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8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1화(982/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1화
36. 농협 vs 기사단(2)
약 2년 전.
높디높은 건물들의 매끈한 커튼월이 둘러싸여진, 거대한 사옥의 한 옥상.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김 과장은 불을 붙이다 실패하고는 혀를 찼다.
“유 대리. 그거 다 좋은데. 명분이 없다 아니냐? 명분이.”
“……?”
“하아. 또 못 알아먹네.”
김 과장은 기어코 불을 붙인 다음 한 대 깊게 빨아들였다.
“그런 파격적인 일을 하려면 이런 사회에선 어느 정도 타당한 명분이 있어야 되는 거야. 아니, 어느 정도가 아니라 누가 봐도 뭐라 할 수 없는 명분.”
“왜요? 수출 패키징은 충돌만 줄이고, 브랜딩 패키징은 현지에서 진행하면 가격 해결된다는 거 아시잖아요. 지금 현지 자재가 여러모로 다 싼 상황이라…….”
“알아. 나도 알지. 근데 우린 그렇게 한 적이 없다니까? 현지에서 잘 진행될지도 모르고, 하청 쪽에 어떤 피해가 생길지 몰라.”
“생산자 쪽이 하청이랑 커넥션 있습니까?”
“얌마! 하…… 그게 아니라, 아니, 나도 몰라. 근데 일단 데이터가 없잖아. 그걸 억지로 시도했다가 망하면? 누가 어떻게 책임지냐?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도 안 통하는데?”
“…….”
그 시절의 유 대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하지 않던 걸 해보려면 더 큰 명분이 필요해. 어쩔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어야 된다고. 뭐든 이 조직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돼야 한단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아냐?”
“……어떻게 되는데요?”
“죽어.”
김 과장이 뒤쪽을 가리킨다.
어느 과의 정 부장님이 멀뚱히 서서 건너편의 사옥을 바라보고 있다.
상현은 그가 어느 과인지, 어느 부서인지 모른다.
다들 ‘어느 과’의 정 부장이라고만했다.
그는 정해진 소속이 없었고, 그에겐 정해진 자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옥상에 올라와 있거나 회사 복도를 맴돌다가 빈자리가 있으면 앉아 있곤 했다.
그는 살아서 이 사옥을 돌아다니고 있고, 월급도 받고 있지만 사실상 유령이다.
사회적 죽음이다.
“조직이란 게 이런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 납득은 빠르네. 너 또 박 부장한테 깨지지 말고. 그냥 여기 있어. 내가 갔다올 테니까.”
“……예.”
과장이 다시 사내로 들어가고, 상현은 잠시 옥상에 서서 정 부장 쪽을 흘끔거렸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거의 아무런 미동도 없이 건너편 사옥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수련하는 종교인을 보는 듯 했다.
어쩌면 그 매끈한 커튼월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뭔가를 발견하려 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은 계획이었는데.’
상현은 그런 정 부장을 보면서도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었다.
* * *
단봉이는 확인하듯이 되물었다.
“그러니까 모솔이 도망칠 만한 퇴로에다 불을 질러서 가둔 다음에 달달 볶아 태워 죽여 비료로 만들고 그다음 우리가 진입해서 비옥한 토양을 가져오자 이 말인가요?”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달달볶아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뒤주엔딩
-ㅈㄴ 쓰레기다 ㅋㅋㅋㅋ
-왘ㅋㅋㅋㅋ
-솔도세자……
“비약이 좀 있는데. 대충 맞아.”
‘어디가 비약이야?’
꿀꺽.
단봉이는 마른침을 삼켰다.
다시 생각해도 이건 악마의 계획이다.
이 사람도 그걸 아니까 동의를 구하러 온 거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걸 굳이 다 말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 휩쓸려선 안 된다.
단봉이가 고개를 젓는다.
“그……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고봉이도 마찬가지였다.
후임이 아무리 갖고 싶어도, 비료로 만들면서까지 갖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모, 모솔은 아무 잘못도 안 했습니다요. 아몬대감…….”
뭔가 도덕적 거부감을 느끼는 둘을 보며 아몬드는 끄덕인다.
예상했던 반응인 모양이다.
“그래? 어쩔 수 없네.”
휴.
봉봉이들은 안도하며 다른 계획을 짜보려 한다.
그런데─
“이 일이 잘 풀리면 곧바로 비율 상승이 가능한데.”
아몬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슬쩍 흘린 말.
비율 상승?
바로?
즉시?
“……예? 바로요?”
