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8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8화(989/10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18화
38. 침략자(1)
차에는 동시에 셋이 탑승했다.
조수석에 지아가 운전은 주혁이 뒷좌석엔 상현.
덜컹.
구식 중고차라 그런지, 한 번에 셋이 타니 출렁인다.
‘이제 정이 드네.’
처음 차를 샀을 땐 이런 차는 빨리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던 주혁인데.
뭐든지 쓰기 나름인가 보다. 좁은 차에 이렇게 셋이 꾸겨 앉는 것이 왠지 모르게 정겹다.
“음악 틀자.”
“그럴까?”
“큐티파이 솔로 나왔던데.”
“오~”
“내 거 연결해서 틀게.”
“그래.”
휴대폰에서 검색한 후.
지아가 음악을 튼다.
가볍게 듣기 좋은 상쾌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오. 좋은데? 약간 살랑살랑거리는 고양이 같아.”
“음? 뭐야~ 뭔가 음흉한데. 비유가.”
지아가 갑자기 도끼눈을 뜬다.
“아, 아니, 뭐가!?”
그 광경에 피식 웃는 상현.
그의 머릿속으로 어떤 풍경이 겹쳐 보인 것이다.
어쩌다 학교에 너무 일찍 갈 때 있잖은가?
텅 빈, 아직 햇빛이 다 들지 않은 서늘한 공간인데 막상 따스하다.
곧 떠들썩하게 변할 것 같은 예열감일지도 모른다.
이내 한쪽 교실 창으로 햇빛이 낮게 깔리면서 들어오면, 늘 아침에 일찍 와 있던 사람이 하나 도착한다.
「어? 일찍 왔네?」
약간의 인사 후 그녀는 앞자리에 앉는다.
그녀와 상현 사이엔 햇살이 춤추듯 살랑거렸다.
약 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뭔가를 암시한 것일지도 몰랐다.
상현은 그 시간이 좋았다.
아무런 대화도 없지만,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같은 공간에 있던.
뒤통수만 바라보고 있다가 가끔씩 눈을 마주쳐 버리던, 그 시간.
그러다 애들이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하면 교실에 소곤소곤 떠드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면 그 시간이 서서히 끝난다.
“어디서 내려줄까?”
주혁이 룸미러를 넌지시 쳐다보며 묻는다.
벌써 도착인가?
멀리에 익숙한 백화점 건물이 보인다.
“아. 저기 백화점 앞에서 내려주면 돼.”
“오케이~”
부우웅.
차가 가볍게 앞으로 치고 나가고, 주혁이 넌지시 말한다.
“곧 현주 씨 생일이라서 만나는 거라더니. 동네로 와주니까 편하네.”
“아, 어. 우리 다 여기서 컸어.”
“아, 맞다. 그랬지.”
오늘 점심 약속은 양궁부 동창들과 식사였다.
간만에 다 모여서 옛날이야기나 할 생각이다.
“됐다. 내릴게.”
“어. 그래. 잘 가고.”
“올 땐 혼자 올게.”
“누가 데리러 간대냐?”
피식.
상현이 웃으며 문을 쿵 닫고 백화점 쪽으로 돌아서 걸었다.
차에는 지아와 주혁만 남았다.
“친구도 만나러 가고. 뭔가 되게 밝아진 거 같아. 아몬드.”
“어. 맞아. 회사 다닐 때랑 또 다르네.”
“그땐 어땠는데?”
“밝다고…… 하긴 좀 힘들었지.”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상현이 자신을 처음 만났을 때 한 말을 기억한다.
「회사 다니는 거…… 힘들죠?」
그냥 한 말이 아니란 것쯤은 듣는 순간에도 알았다.
“우리 회사가 좀 쉽지 않긴 했어.”
지아는 옆자리에 앉은 주혁을 바라보다가 볼을 콕 찌른다.
“이 사람은 그런 회사도 참~ 잘 다니고. 아이비리그 출신에, 멋져 아주?”
