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7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9화(980/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09화
35. 송자 배(5)
농협.
말 그대로 농민 협동체다.
치즈마을의 최대 세력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2가지다.
첫째는 24시간 돌아가는 텃밭.
이들은 개인 소유의 텃밭을 모두 공유했으며 그 덕에 몇몇이 게임을 나가 있을 때에도 들어와 있는 다른 농민들이 그 텃밭을 이용할 수 있었다.
농협의 농장은 무한히 돌아가며 무한히 농작물이 쌓였다.
여기서 농협의 두 번째 무기가 등장한다.
냉장 창고.
매우 비싸고 관리도 어려운 아이템이지만, 모두의 돈이 모이면 얘기가 달랐다.
농협의 농작물은 전부 냉장 창고로 들어갔다.
그 덕에 일주일 정도 보관이 가능했고, 좋은 시세를 기다릴 수 있었다.
어떤 시세에 어떤 농작물을 팔지는 도우너츠가 결정했다.
그는 상당히 잘하는 편이었다.
여기서 생긴 수익은 농협에 투자한 금액대로 퍼센티지로 나눠 가져간다.
이는 주식 시장을 방불케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었고, 도우너츠 정도의 머리가 아니면 계산하고 만들어낼 수 없는 고차원적인 조직이었다.
농협은 이렇게 아주 수월하게 치즈 마을을 지배해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때 변수가 등장한다.
[도토리묵: 오울블랙은…… 존재한다!!]정말로 비옥한 토양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비농협이었던 단무지의 집에.
그 이후 마을에선 늘 비옥한 토양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그게 수확량이 정말 300%래?”
“글쎄 거기서 자란 건 모두 최상등급으로 나온대.”
“심지어 물도 자주 안 줘도 된다는데?”
“아몬드는 대체 그걸 어디서 가져왔지?”
“자기가 만든 거 아닐까?”
“아몬드의 똥으로 만들었다는 말도 있어…….”
별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까지 퍼져 나갈 정도로, 비옥한 토양은 모두의 관심을 받는 아이템이었으며,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 우리도 비옥토만 있었다면…….”
“어허. 쉿. 농협 안에서 그런 말 하지 마. 여기 분위기 안 좋아져.”
“그, 그런가?”
한동안 농협에선 비옥토를 언급하는 것조차 암묵적인 금지였다.
선망과 질투의 대상.
모두의 워너비, 비옥한 토양!
“이…… 이게 대체…….”
그것이 지금 홍차의 눈앞에 쫙 깔려 있다.
그녀는 상상도 못 했다.
몬스터들이 죽고 불에 타서 저절로 자기 텃밭에 생긴 토양이라는 건.
그녀의 눈에 보이는 건 이미 깔려 있는 비옥한 토양과 그 앞에 비옥한 토양 블럭을 쥐고 웃고 있는 아몬드.
모든 것이 불타서 무너져 내린 이 절망의 순간에 가장 선망했던 토양을 깔아준 사람.
아몬드.
띠링.
[홍가씨 님이 2만 원 후원했습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이 후원의 말 그대로였다.
내 밭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아몬드.
-이런 걸 준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홍송이 되자 그냥ㅠㅠ
-???: 노, 농협에선 한번도 이런 적 없었어……
-캬
-이거 그냥 기사단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 홍송하옵니다 대가암!
홍차의 시청자들도 슬슬 아몬드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었다.
무엇보다 홍차 자신이 크게 흔들렸다.
비옥한 토양을 아무렇지도 않게 깔아주고, 자신의 집이 불탈 때 달려와 줬으며, 함께 싸웠을 땐 가슴이 뛰었던 동료들.
애초에 불에 타게 된 경위가 아몬드 때문이지만, 눈앞에 깔린 까만 토양처럼 홍차의 머릿속에서 그 과거 일은 까맣게 지워졌다.
이에 아몬드가 씩 웃으며 밭을 가리키는데.
