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8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4화(985/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4화
36. 농협 vs 기사단(5)
홍차의 발언에 농협의 수뇌부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뭐, 뭐야. 자길 낚은 걸 알면서도 저기 있겠다고?”
“그러니까! 원래는 우리 스파이하려 했는데! 띠껍게 계속 의심하니까! 저기로 간 거 아닙니까!”
“이거 완전 헛다리 짚은 거 아닙니까!? 그냥 가만히만 있었어도 손 안 대고 코 푸는 걸! 굳이!! 들쑤셔서!!!”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다.
홍차가 자기가 속은 걸 알면서도 남겠다고 했던 발언 때문만이 아니었다.
더 중요한 건 그녀가 사실 꽤 최근 거의 바로 직전까지도 농협에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걸 괜히 더 들쑤셔서 완전히 기사단으로 돌아서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즉, 홍차가 돌아서게 만든 건 아몬드도, 몬스터도 아닌 농협이었던 것.
“홍차의 간사한 혓바닥에 속으면 안 됩니다!”
도우너츠가 다급하게 버럭 반박한다.
“바람피워놓고! 배우자가 나한텐 관심도 없고 사랑이 부족했다! 이렇게 말하는 거 뻔한 패턴 아닙니까!? 홍차는 자기가 배신한 걸 그냥 우리 탓으로 돌리는 것뿐이에요!”
이 사태의 최고 책임자이기에 당연히 시급하게 변명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그린티가 발끈한다.
“비, 비유가 하필 왜 그따위예요!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헉;
-ㅋ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
-ㄹㅇㅋㅋㅋㅋ
-그린티 어떡해 ㅠㅠ
-괜히 말해서 ㅠㅠ
-백숙 죽이고 싶겠누
도우너츠의 비유가 적절했든 아니든, 이미 대세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갑자기 어떤 무리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그의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한 것이다.
“우우우우……! 농협은 홍차를 풀어줘라~!”
“농협은! 소속 농부들의 노동 인권 보장하라!”
-???
-엌ㅋㅋㅋㅋㅋ
-얘넨 또 뭐야 ㅋㅋㅋ
-헐ㅋㅋㅋ
그들의 피켓 위엔 [농협 노동 조합]이라고 써 있었다.
“자유로운 이직 보장하라!”
“이직하면 배신이라니! 웬 말이냐!”
그랬다.
농협은 누가 뭐라 해도 그냥 회사에 가까운 이익 단체.
여기서 어디로 옮겨 간다고 해도 배신이고 뭐고가 성립하는 게 이상한 일인데.
도우너츠와 수뇌부들은 농협을 나가 다른 곳으로 가는 행위를 배신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특정 사람들이 모여 이런 운동을 하는 것.
“사, 사람이 많아지니 별의별 놈들이 다 있네! 이거!”
도우너츠가 어이가 없어 발끈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회사 운영하기 빡세누
-그냥 칼 들고 기사단하면 되잖아~
-정파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홍차를 놓친 농협.
이로 인해 그들은 한동안 기를 펴지 못할 것만 같았다.
* * *
“이거…… 각 나오는데?”
스슥.
누군가 농산물 판매장 끄트머리 수풀에서 몸을 일으킨다.
“이 갈등의 씨앗을 팍! 터뜨리면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철광석을 팔겠다고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 한 남자.
젤로였다.
-?
-뭘 어쩌려고
-위험한 새키 ㅋㅋㅋ
-철광석 하나 팔자고 그게 맞냐?ㅋㅋ
-무친넘…… 무친넘……
“아니, 총을 안 쏘는데 누가 총알을 사줍니까. 어쩔 수 없어요. 저도.”
“근데 어떻게 갈등을 더 심화시키죠?”
초코송이가 물었다.
“저러고 그냥 끝난 거 아니에요?”
“저희가 사이에서 이간질을 좀 해야죠.”
“……어떻게요?”
“기사단이 지금 무력이 더 강하니까. 얘네가 농협을 싹 쓸어버릴 명분을 줘야 합니다. 한 번 싹 쓸리면? 그땐 철광이 중요해지겠죠?”
“오…… 그런 명분을 어떻게…….”
사실 젤로가 계획한 건 이간질 정도가 아니었다.
“그…… 초코송이 님. 폭파광 장인이라던데. 맞습니까?”
“네.”
“광부로 2차 전직을 하면 폭탄을 제조할 수 있더라구요. 근데 제가 광부 코인이 좀 많거든요?”
“!”
테러였다.
