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8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5화(986/9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5화
37. 철광비(1)
아몬드가 서크에서 유독 방송 시간이 길어진 건 그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었다.
[아몬드 전투 별로 안 하는 게임하니까 오래하네] [의외로 아몬드에게 서크가 찰떡인 이유.jpg] [견과류쉑 서크는 좀 할만한가 본데?] [혹시 종일 방송 가능한가 ㅠㅠ]다른 스트리머들처럼 10시간 정도의 ‘종일 방송’ 같은 이벤트를 내심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10시간 정도는 대형 스트리머들이라면 누구나 채우는 시간인데.
아몬드는 컨디션 문제로 그렇게 해준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
“점심 먹고 올게요.”
점심을 먹고 온다며 방종을 해버리기까지 했으니.
-?
-??
-먹고오는데 방송은 왜 꺼
-안 오려고 ㅋㅋㅋ
스트리머 가든에는 원성이 자자했다.
[아몬드 방종 뭔데!] [아 ㅠㅠ 아침부터 꿀잼이었는데…… 이제 자야겠다] [아니 기사단 점심시간 칼이네 ㅋㅋㅋ] [기사단 점심시간 휴무 레전드 ㅋㅋㅋㅋ]시청자들은 그가 말로만 점심을 먹으러 간 거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 * *
어떤 이들은 그의 방종을 아쉬워했지만.
씨익.
젤로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캬
-이걸 기회를 ㅋㅋㅋㅋ
-이런 일이 생기누
-미쳤다 ㅋㅋㅋ
단무집 근처에 숨어 기회만 엿보던 그에게 천금 같은 타이밍이 주어진 것.
한두 명이 자리를 비워도 시도해 봄 직한데, 단체로 나가주다니?
하늘이 돕는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
하늘이 주는 기회가 오더라도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었다.
젤로는 준비가 되었다.
“젤로 님. 폭탄 만드셨죠?”
“예. 초코송이 님은 팻말 만드셨습니까?”
“물론이죠.”
척.
초코송이도 준비가 되었다.
[농협은 잊지 않는다. 농협은 용서하지 않는다.]살벌한 문구가 적혀 있다.
이걸 세워 놓으면 누가 봐도 농협의 소행으로 보일 것이다.
인과 관계도 어차피 명확했다.
홍차가 농협을 버리고 기사단으로 전환한 직후니까.
“갈까요?”
“자, 잠깐만요. 한 번만 더 확인할게요.”
초코송이가 수풀 위로 머리를 드러내 단무집 안쪽을 살핀다.
‘없어.’
아무도 없다. 확실했다.
그럼에도 초코송이는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폭탄이 있으면 간섭 차단이고 뭐고 없는 거 확실하죠?”
“물론입니다. 운영진한테도 물어봤어요.”
“빨간 이름도 안 되는 거예요?”
“예. 폭탄이 부순 거지, 우리가 부순 거 아니거든요.”
“와. 젤로 님 대박이네요. 이런 작전을 짜다니.”
“으허허? 뭐, 뭘 또 대박까지야…….”
-젤로 광대 승천 ㅋㅋㅋ
-여자가 칭찬해주니 좋아 죽네
-젤로야 추하다
젤로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리모콘을 초코송이에게 건낸다.
폭발물을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장치였다.
“초코송이 님. 폭파광 장인이신데. 이거 하시죠.”
“네……? 저, 정말 그래도 돼요?”
초코송이는 깜짝 놀랐다.
폭파광 장인이니만큼 폭발시키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 기념으로다가 한번 누르시죠. 화끈하게.”
“와. 네. 설치하시면 제가 누를게요.”
“예.”
-빨리 폭탄이나 설치해라
-여기서 우결각을 보냐 ㅋㅋ
-빨리 ㄱㄱㄱ
-잡담하다 뒤지던데 영화에서 맨날
젤로의 시청자들이 재촉한다.
“아, 거 뭘 그렇게 서둘러요. 점심 먹으러 갔으면 거의 한 시간은 걸릴 텐데.”
쯔쯧.
젤로는 시청자들에게 핀잔을 주며 철 투구를 뒤집어쓰고, 아이디 표시를 껐다. 혹시나 목격자가 생기더라도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다. 완벽하게 농협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한 작업인 셈이다.
“갑니다.”
그가 폭탄을 들고 단무집 문 앞으로 갔다.
철컥.
