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8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3화(984/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3화
36. 농협 vs 기사단(4)
“하아. 대체 아몬드와 대립한다는 조직이 누구지?”
젤로는 초코송이와 터덜터덜 마을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그러게요…… 홍차 언니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고…….”
그들은 홍차네 집에 방문 판매를 도전했을 때 들었던 말을 되뇌고 있었던 것이다.
「아몬드님 기사단에 들어가기 싫은 사람들이 있을걸?」
아몬드 기사단에 들어가기 싫은 사람들이라…… 그런 건 아마 아몬드와 대립하고 있는 세력일 터.
그런데 한창 마을에서 벗어나 광만 캐던 젤로 입장에선 그런 구도를 알아낼 턱이 없었다.
-&*#*(@
-서버챗 봐라
-몰?루
-글쎄여
-#*(##@
채팅창에선 뭔가가 필터링 되고 있다.
‘있긴 하다는 말인데.’
필터링 될 뭔가가 있다는 건 높은 확률로 홍차가 말한 그런 조직이 치즈마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전체 채팅을 봐도…… 뭐 잘 모르겠는데요?”
“저도요…….”
농협과 아몬드는 물밑에서 싸움이 오갔을 뿐, 사실 직접적으로 대립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채팅만으로 상황을 파악하긴 힘들었다.
“에휴.”
젤로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냥 터덜터덜 걷기를 반복하는데.
초코송이가 젤로의 마음이 신경 쓰였는지 갑자기 여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근데요. 젤로 님. 전에 피클 님이랑 ‘노스랜드’ 하실 때 저 봤거든요?”
노스랜드.
추운 북방의 겨울에서 살아남는 생존 게임이다.
어떻게 보면 서바이벌 크래프트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실제 플레이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초코송이는 그냥 할 말이 없어 이 주제를 던진 것이다.
“진짜 배꼽 빠지면서 봤거든요. 그거. 너무 재밌었어요.”
-이렇게 된 거 데이트나 하자ㅎㅎ
-자신이 그냥 초코송이랑 걷게돼서 더 행복한 젤로면 빅추~
-초코송이 착해ㅠ
젤로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호, 혹시 노스랜드 하세요? 저희랑 합방하실래요?”
“네? 아, 아뇨…… 한 번도 안 해봤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선을 넘는 젤로……
-너네랑 합방하면 이미지는 누가 챙겨주는데!
-바로 합방 제의 ㅁㅊㅋㅋㅋㅋ
“아…… 예…….”
젤로는 머쓱해져서는 다시 말 없이 걸었다.
-나 못보겠다
-솔창 ㄷㄷ
-ㅠㅠ
-젤로야……
-(무)뚝뚝한 청년.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분위기로 나란히 걷고 있던 그때였다.
갑자기 소란이 들려왔다.
젤로에겐 구세주 같은 이벤트.
“기사단장님이 행차하신다아!”
기사단장?
울림이 있는 단어다.
“초코송이 님. 기사단장이라고 하면…… 아몬드 님 아닙니까?”
그렇다.
철광석 공급 과잉의 원인.
기사단.
그 단장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네. 홍차 언니가 분명 기사단에 가입하면 준다 했고, 채팅에서도 광고했잖아요!”
둘은 끄덕이고는 얼른 소리의 근원지인 농산물 판매장으로 뛰어갔다.
사삭.
그리고 수풀 속에 몸을 적당히 숨긴 채 그들을 지켜보는데.
젤로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이거이거 갈등이 장난 아닌데?”
아몬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게 누구인지 훤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농노 놈들이 기사단을 모욕하는가!”
“뭐, 뭐? 농노? 이 꼬봉 놈이!”
기사단 광고까지 했던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고봉이라 불리는- 고구마는 확실히 아몬드 측근이었고.
“홍차야. 넌 사람이 어떻게 그러냐? 어?”
홍차에게 이 말을 하는 도우너츠는 또 다른 세력의 수장인 걸로 보였다.
“범인은 바로 너! 아몬도일!!”
나이대가 있는 스트리머인 중년탐정과 뿔라면도 도우너츠의 편 같았다.
초코송이가 커다란 눈으로 번갈아 보더니 말한다.
“숫자로만 따지면 지금 저 반대 세력이 훨씬 많은데요?”
“그렇네요.”
“그렇다면…….”
둘의 눈이 마주친다.
크크크.
“잘만 팔면 이거 다 팔 수 있겠는데요?”
초코송이는 순전히 농협이 철광석을 사줄 거라 생각하며 좋아한 것이지만.
젤로는 달랐다.
“여기서 힘의 차이를 느껴야 할 텐데요.”
“예?”
“여기서 싸움이 격해져서 서로 한번 붙어야! 철이 필요하구나~ 할 것 아닙니까?”
“……!”
그렇다.
그는 따지고 보면 무기 업자다.
전쟁이 있어야 그가 살 수 있는 셈이다.
치즈마을의 가장 큰 두 세력.
기사단과 농협.
이들이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근데 도우너츠 님.”