“크, 크흠. 그나저나 놀러 오세요 치즈마을 1화 언제 올라와?”
갑자기 칭찬해 주니 주혁이 화제를 돌린다.
“몰라. 오늘 아침에 티저 올라왔는데. 내일은 돼야 하지 않을까?”
* * *
그 시각 치즈마을.
띠링. 띠링. 띠링.
[고구마: 뭐야 누가 감히 우리 대문을 폭파시켰어!?]서버 전체 채팅창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철광석 팔아보려 농협으로 향하던 젤로는 그것을 보고 눈을 껌뻑인다.
폭파시킨 사람이 본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고…… 고봉이 이 사람 이거 어깨 힘이 좀 많이 들어갔네…….”
-ㅋㅋㅋㅋㅋㅋㅋ왤케 떠냐고 ㅋㅋ
-덜덜 떨면서 말하면 뭐합니까.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데요 선생님?
-ㅋㅋㅋㅋㅋㅋ고봉이 딱 일말상초라 가오충만하긴함
띠링.
연이어 또 채팅이 올라온다.
[고구마: 감히 기사단의 본거지를 건드린 죄…… 스스로 고하면 죽이진 않겠다. 누구냐?]여기에 혹하는 젤로.
“크흠. 뭐…… 자수…… 할까요?”
-ㅇㅇ
-설마 죽이기야 하겠누
-지금 죽어도 아무 상관 없잖아 ㅋㅋㅋ 빈털털이라.
차라리 지금 죽자는 생각으로 채팅을 치기 시작하는 젤로.
그런데…….
[고구마: 아니다. 자수도 하지 마. 그냥 안 봐줄 거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봐준대 ㅋㅋㅋㅋ
-미친놈이네 저거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 좀 빨리 말하지!”
딸깍.
젤로는 이미 채팅을 쳐서 엔터까지 눌러버렸다.
[젤로: 제가 그랬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
-타이밍 레전드 ㅋㅋㅋㅋ
띠링.
고구마의 답장이 왔다.
[고구마: 널 찾아내 죽일 거다.]“하 씨…… 조졌네. 이거.”
젤로가 이마를 탁 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됐다
-기사단의 표적 ㅋㅋㅋ
그런데 같은 시각 고봉이도 이마를 탁 치고 있었다.
“아…… 뭐야. 이거. 선입력 뭐야.”
-헉ㅋㅋㅋ
-젤로한테 ㅋㅋ
-최고 시청자 스트리머를 찾아내 죽이겠다는 야망 고봉 ㅋㅋㅋ
-캬
-대 구 마
고구마도 젤로의 자백을 보기 전에 쳐버린 것이다.
“수, 수정할까요?”
-ㄴㄴ
-가오가있지 ㅋㅋㅋ 뭔 수정이여
-그냥 ㄱ 해 ㅋㅋㅋ
-기사단 품위 지켜라 고봉아
그는 결국 이 입장을 고수하기로 한다.
그런데 상대 쪽에서 수정했다.
[젤로: 아 제 고양이가 채팅을 쳤나 봅니다. 제가 그거 안 했습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아까 말한 건 취소입니다.] [슈크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클: 요즘은 고양이가 풀다이브도 하네요] [큐티파이: ㅋㅋㅋ 취소되겠냐고~ ㅋㅋ]고구마는 고민됐다.
이걸 장단을 맞춰줘야 하나 어째야 하나?
“근데 젤로 님이었다니.”
고봉이는 서버 채팅창을 위로 올려보며 중얼거린다.
[젤로 님이 폭사했습니다.] [초코송이 님이 폭사했습니다.]“대체…… 뭐지?”
와중에도 정말 이해 안 가는 게 있다.
“대체 우리 집을 왜 폭파시킨 거야? 그리고 왜 본인이 죽었지?”
폭파시키러 온 것도 이상한데. 본인이 죽은 건 더 이상했다.
-ㄹㅇ
-뭐지??