-이거 완전 ㅁㅊ놈이넼ㅋㅋㅋ
-와 ㅋㅋㅋㅋㅋ
-뭐야 테러를 한다고??ㅋㅋㅋ
-캬 이게 정치지
-아 ㅋㅋㅋㅋ 농협인 척??ㅋㅋㅋ
* * *
한편 다시 단무집에 모인 아몬드와 봉봉듀오, 그리고 송송듀오까지.
그들은 짧은 팔을 뻗어 각자의 도톰한 손 위로 올려놓았다.
홍차가 완전히 마음을 굳히면서 완전하게 기사단 창립을 선언할 수 있게 됐다.
모두의 시선이 아몬드를 향했다.
일종의 축사를 하라는 것이다.
아몬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지만, 대충 많이 들은 걸 읊었다.
“비록 우리가 다른 날에 태어났어도, 오늘부로 우리는 한날한시에 죽는 거다?”
“……?”
다들 쉽사리 대답하진 못했다.
‘그 정도야?’
‘그건 좀.’
‘다 죽으면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묵 뭔데 ㅋㅋㅋ
-이거 이래서 기사단 되겠어?
-솔직히 이 정돈 아니지 ㅋㅋㅋㅋ
“어, 어떻게 정확히 같은 시간에 죽겠습니까? 하하…….”
홍송이가 곤란하다는 듯 말하자, 아몬드가 끄덕인다.
“그럼 한두 시간 정도 차이는 인정해 줄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한두 시간 밖에 안주냐고 ㅋㅋ
-할복할 시간 ㅋㅋㅋ 한 두 시간ㅋㅋ
-ㅁㅊㅋㅋㅋ
단봉이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아, 알겠습니다!”
역시나 처음부터 아몬드를 모셨던 장본인답게 그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여기서 계속 딴지를 걸면 진행이 안 된단 걸 아는 거다.
“한날한시에는 못 죽어도! 한두 시간 차이로 죽겠습니다아!”
“스, 습니다아아!”
봉이들도 송이들도 다 같이 구호를 외치면서 기사단 창립 기념식은 마무리됐다.
“봉송! 봉송!”
“봉봉송송!!”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기사단 이름 상태가……
-어감이 봉송합니다 같누
-봉송ㅋㅋㅋ
-뽀송 같이 들려 난ㅋㅋㅋ
폼은 안 나는 기사단 이름이지만, 하여간 만들어졌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단봉이가 술을 따르며 말했다.
“이로써 홍송이와 레송이가 제대로 합류했고 기사단 공지도 올렸고, 농산물 판매장에서도 농협을 짓밟아놨으니 아마 곧 기사단에 들어오겠다는 DM이 줄을 설 것이옵니다! 대가암!”
-DM이 ㅋㅋㅋㅋㅋㅋ
-말투는 사극인데 DM ㅇㅈㄹ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DM이 대감 마님 약자죠?
그와 동시에 고봉이가 외쳤다.
“지금도 막 문의가 쇄도 중입니다! 띠링. 띠링. 띠링!”
그가 입으로 DM 소리를 내며 흥분했다.
그야 서크 안에서 자신에게 오는 귓말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은 없기 때문에 입으로라도 내는 것이다.
-띠링ㅋㅋㅋㅋㅋ
-이건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녀
-입으로 ㅋㅋㅋㅋ
“좋다. 조금 있다가 진행하지. 나갔다 와서.”
“예? 어딜 갔다 오시는데요?”
“밥 먹어야지?”
“?”
“너넨 안 먹어? 점심시간이잖아.”
-너무나 현실적인ㅋㅋㅋ
-아성식 칼 점심 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갑자기 매트릭스 깨졌누
-앗ㅋㅋㅋㅋ
-어쩐지 오래하더라니 ㅋㅋㅋ
아몬드는 많이 먹진 않아도, 끼니 시간은 제대로 챙기는 타입.
그런데 이제 점심시간이었으니 당연히 나가야 했다.
점심시간을 칼처럼 지킨다는 건 전업 스트리머로 벌이를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인 여기선 조금 희한한 문화이지만, 어쨌거나 단장의 패턴에 맞춰야 했다.
“아, 하하하…… 이, 이게 아성식 점심 시간?”
“으흐흐! 그런가 봅니닷!”
“어떡하지? 교대로 먹고 오나요?”
“아니. 그냥 다 같이 먹고 오자.”
봉송이들은 알아서 먹고 오는 것으로 합의를 본 후.
아몬드는 이런 말을 남기며 로그아웃했다.
