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7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0화(981/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0화
36. 농협 vs 기사단(1)
농협이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와중.
그러거나 말거나 치즈마을엔 아침이 밝았다.
“꼬끼오~”
어떤 농장에서 키우는 수탉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단무집의 소파에 앉아 있던 아몬드는 그 소리에 잠시 창가를 바라보다가, 다시 채팅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는 잠시 시청자들과 토론하고 있었다.
농협만큼은 아니지만, 아몬드도 나름대로 고민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원래는 홍차랑 레몬은 경비원으로 쓰려 했거든요? 소작농은 부업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 역시 상황이 의도한 대로만 흘러가고 있진 않았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그런거였구나
-하긴 경비원이 있긴해야함
-몬스터가 또 올수 있긴해서……
아무리 단무지가 텃밭 사이즈를 줄여서 이번 습격은 피했다고 해도, 계속 크기를 줄인 채로 싸울 순 없었다. 언젠가는 땅의 크기도 키워서 제대로 크게 벌어야 한다.
그러려면 경비부대가 있어야 했다.
“근데 비옥토가 떠서 농부가 메인일 거 같습니다.”
비옥한 토양이 홍차 집에 깔리는 바람에 상당히 일이 꼬였다.
비옥토를 두고 경비를 시킨다는 건 어불성설.
저들은 당분간 농사만 지어야 할 것이다.
“그럼 다시 뽑아야 되는데.”
결국 홍차와 레몬 외에 진짜 경비대원만 할 사람으로 다시 골라야 했다.
“으.”
아몬드는 머리를 싸맸다.
지킬 사람은 없는데 지킬 것만 늘어난 상황.
“홍차 다음으로 밭이 큰 사람이 누구죠?”
-?
-모름
-어케암
홍차 다음 타깃을 경비대원으로 써야 할 수도 있었다.
“몬스터가 어디로 갈지 아시는 분?”
-그걸 왜 여기에 물음ㅋㅋㅋ
-성좌가 작전도 짜주리?ㅉㅉ
-아아가는 몰라 아무것도 몰라
-글쎄
다들 아무거나 물어보는 아몬드를 놀리기 바빴지만, 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와중에 정답도 들어 있었다.
-아마 모솔 아님?
-모솔이 치고 올라오던데
모솔이 다음 타깃이라는 의견이 몇몇 보인다.
“……모솔이요?”
그런데 아몬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모솔인데요?”
-?
-??
-ㅁㅊ
-설마 모솔 까먹음?
-치키챠 원주인이잖아 ㅋㅋㅋ
-너무하넼ㅋㅋㅋㅋ
“농담입니다~”
아몬드는 농담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무리 그래도 치키챠를 만든 사람을 까먹진 않는다.
-진짜임?
-(진담입니다~)
-얘 진짜 몰랐던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농담입니다<< 이게 농담
-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이었지만 시청자들이 믿지 않았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띠링.
[가지볶음 님이 3천 원 후원했습니다.] [저도 농담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밴 언제 풀렸냐?
-빙결 해제됨?
-ㅋㅋㅋㅋㅋㅁㅊ
-누가 농담으로 30만원을 쏘는데~ 니가 루비소드여?
-엌ㅋㅋㅋㅋ
-가지쉑ㅋㅋㅋㅋ
아몬드는 이 후원에 대답하지 않았다.
‘모솔이라…….’
그는 대신 모솔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냥 경비대원으로 쓴다? 직업 농부인데?’
채팅창을 보아하니 모솔은 홍차 다음가는 밭을 갖고 있고, 유일한 직업 농부였다.
경비대원으로 쓰는 게 맞을까?
농부로 쓰는 게 효율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식이면 언제 경비대를 구하지?
결국 몬스터들은 가장 잘나가는 농부한테 갈 텐데.
그때마다 농부로 받아들이면 경비대는 모집할 수가 없다.
툭, 툭…….
책상을 두드리는 아몬드.
‘음?’
어떤 계획이 떠오르긴 했다.
