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99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2화(993/100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4 122화
39. 여론전(2)
오렌지?
아몬드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그 마을에 직접 들어갔던 그일지라도, 거기가 설마하니 파프리카 스트리머들을 모아놓은 곳일 거라는 미친 생각은 전혀 못 했을 것이다.
“이제야 슬슬 알게 되는구만?”
그 미친 생각을 한 장본인인 장 피디가 모니터를 보며 웃는다.
“그러게요. 전 프로 출신이 좀 겹쳐서 생각보단 빨리 알아냈어요.”
박오훈이 덧붙여 묻는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까요?”
“글쎄. 파프리카 마을이란 걸 알아도 일단 크게 달라질 게 있나? 당장은 농협이랑 갈등이 더 크잖아.”
“그렇긴 하죠.”
파프리카와 치즈의 충돌.
이것이 이번 기획의 메인 시나리오다.
물론, 이건 제작진 입장이고, 이게 어떻게 그려질지는 순전히 스트리머들의 몫이지만.
“치즈 스트리머들의 선택에 달려있어.”
파프리카 쪽은 방송도 안 켠 채로 제작진과 협조가 긴밀하지만, 치즈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곳은 거의 사회 실험이나 다름없는 자유도.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제작진도 그 누구도 관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몬드는 제작진이 전혀 상상치도 못한 발언을 한다.
그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쳐들어가자.]쳐들어간단다.
“……예?”
이건 봉봉이들의 대답이 아니었다.
박오훈이 실수로 대답한 것이다.
“쳐, 쳐들어간다는데요? 갑자기?”
“응?”
맥락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폭탄을 설치한 것도 젤로이고, 지금 갈등이 심한 것도 농협.
근데 파프리카 마을로 쳐들어간다고?
“설마하니 치즈마을에 농작물을 요구해서 의협심이 발동한 걸까요?”
의협심?
장 피디가 빤히 박오훈을 쳐다본다.
“아니겠죠…….”
사람을 비료로 만들어서 쓰는 놈이 의협심으로 이럴 리가 없었다.
적어도 치즈마을에 생성된 저 2등신의 아몬드는 그럴 리가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뭐지?
왜 쳐들어간다는 거지?
* * *
봉봉이들이 눈을 껌벅였다.
“……예?”
“쳐, 쳐들어간다굽쇼!?”
고봉이는 아예 펄쩍 뛰었다.
“지금 저희가 한 말 다 들은 겁니까? 용암을 쏜다니까요?!”
단봉이도 거들었다.
“지가 두 눈으로 똑똑이 봤구먼유! 용암이 지글지글! 갑자기 풍선껌 님을 녹여 버리던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갑자기 녹이긴함 ㅋㅋ
-ㅅㅂ풍선껌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존재감ㅋㅋㅋ
“푸, 풍선껌 님이 대체 무슨 저항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꼭 예전에 일제강점기 독립투사 죽이던 것처럼!!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 버렸단 말입니다!”
“그러니까유! 무슨 저항을 했는지도 전~~~혀! 모르겠는데 그렇게 본보기로 죽이는 걸 똑똑이 봤구먼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봉이는 아는 거 같은뎈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정보) 발을 헛디뎌 있던 용암에 빠졌다
-발을 헛디뎠더니 갑자기 독립투사 ㅋㅋㅋㅋㅋ
-이게 방송 재능인가 ㅋㅋㅋㅋ
분명 아까 전 광장에선 우리가 왔으면 진즉에 다 물리쳤을 것처럼 말했던 봉봉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마을에 쳐들어가는 걸 한사코 반대한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고 여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특히 단봉이가 그 생각이 확고했다.
“제가 서크를 조금 해봐서 아는데, 용암은 철갑도 의미가 없습니다. 아몬드 님이 이전에 놈들을 비료로 만든 건 저희도 압니다만…… 지금은 그때 그놈들이 아니에요. 저희가 농사만 짓는 사이에 놈들이 뭔가 술수를 쓴 겁니다.”
그는 게임이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
역시나 게임 보는 눈이 탁월한 전 프로 출신.
“그래? 우리가 불리하구나.”
아몬드는 의외로 쉽게 납득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한참 불리합죠. 지금 농협이 자기들이 전쟁을 하겠다고 설치고 있는데. 이대로 저건 농협에게 맡기고 저희는 농사에 신경을 쓰는 게 수지 타산에 맞습니다.”