-ㅋㅋㅋㅋㅋㅋㅋ
-실수 아녀??
-실수인듯 ㅋㅋㅋ
“아. 그런가? 들고 가다가 실수로? 음…….”
이렇게 이 사건은 그냥 젤로의 실수로 넘어가지는 듯했다.
무너진 단무집 폐허더미 안에 아직 아몬드가 줍지 않은 무언가가 잠들어 있는 것은 모르는 채.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품위 따위 버려버리는 ㅋㅋ
-ㅁㅊ 젤~ 로 추해!
-앜ㅋㅋㅋ
비웃는 채팅창을 보며 젤로는 머리를 긁적인다.
“기사단이랑 관계는 글러 먹었네요. 이거.”
“그야 쳐들어가서 입구까지 폭파시켰을 때부터 이미 글러 먹은 거죠…….”
초코송이는 의외로 쉽게 납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긴
-그렇게 하고 관계가 유지되길 바랬냐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개뻔뻔하네
“저…… 그나저나 초코송이 님.”
젤로가 심각한 말투로 말을 꺼낸다.
“네?”
“이거 도로 가져가시죠.”
쿵.
젤로가 철광석을 내려놨다.
초코송이가 줬던 것들이다.
“……이, 이걸 왜?”
“저는 이제 언제 잡혀 죽을지 몰라서요. 초코송이 님이 갖고 계세요.”
“헉. 그렇구나.”
졸지에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된 젤로.
농협과 거래를 성사시키기 전에 죽어버리면 곤란했다.
적들이 노리는 건 어차피 젤로.
그렇다면 초코송이가 철광석을 갖고 있는게 나았다.
“농협에 꼭 철광석 팔아봅시다. 우리.”
“옙.”
잠시 후 희망을 품고 농협의 본거지에 도착한 둘.
쿵, 쿵.
문을 두들긴다.
“누구…… 아? 젤로 님?”
도우너츠가 나와 그들을 반긴다.
“아. 초코송이 님이랑 같이 일하신다는 게. 젤로 님이군요? 그래서 아까 같이 폭사를…….”
-ㅋㅋㅋㅋㅋㅋㅋ
-폭사 알고있네 ㅋㅋㅋ
-전국민이 아는 폭사 ㅋㅋㅋ
“아, 예…… 뭐 그렇게 됐습니다.”
“단무집 대문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그냥 그게 뭐 실수로 폭탄이랑 같이 날아갔죠.”
“아…….”
도우너츠가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정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참 ㅋㅋㅋ
“일단 들어오시고, 여기 앉으시죠.”
들어가 보니 몇몇이 더 있다. 그들이 인사를 건넨다.
“아. 반갑습니다. 제가 농협의 입법 담당. 뿔라면입니다. 농협 의원…… 정도로 봐주시면 됩니다.”
“저는 사법 담당 중탐입니다.”
뿔라면과 중년탐정.
둘 다 거물급 올튜버이기에, 젤로도 벌떡 일어나 손을 맞잡았다.
“아, 예예. 반갑습니다. 3권분립까지 되어 있고. 아주 바람직한 조직이네요.”
-3권 분열 아님?ㅋㅋㅋ
-뭔 농협에 입법 사법 행정이있냐 ㅋㅋㅋ
-도우너츠가 대통령임?
-대통령, 검찰총장, 국회의원 ㄷㄷ
“예. 그래서 저희한테 팔고 싶은게 있으시다고요.”
“예. 이게 있으면 아몬드와 대적해서 이기실 수 있을 겁니다.”
젤로가 쳐다보자 초코송이가 철광을 올려뒀다.
“……음?”
셋 중 가장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뿔라면이 의문스러운 듯 묻는다.
“이거 몇 개나 있어야 저희가 다 무장이 됩니까?”
“저희가 갖고 있는 물량이면 그래도 족히 열댓 명은…….”
“아…….”
뿔라면은 조금 아리송한 듯 고개를 갸웃한다.