“홍송이 레송이랑 같이 농사짓고 나랑 수익을 나누면 되는 거야.”
홍차는 절로 경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척!
“충! 성! 기사단에 목숨을 바치겠습니다아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이거지~
-캬
-박력 보소
-아 고놈 참 대장군 감이로구나!
어라?
난 농협인데?
왜 손이…… 저절로…….
설상가상, 레몬도 그녀를 따라 경례를 올린다.
“저, 저도오오!! 충! 성!”
* * *
잠시 후.
아몬드가 봉봉이들과 함께 단무집으로 떠났다.
홍차는 자신의 집터에 남아 레몬과 함께 폐허를 재건하고 있었는데.
레몬이 와서 은근슬쩍 묻는다.
“언니. 우리 아몬드 쪽으로 돌아선 거야?”
방금의 경례는 누가 봐도 진심이었다.
홍차를 잘 아는 레몬이 보기엔 더 그래 보였다.
“아니? 우린 농협인데. 뭔 말이야.”
“으음? 근데 아까 우리 아몬드 님 기습한다고 해놓고…… 결국 안 했잖아.”
“…….”
원래 계획은 아몬드와 대화하면서 방심하게 한 뒤 갑자기 칼을 들고 마구 찌르는 거였다.
“하. 몰라.”
홍차는 조금 짜증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채 대충 대답했다.
그녀도 자신의 마음을 알기 힘들었다.
“뭐, 그래. 지금을 즐기자 이거지?”
“…….”
“이거 진짜 대박이다. 으흐흐.”
레몬이 비옥토를 들어 올리며 신나 한다.
“진짜 2배야.”
홍차는 묘한 표정으로 레몬이 들어 올린 비옥토를 바라본다.
“어.”
뭔가 이상하다 생각한 것이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레몬. 근데 우리 간섭차단…… 걸려 있지 않아?”
“난 언니랑 공동명의잖아.”
“아니, 그러니까 너 말고. 아몬드 말이야.”
“아몬드 님은 당연히 간섭차단 걸리지?”
“근데 어떻게 비옥토를 깔았어?”
그렇다.
간섭차단은 말 그대로 간섭을 차단하는 것이다. 단순히 가져가는 걸 못 하는 게 아니라, 이 대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대지 위로 올라온 농작물을 가져가는 것, 그 위에 놓인 물건을 가져가는 건 상관없지만, 건축물과 대지는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허술한 아몬드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변명해 버린 것.
그런데 그는 이런 쪽으로 운이 따르는 걸까?
레몬이 대신 변명해 준다.
“그거 몬스터가 다 뒤엎어서 풀린 거 아냐?”
몬스터가 뒤집어 엎어놓은 토양은 간섭차단이 풀린다.
그래서 아몬드 역시 어떤 비옥토는 가져갈 수 있었고, 어떤 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나라도 남겨놓으면 레시피를 들키기 때문에 다 줘버린 것이고.
“아…….”
홍차는 대수롭지 않은 듯 끄덕였다.
“몬스터 놈들. 얼마나 헤집은 거야.”
홍차와 레몬은 자신들의 간섭차단을 경험할 수가 없으니 몰랐다.
여기 있는 수많은 비옥토 중 어떤 것은 간섭차단이 걸려 있었다는 걸.
* * *
홍차의 실제 마음이 어떤지와는 상관없이 주변에서 그녀를 목격한 이들은 전부 그녀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농협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차가…… 넘어갔다는 게 사실입니까?”
상석에 앉은 도우너츠가 심각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린티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백숙이 끄덕인다.
“허…….”
도우너츠는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홍차는 농협의 충성스러운 일원이었고, 큰 자산이었다.
홍차는 농협 내 최대 부지를 갖고 있었고,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전을 짠 것도 다름 아닌 그녀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몬스터들이 단무집으로 가지 않고 홍차네로 갔어요.”