“그래?”
“예, 그게 제 제안입니다. 저들이 요구한 식량은 치즈마을의 생산량에 비하면 정말 별거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저희 기사단은 비옥토를 기반으로 말도 안 되는 작물 생산량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 차이도 없을 겁니다.”
-캬
-책사 포지션 ㄷㄷ
-역시 전프로
-제갈봉명 ㄷㄷ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단봉이의 완벽한 제안에 설득된 걸까?
“근데, 철갑이 아니면……?”
“예?”
“철갑 말고 그거보다 더 좋은 거면 용암에 안 녹나?”
“……?”
-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
-앞에 얘기 들은거냐고 ㅋㅋㅋ
-또 시작했다
-귓등의 악마……
미친.
이 사람, 그냥 아직도 쳐들어갈 생각이다.
대체 이유가 뭐야?
가끔 이런 판단을 내릴 때마다 이유라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됐는데.
이번엔 전혀 모르겠다.
‘그야 오렌지가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이유를 모르겠단 건 사실 봉봉이들의 사정이고, 아몬드로선 명확한 이유가 존재했다.
‘그놈이 주혁이가 말했던 그놈이잖아.’
아몬드에게 악의를 갖고 있-다고 아몬드 혼자서 생각하고 있-는 스트리머.
플랫폼 대항전 전일지라도, 그놈에게 뭔가라도 보여주고 싶은 게 아몬드의 심정이었던 것.
“하…… 처, 철갑 다음, 옵시디언은 좀 낫고, 아다만트라면 해볼 만할 겁니다.”
단봉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서크의 광석 레벨을 이야기 해준다.
“그렇다 해도 용암에 완전한 무적인 광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요. 여기에 또 무슨 히든 요소를 서버 메이커가 넣었느냐가 중요하지만요.”
일단 공식적으로는 아다만트가 가장 강하다는 뜻이다.
“그건 어디서 어떻게 캐는데?”
“광부가 아니면 캐기 어렵습니다.”
“음.”
아몬드는 잠시 고민해 본다.
어떻게 해야 이 전쟁을 준비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는 아주 간단한 결론에 도달한다.
봉봉이들과 송송이들이 있는데.
그가 왜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단봉이. 진행시켜.”
“……에?”
“우리는 최소 옵시디언으로 무장하고 기사단 숫자를 늘려서 그 마을로 진입한다.”
“……저, 저희가요?”
대체 어떻게?
“진행시켜.”
“그, 그니까 그걸 뭘 어떻게.”
“진행시켜.”
-봇이냐?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경영 AI 봇 ㅋㅋㅋㅋ
-ㅁㅊ넘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이제 외장호두 꽂아버렸네
-너…… 내 호두가 되라!
“아…… 알겠습니다. 플랜을 한번 짜보겠습니다.”
단봉이는 결국 이 작전의 책사가 되길 자처한다.
“좋아. 그럼 단봉이는 당분간 ‘전쟁 부서’를 맡고. 경호 사업은 나랑 고봉이가 할게.”
-전쟁부서 ㅋㅋㅋ
-부서 이름 살벌하네
-전쟁부장 단봉이 ㅋㅋㅋㅋ
그래도 대기업에 다닌 게 허송세월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척척 인력을 배치하는 아몬드.
그때 고봉이가 끼어들었다.
“아, 마침! 저희 면접 DM이 엄청 쌓였습니다요! 인력 보충 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요!?”
“아, 그래. 고봉이가 인사부장을 맡도록.”
“헉…… 부, 부장……! 알겠습니다앗!”
이에 단봉이가 항의한다.
“아, 아니, 아몬대감? 저도 부장인데 얘도 부장입니까?”
“음…… 단봉이는 본부장이다. 전쟁 본부장. 얘는 그냥 부장.”
“아……!”
-?ㅋㅋㅋㅋㅋㅋㅋ
-방금 지어낸 거 같은뎈ㅋㅋ
-본부장ㅋㅋㅋㅋ
-본자 배 ㄷㄷ
-대기업식 네이밍 척척ㅋㅋㅋ
-봉부장인줄ㅋㅋㅋ
“감사합니닷!”
본부장인지 봉부장인지 몰라도.
단봉이는 그걸로 만족한 듯했다.
“인사부장 보고드리겠습니다요. 이게 DM입니다.”
촤락.
고봉이가 자신이 직접 적은 두루마리를 펼친다.