“여튼 밥들 먹고 와. 나 없을 땐 단봉이 말을 듣도록.”
“옙!”
척.
봉송 기사단 모두가 그에게 경례를 올린다.
이후 단봉이의 자세가 바뀌었다.
누가 봐도 좀 더 거만한 자세로.
“흠. 그럼 미리 말해둘 게 있다.”
“?”
“밥 먹고 와서 송자 배는 일단 농사를 짓도록 해라.”
“……농사? 우린 면접 안 봐?”
“니들 짬에 누굴 면접 본다는 거냐?!”
고봉이가 끼어들어 윽박지르며 홍송이를 한 대 후려쳤다.
뻐억!
“그리고 혀가 짧다! 하늘 같은 봉자 배 앞에!!!”
“아…… 네. 네.”
-캬
-이게 위계 질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
-고봉이 같은 후임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선임은 말고)
홍송이는 잠시 이를 악물었지만 일단 알았다 끄덕였다.
“너네들은 비옥토를 얻은 지 얼마 안 됐잖아. 얼른 농작물 사이클을 돌려놔야 해. 밤에는 또 거사를 치러야 하니까.”
“……거사?”
“그래. 오늘 홍송이 밭을 대부분 팔게 될 거다.”
“!”
홍송이는 깨달았다.
또 다른 홍송이가 나오게 될 거라는 걸.
하지만 그녀도 이제 기사단의 편.
“그거 좋네.”
피식.
누가 또 당할거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다음은 누군데?”
“그건…….”
단봉이가 잠시 뜸 들이다가 외친다.
“점심 식사 후에!”
“?”
-광고냐고 ㅋㅋㅋ
-ㅋㅋㅋㅋㅋ
-**#(@#&
-아
-에반데
-ㅋㅋㅋㅋㅋ
그렇게 모두는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고, 단무집은 잠시 비어 있었다.
단무집의 넓은 밭에 놓은 수풀 한구석.
거기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젤로 님.”
“예.”
젤로와 초코송이다.
“폭탄…… 만드셨죠?”
“그럼요.”
척.
젤로는 방금 제조된 따끈따끈한 폭탄을 들어 올렸다.
“쪽지는 하셨습니까?”
“네.”
척.
초코송이는 빨간 글씨로 쓴 팻말을 들어 올렸다.
[농협은 잊지 않는다. 농협은 용서하지 않는다.]크크크.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 * *
스르륵.
상현이 캡슐에서 나왔다.
“주혁아. 밥 먹자~”
주혁이 대답이 없었다.
“김주혁쓰~”
상현은 방 밖으로 나가 주혁을 찾는데, 컴퓨터 앞에도 없었다.
원래 이쯤 되면 알아서 요리를 해놓는데.
주방엔 요리 흔적도 없었다.
솨아아아…….
자세히 들어보니 샤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주혁이 있었다.
“으어어! 뭐야?!”
주혁이 거품을 튀며 놀란다.
“아니. 밥 먹자고.”
“하씨. 노크 좀 해라.”
“밥 먹자.”
“난 지아랑 먹으러 가는데?”
“에엥?”
상현이 끝까지 문을 안 닫고 고개를 휙 꺾는다.
“나만 빼고?”
“아니, 뭐라는 거야. 너 오늘 기억 안 나?”
“……?”
“너 오늘 동창 사람들이랑 만나서 먹는다며?!”
“!”
이럴 수가.
상현은 황급히 캘린더를 확인한다.
‘없는데?’
캘린더에 안 적혀 있다.
그는 주혁 폰을 들어서 캘린더를 켜본다.
[상현이 동창들이랑 점심] [난 지아랑 데이트]여기에 적혀 있었다.
“야. 그래도 시간 좀 남았으니까. 막 서두르지 마라.”
“아, 어…….”
주혁의 말대로 약속 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있었다.
‘어쩌지?’
기사단원들은 아몬드가 금세 오는 줄로 알고 있을 텐데.
‘오늘 면접 보기로 했는데?’
휴대폰이나 디스월드로 따로 연락하면 되겠지만, 게임 내 상황에 대해서 밖에서 이야기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상현은 잠시 고민하다 이런 결론을 내린다.
‘메모라도 남겨놓고 가자. 철 장비도 좀 남겨놓고.’
따로 면접 보라는 말을 팻말로 남기고 철장비는 상자 안에 넣어둘 생각이다.
“주혁쓰. 나 역까지만 태워줄 수 있어?”
“어? 그래~”
아몬드는 다시 캡슐로 향했다.
주혁이가 태워주면 안 늦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