보라.
아직도 활활 불타고 있다.
그녀는 모든 걸 잃었다.
그때 도와주러 온 게 아몬드의 세력이었다.
도움을 일단 요청할 곳이 저쪽뿐이었던 것이다.
“나도 그럼 바꿔야 하나?”
그린티는 고민됐다.
홍차는 그의 연인이다. 그녀가 세력을 바꿨다면 그린티도 바꾸는 게 보통이다.
“뭐?”
그런데 백숙이 기가 차다는 듯 으르렁거린다.
“현생 끌고 오지 마라. 그린티야. 우린 농협이야. 도우너츠 형님을 배신할 생각이냐?”
-ㅋㅋㅋㅋㅋㅋ
-너무하네 ㅋㅋㅋ
-현생 오면 재미없제~
-홍차한테 처맞겠는뎈ㅋㅋ
“하…… 하지만…….”
“너 빚진 것도 많잖아?”
그랬다.
도우너츠 역시 이들을 빚으로 묶고 있었다.
그 빚이란 냉장 창고 사용료나 밭의 임대료였다.
“하. 젠장.”
“일단 홍차도 어차피 다 불타서 망했어. 그러니까. 농협으로 돌아가서 보고하자. 그게 맞지. 치즈마을 주민으로서 생각해 보라고.”
“그, 그래!”
그린티는 마음을 굳혔다.
현실에서 연인이라는 이유로 여기서 세력을 이리저리 옮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홍차야 도움을 받았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린티는 아니었다.
“오케이. 일단 돌아가자.”
그렇게 백숙과 그린티는 농협의 본부로 돌아갔다.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하기 위해.
* * *
한편 홍차의 집.
그곳은 다 타고 사라진 검은 폐허뿐이었다.
“하아…… 이, 이기긴 했는데…….”
“언니…….”
레몬은 홍차를 위로하듯 그녀를 끌어안았다.
팔이 짧아서 잘 안 됐지만 말이다.
홍차는 레몬의 포옹에 잠시 마음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이내 분노에 부르르 떨었다.
“그나저나 그린티 이 자식은 어디 간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또린티 탓 ㅋㅋ
-싸우고 있었는데?
-그린티 좀 그만 갈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싸우다 죽은 거 아님??
“큐티파이나 보러 갔나?”
“에이. 언니. 그건 아닐 거야. 큐티파이 여기서 그냥 2등신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
-여기서 봐서 뭐 어쩔건데 ㅋㅋ
-맞네 ㅋㅋ
-캬
-모솔이 무적인 세계관 ㄷㄷ
“그, 그렇네.”
홍차는 머리를 긁적였다.
괜히 화를 냈나?
그린티가 그래도 잘해주는데 말이다.
“여튼.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홍차는 폐허가 된 집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몬드 쪽에 합류하긴 했는데 모든 걸 잃은 상태로 합류해 봐야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거다.
“근데 언니. 언제 배신할 거야?”
“음.”
홍차는 잠시 망설인다.
‘아까 너무 열심히 싸웠나.’
단봉이가가 자신의 뒤를 봐주고, 고봉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웠던 기억이 스쳐 간다.
아몬드의 오더에 따라 합을 맞췄던 전투의 경험.
전사라면 누구나 감복할 만한 전투였다.
홍차는 흔들렸다.
“……기, 기회를 봐서.”
그래도 그녀는 의리로 사는 사람이다.
한 번 농협은 영원한 농협.
배신은 해야 한다.
“그래? 그럼 우리 지금 숨을까?”
“숨어?”
“응. 잠깐 숨었다가 확!”
“……오.”
홍차는 그럴듯해 보였다.
지금이 적이 가장 지쳤을 때 아닌가?
* * *
그러는 한편 아몬드와 봉봉이.
“어떻게 치우긴 했네요.”
“대단하십니다! 대가아아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봉봉이들ㅋㅋㅋ
-방진 오더 지리긴했어
-대감 진짜 웃음벨이네
봉송 기사단의 첫 전투는 대승이었다만, 문제가 있었다.
“근데 다 타버렸네?”
홍차의 자산이 다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좋지 않습니까? 죽어라 일할 테니까요. 으흐흐.”
-고봉이 ㅋㅋㅋㅋ
-난 고봉이가 젤 무서워……
-고봉아 ㅋㅋㅋㅋ
-경험담이냐?
“확실히 그렇긴 할 텐데.”
아몬드는 그래도 뭐라도 건질 게 없나 하는 마음에 새카맣게 탄 폐허 앞으로 향한다.
정말 더럽게도 많이 탔다.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타버렸는지. 땅마저 시커멓게…….
‘어?’
아몬드의 눈이 잠시 흔들린다.
아몬드는 곧장 봉봉이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여기 아무도 못 오게 경계 서라.”
이해할 수 없는 명령.
그러나 단봉이와 고봉이는 이미 아몬드의 말이라면 껌뻑 죽었다.
방금 전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막을까요?”
“홍차 밭 전체. 영역에 못 들어오게 해.”
“알겠습니닷!”
척.
단봉이가 경례를 올리더니, 고봉이를 발로 뻥 찬다.
“고봉아! 얼른 개같이 뛰어가지 않고 뭐 하냐!!!”
“아, 아이고!! 알겠습니다!”
고봉이는 억지로 밀려나며 다른 누군가를 찾았다.
“홍송아아!! 레송아!!! 아니, 이 자식들이 어디로 간 거야? 이거 신참들이 빠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내리갈굼 ㅋㅋㅋ
-바로 송자 배 찾는거 ㄹㅇ 소름이넼ㅋㅋㅋ
-앜ㅋㅋ
한편 아몬드는 그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기다린 후.
밭으로 다시 눈을 돌린다.
‘이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