“비옥토가 더 생길 테니까. 굳이 봉봉이들까지 농사 지을 필요가 있을까? 그간 고생했는데. 이제 사람 쓰면서 편한 일 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몬드 이런 말투는 어디서 배워왔냐 ㅋㅋㅋ
-앜ㅋㅋㅋ
-계급 상승ㄷㄷㄷ
꿀꺽.
순간 침묵이 지나간다.
“하, 하겠습니다요!”
고봉이가 옆에서 튀어나오면서 먼저 말한다.
이 자식이?
단봉이가 고개를 번쩍 들며 따라 외친다.
“저, 저도! 좋은 것 같습니다요! 제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요!”
-말투가 와 고봉이처럼 됐냐곸ㅋㅋ
-단봉아 ㅋㅋㅋ
-제가 더 ㅋㅋㅋㅋㅋ
-단봉이 반응속도 ㅋㅋㅋㅋ
이렇게 봉봉이들은 아몬드의 계획에 찬성했다.
비율 상승과 신분 상승을 위해 큰마음을 먹은 것이다.
악독해지기로했다.
“크크크. 그까짓 모솔이 뭐라고 이걸 망설이겠습니까?”
“그래. 맞다. 지가 모솔인 게 잘못이지. 크크크.”
그들은 신분 상승의 꿈을 꾸며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의외로 단합이 잘되는 봉봉이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몬드가 태도가 돌변한다.
“이걸 한다니…….”
“?”
뭐래는 거야. 저 자식이 갑자기.
“난 그냥 이런 방법도 있다고 말한 건데.”
“……?”
아몬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다.
“그래……. 너희들의 빚 탕감을 위해서라면 이런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겠지.”
“지금 어디에 말하는…….”
그는 전혀 다른 곳을 쳐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작은 카메라가 둥둥 떠 있었다.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도마뱀이냐? ㅋㅋ무쳤네 ㅋㅋㅋㅋㅋ
-대기업식 꼬리자르기 ㄷㄷ
-빠져나가기 ㅋㅋㅋㅋ
-편집점 뭔데 ㅋㅋ
-아니 자기가 대신 갚아주는 것처럼 말하냨ㅋㅋㅋ
-그 빚 너한테 진 거잖앜ㅋㅋㅋ
-캬
-아몬도마뱀
‘……이런 사람이었어?’
단봉이는 이제 공포심을 느꼈다.
‘어른은 다르구나.’
아성에서 5년 버틴 사람 앞에, 그는 그냥 게임을 좀 잘하는 애송이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 과장님이 말한 명분이 이런 건가?’
물론 아몬드도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예전에 보고 배운 것들을 급하게 써먹는 것일 뿐이다.
그 경험치가 남다를 뿐.
* * *
한편 홍차의 집.
“어휴. 짓는 거 진짜 빡세다.”
쿵.
그녀는 이제야 자신의 집을 다시 복구시켰다.
완벽한 복구는 아니고, 대충 살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어놓은 것.
그런데도 현실 시간으로 1시간이나 걸렸다.
“일단 침대만 있어도 세이브 로드 문제 없으니까.”
“응.”
후아.
레몬과 홍차가 침대에 누워 한시름 놓는다.
2등신 캐릭터라 작은 침대여도 아래위로 잘 누우면 그냥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린티는 왜 연락 없지.”
천장을 보고 있자니 홍차는 생각이 많아진다.
“그 자식은 대체 뭐 하는 건지. 지 여친이 여기 잡혀 있는데.”
“언니. 그냥 게임이잖아…….”
레몬이 홍차가 무슨 말을 할지 뻔히 알고 있다는 듯 미리 말린다.
“하아. 그건 그래.”
홍차는 돌아 누우며 오늘 벌어졌던 일을 떠올린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충성을 맹세하며 홍송이가 되었다.
“홍송이 된 거 잘한 걸까?”
“난 몰라. 언니가 갑자기 충성했잖아?”
“에라이. 완전 충성한 건 아니거든?”
“그, 그래? 누가 봐도 완전 충…… 악!”
“조용히 좀 해.”
콩!
레송이 꿀밤을 한 대 때린다.
“본인이 말 걸어놓고! 왜 때려!”
그냥 화풀이다.
“에휴.”
그녀는 창문턱에 턱을 걸쳐놓고는 멍하니 밖을 바라본다.
원래 이 시간쯤이면 농협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하고 있었을 텐데.
“농협 걔네들 그래도 알아서 잘 되겠죠?”
농협을 완전 박살 내는 선택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
-ㅇㅇ
-도우너츠가 있잖아
-비옥토 받고도 배신 때리면 ㄹㅇ 나락감ㅋㅋㅋㅋㅋ
-ㅋㅋㅋㅋ홍차 마음 쓰지마
-그린티 쉑 근데 ㄹㅇ 안오냐?ㅋㅋㅋ
-걱정이 많은 홍차 ㅠ
“뭐래? 걱정하는 건 아니고, 그냥 내 탓 할까 봐 미리 선수 치는…… 어?”