뭐라고?
백숙의 증언에 다른 농협 일원들이 수군거린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제일 큰 곳으로 간다며! 당신이!”
누군가 도우너츠를 가리킨다.
“그건 분명합니다.”
“근데 왜! 홍차한테 가냐고!!”
화살이 도우너츠에게 돌아간다.
이때다 싶어 뿔라면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역성을 낸다.
“내가 말했잖아아아!! 이 자식 이거 끌어내려야 된다니까!?”
그가 삿대질하며 가리키는 건 당연히 농협의 협회장인 도우너츠였다.
마지막 기회로서 받은 농작물 염탐 작전도 실패로 돌아간 데다가 주축 세력 중 하나인 홍차와 레몬마저 적에게 넘어갔다.
최악의 최악인 셈이다.
주식으로 치면 경쟁사 견제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주력 상품의 기술력마저 도둑질당해 버린 것.
도우너츠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전했다.
“죄송합니다. 책임자로서 부족함을 느낍니다.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선 할 말이…….”
그가 고개를 숙이는 와중에도 농협 일원들 중에선 그에게 계란과 양배추를 던지는 자들이 있었다.
그래도 사람이 고개를 숙이는데 너무한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럴 만했다.
“……할 말이 있습니다아아아아!!”
도우너츠가 갑자기 눈을 까뒤집으며 돌변한 것.
-할말이 있습니다 ㅋㅋㅋㅋ
-할 말이 없습니다 아녔어??ㅋㅋㅋ
-항상 할 말이 있긴함
-???: 할 말이 있음.
작전을 완벽하게 실패해 놓고, 할 말이 있다는 도우너츠.
“듣자 듣자 하니까! 내가 무슨 다 틀렸대!”
“다 틀렸잖아!”
“내가 말한 게 틀린 건 아니라니까!? 감자 환술 말고는 다 맞다고! 몬스터가 홍차한테 간 건! 걔네가 밭을 팔았든가 뭔 수를 썼겠지!”
도우너츠는 정확히 파악했다.
“뭐!? 몬스터한테 안 당하려고 밭을 팔아? 그놈들이? 구더기 무서워서 장 안 담그나!?”
그러나 밭을 파는 건 농부들로서는 상식 밖의 강수였다.
땅의 크기가 곧 생산력이니까.
“뭣보다 팔았으면 거래 내역이 떠야 하는데! 안 뜨잖아?”
부동산 거래 내역은 마을 게시판에 표시된다.
그래서 단무지가 싸게 팔더라도 빅팜에게 판 것이다.
“…….”
땅값은 갖고만 있어도 오르는 자산.
그걸 빅팜한테 판다는 생각은 쉽게 하기 힘들었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비옥토를 생각하면 가능했다.
“그건 빅팜한테 판…….”
도우너츠가 설명하려는데.
“뭐? 빅팜한테 땅을 원가로 다시 팔아? 넌 꼭 집사고 나갈 때 건설사한테 분양가로 팔아라? 어?”
“뭐, 뭐야!? 그게 아니라 내 말을 좀…….”
“네가 뭔 염치로 할 말이 있어!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뿔라면이 또 몰아세운다.
도우너츠는 당하기 싫었는지 억지를 부린다.
“그걸 왜 당신이 정합니까!? 할 말이 있다면 있는 거지! 이 버러지야!”
“뭐어?! 버러지? 당신 말 다 했어!?”
“아니? 다 안 했어! 아까부터 할 말이 있다니까! 다 하긴 뭘 다 해!”
“뭐야!? 확 한번 붙어볼까? 어? 90년대 스타일로?!”
그러자 뿔라면이 기어코 칼을 빼 들었다.
스릉!
“아, 아이고! 이건 아니에요! 좀 진정들 하세요!”
피클이 일어나 뿔라면을 말렸다.
“놔봐! 놔! 저 자식 목을 쳐서 여기 협탁에 올려놓고! 얘기하자고!”