막상 기사단의 수장은 상대의 수장조차 전혀 못 알아본다.
“농협이었어요?”
-?
-??
-뭔 상황이야
-아몬드는 몰라?
-수장이 모르는 갈등ㅋㅋㅋㅋ
-뭔데 이게
한참 둘의 싸움으로 돈방석에 앉을 걸로 행복한 상상을 하던 젤로와 초코송이는 멍한 표정으로 아몬드를 쳐다봤다.
“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 * *
“농협이었어요?”
아몬드의 질문에는 약간의 배신감도 있었다.
‘도우너츠 형님이 농협이었다니.’
그는 -제멋대로- 도우너츠를 은인으로 알고 있었고, 그가 설마 농협의 수장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
물론 그의 이런 생각회로는 농협뿐 아니라 모두를 당황시켰을 뿐 아무도 공감할 수가 없었다.
최측근인 봉봉이들마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아몬드가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이 없어도 도우너츠가 농협 수장인 걸 몰랐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뭐지? 전략인가?’
‘이게 디지털 치매라든가. 뭐 그런 건가?’
단봉이와 고봉이는 각자의 가설을 세우며 일단 적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뭐…… 뭐라고? 내가 농협인지 몰랐다는 건가 자네!?”
도우너츠 역시 어이없다는 듯 고성을 내지르는데.
“말한 적이 없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
-나도 띄엄띄엄봐서 그런가 몰랐는데?
-앜ㅋㅋㅋㅋ
-진짜 말한 적 없었나?
-ㅋㅋㅋㅋㅋ개웃기넼ㅋㅋ
사실 도우너츠가 딱 한 번 아몬드에게 농협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오늘 팔지 말고. 우리 창고에 보관해 두게. 농협에서 공동으로 쓰는 거니까 가격은…….」
아몬드가 가격 폭락한 감자를 팔러 온 줄 알고 농협에 입단 제안을 하려 했던 그때였다.
그러나 아몬드는 감자 대신 옥수수를 한가득 들고 왔었고, 당연히 도우너츠의 말은 귓등으로 들었다.
「근데 저는 그냥 팔게요.」
그는 농협 어쩌고 하는 말은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당장 가격 오른 옥수수를 팔고 싶어 죽겠는데 창고니 뭐니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있었겠는가?
주변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뭐야. 이거. 아몬드는 농협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농협은 마치 자기들이 아몬드한테 된통 당한 것처럼 말하던데.”
주변의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농산물 판매장에 모여 있던 다른 스트리머들이다.
농협도 기사단도 아닌 그냥 마을 사람들.
“아니, 아몬드는 농협은 신경도 안썼는데. 지들끼리 쉐도우 복싱한 거야?”
“감자 환술에 당한 게 아몬드 의도가 아니었다고?”
“감자 환술이 무슨 대단히 악랄한 수법인 것처럼 말하지 않았어?”
놀랍게도 아몬드의 방금 말은 파장이 상당했다.
기사단에 좋은 쪽으로.
‘이럴 수가.’
‘이게 먹힌다고?’
봉봉이들은 당황했지만 일절 티 내지 않고 체통을 지키고 있었다.
가만히 냅둬도 마을 사람들이 알아서 이쪽이 좋은대로 생각해 줬다.
“이거 그거네. 제 발에 걸려 넘어져 놓고, 남탓 하는 거잖아.”
“외부의 적을 이용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뭐 그런 건가?”
“막상 외부의 적은 자기들의 존재도 몰랐는데 말이야.”
이게 조금 비약이 있을지언정, 아몬드 입장에서는 사실이었다.
그는 농협이라는 세력이 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그들이 계획적으로 자신을 견제하고 있다는 건 추호도 몰랐던 것.
그냥 감자를 심을 줄 착각했더니 농협이 망했고, 몬스터를 피해 밭을 팔다 보니 홍차가 망해서 합류했을 뿐이다.
사태의 전말을 조금이나마 느낀 농협의 3대장 아재들은 당황하여 중얼거린다.
“……그, 그런 거였어?”
“이 정도로 우리 존재를 모르다니.”
“젠장.”
그러나 탐정은 탐정인 걸까?
“하, 하지만! 여전히!”
중년탐정이 여전히 끝맺어지지 않은 사건을 언급한다.
“홍차를 봉스라이팅한 건 여전히 유효하다! 아몬도일!!!”
-ㅋㅋㅋㅋㅋㅋㅋ
-끝까지 ㅋㅋㅋㅋ
-추하다 추해 ㅠㅠ
-여론은 끝났는데
-이걸 또?
여기에 뿔라면이 소리친다.
“홍차 밭으로 몬스터들이 가게끔 자기들 밭을 팔아놓고! 홍차를 구해준 것처럼 속여서! 자기들 봉으로 부려먹고 있잖아!! 인간이 할 짓이냐!? 너네가 밭을 망친 주제에! 홍차는 너네가 구해준 줄 알고있다고!”
여론이라는 게 원래 그렇듯.