다만 고민거리가 있다.
이걸 혼자서 해결할 순 없었다.
늘 그랬듯 또 다른 머리를 빌려야 했다.
* * *
아몬드가 소파에서 혼자 고독히 작전을 짜는 사이, 간만에 봉봉이들끼리 보낼 시간이 생겼다.
“단봉 님. 한 잔 받으시죠.”
쪼르르.
고봉이가 단봉이에게 녹차를 따른다.
“크. 달구나. 달아.”
-ㅋㅋㅋㅋㅋ
-녹차가 달다니;
-ㅋㅋㅋ뭐래
“예. 그간 저희가 고생이 많았잖습니까?”
“그렇지.”
보아하니 고봉이가 뭔 얘기를 꺼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말입니다요…….”
“왜 그러냐.”
“제 빚은 언제 탕감될지…….”
7 대 3 대 0이라는 극악의 비율로 인해 사실상 고봉이는 단봉이가 빚을 언제 탕감해 줄지만 기다려야 하는 신세였다.
단봉이의 눈이 번뜩였다.
“이놈이! 고작 하루 전부터 수확을 시작했거늘! 벌써 빚 탕감 얘기를 해!?”
단봉이가 몽둥이를 꺼내 들어야겠다 중얼거리는데, 고봉이가 외친다.
“그, 그게 걱정되는 게 있어 그렇습니다!”
“뭐?”
“홍차 밭에도 지금 비옥토를 심지 않았습니까? 저는 아몬대감님이 좀…… 저희에게 뭔가를 숨기는 게 있다고 생각됩니다요.”
-헉.
-ㄷㄷ
-아몬대감을?
-고봉의 난 ㄷㄷ
“뭐라?”
단봉이는 뜨끔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몬드가 뭔가 큰 걸 숨기고 있다.
뭔가 낌새가 그랬다.
아몬드처럼 평소에 거짓말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의 특징인데. 어지간해선 거짓말을 안 하려 하기 때문에 뭔가를 숨겨야 할 땐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을 지나치게 아낀다.
물론 한편으로 아몬드는 봉봉이들에게 철갑옷을 주면서 신뢰를 보여주긴 했지만…….
‘출처를 몰라.’
대체 어떻게 그 철광이 많이 들어간다는 철갑옷 세트가 그렇게 많을 수 있는지, 비옥한 토양은 대체 어디서 구했으며 그 경위는 뭔지.
어찌 보면 사업 파트너로서 당연히 공유해야 할 것들이 공유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저희 토지에 깔 때 분명 그게 전부라 하지 않았습니까요?”
“……그랬지.”
심지어 정보가 일치하지 않기도 했다.
“근데 홍차 밭에 또 깔려 있는 겁니다. 아무 대가도 없이!”
“음.”
이제 더 이상 없다던 비옥토가 홍차 밭에 또 아무렇지도 않게 깔려 있었다.
단무집이 비옥토를 얻을 때를 생각해 보라.
단무지는 단봉이가 돼야 했고, 고봉이는 꼬봉이 되어야 했다.
홍차는 그런 딜도 없이 곧바로 비옥토부터 깔렸다.
대체 왜지?
이건 너무 아몬드답지 않은 행동이다.
“이거 위계가 너무 없어진 것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그놈의 위계
-누구보다 위계에 집착하는 서열 최하위 ㄷㄷ
-결국 이게 서운했누 ㅋㅋㅋㅋ
-짬순대로 하라고~~~
일단 고봉이는 그냥 홍송이가 자기보다 좋은 대우를 받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그거였냐.’
단봉이도 고봉이의 심정을 눈치챈다.
그는 다른 고민이 있다.
‘아몬드 님이 왜 그런 거지?’
아몬드가 아몬드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
미리 비옥토를 다 깔아주다니.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다.
‘홍송이가 몬스터를 보낸 게 사실상 우리라는 걸 눈치챌까 봐?’
홍송이가 진실을 깨닫고 흑화하기 전에 미리 베푼 걸 수도 있다.