문에 폭탄을 매달고.
“이게 그래도 꽤 멀리서도 터뜨릴 수 있거든요?”
초코송이에게 방법을 설명한다.
“그러니까 천천히 달아도 우리 알리바이 충~분히 확보하고 터뜨릴 수 있는 겁니다.”
“오…… 대박.’
-광부 할만한데??
-광부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네 이거
-광질한 보람이 여기서……ㅋㅋㅋㅋ
-말투가 가끔 집에 오시는 수리기사님 같누 ㅋㅋㅋ
본래는 광산에서 안전하게 뒤로 멀리 가서 터뜨리라고 만든 기능인데.
그걸 몰래 테러에 쓰는 젤로였다.
그런데─
“……어? 뭐야 이거.”
─끼익.
설치하다가 문을 조금 잡아당기자, 문이 그대로 열리는 거 아닌가?
-?
-헐
-헉
-문이 열려있어?ㅋㅋㅋ
-엥?
젤로가 눈을 껌뻑였다.
설마하니 문이 열려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한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상대 입장에서도 설마하니 그들이 나간 틈에 누군가 와서 폭탄 테러를 할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을 테니 문을 열어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치즈 마을은 아직까진 평화로운 마을 그 자체니까.
“뭐야. 이거. 영 허술한데?”
“문이 열렸어요?”
멀리 있던 초코송이가 따라와서 묻는다.
“예…… 그냥 열렸는데요?”
“오오오. 우리 그럼 온 김에 뭐 좀 슬쩍 할까요?”
초코송이가 신나서 키득거린 이 말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반쯤 농담이었는데.
젤로가 그걸 받은 것이다.
‘우리…… 라고 해줬다.’
여자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남자의 본능이 발동한 것!
“크흠. 까짓거 그럴까요? 들어가겠습니다.”
“지, 진짜요? 젤로 님!”
초코송이가 황급히 속삭이며 말리려 했지만 젤로는 이미 문을 열고 단무집 안으로 들어갔다.
“제 생각엔 만약에 철 장비가 있다면 여기에 두고 다닐 것 같거든요?”
턱.
범죄의 첫발을 내딛는 초코송이.
“허, 헉 진짜 들어왔다…… 어떡해!”
“괜찮습니다. 열려 있었는데.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끼익.
젤로는 거리낌 없이 집 안의 상자를 열어본다.
-?
-없는데?ㅋㅋㅋ
-여기 있겠냐고 ㅋㅋㅋ
거실에 있는 상자엔 아이템이 없었다.
그냥 농사 때 쓸 씨앗이 가득 들어 있을 뿐이다.
이 또한 나름대로 큰돈이겠지만, 농사를 지을 게 아닌 이상 다시 되팔 수도 없는 씨앗은 무가치했다.
“어딘가에 있는데.”
젤로는 좀 더 들어간다.
“아몬드 님 방에 있을 거 같거든요?”
그는 철 장비를 반드시 두고 다닐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가 철광석을 들고 다녀봐서 아는데, 무게가 상당해서 이동 속도가 필요 이상으로 느려진다. 아몬드처럼 전투를 즐기는 사람이 그런 무거운 몸으로 다닐 리가 없다. 젤로만 해도 지금 철광석 전부를 자기 집 창고에 두고 오는 길이었다.
‘여긴가?’
젤로는 어떤 방을 발견한다.
누가 봐도 가장 크고 위엄 있는 모습의 방이다.
끼익.
그 문을 열고 안쪽을 들여다본다.
커다란 상자가 몇 개나 진열되어 있다.
-헉
-여긴가?
-와 쫄린다
젤로는 살며시 안으로 들어가 상자를 열어본다.
“!”
이거구나.
-ㄷㄷㄷ
-와
-개쩌네
-이걸???
상자 안엔 젤로의 예상대로 수많은 철 장비가 들어 있었다.
“허억.”
초코송이는 거의 숨을 못 쉴 정도로 놀랐고, 젤로는 의문마저 품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 거지?”
광산에서 아몬드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완성된’ 철 장비를 어디서 구한 걸까?
젤로는 그 장비 중 하나를 들어서 살폈다.
초코송이는 눈이 좌우로 마구 왔다 갔다 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제, 젤로 님…… 들어도 되는 거예요?”
“잠깐 보는 거예요.”
젤로는 잠시 아이템을 살펴보더니 의아해한다.