마을 사람들은 방금 뿔라면의 말에 또 호도됐다.
술렁술렁.
“홍차 설계당한 거야?”
“어떡해…….”
“와 진짜 악랄하다 봉송기사단…….”
“너네가 그러고도 기사단이냐!”
“우우우우!”
갑자기 기사단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ㅋㅋㅋㅋ아니 뭔데 ㅋㅋㅋ
-마을 사람들 연기 잘하누
-그냥 아무나 까고 싶은거 아니냐곸ㅋㅋ
-봉스라이팅 좀 세긴 해
장안의 모두는 홍차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농협의 3인방도 그녀가 쐐기를 박아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홍차. 말해봐. 넌 이걸 알고도 기사단에 있을 건가!?”
하아.
홍차는 한숨을 내쉬더니.
아몬드와 봉봉이들을 쳐다본다.
“이거에 대해…… 할 말 없어?”
그녀는 그들이 벌인 짓이란 걸 알면서도 한번 물어본 것이다.
저들은 어떤 마음으로 속였을지 궁금하니까.
“…….”
모두 침묵했다.
‘젠장.’
‘하.’
봉봉이들은 하늘만 쳐다봤다.
아몬드 역시 이건 홍차가 선택할 문제라 생각했다.
조금은 미안한지 이렇게만 말해줄 뿐이다.
“돌아가더라도, 비옥토랑 철갑은 그냥 가져.”
“……!”
사실 비옥토는 가져갈 수도 없고, 철갑은 아몬드 재산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 컸지만.
‘그…… 그렇게까지?’
홍차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는 마음을 더 다잡으려는 듯 입술을 깨문다.
-ㅠㅠ
-헐
-진짜 대인배
-ㄷㄷ
-캬
-이게 대협이지
하.
홍차는 뒤돌아서 농협을 마주봤다.
그리고 말했다.
“난 기사단에 있을 거야.”
자신의 거처를.
“지, 진심이냐? 그 꼴을 당하고도? 빨간약을 먹고도!!”
뿔라면이 어이없다는 듯 반박한다.
주변에 모여든 마을 사람들도 놀라서 떠들어댔다.
“와. 진짜로?”
“이게 스톡홀름 증후군이니 뭐니 그런 거 아냐?”
“대박…….”
사람들의 말에 홍차가 비웃는다.
“하? 얘네들이 밭을 팔아서 몬스터들이 나한테 온 거? 원래 다 알고 있었어.”
“……?”
“얘네가 날 도와준 척한 것도 알고 있었어.”
이 말엔 농협보다 기사단 쪽이 훨씬 더 놀랬다.
‘미친.’
‘뭐?’
‘헐.’
“나도 바보 아니거든? 처음엔 밭 지키려고 가짜 계약만 맺고 농협 첩자라도 할까 했던 거야.”
“그, 그런…….”
여기선 그린티가 가장 놀랐다.
배신한 게 아니었다니!
“근데 너희들은 내가 배신했다고 생각해 버리던데? 한 번도 접선도 안 한 주제에.”
-ㄷㄷㄷ
-ㅁㅊ
-ㄴㅇㄱ
-반전의 반전 ㅋㅋㅋ
-캬
“시작은 잘못됐어도, 이 사람들은 나한테 진심이었어. 나한테 철 세트도 주고, 심지어 비옥토도 줬다고!!”
“!”
장내가 술렁였다.
비옥토까지 줘?
“미쳤다. 기사단…….”
“역시 답은 이직인가?”
“연봉협상 돌았네.”
“진심 맞네.”
“비옥토 줬으면 봉송이 할 만하지.”
비옥토까지 받았다는 말에 여론은 완전히 기사단의 편이 되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말엔 완벽한 보상이 뒤따라왔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난 기사단에 남을 거야.”
홍차는 다시 한번 기사단에 있기를 선언했고.
여기서 논란은 종결된 듯했다.
“와아아아!”
“홍차 멋지다!”
“기사단 화이팅!”
-???ㅋㅋㅋㅋㅋ
-이게 뭐라고 응원을ㅋㅋㅋ
-뭔뎈ㅋㅋㅋㅋ
-마을 사람들 개웃기네 ㅋㅋㅋ
마을 사람들의 응원까지 터져 나왔다.
홍차의 기사단행은 완벽하게 굳어지는 듯했다.
물론…….
‘그거 실수로 준 건데.’
‘다행이다. 저건 모르는구나.’
‘후, 후임 유지됐다…….’
아직 모든 진실을 그녀가 아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다. 비옥토마저도 어쩔 수 없이 우연히 주게 된 거짓 선물이라는 걸.
-홍차 어떡하냐 ㅋㅋㅋ
-트릭의 트릭의 트릭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끝이 아니야 홍차야……ㅋㅋㅋㅋㅋㅋ
-절대 못빠져나가는 매트릭스ㅠㅠ 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그러나 거짓이면 어떤가?
“와아아아아아아!”
“홍송이! 멋지다아!”
봉봉이들이 이렇게 두 팔 벌려 좋아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