“저희가 무장을 한다고 해서 아몬드 같은 그런 무력 여포한테.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숫자가 좀 많이 모자란데요?”
“걔넨 다섯이고 여긴 열댓인데요? 나눠 쓰면 20도 됩니다.”
“모자라다구요. 그게. 아재들 컨트롤 몰라?! 어!?”
-ㅋㅋㅋㅋㅋㅋㅋ
-개뻔뻔
-20명이 다 풍선껌이냐?
-ㅅㅂㅋㅋㅋ
“그래도 저항할 힘이 있는지 없는지는 다르지 않습니까?”
“뭐, 그래서 철광석 몇 개 있어요?”
“300개가량 있습니다.”
“개당 10실버로 가시죠.”
“……예?”
젤로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 개고생을 했는데. 10실버?
참고로 100실버가 1골드다.
현재 농산물이 잘 터지면 하나당 5실버도 나오고 있다.
하나당 5실버다.
“그건 좀 너무 후려치는 거 아닙니까?”
“에이. 지금 이거 시세가 몇인데요?”
“부르는게 가격입니다. 솔직히.”
“그럼 딴 데 가서 부르시지?”
뿔라면이 팔짱을 척 끼며 턱을 치켜든다.
“왜 여기로 몰래몰래 가져오셨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뿔라면 개킹받네 ㄹㅇㅋㅋ
-아…… ㅋㅋㅋㅋ
-아재들한텐 안된다……
“아, 아니. 근데 이런 건 행정부랑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법 만드는 사람이랑 얘기해서 뭐 합니까?”
도우너츠는 조금 만만할 거라 생각한 젤로.
그러나 아니었다.
이들이 아몬드에게나 호구처럼 당했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유통량과 수요를 통해서 시세를 냉정하게 책정하면 사실상…… 가치는 2실버도 안 될 텐데요.”
“네!?”
“실력 있는 대장장이가 지금 마을에 공급된 것도 아니라서 저희가 만들어야 하는 공임비도 들고요. 뭣보다 우리는 기사단이랑 무력으로 붙을 일이 없어요?”
톡, 톡.
도우너츠가 자신의 머리를 건드렸다.
“요기. 요. 머리로 싸우는 거죠.”
“…….”
젤로는 잠시 침묵했다.
-와 ㅋㅋㅋㅋ농협 진짜 지독하다
-농협이랑 해야되냐?
-걍 싹 다 버리죠?
채팅창 민심은 바닥을 기었지만 젤로는 포기하지 않고 설득해 본다.
“모, 몬스터라도 막아야 할 거 아닙니까?”
“몬스터는 이제 농협한테 안 옵니다. 에이. 판을 이렇게 못 읽어서야 되겠나?”
뿔라면이 끼어든다.
“지금 기사단이 왜 기사단 모집하겠어요? 걔네 밭 크기 불리려는 거잖아요? 우리는 밭을 다 공유해서, 개인당 그렇게 크게 갈 필요 없다고!”
“…….”
완전 헛짚었다.
차라리 기사단에 철광을 팔았다면 어땠을까?
기사단도 규모가 커지면 철광이 필요할 텐데.
“제…… 젤로 님.”
부르르 떨기 시작하는 젤로를 보며 초코송이가 걱정스러운 듯 쳐다본다.
-젤로 극대노 1초전 ㅋㅋㅋㅋㅋㅋㅋ
-분로 온다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빡치긴해 ㅋㅋㅋㅋ
“태평성대에 살다 보니까. 아주 배때지만 불러서는…….”
젤로가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리던 그때였다.
[풍선껌: 미친 뭐야 저 이상한 사람들?! 봤어?!] [미호: 침입자다! 침입자가 등장했다!!]서버 채팅에 이상한 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몬스터도 아니고, 침입자?
콰광……!
마을 중앙에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회의하던 모두가 황급히 밖으로 나갔는데.
믿기지 않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