-캬
-아날로그 갬성 ㅋㅋ
-무슨 조선시대냐고 ㅋㅋㅋ
-DM이 DuruMari였군요
-두루마맄ㅋㅋ
“한번 살펴보시죠. 전쟁을 준비하신다면 실력자만 뽑는 게 좋겠습니다요.”
“음.”
아몬드는 슥 DM을 살펴봤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 모르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전쟁을 준비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 인원은 확실히 보였다.
안 그래도 고봉이가 짚어낸다.
“이분은 컷…… 할깝쇼?”
[풍선껌]풍선껌이었다.
-아니 ㅋㅋㅋㅋㅋㅋ
-풍선껌 왜 ㅋㅋㅋㅋㅋㅋ
-껌형 ㅠㅠㅠ
-캬 고봉이 눈썰미 ㅋㅋ
-모래주머니 컷!
아몬드는 잠시 고민하는 눈이 되었다.
“일단 여기는 좀…… 크흠, 이 사장님이랑 내가 인연이 있어서…….”
아몬드는 말하기 곤란한지 대충 가리키며 헛기침했으나.
-ㅋㅋㅋㅋㅋㅋㅋ메소드연기
-임원 말투 구현 ㄷㄷ
-아몬드 회식자리에서 임원 따라하기 했다안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
고봉이는 알아들었다는 듯 끄덕였다.
“아, 예, 예! 당연히 면접까지는 오게 하겠습니다요. 대신…….”
지익.
풍선껌의 이름 옆에 노란색으로 체크되었다. 좋은 의미는 아닌 듯했다.
-?
-??
-낙인 ㅋㅋㅋ
-와서 떨군다?ㅋㅋㅋ
-황표정사 ㄷㄷ
아는 인연이지만 실력은 없다…… 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고봉이였다.
“다음은요?”
“다음은…….”
그렇게 기사단의 1차 서류 심사가 시작되었고, 치즈마을의 해는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 * *
한편, 농협에게 모든 철광을 팔아넘긴 젤로.
“으하하하! 우리 부자 되는 거 아닙니까!?”
그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게요! 원래라면 2배인데. 죄송해요…….”
초코송이는 아까의 트롤이 아직도 미안한지 계속 언급한다.
“아뇨! 2배가 있으면 뭐합니까? 이 파이프라인이 없으면 다 휴지 조각인데요. 이제 거래처가 생겼으니까, 또 캐오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ㄹㅇ
-거래처 뚫은 게 대박임
-이제 진짜 부자되자 ㅠㅠ
-농협이 생각보다 경제력이 있누
한 번 협의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농협은 의외로 괜찮은 거래처였다.
이들은 숫자가 많은 만큼 자금력도 뛰어나고 안정적이었으며, 그만큼 많은 철광석이 필요했다.
“기사단에 안 붙고 여기 붙길 잘했네. 기사단은 막말로 거기 철갑 세트 보니까, 철광석은 필요하지도 않겠더만.”
“그러게요. 그거 보고 오기 잘한 거 같아요. 그 정도로 많을 줄이야.”
젤코송이도 처음부터 농협으로 완전히 길을 정한 건 아니었다.
여차하면 기사단에 팔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몬드의 창고를 털어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쪽은 철광이 전혀 필요 없었다.
“저희는 그럼, 바로 광산에 가면 되는 거죠?”
“아~ 그럼요!”
“젤~~로 좋아!”
초코송이가 펄쩍 뛰며 좋아한다.
“제, 젤~~로 좋아~!”
-젤로는 지 유행어인데 왤케 어색하냨ㅋㅋㅋ
-당장 우결해!
-초송이 넘 커여워 ㅠㅠㅠ
-젤코송이 영원해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젤로쉑ㅋㅋㅋ
이들은 그대로 광산으로 향했는데.
여기서 낯익은 자들을 다시 마주친다.
“……!”
“어?”
곡괭이를 들고 광산을 내려오는 한 무리의 인간들.
그들과 딱 맞닥뜨리고 마는 젤코송이.
“너, 너는!”
파프리카 마을 역시 젤코송이를 알아보고 멈칫한다.
여기서 젤로에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갔다.
‘잠깐, 이 사람들이 쳐들어와야 우리가 돈을 버는 거잖아?’
그들의 진짜 고객이 누군지, 진짜 파트너가 누군지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자, 잠시만요! 칼 꺼내지 마시고, 제 얘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