“목을 치면 어떻게 얘기를 해요!? 이런 식으로 무슨 협회를 운영합니까?”
“나 때는 국회도 이렇게 운영했어! 농협 같은 건 그냥 주먹으로 하는 게 맞아!”
“???”
강한 자만 살아남던 시절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신세대인 피클은 잠시 벙찐 표정이 됐다.
‘진짜로 국회를?’
-ㅁㅊ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90년대 스타일ㅋㅋㅋㅋㅋㅋ
-그때는 격투기 합 7단 이하는 법안 통과 못시켰어~
-ㅈㄴ 뻔뻔하네 ㅋㅋㅋㅋㅋ
-캬 이거지
-y2k식 주총 ㅋㅋㅋㅋ
그때였다.
피클이 잠시 방심한 사이, 뿔라면이 튀어 나가 칼을 휘둘렀다.
“죽어 이 양반아아아!”
카아앙!!
도우너츠가 칼을 빼 들어 막았다.
“싫다! 이 양반아!”
-ㅁㅊㅋㅋㅋㅋㅋㅋㅈㄴ웃기넼ㅋㅋㅋ
-아재들ㅋㅋㅋㅋㅋ
-이게 뭐얔ㅋㅋ
-결투로 해결하는게 유구한 전통임
-ㅁㅊㅋㅋㅋ
아무래도 처음 시작되는 마을답게 의견 수렴 방식도 예전 방식으로 회귀한 모습. 하기사 유럽이고 아시아고 가릴 것 없이 예전에 모든 걸 결투로 해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결투는 보통 1 대 1로 끝나지 않는다.
척!
도우너츠 옆에 있던 백숙이 갑자기 박차고 일어난다.
“아니, 그래도 도우너츠 님이 여태 이 농협을 이끌어 여기까지 온 거 아닙니까!?”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제 나가시라는 거 아니야!”
중년 탐정이 뿔라면 편을 들며 일어선다.
스릉! 스릉!
두 편으로 쫙 갈려서 서로 칼을 뽑는 농협.
-앜ㅋㅋㅋㅋㅋㅋㅋ
-캬
-명장면 다 뽑누 ㅋㅋㅋ
-지리네 ㅋㅋㅋㅋ
-농협 시빌워 ㅋㅋㅋㅋㅋㅋ
“땅 없는 놈들만 도우너츠 편에 붙은 거 봐 개역겨워! 밭 공유하는 게 지들한테 이득이니까!? 어!?”
“땅 없어도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땅이 적은 사람은 도우너츠의 편, 땅이 많은 사람은 뿔라면의 편을 들었다.
둘의 방향성은 애초부터 많이 달랐던 것.
뿔라면은 기본적으로 땅의 크기 그대로 비율을 높여 받아야 한다는 주의.
도우너츠는 아직 그건 시기상조고 적당히 높게 받고, 나머지는 상생 비용으로 후발주자들을 도와야 조직이 공고해진다는 주의.
이런 첨예한 사상적 대립은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다.
“뭐, 뭐라고!?”
“죽여어어어!”
“에라이!”
카가강!
수많은 검들이 부딪혔다.
“으아악!”
“도우너츠! 도우너츠부터 죽여!”
뿔라면이 수많은 인파를 비집고 도우너츠를 향해 칼을 찔렀다.
“이, 이 지독한 양반이!”
챙!
도우너츠가 뿔라면의 칼을 쳐낸다.
-앜ㅋㅋㅋㅋㅋ
-개난장판이네 ㄹㅇㅋㅋㅋ
-와
-그러니까 이게 다 아몬드 감자환술 때문인거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는 농협의 일원들.
혈투를 벌이면서도 그들의 머릿속엔 이런 의문이 남았다.
이대로 농협은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만약 그때 굳이 아몬드를 견제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모두의 머릿속에 그런 의문이 남았다.
이런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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