‘근데 아몬드 님이 그렇게까지 전략적인가……?’
이런 음흉한 술수는 뭔가 아몬드답지 않은 느낌이다.
그는 뭔가를 숨기고 있다.
그런데 왜인지 알 수 없다.
그때였다.
“이리 오너라.”
아몬드가 봉봉이들 쪽으로 왔다.
-이리오너라 ㅇㅈㄹㅋㅋㅋ
-아니 ㅋㅋㅋㅋ
-문 두드들기냐?ㅋㅋㅋ
-뭔 이리오너랔ㅋㅋㅋㅋ
-이리오너라(본인이 오는 중)
우당탕!
고봉이가 유독 화들짝 놀라며 자빠졌다.
“아, 아이고! 아몬대감! 여까진 무슨 일로…….”
이곳은 고봉이의 방으로 사실 아몬대감은 물론이고 단봉이조차 잘 오지 않는 단무집의 한구석이다.
그가 여기까지 들어왔다는 건 필시 의도가 있어서다.
“할 얘기가 있다.”
“……?”
역시나.
갑자기 할 말이 있단다.
이어진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여기에 사실 다른 마을이 있어.”
* * *
잠시 후.
그는 비옥토를 얻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다른 마을의 존재와 거기서 벌어진 일까지.
“그, 그러니까…… 다른 마을 사람을 죽여 불태워서 비옥토를 만들었다는 겁니까요?”
“응.”
아몬드는 아무렇지 않게 끄덕인다.
어차피 이제 다 말하기로 결심했으니 체념한 것.
“심지어 약 20명가량을 용의 숨결로 태웠단 말이죠?”
“그래.”
고봉이가 공포스럽다는 듯 창밖의 비옥한 토양 밭을 쳐다본다.
‘깝치지 말아야겠다.’
방금 전까지 생각하던 ‘고봉의 난’ 시나리오는 폐기 처분됐다.
-전직 특수 요원 출신 농부 ㄷㄷ
-20대1 전투 이제 말할 수 있는거냐ㅂㄷㅂㄷ
-피와 땀이 들어갔다고한게 이거였냐곸ㅋㅋㅋㅋ
-대단한 재료가 들어가긴하네;
-캬
-그 남자의 위험한 과거……
“근데 이걸 왜 말해주시는 겁니까?”
단봉이가 옆에서 묻는다.
역시나 날카로운 질문이다.
지금껏 숨겨오다가 이제야 말하게 된 건 이유가 있을 것이다.
“토론하려고.”
“……뭘요?”
“이거와 비슷한 사건이 어제 벌어졌어.”
“예? 대체 언제요?”
“홍차네 밭에서.”
“!”
단봉이의 눈이 흔들렸다.
‘그랬구나?’
그는 깨달았다.
아몬드가 홍차 밭에 비옥토를 준 게 아니라, 홍차 밭에 비옥토가 생겨 버렸다는 걸.
-ㄷㄷ
-뭔데 너만 알지마
-??
-엥?
시청자들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둘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그럼 그래서 홍차한테 농사를……?”
“맞아. 간섭 차단이 일부 걸려 있어서 그냥 다 줬어.”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홍차 밭에 비옥토가 생긴 건 일종의 사고였다.
베푼 게 아니었다.
“아니, 그나저나 그 이상한 마을 놈들은 누구랍니까? 철 장비도 다 거기서 가져온 겁니까?”
“응.”
타다다다닥.
단무지 채팅창이 급격히 치솟고있다.
곁눈질로 확인해 보니 이런 내용이다.
-이걸 이제야 ㅋㅋ
-ㄹㅇ??
-머야 진짜 있었다고 오울블랙이?ㅋㅋㅋ
-드디어 말하누 ㅋㅋㅋ
-티저 영상에 나왔던게 이거구나 ㅁㅊㅋㅋㅋㅋㅋㅋ
-와
이제야 필터링 없이 채팅이 다 보이는 단무지.
‘이래서였나.’