그런데 그때였다.
저 멀리서 누군가 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쪽을 목표로 한 모습.
근데 행색이 딱 봐도 뭔가 달랐다.
‘갑옷?’
철갑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사람은 단둘이었는데.
[젤로] [초코송이]젤로와 초코송이다.
젤로가 앞장서 와서는 홍차 집 문을 두들긴다.
쿵. 쿵. 쿵.
“홍차님~”
-헉
-ㄷㄷ
-월클 등장
-뭐지?
홍차는 사실 젤로와 전혀 접점이 없다.
‘왜 오셨지?’
아무리 홍차가 화끈한 성격이라해도 그 많은 시청자를 거느린 젤로가 갑자기 등장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네, 네? 무슨 일이시죠?”
그녀는 일단 시간을 끌면서 문 쪽으로 향했다.
“저…… 젤로입니다. 잠깐 말씀 좀 가능할까요?”
끼익.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그러자 옆의 초코송이가 인사한다.
“언니 안녕!”
초코송이는 홍차와 교류를 자주하는 스트리머다. 난트전에서도 레드카펫츠 팀에서 미드라이너를 맡았었다.
“오. 초코송이~ 너 출세했네?”
홍차는 초코송이의 전신 갑옷을 보고 말한 것인데.
“아이고. 저, 저랑 다니는 게 무슨 출세는 아니죠.”
젤로가 갑자기 부끄러워한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홍차가 한참 쳐다본다.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홍차 눈빛 ㅋㅋㅋ
-ㅋㅋㅋㅋㅋㅋ젤로 죽어요
-젤로야……
-뭔 말이야 ㅁㅊㅋㅋㅋ
젤로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물건을 좀 가져왔습니다.”
“엥? 물건 팔러 오신 거예요? 잡상인처럼? 아하하!”
아차.
홍차는 호쾌하게 웃다가 입을 가렸다.
잡상인이란 말이 절로 튀어나간 것이다.
젤로랑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닌데.
-잡상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차야 평소 어휘 선택 그대로 하누 ㅋㅋㅋㅋ
-입만은 낯을 안가리네
젤로도 잠시 당황한 듯한 모양새였으나 초코송이가 중재한다.
아래에서 통통 튀며 손을 흔들었다.
“언니! 잡상인이 아니라! 이건 기회야 기회!”
“기회?”
홍차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갸웃거린다.
뭔 약을 팔려고 이러는 거야.
“우리가 글쎄…….”
초코송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씰룩였다.
뭔가 기대감으로 가득찬 듯한 표정.
“철광석을 가져왔어!!”
두둥~
젤로가 옆에서 효과음을 내면서 상자를 펼쳤다.
그 상자에 철광석이 가득했다.
“…….”
홍차는 잠시 쳐다보다가 끄덕인다.
“아…… 철광석.”
“?”
그게 끝이었다.
“철광석을…… 왜?”
“왜냐니 무슨 말입니까? 어제 몬스터한테 당하셨다면서요. 이제 우리도 강해져야 할 때 아닙니까?! 힘이 없는 평화는 가짜 아닙니까!!”
젤로가 준비해 온 멘트를 말하며 자신의 철검을 들어 올렸다.
번쩍.
“…….”
홍차도 자신의 검을 뽑아 위로 들었다.
“와. 저도 그거 있는데.”
“?”
번쩍.
홍차의 검도 똑같이 빛났다.
“아…… 거, 검을 만드셨구나. 어떻게 하셨지? 그럼 이건…….”
텅.
철갑옷을 치며 내밀어 보이는 젤로.
홍차는 역시나 철갑옷을 입어 보인다.
휘릭.
그뿐이 아니다.
척, 척.
철 신발 철 방패 철 투구까지 없는 게 없었다.
“……?”
초코송이와 젤로가 둘 다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누, 누가…… 벌써 철광석을 캤습니까? 광산엔 아무도 없었는데. 적어도 치즈마을 사람들은…….”
“아. 아뇨. 저 기사단에 들어갔더니. 그냥 줬어요.”
“기사단이요?”
그때 서버 전체 채팅창에 이런 구인 공고가 올라온다.
[고구마: 기사단 멤버 모집합니다. 지금 들어오면 철장비 풀셋트가 공짜~] [고구마: 봉자 배는 예약 불가 송자 배 한정 예약 그다음은 DM으로 문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