“이거 왜 다 내구도가 닳아 있죠?”
“네?”
“새거가 아닙니다. 새로 만든 게 아니라 꼭…….”
이때 젤로는 눈치챘다.
어떤 갑옷들엔 핏자국이 채 지워지지 않은 채 굳어 있었다는 걸.
“죽, 죽이고 뺏어온 것 같은데요?”
-ㄷㄷㄷㄷ
-ㅁㅊㅋㅋㅋㅋㅋㅋ
-ㅈㄴ 무섭네
-살인마의 방 ㄷㄷ
설마하니 이게 사람한테 뺏은 거라고는 상상치 못하는 초코송이.
“헉. 그럼 그런 갑옷을 입는 몬스터라도 있는 걸까요?”
나름대로 그럴듯한 가설을 내세운다.
젤로도 고개를 갸웃한다.
“그럴지도?”
그러나 그들은 기억해 냈어야 했다.
그들은 이미 갑옷을 입는 몬스터들을 광산에서 마주친 바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 몬스터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였다.
“!”
쿠웅.
갑자기 어디선가 소음이 울려 퍼졌다.
둘의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바, 방금…….’
‘누가 왔나 본데요?’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단무집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벽 너머로 더 분명하게 울려 퍼졌다.
“……방송 켠 게 아니라, 제가 점심 약속이 있…… 더 늦을 거 같아서 팻말이라도 세워…… 네? 아니, 수금이 아니라…….”
목소리를 들으니 확신이 왔다.
‘미친.’
이거 아몬드잖아?
아몬드가 온 것이다.
젤로는 순간 언 것처럼 다리가 굳었다.
심지어는 채팅창조차 마치 언 것처럼 느릿하게 올라갔다.
-ㄷㄷ
-헉
-앗
-ㅠㅠ
다들 채팅을 칠 겨를도 없이 긴장한 것이다.
터벅. 터벅.
발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그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일단 여기 숨죠. 여기 올려고 들어온 건 아닌 거 같은데.”
“네.”
둘은 아몬드의 방에 몸을 숨겼다.
아몬드는 자기가 할 작업만 마치면 금세 돌아갈 것이다.
분명 그런 투로 말했다.
“어? 문이 왜 열려 있지?”
이런.
현관이 열린 걸 아몬드가 봤다.
‘하 씨.’
젤로가 이마를 짚었다.
-ㅁㅊㅋㅋㅋㅋㅋ
-ㅈ됐다
-그가 온다……
-그냥 싸워 ㅠㅠ
-문 근처에 갔을 때 폭탄 터트리면 안됨?
-ㅁㅊ
젤로는 고민됐다.
아몬드가 문을 살펴볼 때 폭탄을 터뜨려?
근데 여기선 그의 위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삑사리 나면 끝장인데.
그런데, 잠시 후.
“여튼 써놨으니까 저는 나가볼게요.”
다행히도 그는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
아몬드는 다시 나갔다.
“휴.”
털썩.
젤로와 초코송이가 동시에 주저앉았다.
“지, 진짜 조질 뻔했네.”
젤로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몬드의 상자를 열었다.
“이 고생을 했는데. 좀 가져가겠습니다.”
“그, 그쵸.”
척, 척, 척, 척……!
순식간에 철 장비를 다 챙겨 넣기 시작하는 젤로.
“헉 젤로 님. 저, 저한테도 나눠요. 느려져요!”
초코송이도 덩달아서 마구 잡아서 넣기 시작했다.
둘은 이미 광기에 물들어있었다.
텅.
비어버린 상자를 닫고 둘은 마구 뛰었다.
“도, 도망가죠!”
“으, 으흐흐흐! 대박!”
절로 웃음이 막 치솟았다.
“!?”
──슝.
갑자기 다시 누군가의 인영이 나타났다.
“할머니가 늘 말하셨는데. 꺼진 불도 다시 보라고. 아무리 봉봉이들을 신뢰해도 제 상자는 잠가놓고 가야…… 어?”
“!”
아몬드가 다시 들어온 것이다.
-?
-헐 ㅋㅋ
-앜ㅋㅋㅋㅋ
-ㅈ됐닼ㅋㅋ
젤로, 초코송이, 아몬드.
이 셋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
-ㄷㄷㄷㄷㄷㄷ
-헠ㅋㅋㅋㅋㅋ
-???: 넌 오늘부터 젤쫑이여……
-앜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