단봉이가 된 이후로 유독 채팅에 필터링이 많아졌는데.
이에 관한 내용이 다 삭제됐던 것이다.
‘지금은 필터링이 하나도 없어.’
모든 걸 다 말해준 거란 말이었다.
단봉은 다시 아몬드에게 물었다.
그가 모든 걸 공유해 줬으니, 그도 최선을 다해 전략을 짜야 했다.
“그럼 철 장비는 얼마나 남으셨죠?”
“한…… 20개 조금 안 되게.”
다섯을 주고도 스무 개 조금 안 되게 남았다고?
엄청난 양이다.
이걸 다 들고 다녔다고?
그래서 느렸구나.
“시세가 안 정해져서 안 팔고 있었어.”
오히려 너무 귀한 물건이라 못 팔고 있었던 거다.
더군다나 지금 치즈마을은 전투 장비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다.
몬스터들을 여태 단무집에서 몸빵해 줬으니까.
“그래서 기사단을 만들려고 하셨군요!?”
“응.”
이제야 아몬드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왜 사람들에게 보호비를 거둬야 하는지, 왜 그럴 수 있는지.
“근데 상황이 좀 복잡해졌어. 선택권이 생겼잖아.”
무슨 선택권을 말하는 거지?
단무지는 잠시 의아해했으나, 다음 말에 깜짝 놀랐다.
“다시 비옥토를 만들 수 있어.”
“!”
그랬다.
비옥토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만들었으니, 세 번도 만들 수 있다.
“불을 지르고 몬스터를 태우는 겁니까?”
“그치.”
“토론거리가 이거군요?”
“응.”
단봉이는 턱을 짚었다.
고민이 깊어졌다.
“저희 인력으로 되겠습니까?”
“모르겠어. 네가 생각해 봐.”
-아니 ㅋㅋㅋㅋ 본인은 생각을 안하냐고 ㅋㅋㅋ
-문제만 가져오고 답이 없누 ㅋㅋㅋ
-너가 하자며 ㅋㅋㅋㅋ
“…….”
단봉이 입장에서도 별로 계산이 잘 안 된다.
잘 싸우면 어떻게든 다섯으로 될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실패하면 모든 장비를 다 떨구고 끝장인데.”
“그렇지.”
실패 리스크가 너무나 컸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모아가야 했다.
“심지어 모솔 밭에 비옥토가 생기면 그걸 저희가 가질 수도 없는 거 아닙니까?”
“근데 그건 사실…… 간단한 방법이 있긴 해.”
갑자기 아몬드가 조금 쭈볏대며 이야기한다.
“예?”
방법이 있다고?
“뭔데요?”
“죽어서 아웃된 동안엔 간섭 차단이 풀리더라고.”
“모솔을 죽이자구요!?”
그랬다간 레드 플레이어가 돼서 고생하게 된다.
게다가 갑자기 같은 치즈마을 사람을 죽이자니.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아몬드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다음 말은 어쩌면 더 끔찍했다.
“우리가 주변으로 불을 지르면서 모솔 퇴로를 막고 몬스터한테 죽게하는 거지. 그다음 우리가 진입하는 거야.”
“……!?”
단봉이는 물론 고봉이도 깜짝 놀랐다.
둘의 머리에 똑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이거 완전 미친 사람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사도세자 정기찬 ㄷㄷ
-앜ㅋㅋㅋㅋ
-모솔 ㅅㅂㅋㅋㅋㅋㅋ어떡해 ㅋㅋ
-가두리 화형ㅋㅋㅋㅋㅋ
-그냥 칼로 찔러라 악마야
-토양의 악마 ㄷㄷ
-미쳤냐고 ㅋㅋㅋㅋㅋ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다 되긴하네 이거면
봉봉이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지가 계획 다 세워놨네?’
‘왜 온 거야?’
이 사람 사실 계획이 다 있었다.
그냥 양심의 가책 때문에 동의를 구하러 온 것뿐이었다.
단순한 공범 만들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